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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스윙, 비밥, 이후 5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하드 밥 시대까지 잘 알려진 재즈 명반들 외에 현 시대 재즈 아티스트들에게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음악적 스타일과 연주를 담은 작품들을 찾아서 조명하고 해당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시각으로 이야기 해보려는 기획 의도를 갖고 있는 코너. 참여 필자 - 편집장 김희준, 기타리스트 정수욱, 칼럼니스트 황덕호

Johnk

⚡스타 연주자에서 진지한 아티스트로의 도전기 [Another Hand] - 데이빗 샌본(David Sanborn)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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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jpg

 

<Another Hand>

Elektra/1991 Elektra Musician ‎– 7559-61088-2

 

녹음; 1990년  발매 1991년 

1 First Song

2 Monica Jane

3 Come To Me, Nina

4 Hobbies

5 Another Hand

6 Jesus

7 Weird From One Step Beyond

8 Cee

9 Prayers For Charlie From The Devil At Four O'clock /The Lonely From The Twilight Zone

10 Dukes & Counts

 

Alto Saxophone – David Sanborn

Arranged By [Horn] – Lenny Pickett (tracks: 2)

Arranged By, Arco Bass – Greg Cohen (tracks: 9)

Bass – Charlie Haden (tracks: 1, 2, 6, 9), Greg Cohen (tracks: 3, 4, 7, 8)

Bass Guitar – Marcus Miller (tracks: 5, 10)

Clarinet, Bass Clarinet – Lenny Pickett (tracks: 9)

Drums – Jack DeJohnette (tracks: 5, 10), Joey Baron (tracks: 1, 2, 3, 6, 7, 8, 9), Steve Jordan (tracks: 4)

Engineer – Joe Ferla

Guitar – Al Anderson (2) (tracks: 4), Bill Frisell (tracks: 1, 2, 6, 7, 9), Dave Tronzo* (tracks: 6, 7, 8), Marc Ribot (tracks: 3, 6, 7, 8, 9)

Mastered By – Bob Ludwig

Organ – Leon Pendarvis (tracks: 2)

Percussion – Don Alias (tracks: 2, 3, 4, 6, 7, 8, 9)

Piano – Mulgrew Miller (tracks: 5, 10), Terry Adams (2) (tracks: 3, 4, 7, 8)

Producer – Hal Willner (tracks: 1 to 4, 6 to 9), Marcus Miller (tracks: 5, 10)

Tenor Saxophone – Lenny Pickett (tracks: 2)

Trombone – Art Baron (tracks: 2)

Trombone, Bass Trombone – Art Baron (tracks: 9)

Vocals – Syd Straw (tracks: 4, 6)

Recorded Master Sound Astoria Studios, Astoria, NY

Power Station Studios, New York, NY 1990

 

 

스타 연주자에서

진지한 아티스트로의 도전기

 

지나치게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뮤지션들은 상대적으로 음악적 평가가 박한 편이다. 한때 연주자로서 웬만한 팝스타이상의 인기를 누렸던 케니 지는 지금도 여전히 싸구려 음악으로 치부되곤 하며(초기시절의 몇몇 음악들은 퓨전의 영역에서 볼 때 상당히 준수한 내용을 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의 경우 또한 80년대 초 뉴 에이지의 붐을 주도한 뮤지션이었다는 점에서 높은 인기와 인지도를 갖고 있었지만, 음악은 별 조명을 못 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들 못지않게 널리 알려진 알토연주자 데이빗 샌본 또한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경우다. 감각적인 펑키 그루브, 훅(Hook)이 가득한 멜로디라인들로 한 시대를 풍미하였으나 그의 알토는 좀처럼 진지하게 이야기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알려진 것 외에 또 다른 일면을 가진 연주자였으며, 작품 또한 천편일률적이지 않았다. 구성진 즉흥솔로역량까지 갖추었음에도 늘 하대받기 일쑤였던 그. 어느덧 일흔을 넘어서 노장이 된 그에게 한번쯤 면죄부를 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 코너를 준비해봤다.

 

본문/ 정수욱   사진/Warner Bros.

 


   

1991년, 워너브라더스 레이블의 대표적인 퓨전 재즈 아티스트였던 알토 색소포니스트 데이빗 샌본은 그룹 산하의 새롭게 떠오르는 레이블 엘렉트라로 옮겨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됩니다. 베이시스트 마커스 밀러와 함께 가장 성공적인 퓨전 음반들을 만들며 아주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그에게 새로운 레이블은 이런 그의 스타일과 이미지를 ‘굳히기’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미 그 당시부터 데이빗 팻헤드 뉴먼, 행크 크로포드,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등 기라성같은 R&B, Jazz-Soul 색소포니스트들 계보를 이어가는 적임자로 여겨지기도 했죠.  

 

이렇게 한창 상종가를 달리던 데이빗 샌본은 당시로선 매우 이례적이며 특이한 앨범 <Another Hand> 를 만들어 냅니다. 기존의 퓨전 스타일에서 벗어나 잠시 ‘리얼 재즈 코스프레’ 를 한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선입견을 잠시 내려놓고 수록곡들을 들어보면 매우 의미 있는 반전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우선 소울풀하고, 진정성 있는 연주가 돋보이고, 선곡과 편곡도 인위적이지 않으며, 대부분은 음악의 깊이와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연주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데이빗 샌본 특유의 블루지한 알티시모 사운드가 재즈 즉흥연주에 접목된 점이 흥미로웠던 앨범이기도 했죠.

 

그렇다면 당시 팬들과 평단에선 이런 ‘비상업적 일탈’을 어떻게 바라 봤을까요? 모르긴 해도 데이빗 샌본 본인도 지난 10여년간 팝 퓨전이 가져다준 ‘가벼운 이미지’를 털어 버리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음악세계가 ‘퓨전’이라는 스타일에 파묻혀 버린 아이러니한 형국을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을까요?

 

3 이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해 새로운 도전을 이끌어낸 프로듀서 할 윌너.jpg

앨범 프로듀서 할 윌너(Hal Wilner)

 

마침 그가 호스트였던 TV 프로그램 ‘Night Music’의 프로듀서 론 마이클스(미국의 유명 티비 코메디 쇼 SNL의 창시자)는 데이빗 샌본에게 프로듀서이자 음악감독 할 윌너(Hal Willner)를 소개하며 같이 작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당시 탈 장르적 성향의 작업들로 유명했던 할 윌너는 그 TV쇼의 음악감독으로 데이빗 샌본에게 매우 다양한 장르의 훌륭한 아티스트들과 협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샌본의 음악적 도전의식을 일깨울 수 있는 좋은 자리들을 마련했습니다. 이게 일종의 트리거(Trigger)가 된 건지, 데이빗 샌본은 할 윌너와 자신의 음악적 고향인 ‘재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Another Hand>를 통해 고민하게 되었던 거죠.

 

일단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 라인업이 대단합니다.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 그렉 코헨, 드러머 잭 디조넷, 피아니스트 멀그루 밀러,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과 마크 리보, 드러머 조이 배런, 퍼쿠션 주자 돈 에일리어스 등 평소 거의 협연하지 않던 이들이 대거 참여한 점이 아주 놀랍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재즈 팬이라면 이 멤버구성만 보더라도 이전 앨범과는 뭔가 다르리라는 걸 자연스레 기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2 젊은 시절의 데이빗 샌본.jpg

 

어릴 때 소아마비가 와서 심폐기능 향상을 위해 관악기연주를 시작한 그는, 70년대 미국대중음악계의 가장 ‘바쁜’ 알토 색소폰 세션으로 활동하던 중, 재즈 뮤지션 랜디,마이클 브래커 형제를 만나 더 브렉커 브라더스 밴드의 혼섹션으로 참여합니다. 이 세 명으로 구성된 혼섹션은 당시 뉴욕에서 가장 타이트한 재즈 브라스 혼 섹션으로 수많은 팝, R&B 세션들에 참여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었다고 해요.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무렵 데이빗 샌본은 마이클 브레커에게 알티시모 (하이노트들, 그러니까 SNL의 하우스밴드와 타워오브파워 색소포니스트 레니 피킷을 생각하시면 됩니다.)블루스 프레이징을, 마이클 브래커는 데이빗 샌본에게 재즈 테크닉들을 서로 교류하기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바쁘고 뛰어난 세션’도 결국은 ‘세션’일 뿐이죠. 최고의 세션연주자 데이빗 샌본이 아티스트로서의 꿈을 실현하기 시작한 건 1975년의 첫 리더작 <Taking off> 였습니다. 이 후 10여 년간 1980년대 가장 성공적인 퓨전 재즈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게 됩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컴백에 중요한 역할을 한 베이시스트 마커스 밀러, 기타리스트 하이럼 블럭 등과 함께 전형적인 메인스트림 퓨전 재즈를 만들어 냈지만, 한편으론 케니 지 같은 아류와 수많은 상업적이며 도식적인 부산물, 이른바 ‘스무스 재즈’ 등의 등장으로 자신의 음악과 연주스타일조차 가벼운 재즈 음악으로 싸잡아 매도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 대한 반발이었을까요? 앨범 <Another Hand>는 당시 그의 전형적 퓨전 스타일 대신, 좀 더 진취적이고 창조적인 재즈의 일면을 들여다보고자 했으며 그를 바탕으로 한 음악적 영감을 표현했습니다. 프로듀서 할 윌너의 영향일 것으로 생각되는 선곡과 편곡들은 데이빗 샌본의 알려지지 않은 유니크한 재즈 일면들을 잘 끌어내고 있습니다. 이전 프로듀서 마커스 밀러도 2곡을 프로듀싱하고 있지만, 전작들과 다른 앨범의 분위기에 맞춰 접근하고 있습니다.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의 명곡 ‘First Song’, 빌 프리셀의 ‘Monica Jane’, 벨벳 언더그라운드 커버 ‘Jesus’등은 일반적인 퓨전과는 거리가 먼 레퍼토리들이죠. 데이빗 샌본은 오랜 스튜디오 연주생활을 통해 획득한, 잘 다듬어진 자신의 고유한 톤과 스타일을 유지한 가운데 이 모던한 재즈의 프레이징과 음악적 영감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쿨 재즈나 유러피언 컨템포러리 재즈의 영향도 일부 느껴지는데, 심지어 트랙 ‘Medley: Prayers for Charlie from Devil at Four O’clock/the Lonely’에서는 프리재즈를 근간으로 하는 연주도 들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 <Another Hand>에서 데이빗 샌본이 얻어낸 진정한 음악적 성과는 재즈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수많은 다른 재즈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그가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였으며, 그들의 성과와 음악을 자신의 스타일 안에서 함께 표현하려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라 보고 싶습니다.

 

이렇듯 과감한 도전을 보여줬지만 아쉽게도 이런 도전은 단 한번의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다음 앨범 <Upfront>에서는 다시 그의 이전 퓨전 스타일로 돌아가게 됩니다. 더 이상의 모험은 없었던거죠. 그러나 이후 한 가지 달라진 게 있었습니다. 그가 스스로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더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백인이지만 흑인의 음악적 정서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그는 이후부터 백인취향의 멜로우한 연주보다는 좀 더 소울와 블루스를 근간으로 하는 음악들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기 시작합니다. (데이빗 샌본의 앨범 편곡에는 하몬드 오르간이 많이 들리는데 아닌 게 아니라 그는 래리 영의 열렬한 팬이라고 합니다. 다른 아류급 퓨전 뮤지션들과 다르게 웨인 쇼터, 조 헨더슨등 하드밥 재즈 테너 주자들의 음악들이 자신의 진짜 배경이라고 하는걸 보면 확실히 재즈의 바탕이 깊은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데이빗 샌본을 찰리 파커, 캐넌볼 애덜리, 에릭 돌피, 오넷 콜맨, 앤서니 브랙스톤 등의 진짜 재즈 알토이스트와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만약 그가 팝 퓨전이 아닌 다른 길을 걸었더라면 과연 어땠을까요? 아마도 그들의 후예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알토 색소포니스트라고 모두 찰리 파커 같이 연주한다면 그것도 다양성의 측면에서 그닥 별로인 듯합니다. 데이빗 샌본처럼 대중들과의 간격을 좁히는 역할을 하는 연주자도 있어야겠죠. 사족을 더해 이야기하자면 전 데이빗 샌본이 여느 ‘이지 리스닝계열의 퓨전 색소폰으로만 치부하기엔 가진 재능과 연주력, 음악성등 너무 아까운 뮤지션이며, 이 앨범을 포함해 그의 몇몇 작품들은 진지하게 이야기해도 될법한 음악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앨범 <Another Hand>가 그의 여러 퓨전 앨범들보다 더 재즈적으로 들리지만 그의 개성이 사라져 버리지 않았다는 점도 더불어 높이 평가해야 되겠죠.

굳이 누군가를 추종하려 하기 보단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을 인정하고 그 점을 음악적 표현과 개성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평범함을 넘어선, 보통 이상의 연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중요한 자질이 되는 것입니다.

 

데이빗 샌본은 그 점에서 분명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인물이라고 봅니다.

 

앨범 커버 이미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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