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험성과 대중성의 기이한 어우러짐' [Offramp] - 팻 메시니 그룹(Pat Metheny Group)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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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ramp] 앨범 작업 당시 라인업, 좌로부터)스티브 로드비, 라일 메이스, 팻 메시니, 나나 바스콘셀로스, 대니 고틀리엡
Pat Metheny Group <Offramp> ECM/1982
Acoustic Bass, Electric Bass – Steve Rodby
Artwork [Cover Graphic] – Gerd Winner
Design – Dieter Rehm
Drums – Danny Gottlieb
Engineer – Jan Erik Kongshaug (except Track 5), Gragg Lunsford (Track 5)
Engineer [Assistant] – Barry Bongiovi
Engineer [Mix] – Jan Erik Kongshaug
Guitar Synthesizer, Guitar, Synthesizer [Synclavier Guitar] – Pat Metheny
Percussion, Voice, Berimbau – Nana Vasconcelos
Photography By [Liner Photos] – Deborah Feingold
Piano, Synthesizer, Autoharp, Organ, Synthesizer [Synclavier] – Lyle Mays
Producer – Manfred Eicher
Recorded October 1981 at Power Station, New York
Mixed at Talent Studio, Oslo
‘실험성과 대중성의 기이한 어우러짐’
PMG 사운드의 첫 시작점!
ECM 레이블 역사상 키스 재럿의 <Köln Concert>의 뒤를 이어 가장 많이 팔린 앨범 중 하나로 손꼽히는 팻 메시니 그룹(이하 PMG)의 <Offramp>는 어떤 면으론 최고의 앨범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히트곡 두 곡(두 곡 이상이 이런 곡들이었다면 아마 프로듀서가 발매조차 하지 않았을) 제외하곤 상업성의 어떤 연결고리도 찾아보기 힘든 음악성을 가진, 일종의 실험작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차라리 나을 것입니다. 더구나 레이블의 음악적 정체성으로 봐도 기존의 ECM에는 그리 어울리는 앨범이 아닙니다. ECM의 카탈로그에서 보자면 이 앨범 이 후, 몇몇(대표적으로 팻 메시니 그룹의 앨범 <First Circle>)을 제외하고는 이런 ‘퓨전’적인 사운드의 앨범은 거의 제작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앨범이 아니었다면 ‘PMG’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약 40여 년간의 시그너처 사운드를 만들어낸 그 밴드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Offramp>는 ‘퓨전’ 재즈의 가장 중요한 밴드 중 하나를 만드는 계기가 된 작품으로, 월드뮤직과 퓨전, 뉴 에이지 등의 새로운 장르의 개척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느 성공적인 퓨전 음반이 그렇듯 음악성을 밀쳐내지 않고도 상업적 연결고리를 잘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약간은 위험한 창의적 라이선스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키스 재럿의 <Köln Concert>앨범과 함께 이례적인 상업적 성공으로 ECM레이블이 자금력을 확보하게 되어 더 많은 음악적 프로젝트에 투자하게 된 계기가 된 음반이기도 하죠.
이 문제작 <Offramp> 앨범 직전에 팻 메시니와 그의 공동 작곡 파트너인 라일 메이스가 1981년 발표한 <As Falls Wichita, So Falls Wichita Falls> 은 음악적으로 그들의 ‘진정한 첫 콜라보레이션’입니다. 확장된 형태의 작곡 형식과 복잡한 오버 더빙의 작업 방식, 새로운 디지털 사운드의 완성도등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왔기 때문에 실험을 위한 실험보다는 표현과 작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뭔가 아쉬운 게 있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마크 이건에서 스티브 로드비로 베이시스트를 바꾸고, 브라질리언 퍼커셔니스트 나나 바스 콘첼로스와 함께 <As Falls Wichita~> 앨범에서 하지 못한 음악적 구상을 <Offramp>로 만회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1982년 당시 발매되었던 7인치 싱글 커버 이미지
아마도 ‘James’ 나 ‘Are You Going With Me?’ 같은 대중적 성향의 곡들의 성공에도 기인하고 있지만, 앨범 자체의 완성도와 음악성도 실험적인 성격을 감안하면 의외의 큰 매력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0분이 겨우 넘는 러닝타임의 비교적 짧은 앨범 안에 프리 재즈(프리재즈의 아이콘 오넷 콜맨을 헌정하는 ‘Offramp’), 브라질리언 스타일(‘Are You Going With Me?, ’James’), 챔버 재즈 스타일(‘Au Lait’), 엠비언트 인터루드 스타일 발라드(‘Barcarole’, ‘The Bat Part II’) 그리고 ‘댄스 재즈 록(?) 스타일의 ’Eighteen’... 마치 전혀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이유에서인가 매우 친화적으로 잘 지내는 공동체처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음악들이 묘하게 ‘공생’하고 있는 이 앨범의 퀄리티는 한편으론 좀 특이하게 들리기까지 합니다. 이후의 PMG 앨범들(<First Circle> (1984, ECM)”, <Still Life(talking)> (Geffen, 1987), <We Live Here> (Geffen, 1995)은 매우 잘 정리된, 완성도 높은 ‘PMG’의 시그너처 사운드를 탄생시키고 그룹의 본격적인 성공가도를 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 PMG 사운드의 탄생, 그 시작점은 다소 성격이 달라보일지언정 확실히 앨범 <Offramp>부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들이 팻 메시니와 라일 메이스의 공동 작업으로 이뤄진 결과물로 표기되어 있는데(두 곡에 나나 바스콘셀로스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첫 곡 ‘Barcarole’ 은 필자가 보기에 아마도 라일 메이스가 만든 곡으로 보입니다. 일단 제목이 쇼팽을 연상시키고 있고, 곡의 코드진행과 형식적 비대칭성을 보면 팻 메시니의 작곡 스타일과는 차이를 보입니다. 이 곡은 사실, 다음 곡 ‘Are You Going With Me?의 전주로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전주치고는 좀 길지만, 본 곡과 대조되는 느낌과 빌드 업(Build Up)되는 적당한 긴장감을 나타내면서 앨범을 시작하기엔 아주 적당해 보입니다. 거기에 초창기 디지털 샘플사운드의 싱클라비어 신서사이저 리듬 비트와 롤랜드 기타 신서사이저 멜로디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곧 이어질 나나 바스콘셀러스의 브라질리언 퍼커션과 프로팻 신스 코드 패드 사운드에서 조금 더 편안함을 되찾게 됩니다.
그리고, 단순 반복의 미학(?)과 이국적 보사노바의 친숙함 위에, 그보다 더 친숙한 화성적 형식과 작곡된 듯 아닌듯한 즉흥연주 솔로의 기타 신서사이저가 반 키씩 코드진행을 올려가며(이건 제가 보기에 팻 메시니의 아이디어가 확실한 것 같습니다) 펼치는 인터플레이는 아마 많은 분들이 이 앨범의 백미로 인식하고 있으시겠지만, 사실 그건 실제 이 앨범이 가진 진짜 매력의 절반도 안되는 순간입니다.
이 곡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기타 신서사이저라는 악기 사운드를 경험하기 가장 좋은 트랙이기도 합니다. 이 앨범에서 첫 선을 보인 기타 신서사이저는 이제는 명실공히 아티스트 팻 메시니의 시그너처 사운드이기도 한데, 다이내믹 레인지가 부족한 디지털 사운드(더군다나 기술적으로 매우 초창기 시절)를 아티큘레이션과 프레이징으로 음악적 악기처럼 사용해내고 있습니다. 너무 특정적이고 개성적이라 다른 기타리스트는 이 악기를 시도하는 순간, 바로 ‘메시니 코스프레’가 되는 단점도 있습니다.
다음 곡 ‘Au Lait’는 라일 메이스의 곡으로, 앞으로 약 30여 년간 듣게 될 ‘PMG”의 시그너처 사운드의 절반이 바로 이 트랙에서 나오게 됩니다. 3,4,6,7박자의 프레이징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굴곡의 이음새를 전혀 느낄 수 없는, 흐르는 듯한 리듬위에 나나 바스콘셀로스의 보컬과 베림바우 사운드는 클래식음악, 월드뮤직과 재즈의 완벽한 교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크로매틱 멜로디의 단조로움을 숨기고 변화하는 하모닉 리듬에 따라 모티브를 2차원에서 4차원의 공간으로 연출해내고 있는 특징과 화성의 독창성에 팻 메시니의 몽환적인 재즈기타 톤까지, 어쩌면 이 앨범의 숨은 진짜 주인공은 이 곡 ‘Au Lait’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 입니다.
올 초 고인이 된 라일 메이스의 음악성은 사실 빌 에번스, 허비 행콕, 칙 코리아, 키스 재럿을 연결하는 재즈 피아니스트의 계보를 유지했으나, PMG 활동을 자신의 음악적 아웃렛으로 활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비교적 로우 키(Low Key)를 유지한 편이며, 말년은 은둔에 가까운 활동으로 다소 아쉽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앨범들과 PMG의 곡들은, 라일 메이스가 없었다면 그 절반의 결과도 못 내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ECM 레이블의 앨범 프로덕션 스케줄은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2일간 녹음하고, 하루 동안 믹스다운의 포스트 프로덕션을 통해 완성해 냅니다. 이 앨범 <Offramp>역시 이렇게 타이트한 스케줄 속에 만들어지다 보니 복잡한 편곡과 구성이 완벽하게 리허설된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가지기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넓은 스펙트럼의 곡들과 다양한 스타일을 ‘말이 되게’ 구성하는 트랙 순서와 사운드 엔지니어의 믹싱 등도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원래 베이시스트였던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와 기타리스트 출신인 엔지니어 얀 에릭 콩샤우의 투명한 역할도 앨범의 중요한 조력이 되었을 거라 짐작됩니다.
‘Eighteen’은 앨범의 색감과 무게감을 다소 바꿔 보려 소위 ‘밝고 흥겨운 곡’을 담아내었으며 전형적인 프리 재즈의 에너지를 담은 다음 곡 ‘Offramp’ 강렬함을 상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 앨범 이후 몇 년뒤 오넷 콜맨과 작업하게 되는 앨범 <Song X>의 전조작업으로, 이곡은 이미 몇 년 전 마이클 브레커, 듀이 레드먼과 함께한 앨범 <80/81> 공연 때 종종 연주되곤 했습니다. 그리고 기타 신서사이저의 독특한 질감이 아주 잘 묻어나는 곡이기도 합니다. 이 앨범의 커버 사진으로 사용된 ‘급좌회전’ 표시처럼, 다음 곡도 다시 여기에서 180도 방향을 틀고, 라틴성의 가벼운 그루브로 시작하는 산뜻한 ‘James’가 연주됩니다. 포크 싱어송라이터 제임스 테일러에게 헌정하는 이 곡은 앨범의 구성에서 묘하게도 잘 들어맞는, 그리고 역시 상업적, 대중적 감수성을 가진 곡으로 향후 많은 팬들에게 팻 메시니의 대표적인 넘버중 하나가 됩니다. 마지막 곡 ‘The Bat Part II’ 역시 앨범 <80/81>에 담긴 동명의 곡 두 번째 파트로 첫 곡의 사운드와 형식에 대해 수미상관을 이루며 클로징 넘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PMG 음악 전반에 걸쳐, 이런 류의 발라드는 주로 팻 메시니의 작곡 스타일이고, 라일 메이스는 좀 더 모던하고 각진, 하지만 매우 독창적인 스타일을 많이 남겼습니다. 이런 다양함과 스펙트럼의 밸런스를 <Offramp>에서 잘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탁월한 음악성을 절충이나 노골적인 타협 없이 상업적 사운드에 성공적으로 잘 올려서 만들어낸 뛰어난 결과물이 바로 이 작품 <Offramp>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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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Offramp 앨범 작업 당시 라인업, 좌로부터 스티브 로드비, 라일 메이스, 팻 메시니, 나나 바스콘셀로스, 대니 고틀리엡.jpg (File Size: 150.8KB/Download: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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