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밥 속 숨겨져 있던 현대 재즈의 단초! [Bop-Be] - 키스 재럿(Keith Jarret)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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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Jarrett <Bop-Be>
(Impulse/ IA-9334)
Piano, Soprano Saxophone, Percussion – Keith Jarrett
Bass – Charlie Haden*
Tenor Saxophone, Suona [Musette] – Dewey Redman
Drums, Percussion – Paul Motian
Mastered By – John Golden
Producer – Esmond Edwards
Recorded By – Tony May
Remix [Engineer] – Barney Perkins
Recorded at Generation Sound Studios, New York, N.Y. 1977. 9
Remixed at The Burbank Studios, Burbank, California.
Mastered at Kendun Recorders, Burbank, California.
Release 1978
1 Mushi Mushi
2 Silence
4 Pyramids Moving
6 Blackberry Winter
7 Pocket Full of Cherry
비밥 속 숨겨져 있던 현대 재즈의 단초!
1971년, 당시 스물여섯 살의 젊은 청년 키스 재럿 앞에 놓여진 음악 세계는 너무나도 광활했습니다. 그 해에부터 솔로이스트로 혹은 밴드 리더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그의 항해는 기존의 재즈와는 확연히 다른, 재즈의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었죠.
주지하다 시피 키스 재럿은 그 이전 대략 6년 동안 아트 블레이키와 재즈 메신저스, 찰스 로이드 쿼텟, 마일스 데이비스 록 퓨전 밴드를 통해서 재즈의 엘리트 코스를 거쳐 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거쳐 온 경력 너머의, 보다 다양한 세계를 품으려고 했으며 그것은 허비 행콕, 칙 코리아, 게리 버튼과 같은 1940년대 생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던 현상이기도 했죠.
’60년대 말, ’70년대 초 키스 재럿의 음악 속에는 몇 가지 요소들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중 첫 번째는 빌 에번스의 피아니즘에서부터 오넷 콜먼의 아방가르드에 이르는 ‘재즈적 요소’들이었죠. 당연하게도 재즈는 예나 지금이나 그의 음악적 요소의 가장 중요한 기초였습니다. 하지만 재럿은 오로지 재즈만을 자신의 자산으로 삼지 않았으며 재즈를 바탕으로 밥 딜런, 지미 헨드릭스의 포크와 록 음악을 수용했으며 여기에 아프리카, 중동지역의 민속음악 그리고 자신의 피아노의 기초가 되었던 고전 클래식 음악까지를 포섭하려고 했습니다. 이는 대단히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이죠.
그의 밴드 편성도 다양했습니다. ’67년부터 시작된 그의 트리오(찰리 헤이든, 폴 모션)는 ’71년 테너 색소폰 주자 듀이 레드먼을 영입하면서 소위 ‘아메리칸 쿼텟’으로 발전했고(여기에는 간헐적으로 기타리스트와 타악기 주자들이 더해졌습니다) ’74년부터는 유럽 연주자들로 구성된 ‘유러피언 쿼텟’을 동시에 운영했습니다(얀 가바렉, 팔레 다니엘손, 욘 크리스텐센). 그러면서도 그는 타악기와의 이중주(잭 디조넷), 오케스트라, 현악 앙상블, 금관 앙상블과의 녹음을 지속적으로 시도했고 그 무엇보다도 피아노 솔로 즉흥연주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시도이자 동시에 괄목할만한 성과였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편성과 음악적 성격의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음반사들을 통해 녹음이 이뤄졌는데. ’60년대 처음으로 그와 녹음하던 애틀랜틱은 물론이고 ECM, 컬럼비아, 임펄스 등 ’70년대 초 진취적인 재즈를 원하던 대표적인 음반사들은 대부분 키스 자렛과 함께 협업을 했었죠. (1970년대 들어 그는 1년에 앨범 3~4장을 녹음하는 왕성한 창작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좌로부터) 듀이 레드맨, 폴 모션, 키스 재럿, 찰리 헤이든
키스 재럿의 ‘아메리칸 쿼텟’은 1971년 7월에 녹음된 석 장의 앨범 <Mourning of a Star>, <El Juicio>, <Birth>(이상 애틀랜틱), ’74년 10월에 녹음된 두 앨범 <Death and the Flower>, <Back Hand>(이상 임펄스), ’76년 5~6월 장시간의 즉흥연주를 담은 <The Survivors’ Suite>, <Eyes of the Heart>(이상 ECM)을 포함해 대략 7년 동안 모두 열 넉 장의 앨범을 녹음했습니다. 그 중 <Bop-Be>는 <Bya Blue>와 함께 ’76년 10월에 녹음된 두 장의 앨범 중 하나며 ‘아메리칸 쿼텟’의 실질적인 마지막 녹음이기도 합니다.
‘아메리칸 쿼텟’의 마지막 녹음들에는 그간 축적되어 왔던 키스 재럿의 음악적 성향들이 그대로 담겨 있는데. ‘Bya Blue’, ‘Fantasm’(이상 폴 모션의 작품), ‘Mushi Mushi’(듀이 레드먼), ‘Pocket full of Cherry’(찰리 헤이든) 등은 오넷 콜먼 작풍의 프리재즈이며 반면에 ‘ Rainbow’(당시 재럿의 아내 마고 자렛의 작품), ‘Trieste’(폴 모션), ‘Blackberry Winter’(알렉 와일더)와 같은 곡들에서는 빌 에번스의 전통을 잇는 인상주의적 피아니즘이 돋보입니다. 아울러 ‘Konya’, ‘Yahllah’(이상 폴 모션), ‘Pyramids Moving’(듀이 레드먼)은 민속음악의 성격이 아주 강하게 나타나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럿은 두 장의 앨범을 동시에 녹음하면서 두 음반의 성격을 뚜렷이 구분 지었는데 <Bya Blue>에는 아내 마고 자렛의 한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폴 모션의 작품으로 채운 반면에 <Bop-Be>에는 본인의 곡과 레드먼, 헤이든의 작품을 배치했는데 그렇게 해서 각 앨범들은 통일된 성격으로 구분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Bop-Be>는 재럿이 기존의 앨범들에서 잘 들려주지 않았던 뚜렷한 성격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앨범의 제목이 암시하듯이 바로 비밥에 대한 접근이었죠.
트리오로 연주된 재럿의 작품 ‘Bop-Be’는 A-A-B-A 형식의 전개가 매우 뚜렷해 마치 찰리 파커의 작품을 듣는 것과 같은 정통적인 비밥 넘버를 연상시키며(이 얼마나 아름다우며 논리적인 비밥 멜로디의 향연인가) 이어지는 레드먼의 4중주 작품 ‘Gotta Get Some Sleep’ 역시 뗄로니어스 멍크의 곡처럼 산도(酸度) 높은 비밥의 향으로 코끝을 자극합니다. 이 두 곡에서 스윙으로 가득 찬 베이스 라인을 들려주는 헤이든은 이후 다른 연주에서 이와 같은 느낌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아마도 쉬이 가질 수 없었을 겁니다.
이렇듯 ’70년대 그의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은 결과적으로 보자면 ’80년대 들어서면서 독특한 음악 속으로 풍부하게 녹아들어 가게 되었는데 그 바탕에는 ’83년도에 결성된 ‘스탠더드 트리오’(게리 피콕, 잭 드조네트)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스탠더드 트리오’는 본작에서처럼 비밥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뤄질 수 없었을 작업이었습니다. 아울러 이 트리오를 통해 재럿은 그 어떤 스타일을 연주하든 자기만의 것, 한 차원 높게 완성된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것은 분명히 비밥에 관한 뚜렷한 천착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허비 행콕의 경우 당연히 그의 출발이었던 재즈의 이 본질적인 요소들이 키스 재럿에게는 반대로 마지막 완결의 요소로 필요했던 것이죠.
키스 재럿의 비밥 레퍼토리에 대한 재조명은 다시금 전위와 전통의 간극을 이어주게 됩니다. 그들의 연주는 비밥과 아방가르드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면서 서로를 발전시켜 준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으며 그것은 이미 스티브 레이시, 그리고 비슷한 시기 폴 블레이, 칙 코리아, 데이드 머레이를 통해 여러 번 강조되었죠. 폴 모션 역시 ’80년대부터 ‘일렉트릭 비밥밴드’를 결성해 비밥 레퍼토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었고요.
만약 이러한 시도들이 없었다면 비밥은 위대한 과거의 유산 정도로 고루하게 남았을 것이고 아방가르드는 갈 길을 잃고 공중분해 되었을 겁니다. 키스 재럿의 유산을 놓고 보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90년대에 등장한 브래드 멜다우의 노선은 재럿 없이는 불가능했을 거라고 봅니다. 분명 멜다우가 들려준 ‘트리오의 예술’은 자렛의 ‘스탠더드 트리오’를 단적으로 계승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그 단초는 상대적으로 감춰진 재럿의 이 앨범 <Bop-Be>에서 시작되었다고 봐도 좋을 겁니다. 글/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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