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 - 오가와 다카오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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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
오가와 다카오 지음 | 방우현 옮김 | 고트(goat) | 2021년 08월 07일 | 360P
『블루노트 컬렉터를 위한 지침』(고트,2021)을 쓴 오가와 다카오는 1950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의과대학을 졸업했다. 1981년 뉴욕대학 대학원에 진학하여 유학 생활을 했고, 아트 블레이키ㆍ호레이스 실버ㆍ마살리스 형제 등의 뮤지션과 친분을 쌓았다. 외과의로 지내면서 재즈 평론가 평론가 겸 레코드 프로듀서, DJ 활동을 겸했다 1973년부터 수집한 블루노트 컬렉션을 1987년 완성했다.
지은이의 재즈력曆은 보사노바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중2(1964) 때 우연히 접한 스탄 게츠의 수입반 [Getz/Gilberto]가 계기가 되었다. 또래의 학생들에게 인기 있었던 것은 벤처스와 비틀즈였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클래식기타를 연습했던 지은이는 친구들과 함께 벤처스의 카피 밴드를 만들려고 했다. [Getz/Gilberto]를 사서 하루에 두세 번 씩 들었는데, 그때는 게츠가 재즈 뮤지션이라는 것도 몰랐다. 다만 그 앨범에 나오는 찰리 버드의 기타를 따라하려고 노력했으나 코드를 구성하는 화음을 전혀 알아내지 못했다. “코드 세네 개만으로 연주할 수 있는 벤처스나 비틀즈와는 달랐다.”
1964년 7월 15일, 지은이는 경사가 가파른 후생연금회관홀 2층 뒷좌석 끝줄에 앉아 있었다. 형 친구들이 남은 티켓을 줘서 마일스 데이비스의 첫 일본 공연에 간 것이다. “스탄 게츠는 알아도 마일스는 모르던, 1964년 7월의 나였다. 급속히 음악에 깊이 빠져 들어가고는 있었지만, 벤처스, 비틀즈, 보사노바가 이 중학생의 3대 음악이었다. 그러다 차차 재즈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중2말, 그렇게 벤처스 카피 밴드를 만들고, 비틀즈의 곡도 레퍼토리에 넣었다.
3학년으로 올라간 기념으로 큰어머니가 막 수입된 게츠의 새 음반 [Getz Au GoGo]를 사주었다. 이때 처음으로 게츠가 재즈 뮤지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거기에 푹 빠진 지은이는 그의 완전한 재즈가 듣고 싶어졌다, 야마하 긴자점의 점원이 친절하게 게츠의 명반이라며 [At The Opera House]를 추천해 주었다. 그 음반을 듣고서야 1년 반 전에 라이브로 관람한 마일스 데이비스가 ‘재즈계의 제왕’이라 불리우는 엄청난 인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두 달 분의 용돈을 모아서 당시 막 발매된 마일스 데이비스의 [My Funny Valentine]을 샀다. 음반 뒷면에 일본어로 쓰어진 라이너노트를 모두 외울 정도로 탐독했다.
1966년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그해 6월 30일 부토칸에서 있었던 비틀즈의 공연을 보았다. 그리고 몇 주 뒤인 7월 22일, 후생연금회관홀에서 존 콜트레인의 무대를 접했다. 야마하의 점원이 콜트레인의 일본 공연 정보를 알려주며 추천해준 존 콜트레인의 [Giant Steps]을 6월 달에 구입해서 듣고 매료되었던 것이다. 고작 중고등학생이었던 지은이가 다녔던 공연의 질을 보면 놀랍다. 아버지가 동네 의사였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당시 일본이 잘 살았다는 말이다(지은이는 의과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한동안 밴드 활동을 했다).
지은이가 블루노트와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버드 파웰의 [The Armazing Bud Powell Vol.1](1503)을 사면서다(앨범 뒤의 번호는 블루노트 카탈로그의 고유 넘버). 그가 중고등학교 학생일 당시 국내반은 500~800엔이었던데 비해, 수입음반은 그보다 2~5배가 비싼 2,000~3,000엔 사이였다. 블루노트의 모든 타이틀을 수집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1973년 무렵에는 블루노트 오리지널반이라 해도 그다지 가격이 비싸지 않았다. “좋은 시대에 레코드 수집을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부터 레코드를 사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내 컬렉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싹텄다.”
비싼 레코드는 손대지 않겠다고 지은이 나름대로 한도를 정한 것이 처음에는 최대 5만 엔이었으나 점점 늘어나 10만 엔까지 되었고 20만 엔 넘는 것은 절대 안 사기로 했으나 실제로 진귀한 레코드가 있으면 그런 기준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컬렉션이란 부조리한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비싼 레코드는 사지 않겠다’라고 맹세해놓고, 갖고 싶은 음반을 발견하면 자신을 납득시키는 이유를 어떤 식으로든 만들어 사버리고 만다.” 컬렉터들 사이에서 가장 비싼 블루노트반이라고 하는 1568번은 상태가 좋으면 40만 엔에서 50만 엔까지 간다는데, 1568번은 바로 테너 색소포니스트 행크 모블리의 1957년도 녹음 [Hank Mobley]이다.
지은이는 1987년 6월 21일, 그 목표에 도달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목표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도 계속해서 컨디션의 업그레이드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부터도 컨디션이 좋은 것이 있으면 다시 사서 바꾸곤 했다. 그리고 이 작업에는 끝이 없다. 오늘도 블루노트 레코드를 발견하고 체크하는 데 여념이 없다.”
블루노트 1568번 앨범인 행크 모블리의 셀프 타이틀 앨범. 추가 재발매가 이뤄지지 않아 지금도 여전히 초판은 구하기 힘들다.
그런데 일정한 돈을 지불하면 블루노트 컴플리트 컬렉션을 단번에 손에 넣을 수 있다. 아주 계산적으로 생각하면 한 장 한 장 사는 것보다 그렇게 하는 편이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800만 엔으로 LP를 포함해서 거의 완벽한 컬렉션을 손에 넣은 사람이 있다. 지은이가 2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그 몇 배에 해당하는 돈을 쓰고 성취한 것을 한 순간에 손에 넣은 것이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므로 이렇게 사는 방법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 장씩 늘려가는 재미, 컬렉션이 점차 완성되어 가는 성취감 등등을 모두 껴안는 묘미를 맛봤다. 컬렉션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얼마에 샀는지도 중요하지만 나는 그 과정에서 얻은 여러 추억과 친구도 컬렉션 가치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때로는 바보 같은 것에 시간과 돈을 쓰고 있나 싶어 후회하고 괴로워하면서도 컬렉션을 중단하지 않는 것이다.”
30년 만에 블루노트 컬렉션을 일단락 지은 지은이는 새로운 목표를 찾아 나섰다. “비틀즈와 롤링스톤즈의 컴플리트 컬렉션을 시작 했다. 목표는 지금까지 나온 일본, 영국, 미국반을 모두 수집하는 것. 싱글반과 LP반, 그리고 CD, 각종 테이프류, 거기에 샘플반까지 상당히 방대하다. 블루노트 컬렉션을 달성한 덕분에 노하우는 알고 있다. 또 지금은 인터넷으로 세계에 퍼져 있는 컬렉터를 위한 레코드점이나 마니아와도 연락하기 쉬워졌다. 이 컬렉션은 블루노트 이상으로 어렵다. 그것이 재미있다.” 지은이가 밝힌 근황은 왠지 수집가의 만족할 줄 모르는 허기와 공허한 내면을 드러내는 것 같다. 자신의 컬렉션이 “이 거대한 우주의 아주 작은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겸양은 그래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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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노트 1568번 앨범인 행크 모블리의 셀프 타이틀 앨범. 추가 재발매가 이뤄지지 않아 지금도 여전히 초판은 구하기가 아주 힘들다..jpg (File Size: 186.8KB/Download: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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