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월한 음악적 상성, 밀도 높은 케미스트리 [Charlie Haden and Jim Hall] - 찰리 헤이든, 짐 홀(Charlie Haden and Jim Hall)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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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ie Haden & Jim Hall <Charlie Haden & Jim Hall>
Bass : Charlie Haden
Guitar : Jim Hall
Recorded for Jazz Beat at the Montreal International Jazz Festival live in concert on July 2, 1990
Mastered at Battery Studios, NY
듀오 인터플레이 미학의 최정점
탁월한 음악적 상성, 밀도 높은 케미스트리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
재즈에 있어 듀오는 상대 연주자와의 상호 인터플레이를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편성입니다. 일단 자신의 표현에 있어서도 솔로에 버금가는 내용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또한 이를 협연자와 함께 공유하고 끊임없이 대화해 나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듀오만큼 이상적인 포맷이 없죠. 물론 여기엔 서로간의 음악적 상성이 잘 맞아야한다는 전제가 당연하게도 붙는데, 그렇기 때문에 위대한 임프로바이저들은 적어도 자신의 커리어에서 좋은 협연자를 만나 반드시 몇 종의 듀오 작업을 해오곤 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될 인물들이 바로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과 기타리스트 짐 홀이 아닌가 싶어요. 이들은 재즈사에서 다른 어떤 아티스트보다 듀오의 미학을 가장 지속적이고 건실하게 시도, 운용해온 뮤지션들입니다. 각자가 지금까지 발표해온 자신의 디스코그래피에서 10여장, 많게는 20여장 정도의 듀오 협연작을 발표해왔으며 이중 상당수가 재즈사에 의미가 있는 명작, 명연들로 평가받고 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듀오 작업에 지속적인 애착을 갖고 있던 두 명인이 함께 작업한 앨범이, 지금 여러분들께 소개할 이 작품 이전까지 단 한장도 없었다는 사실은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 실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이 작품 이전까지 공식적으로 공개인 레코딩 협연은 짐 홀의 2001년작인 <Jim Hall & Basses>에서 ‘Don't Explain’ 한곡에 찰리 헤이든이 참여해 함께 연주를 남긴 게 전부였죠. 그럼 서로간의 음악적 대화가 잘 안 맞거나 아님 인간적인 교감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탓으로 그리 된 것까요? 하지만 여러 자료와 주변 정황들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그것도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비록 자주는 아니었지만 이들은 지금까지 다수의 라이브 세션을 함께 해왔으며, 듀오 라이브도 살아 생전 몇 차례 가졌었더군요. 그런데 발매된 음반은 본 작 외엔 하나도 없었던 겁니다. 게다가 이 작품 역시 애초 녹음된 시기인 1990년 보다 24년이나 지난 2014년도에 지각 발매되었죠. 아마도 여기에는 각자 프로젝트와 더불어 소속 회사들간의 레코딩 계약관련 문제가 엮여있지 않을까 추측되는데, 아무튼 지난 2014년 임펄스 레이블을 통해 발표되었던 이 라이브 앨범은 공식적으로 이 두 사람의 유일한 협연작으로 기록되며 그만큼 역사적인 가치와 음악적인 의미 모두 큰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 참고로 2002년 독일 베를린에서의 라이브 실황이 음반으로 발매된 적이 있었지만 이 작품은 정규반이 아닌 부트렉이라서 공식적인 집계에서는 제외됩니다 -
이들은 상당히 비슷한 음악적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생전 테크니컬한 속주를 즐기지 않았으며, 한음 한음을 선택, 연주하는데 마치 작곡을 하듯 아주 신중하게 연주했습니다. 그리고 기계적이고 관습적인 플레이를 극도로 지양했으며, 무엇보다도 전체 프레이즈의 아름다움과 창조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연주에 임하는 마인드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현대적인 이론과 방식들을 잘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윙과 비밥, 블루스 같은 재즈의 전통적인 미학에 항상 중요한 가치를 두고 있어서 그간 각자가 협연해왔던 다른 연주자들 이상으로 뛰어난 결과가 나올 여지가 충분한 조합이라고 볼 수 있죠.
이 라이브 앨범에 담겨져 있는 음원은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캐나다의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에서 가졌던 실황이며 찰리 헤이든은 이 페스티벌의 메인 아티스트이자 음악감독으로 자신이 직접 프로그램을 주관해 무대를 꾸며온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에겐 1989년도 ‘Montreal Tapes’ 라는 타이틀로 발매된 라이브 앨범으로 잘 알려진 이 페스티벌 실황은 이미 별도의 박스 셋으로 발매되어 있기도 한데, 바로 이 무대에서 이듬해인 ‘ 90년 기타리스트 짐 홀과 한 차례 공연을 가졌던 겁니다. 이 당시 이들은 음악적으로나 연주력에서나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시기였으며, 무엇보다 경험과 통찰력이 모두 충분히 갖추어져 있던 때였죠. 당시 짐 홀은 예순, 찰리 헤이든은 쉰 셋의 나이였는데 이 당시 각자의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봐도 이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온화함과 심오함 겸비한 명연
델로니어스 멍크의 ‘Bemsha Swing’ 으로 시작하는 이들 듀오 연주는 찰리 헤이든의 오리지널이자 명 발라드로 손꼽히는 ‘First Song’에서 시종일관 정갈하고도 탁월한 멜로디라인을 유기적으로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두 사람의 조합이 역시나 기대했던 것만큼 훌륭함을 확인시켜 줍니다. 그런가하면 오넷 콜맨의 블루스 넘버 ‘Turnaround’ 에서는 서로의 소리를 충분히 감싸 안고, 또 차분하고 정감있게 독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스탠더드 넘버 ‘Body & Soul’ 에서부터 이들의 밀도높은 명연이 이어지는데, 인트로의 길고 진중한 찰리 헤이든의 솔로와 배킹에서 자연스레 이어지는 짐 홀의 기타 솔로는 이들 듀오의 음악적 핵심을 여지없이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짐 홀의 기타는 가장 교과서 적이면서 동시에 지금 시대 후배들이 갖지 못한 여유와 깊이가 무엇인지를 진솔하고도 담백하게 보여줍니다. 평소 다른 기타리스트들과 달리 기타 악세서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걸로 유명한데, 별다른 이펙트의 사용 없이 앰프를 통해 흘러나오는 내추럴한 기타 톤만으로도 충분히 공간을 채워낼 수 있다는 게 반복해 들을수록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이들 두 사람은 이론과 기법에만 함몰되지 않고 오직 멜로디와 사운드를 어떻게 서로 조화롭게 이어가는지에만 최대한 집중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단 한순간도 창조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고 생각되는데, 진정한 즉흥연주의 대화가 무엇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보여줍니다. 짐 홀의 대표 곡중 하나인 ‘Down from Antigua’ 에서도 이 점은 마찬가지인데, 단순한 기타 스트로크 배킹에 이은 찰리 헤이든의 베이스 솔로 연주 중심으로 곡을 이끌어가면서도 음악이 단조로움 하나 없이 이토록 충실한 음악적인 내러티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들을 때마다 감탄을 자내게 합니다. 대가의 면모가 바로 이런데서 나오는 거라고 할 수 있겠죠. 이렇듯 수록된 전체 8곡 모두 두 사람의 순도 높은 대화로 채워져 있는데, 업템포로 치닫는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연주곡은 단 하나도 없지만, 그럼에도 집중력 있게 공간을 채워내고 서로의 교감으로 이뤄진 연주는 빈말이 아니라 재즈 사를 통틀어도 결코 찾기가 쉽지 않은 명연이라고 생각됩니다.
별다른 꾸밈없이 수더분하고 최대한 내추럴하게 서로에게 다가가며, 과장된 소리를 연출하지 않고도 이렇게 의미있는 내용과 따스하고 충만한 사운드가 끊임없이 창조되는 모습이 담긴 이 라이브는 재즈라는 장르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즉흥미학이 가지는 중요성과 그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Epilogue
처음 발매된 이후 지금까지 이 앨범을 반복해 들어볼수록 가슴속에 생겨나는 의문점이 하나 있습니다. 앞서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왜 이들 두 사람이 생전 좀 더 적극적인 협연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지 않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거에요. 이토록 서로간의 상성도 잘 맞고 음악적 배려심과 이해도가 뛰어나서, 자주 교류했을 경우 인터플레이가 더 단단하고 깊은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을게 명백한데 공식적으로 오직 단 한장의 협연작이라니...! 작품간의 스타일에 있어 뚜렷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성과에 있어서만큼은 짐 홀이 베이스 협연에 있어서 자신의 ‘얼터에고’로까지 생각해온 론 카터에 충분히 비견할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솔직히 필자 개인적으로는 론 카터와의 듀엣보다 더 뛰어난 연주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시대가 흘러 재즈 신에 새로운 사운드와 스타일이 나오더라도, 오래된 전통에 담겨진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가치는 결코 퇴색하지 않을 겁니다. 이들은 모던함을 갖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전통에 대한 존중이 충실한 이들이었으며 그 본령을 이렇게 멋지게 고수하다가 세상을 떠났죠. 진정한 존경과 헌정은 바로 이런 뮤지션들에게 바쳐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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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범 내지 부클릿에 수록된 두 사람의 연주 사진.jpg (File Size: 29.3KB/Download: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