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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첫 등단한 이후 40년 이상 시와 소설을 두루 써오고 있는 장정일 작가가 음악 이야기가 담긴 종류의 여러장르 책들을 직접 읽고서 쓴 서평, 리뷰 혹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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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페의 음악] - 장 자크 상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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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페의 음악

  장 자크 상폐 | 양영란 | 미메시스 | 20201015| 232P

 

 

 『상페의 음악(미메시스,2020) 음악 팬들에게 특별한 행복을 안겨준다. 이 책의 주인공 장자크 상페는 유머 작가 르네 고시니와 함께 작업한꼬마 니콜라(1959)의 성공 이후, 혼자서얼굴 빨개지는 아이(1969),인생은 단순한 균형의 문제(1977),속 깊은 이성 친구(1991),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1995),각별한 마음(2007) 등의 그림-이야기책을 펴냈다. 가느다란 선과 담담한 채색으로 인간 내면의 고독을 재치 있고 유쾌하게 잡아내는 그는 프랑스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상페의 음악은 그림-이야기책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주제로 프랑스의 언론인 마르크 르파르팡티와 나눈 대담집이다.

1932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난 상페는 라디오와 레코드, 그리고 영화가 대중문화의 모든 것이던 시대에 태어났다.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나는 라디오를 탐사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라디오를 통해서 들은 게 엄청 많지만, 특히 레이 벤투라에 푹 빠졌죠. 단언컨대 레이 벤투라는 나의 인생을 구원해 주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상당히 복잡한 어린 시절을 보낸 관계로 나는 무슨 일이 닥치든, 그러니까 부모님이 부부 싸움을 벌여도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아, 다음 주엔 레이 벤투라가 라디오에 나올 거니까라고 생각했죠. 그러고 나면 그 복잡한 집안 분위기를 견뎌낼 힘이 생기곤 했습니다.”

상페의 복잡고 힘들었던 한 어린 시절은 그의 또 다른 대담집상뻬의 어린 시절(미메시스,2014)에 언급되어 있다. 하지만 음악 팬들이라면 상페가 다섯 살이나 여섯 살 때 라디오에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을 기다린단 말인가?(Qu’est-ce qu’on attend pour être heureux?)>라는 곡을 처음 듣고 행복 그 자체를 느꼈다던 레이 벤투라(Ray Ventura,1908~1979)가 더 궁금할 것이다. 파리에서 태어난 유대계 프랑스인이었던 벤투라는 재즈 피아니스트와 밴드 리더로 1930년대에 프랑스의 재즈 대중화를 선도했다. 유튜브에서 찾아들은 그의 많은 히트곡은 그 시절의 스윙 재즈를 바탕으로 한 코믹송(comic song)처럼 들린다. 코믹송은 물론 아니지만, 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이 함께 부른 <뺨과 뺨을 맞대고(Cheek to Cheek)>의 분위기를 연상하면 된다.

부모님이 잠자리에 든 밤 10~11시 무렵부터 라디오를 켜고 주파수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세계 각국의 음악을 모두 들었다던 그는, 노엘 시부스(Noël Chiboust,1909~1994. 레이 벤투라 악단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다가 트렘펫 연주자로 변신한 뒤 파리 재즈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샤를 트레네(Charles Trenet,1913~2001. 재즈의 요소를 샹송에 도입한 샹송 가수이자 작곡가), 에베 바렐리(Aime Barélli,1917~1995. 재즈 트럼펫 연주자자이면서 보컬리스트)와 같은 프랑스 재즈 음악에 제일 먼저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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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대 초반에 상페가 라디오에서 처음 듣고 놀라 자빠진 음악이 또 있다. 상송 프랑수아가 연주한 드뷔시의 <달빛(Claire de Lune)>과 미국 방송을 통해 듣게 된 듀크 엘링턴의 <A선 열차를 타자(Take the A Train)>. 상페가 나에게 가장 위대한 3인은 드뷔시라벨듀크 엘링턴이라고 말하자 대담자는 혹시 듀크 엘링턴 대신 에릭 사티가 들어가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러자 그는 꽤 격정적으로 클래식 음악이다, 아니다 같은 구분은 없습니다! 드뷔시는 클래식 음악이 아니라 그냥 음악입니다! 마찬가지로, 엘링턴과 라벨 사이엔 아무런 차별도 있을 수 없습니다.”(134)라고 대답한다. 상페는 드뷔시가 프랑스 음악의 정수라고 믿으며, 듀크 엘링턴이 재즈의 모든 걸 발명하고, 모든 걸 집대성했다고 말한다.

레이 벤투라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긴 채, 파리로 올라가 벤투라 악단의 멤버가 되겠다는 열망을 불태웠던 소년은 안타깝게도 음악가가 되지 못했다. 가난했기 때문에 악기를 살 수 없었고, 정작 파리로 올라가서는 월세를 내기 위해 빠른 속도로 삽화를 그려야 했다. “난 음악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림에 있어서도 문맹이나 다름없었으므로 무턱대고 그림에 달려들었고, 그러자니 다른 건 제쳐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페는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을 유쾌(경쾌)하냐, 아니냐로 나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경쾌한 곡들을 썼다. “끔찍한 1914년 전쟁을 겪고 난 끝에 얻은 교훈이었죠. 작곡가, 배우, 작가 들이 그때 겪은 참담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비로소 얼마간 삶의 경쾌함을 되찾아가는 중이었으니까요.” 그러다가 다시 세계대전이 터졌고, 이후의 세계는 문화예술에서 영영 경쾌함을 되찾지 못했다. “어느 날부턴가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끼어들더니 사람들에게 심각해지라고, 진지해져야 한다고 부추겼죠.”

재즈 팬 중에도 재즈는 멜랑콜리의 음악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상페는 재즈가 흥겨운 음악이며, 멜랑콜리의 이면에는 항상 다소간 유쾌함 깃들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게 듀크 엘링턴은 유쾌한 재즈의 대문자나 같으며, “그가 세상을 떠난 뒤로 재즈는 끝이 났다. 미국의 로큰롤은 파렴치함 그 자체이며 그것의 영향을 받은 60년대 프랑스 대중음악 예예(yé-yé)는 자신의 취향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상페는, 유소년 또는 청소년 시절의 음악적 기호가 평생 동안 유지된다는 흔한 속설을 입증해주는 듯하다.

 

바흐의 선율이 경이롭고 아름다우며 완벽하지만 그의 노랫말은 유쾌(경쾌)하지 않았다고 타박하는 상페의 음악 취향은, 그러나 값진 예술관을 담고 있다. 그는 경쾌함은 어리석음과 정반대라면서,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독재자들은 한없이 무겁고 둔하면서 잔인했다고 말한다.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정신은 세계를 선의로 보려는 의지와 능력을 나타낸다. 이 대담집에서 상페는 아무리해도 자신의 피아노 연주에 스윙을 불어 넣지 못했다고 한탄하고 있지만, 그의 그림은 얼마나 유쾌하고 유머러스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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