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미쳤다 - 성격장애와 매력에 대한 정신분석 리포트

보르빈 반델로 저/엄양선 역 | 지안출판사 | 2009년 04월 01일 | 원제 : Celebrities | 309P

 

보르빈 반델로의 『스타는 미쳤다 - 성격장애와 매력에 대한 정신분석 리포트』(지안출판사,2009)는 주목을 갈구하는 제목과 장황한 부제를 가졌지만, 이 책의 원제는 간명하기 그지 없다. ‘Celebrities’(2006). 지은이는 슈퍼스타라고 불리는 많은 대중 예술인들이 성격장애를 안은 채 알코올ㆍ마약, 자유분방하거나 문제 있는 성생활에 탐닉했다고 말한다. 이들의 경력은 우울증과 자기 파괴적인 행동으로 중단되기 일쑤였고 일부는 자살로 생을 마쳤다.

 

다음 네 가지는 대표적인 성격장애 유형이다. 첫째, 자아도취성 성격장애. 흔히 나르시시즘이라고도 하는 이 유형은 자기 스스로에게 도취된 사람이다. 둘째, 연극성 성격장애. 이 유형의 사람들은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다. 연극적 성향의 사람을 나르시시스트와 혼동하지 쉽지만 두 부류는 다르다. 나르시시스트는 미적 취향이 대단한데 비해 연극적 성향의 사람들은 미적 취향에 신경 쓰기보다는 남의 눈에 띄는 게 목적이다. 또 전자는 나르시시스트로 불리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나타내고 고치려고 하는 반면, 후자는 자신의 성향을 지적당하면 부인과 욕설로 대응한다. 셋째, 경계성 성격장애. 앞서 잠시 설명되었지만, 이 장애는 종잡을 수 없고 증상도 광범위하다. 넷째, 반사회성 성격장애. 일명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이 유형은 범죄자에 가깝다.

 

제니스 조플린 

 

지은이는 제니스 조플린ㆍ빌리 홀리데이ㆍ지미 헨드릭스ㆍ엘비스 프레슬리ㆍ게리 리 루이스ㆍ마이클 잭슨ㆍ마이클 허친슨ㆍ짐 모리슨ㆍ커트 코베인ㆍ마빈 게이ㆍ로비 윌리엄스ㆍ에디트 피아프에게 ‘경계성 성격장애’라는 진단을 내렸다. 제니스 조플린에 관한 대목을 보자. “정신과 의사라면 제니스가 어떤 정신장애를 앓았던 것은 아닌지 의심할 만한 몇 가지 특징적인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났음을 발견했을 것이다. 자기파괴에 이른 알코올의존증과 약물중독, 대단한 성공을 거뒀지만 끊임없이 찾아온 우울증, 애정관계의 지속 불가능, 고독감, 혼자 있는 것에 대한 불안, 그러면서도 자기를 도와주려는 사람들을 향한 공격저인 태도 등을 종합해 의사들은 ‘경계성 성격장애’라는 진단을 내린다.”

경계성 성격장애의 범주는 분명하지 않다. 앞서 본 제니스 조플린의 증상에 지미 헨드릭스처럼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기질”, 엘비스 프레슬리와 같이 두드러진 “자기도취적인 현시욕구”, 마이클 잭슨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 심각한 “강박증”과 “자기비판력 부족”, 커트 코베인이 어렸을 때 아동정신과 의사에게 진단받았다는 “과잉행동장애”, 에디트 피아프처럼 “위험”을 쫓고 즐기는 성향에 이르기까지 온갖 특이 증상이 경계성 성격장애 환자의 전형적 증상이자 기본요소로 호명된다. 책을 손에서 놓으려는 찰나에 흥미로운 대목과 만났다.

 

지미 헨드릭스

 

로큰롤 스타와 재즈 뮤지션이 마약에 빠지는 이유는 보통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유명한 뮤지션들이 마약을 복용하는 것은 연예계에서는 다반사의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는 연예 활동이 주는 압박감이 너무 힘겨워 마약을 먹어야만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정상에 서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의존하게 되므로 동등한 위치에서 우정을 나누는 일이 불가능한 탓에 고독감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스타들은 무엇보다 금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방탕한 생활을 하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또 어떤 특정한 약물들은 의식을 확장시켜주고, 그럼으로써 예술적인 창작과정을 고무시키기 때문에 음악가나 작가들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널리 퍼지기도 했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갑작스러운 성공으로 주체하지 못하는 돈과 계속 인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마약을 찾게 되었다는 설명은 마약으로 요절한 슈퍼스타가 연예계에 투신하게 된 강력한 동기와 성공에 대한 그의 집착을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사후적이다. 지은이는 사례 인물들이 슈퍼스타가 된 후가 아니라, 슈퍼스타가 되기 이전의 기원을 더듬는다.

모든 인간은 사랑과 인정을 욕구한다. 뇌 과학에 따르면, 인간은 사랑(혹은 섹스)을 하거나 주위의 인정을 받을 때 엔도르핀(endorphine)ㆍ도파민(dopamine)ㆍ옥시토신(oxytocin)을 비롯한 여러 화학물질이 분비된다고 한다.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이 물질은 인간이 자체 개발한 보상체계(reward system)로 힘든 일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게 만든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그들의 자아도취적인 성격상 어느 누구보다 더 사랑과 인정을 갈구하는데, 안타깝게도 이들에게서는 행복 호르몬을 만들 수 있는 수용체가 빈약하거나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고 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과 “어린 시절에 받은 성폭행이나 무관심 같은 트라우마“로 인해 보상체계가 손상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에디트 피아프

 

이런 종류의 뇌과학적인 설명은 마약과 섹스에 탐닉하는 슈퍼스타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뒤집는다. 슈퍼스타가 섹스와 마약에 빠지는 것은 돈이 많아서거나 인기 유지에 대한 강박을 날려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관객의 사랑을 받으려고 애쓰는 것뿐만 아니라 마약에 중독되는 것도 보상시스템이 충족되지 못한 탓으로 설명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예술가 중에서도 가수와 배우 같은 공연 예술 분야에서 슈퍼스타가 된 사람들은 행복도파민이 활성화되지 않는 생리적 약점 때문에 그것을 만회하고자 발버둥을 친 결과 슈퍼스타가 되었다. “자아도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무대 위의 인생도 이러한 목적에 이용된다. 예술적인 공연의 보답으로 받게 되는 열광적인 박수는 엔도르핀을 얻는 가장 건강한 방법이다. 무대에 오를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다른 방법으로 주위 사람들의 주의를 끌려고 시도한다. 분노를 폭발시키는 연기를 하거나 자살하겠다고 위협하는 식이다. 공격적인 충동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것 역시 보상시스템을 자극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추측된다.”

원제와 같이 이 책의 결론도 간명하다. “스타는 심리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런 장애 때문에 뛰어난 아티스트가 된 것이다.” 지은이는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삶은 전형적인 경계성 성격장애 환자의 그것이었다.”라는 식으로, 자신이 사례로 삼은 인물에 대해 장애 진단을 내리는 것을 서슴지 않는데, 허나 이런 행태는 이들이 타계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경솔하고 무지한 짓이다. 대면과 대담은 물론 당자자의 진료기록 조차 보지 못한 지은이가 어떻게 정신의학적 진단을 쉽사리 단정할 수 있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