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 모든 것 쏟아낸 찬란한 즉흥 연주, 마법 같은 듀오 [People Time] - 스탄 게츠 & 케니 배런 (Stan Getz & Kenny Barron)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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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탄 게츠 & 케니 배런 (Stan Getz & Kenny Barron)
<People Time> Emarcy/1992 (Original Release)
Piano – Kenny Barron
Tenor Saxophone – Stan Getz
Producer – Jean-Philippe Allard
Recorded By, Mixed By – Johnnie Hjerting
Supervised By [Prepared For Release] – Daniel Richard
Liner Notes – Alain Gerber
Liner Notes [October 1991] – Charlie Haden
Liner Notes [September 1991] – Kenny Barron
Mastered By – Dave Collins
Photography By [Cover] – Phoebe Ferguson
Photography By [Liner] – Gorm Valentin
Digitally recorded live on March 3-6, 1991 at the Café Montmartre, Copenhagen.
Mastered at A&M Studios, Hollywood, California
CD 1
1-1 East Of The Sun (And West Of The Moon)
1-2 Night And Day
1-3 I'm Okay
1-4 Like Someone In Love
1-5 Stablemates
1-6 I Remember Clifford
1-7 Gone With The Wind
CD 2
2-1 First Song (For Ruth)
2-2 (There Is) No Greater Love
2-3 The Surrey With The Fringe On Top
2-5 Softly, As In A Morning Sunrise
2-6 Hush-A-Bye
2-7 Soul Eyes
1992년도 발매될 당시 오리지널 앨범 커버
생의 마지막 모든 것 쏟아낸
찬란한 즉흥 연주, 마법 같은 듀오!
글/재즈 기타리스트 정수욱
라이브 음악의 현장성, 즉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연주자와 청중간의 가장 직접적이고 농밀한 교감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실제로 음악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밀도 높은 순간입니다. 또한 이 무대와 청중사이의 거리는 진짜와 가짜가 여실히 구분되는 순수한 물리적 공간이기도 하죠. 소위 이 ‘직관’의 경험은 그 어떤 것보다 아날로그적이며(아날로그의 상징적 매체로 소개되는 바이닐조차 비교 되지 않는), 또 동시에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연유로 인해 음악 팬들에게 이 팬데믹의 끝자락은 매우 반갑게 느껴지는 상황일 겁니다)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 같은 뮤지션들도 인터뷰나 워크숍 등에서 말하길, 앨범을 듣기보단 노장 연주가들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는 게 더 중요한 음악적 경험일 거라 종종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또 공연의 연주들이 다른 후처리나 보정 없이 온전히 기록되어(실시간이 아닌 경우는 녹음을 통해), 다른 시간과 장소의 청중에게 전달되는 것은 직접 관람하는 것 다음으로 가까운 접촉이라고 할 수 있기에, 실황 앨범들의 의미는 스튜디오 앨범들이 가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으로 나마 전달해주는 좋은 차선책이라고도 할 수 있죠. 어찌 보면, 유튜브 같은 주요 인터넷 미디어들이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라이브의 현장성을 영상과 함께 ‘간접 체험’케 해준다는 점일 겁니다.
병마도 초월한 스탄 게츠의 음악세계
색소포니스트 스탄 게츠는 1987년도에 처음 간암 진단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후에도 자신의 밴드와 함께 계속 공연을 가졌고 앨범도 계속 발표했죠. 그러나 1988년도부터는 결국 공식적인 연주 활동을 대부분 중단하게 되며 1990년부터는 병세가 더 악화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육체적, 정신적인 부담이 아주 큰 상황에서도 그는 색소폰을 결코 손에서 놓지 않았고 1990년 다시 현역으로 복귀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시작합니다. 피아니스트 케니 배런과 듀오로 연주된 라이브 레코딩 <People Time> 도 바로 그 시기 마지막을 장식하는 결과물인데, 당시 메인스트림, 이른바 스트레이트한 하드 밥, 포스트 밥 재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다시 부활했고, 스탄 게츠의 음악은 젊은 세대의 청취자들에게 새롭게 발견되고 주목 받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미 70~80년대부터 새로운 음악적 동력을 장착하기 시작했었죠. 당시 젊은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 짐 맥닐리, 케니 배런을 밴드 메이트로 섭외하며 새로운 시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그는 베이시스트 조지 므라즈, 마크 존슨, 루퍼스 리드, 드러머 빅터 루이스 같은 연주자들과 함께 젊고 에너지 넘치는 쿼텟 라인업을 구성해 커리어 후반부를 멋지게 빛내줄 수작들을 잇달아 만들어내기 시작하는데 <Pure Getz>, <Voyage>, <Anniversary>, <Serenity>, <Soul Eyes> 는 바로 이 시기에 녹음, 발표된 그의 후반기 주요 대표작들이죠. 당시 스탄 게츠는 젊은 시기와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연주의 퀄리티가 아주 훌륭했는데, 여기엔 케니 배런의 절묘한 서포트가 아주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필자의 견해입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음악적 파트너십과 연주의 지속적인 상호교감은 1991년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클럽 몽마르트에서 펼쳐진 라이브 실황을 담아낸 <People Time>에서 정점에 다다르게 되죠. 젊은 시절 오랜 기간 약물 남용 및 음주로 인한 간암으로 이 당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새로운 에너지와 목적의식으로 음악에 접근했습니다. 거기에 더할 나위없는 조력자까지 곁에 두고 있었기에 금상첨화였죠 (그러나 스탄 게츠의 놀랍도록 영감 넘치고 아름다운 연주와는 별개로 그의 건강은 이미 최악에 다다라 있었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 스탄 게츠는 보사노바를 대변하는 공전의 히트작 <Getz/Gilberto>로 일찌감치 스타가 되었지만 사실 이 작품으로 인해 그의 진면목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측면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일단 기술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숙련되고 독창적인 톤과 자기만의 오리지널 프레이즈를 가진 색소폰 연주자였으며 또한 그의 음악 스타일은 쿨 재즈와 보사노바에만 머무르지 않고 재즈의 본령인 비밥과 하드 밥, 포스트 밥을 두루 아우르는 가운데 계속해서 깊이있게 진화하고 확장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앨범 <People Time> 은 스탄 게츠의 경력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작품이지만 음악적으로는 분명 그의 커리어를 통틀어 최고지점에 있으며, 심각한 육체적 고통까지도 음악으로 승화시켜내고 있음을 증명하는 놀라운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간략한 작품 설명
앨범은 두 장의 CD로 구성되어 있는데, 스탄 게츠가 세상을 떠난 해인 1991년 3월 3일부터 6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의 재즈 클럽 몽마르트에서 진행된 4일간의 공연(하루에 두 세트 씩 진행되었는데 마지막 날인 6일은 스탄 겟츠의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부득이하게 마지막 두 번째 세트 공연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을 녹음하고 이 중, 좋은 테이크들을 묶어서 2장의 앨범으로 발매하기로 합니다. 공연은 아주 성공적이었고, 녹음된 연주들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 공연 녹음 후, 정확히 석 달 뒤인 6월 6일, 스탄 게츠는 지병인 간암으로 세상을 뜨게 됩니다. 이 녹음은 이듬해인 1992년도 초에 발매되었는데, 처음에는 유럽에서만 반응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고 미국 다운비트나 재즈타임즈에서 그해 최고의 재즈 앨범중 하나로 이 작품을 선정하게 되면서 이 앨범은 '90년대 재즈 신을 대표하는 명 듀오 라이브 앨범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첫 트랙 ‘East of Sun(and West of The Moon)’ 는 공연의 마지막 날(4일차) 첫 세트의 곡으로 스탄 게츠와 케니 배런 두 사람의 장난스럽고 에너지 넘치는 음악적 교류를 특징으로 합니다. 두 뮤지션은 음악적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흥미진진한 대화를 계속 만들어냅니다. 특히, 케니 배런의 유려하기 그지없는 스윙감은 스탄 게츠의 서포트에서 주인공으로 등극하는 순간을 오버랩 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이 트랙은 앨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며 거장이 가볍게 손을 풀듯 이 오래된 스탠더드를 연주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려는 듯 음악을 풀어냅니다. 이 라이브에서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지점은 ‘Night and Day’나 앨범 타이틀 트랙 ‘People Time’ 같은 곡에서의 케니 배런입니다. 그의 피아노 반주는 기품 있고 우아하면서 동시에 절제되어 있으며, 솔로들은 에너지와 서정의 완벽한 밸런스를 들려줍니다. 이전 시대의 재즈 반주와 이후 컨템포러리한 시기의 접근 사이 변화해가는 과정에 위치한 하나의 정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케니 배런의 피아노 반주는 결코 스탄 게츠의 테너 영역을 과하게 침범하지 않는 가운데 자신의 이야기를 모자람 없이 충분하게 풀어내고 있으며 그로 인해 스탄 게츠의 즉흥연주는 더 멀고 깊은 곳까지 나갈 수 있게 됩니다. 두 명의 선후배 뮤지션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운 음률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죠.
전체 14곡의 연주가 어디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유려하고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미감을 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앨범의 백미는 단연 이 작품의 명성을 국내에서 드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아름다운 발라드 ‘First Song’일 겁니다. 이 곡은 또 다른 재즈 레전드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이 자신의 아내를 위해 만든 곡으로, 이 곡을 들은 스탄 겟츠가 무척 마음에 들어 자신의 연주 레퍼토리로 넣게 됩니다. 이 곡에서 그의 색소폰 연주는 일견 내성적이고 차분한 가운데 각 음에 감정의 깊이와 표현은 시적이며 때론 의미심장하기 까지 합니다. 또한 케니 배런의 섬세하고 이지적인 피아노 연주는 반주로서의 진수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는 가운데 두 뮤지션은 트랙 전체에서 섬세하고 밀도 높은 감성의 교감을 보여줍니다. 스탄 게츠의 색소폰은 중간 중간 다소 힘겨운 느낌으로 연주하다가 자신의 솔로 파트를 케니 배런에게 넘기는 순간들이 스쳐지나가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의 당시 건강과 감정적 상황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곡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의 오랜 팬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스탄 게츠는 말년 암 투병기간을 제외한 시기 내내 약물 문제를 겪었습니다. 1950년대에 헤로인을 일찌감치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의 중독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화되어 수차례 경찰에 체포되었고 건강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그의 약물 사용은 생활과 경력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그는 재활에 여러 번 참여했지만 중독을 극복할 수 없었고 약물 사용은 그의 건강과 수행 능력에 계속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음악을 연주하고 녹음했습니다. 스탄 게츠의 마약 문제는 종종 재즈의 인사이드 스토리마냥 신화적으로 회자 되곤 하지만 중독의 위험에 대한 경고이며 마약이 사람의 삶에 미칠 수 있는 파괴적인 영향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First Song’에서 느낄 수 있는 연민과 안타까운 느낌들은 이것들이 얼마나 감상적이고 낭만적일 수 있는지도 보여주는 일종의 이중성, 이율배반적인 느낌마저 전해주기도 합니다.
한편, 1992년 처음 발매된 이 작품이 17년이 지나 2009년도에 당시 몽마르트 클럽에서 열렸던 4일간의 라이브 실황 전체를 모두 담아 무려 7장짜리 컴플리트 레코딩으로 이 라이브를 통째로 발표한 바 있었는데, 여기엔 테너 주자 스탄 게츠의 모든 것이 담긴 엄청난 감동의 인터플레이와 솔로들, 유머 섞인 마지막 멘트들, 그리고 통증을 느끼는 가운데 마지막 숨결들이 느껴지는 굴곡진 테너 소리들이 전해주는 서정과 애처로운 연민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행운 아닌 행운’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다수의 레퍼토리들이 3차례 이상 반복되어 연주되지만 즉흥연주로 인해 연주의 분위기 및 전개는 같은 곡이라도 사뭇 달라져 있는데 이를 찾아 비교해보는 재미도 확인할 수 있죠.
2009년도에 발매된 몽마르트 라이브 클럽 전체 연주를 모두 담아낸 컴플리트 박스셋!
이 작품이 끼친 영향력, 파급효과
80~90년대 재즈 시장은 ‘리바이벌’, 요즘으로 치면 레트로 붐 속에서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업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었고 그 결과 대중들에게 적잖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물론 1991년이면, 이미 음악 산업은 디지털로의 전환이(LP나 카세트 보다 CD가 더 많이 팔리기 시작하던)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때이고, 스탄 게츠의 경우도 환갑을 넘은 나이인데다 마이클 브레커나 밥 버그, 브랜포드 마살리스 같은, 당시로선 무척 젊고 힙한 재즈 색소폰 주자들을 위시한 세대교체도 점차 이루어져가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베테랑 연주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차갑지 않았으며 오히려 때에 따라 그들을 더 메이저 영역으로 끌어오려는 느낌마저 주곤 했죠, 이런 80년대 이후 재즈의 중흥은 재즈 교육 프로그램 덕에 성장한 젊은 세대와 재즈 페스티벌과 소규모 클럽 등의 관심으로 시작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중의 눈에서 멀어졌던 몇몇 재즈 전설의 귀환이 함께 맞물려 나가게 되죠. 확실히 이 시대는 전통적인 재즈 형식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몇몇 재즈 거장들의 극적인 부활로 특징지어졌습니다. 스탄 게츠, 아트 블레이키, 덱스터 고든, 조 핸더슨으로 대변되는 이들 백전노장들의 컴백은 재즈 신의 분위기를 고무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쳤으며, 많은 재즈 전설이 성공적인 컴백을 하고 더 많은 청중에게 다가가면서 재즈 음반 시장의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런 부흥은 또한 장르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으며 새로운 세대의 젊은 재즈 뮤지션을 위한 길을 열어 주었죠 재즈 역사와 음악 산업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도 이 작품 <People Time> 은 시대와 장르, 스타일을 초월해 가장 영향력 있는 재즈 듀오 녹음 중 하나로 간주됩니다. 또한 이 앨범의 친밀하고 다정하면서 섬세하고 정감 넘치는 연주 스타일은 이후 등장하는 후배 재즈 뮤지션들에게 듀오 연주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탐구하도록 이끌고 영감을 주었죠.
두 거장의 음악적 케미스트리와 개개인의 개성과 강점이 이번 앨범에서 고스란히 드러났으며, 세대를 초월한 아름다움과 세련미가 수록된 트랙 곳곳에 깃들어, 마치 생의 마지막 터널 속에서 잠깐 동안 다시 부활하듯, 재즈 역사를 빛낸 아이콘 중 한명인 스탄 게츠의 테너 사운드와 연주는 음악의 깊이와 재즈의 가장 본질적인 즉흥언어의 다채로운 표현들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핵심 요인이며, 이런 점들이 본 작을 90년대를 빛낸 명 라이브 앨범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끔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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