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킴(Maria Kim) - 가녀린 미성 속 '굳건함'마저 느껴지는 재즈에 대한 애정과 확신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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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킴 Maria Kim
국내 보기 드문 여성 스탠더드 재즈 보컬리스트/피아니스트
가녀린 미성 속 굳건함마저 느껴지는
재즈에 대한 애정과 확신
조곤조곤하게 속삭이듯 크지 않은 음량으로 노래하는 방식의 보컬, 거기에 목소리 톤은 차분하면서도 습윤한 감성을 머금고 있으며 그 속에 정감어린 따스함도 함께 갖고 있죠. 지금껏 국내에 등장한 다수의 여성 재즈보컬리스들 중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던 스타일을 지닌 마리아 킴은 2015년도에 발표한 첫 앨범 <Those Sentimental Things> 이후 지금껏 한 번의 휴지기 없이 계속 앞을 보고 달려오면서 기복 없이 자신의 커리어를 성장시켜왔습니다. 특히 지난 2019년 보사노바를 비롯한 브라질 음악을 레퍼토리로 하여 만들어냈던 <Fotografia>이후 재즈 신의 눈도장을 찍고 난 뒤 마리아 킴은 음악과 인지도 모두 큰 반등을 이뤄내며 약 3년 만에 국내 여성재즈 보컬 영역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여줬죠.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Maria Kim Company
전통적인 재즈의 영역, 특히 보컬에서 스윙과 비밥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보컬 스타일을 충실히 따르고 있음에도 대중들의 관심을 얻어내게 된 것은 그간의 국내 재즈 보컬 영역의 사례를 돌이켜봤을 때 아주 드문 일이기도 한데(신구를 막론하고 지난 10여 년 동안 등장한 대부분의 재즈 보컬 앨범들은 가요, 팝, 혹은 월드 뮤직과의 혼종인 경우가 훨씬 더 많았었습니다) 그녀는 팝, 가요적인 성향을 일체 자신의 음악에 담아내지 않고서 여기까지 왔다는 점에서 확실히 차별된 면이 있으며 동시에 입지전적인 데가 있습니다.
이 점은 남성 보컬리스트 김주환과도 일견 맥락이 이어지는데 스탠더드 레퍼토리를 가운데 두고서 스윙을 기반으로 한 트래디셔널 재즈를 충실하게 소화해내는 두 보컬리스트는 자신들이 가고자하는 방향에 대한 뚝심 있는 일관성으로 1~2년 사이 한 장 간격으로 정규앨범을 발표해내는 성실함까지 겸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러면서도 각자의 색깔과 개성을 담보하고 있기에 우리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이들을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마리아 킴은 2021년 국내 평단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던 <With Strings> 앨범에 이어 정확히 1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얼마 전 새롭게 신작을 공개했습니다. 작곡가 헨리 맨시니의 명곡 ‘Two for the Road’ 를 앨범 타이틀로 한 이 작품은 마리아 자신의 노래와 피아노 연주를 제외하면 오직 콘트라베이스 한대만 협연하고 있는데, 전작과 비교해 편성과 컨셉트 상의 디테일한 차이점을 지니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정서적인 결에서도 사뭇 다른 점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스탠더드 넘버들이라고 해도 국내 가수들에게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일종의 딥 컷(Deep Cut)이라고 봐도 좋을 무게 있는 선곡들도 호감이며, (지금껏 필자는 국내 보컬리스트들이 ‘Basin Street Blues’, ‘Walking After Midnight’, 같은 블루스 곡을 자기 앨범에 담아낸 걸 본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블루스 곡과 함께 아주 멋들어지는 어울림을 보여주는 캐롤 킹의 명곡 ‘Bitter with the Sweet’ 을 가져온 그녀의 센스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이 곡들을 해석하고 노래하는 마리아 킴의 목소리는 여전히 고운 결에 미성을 지니고 있지만 과거 다른 리더 작들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던 디테일하면서도 성숙한 감성의 깊이를 들려주며 거기에 여운의 미학까지 담아 자신의 내면 안쪽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편 국내에선 아주 보기 드문 피아노와 보컬 양쪽을 모두 소화해내는 포지션상의 특징도 그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특징인데, 이제는 그런 표면적인 팩트 외에 양쪽을 모두 준수한 기량으로 소화해내는 발전된 숙련도까지 함께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의 노래를 반주하는 피아노 연주와 즉흥연주 솔로 양면을 함께 봐도 마리아 킴의 연주력은 일취월장했다고 말해도 좋아 보입니다. 이렇게 매번 조금씩, 그리고 확실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서 역량까지 성장시켜 나가고 있는 그녀의 행보는 다른 선배가수들과도 이젠 다른 영역을 확보했으며 무엇보다 재즈의 기본 핵심을 확실히 견지하고 있기에 현재 대중과 평단의 호응이 더욱 반갑고 또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단박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일정한 걸음으로 매번 앞으로 흔들림 없이 나가는 것 또한 그에 못지않게 훌륭하고 멋진 일이죠. 마리아 킴이 지금 보여주는 모습이 바로 그렇습니다. 자신이 바라보는 음악에 대한 우직하고도 깊은 애정이 바탕이 된 가운데 이를 매번 성장시켜나가는 것! 말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또 그렇게 계속 앞으로 나간다는 것은 커다란 열정과 굳건한 마인드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저 여리게만 들리는 목소리의 뒤편에 숨겨진 단단한 음악적 가치관과 지향점! 외유내강형 캐릭터로 자신의 담금질해나가는 또 하나의 스탠더드 재즈 뮤지션 마리아 킴에 우리가 관심을 두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Interview
제게 주신 애정과 관심, 절 성장시키는 원동력이죠
어느 덧 여섯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하셨어요. 국내 뮤지션들 중에서 악기와 보컬 막론하고 6집까지 앨범을 내신 경우가 얼마 되지 않는데, 마리아씨는 아직 젊으심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내셨잖아요. 게다가 앨범마다 편성이 다 제각각인데 그만큼 뭔가를 찾고 시도해보려는 의욕이 큰 거 같아요
네. 제가 앨범작업도 그렇고 클럽을 포함한 공연도 가급적 부지런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런 과정을 계속 되풀이하면서 스스로 음악에 대해 느끼고 바라보는 것도 달라지는 걸 체감하게 되고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더라구요. 아직은 제 음악이 완성된 것이 아니고 또 편성적으로나 상대 뮤지션과의 호흡 측면에서도 더 배우고 이해할게 많아서 지금은 최대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려고 해요. 그러다보니 앨범도 이렇게 꾸준히 만들어낸 거 아닌가 싶어요.
과거 앨범들과 최근 마리아씨의 앨범을 비교해 들으면서 보컬의 디테일한 표현력이 확실히 더 좋아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이번에 발매된 <Two for the Road>에서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감정처리, 밀고 당기는 것, 뉘앙스등 모든 면에서 예전보다 지금이 더 갈무리가 잘된 거 같다 싶더라구요. 따로 보컬 관련한 트레이닝을 하고 있거나 하진 않나요?
따로 연습을 하긴 하는데, 그게 마치 일하듯 하는 것과는 좀 다른 게 있어요. 제가 작업실을 집에 마련했는데, 보통 뮤지션 분들이 거주 공간 외에 별도의 작업실을 두고 거기에서 연습도 하고 곡도 쓰고 작업을 하는 편이잖아요. 근데 전 그렇게 하기보다는 집에서 편히 쉬다가 하고 싶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연습하는 편이에요. 어느 순간부터 일하듯이 음악 하는 게 그다지 내키지 않아서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하려고 하고 있죠. 음악을 좋아해서 이렇게 직업으로 하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입시 공부하듯이 연습하는 건 지양하고 싶었어요. 노래도 그렇고 피아노도 그런 식으로 하고 있죠. 그런데 사실 연습측면이라기보다는 이번 앨범 곡들이 제가 평소 무척 자주 부르고 연습해와서 자다 일어나서 부르라고 해도 막힘없이 부를 수 있는 곡들 위주로 선곡을 했거든요. 거기에 제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파트너인 베이시스트 대호오빠와 함께 해서 다른 때보다 제 상태가 더 편하고 자연스러웠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럼 이 앨범 곡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편집 없이 같은 순서 그대로 쭉 들어간 거에요?
네. 맞아요. 그래서 믹스다운 과정에서도 가급적 원음에 별도로 손대지 않고 약간의 노이즈 같은 것들도 대부분은 잡지 않고 그냥 넣었죠. 컴프레서도 기본적으로만 사용했구요. 그래서 이전보다 더 실제 연주상의 자연스러운 느낌의 소리를 담아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마 제가 그 부분에 더 호감을 느낀 거 같아요. 보컬 소리들을 가급적 내추럴하게 담아내다보니 마리아씨 노래의 표정이 이전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예전에 인터뷰 했을 때 마리아씨가 다이애나 크롤의 영향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죠. 근데 전 최근의 마리아씨 작품을 들으면서 다이애나 크롤의 영향을 잘 못느끼겠더라구요.
처음 제가 음악을 시작했을 때 다이애나 크롤이 하나의 롤 모델이 된 건 맞아요. 노래하면서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다이애나 크롤을 알게 되고 난 이후부터였으니까. 하지만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저도 다양한 음악들을 듣고 접하게 되었고 다이애나 크롤 외에도 다른 여러 재즈 뮤지션들의 음악을 알게되다 보니 제 안에도 다양한 것들이 쌓인게 아닐까 싶어요. 이를테면 엘리아니 엘리아스나 노마 윈스턴, 티어니 서튼 같은 가수들의 노래들인데 그 분들은 성량, 가창력으로 밀어붙이는 타입이 전혀 아니죠. 자신의 음색, 분위기를 바탕으로 노래하는 건데 그게 확고한 자기 매력을 드러내 보이니까 저도 그런 방향을 추구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게 있어요. 제가 가진 목소리도 그런 계열에 훨씬 더 가깝거든요. 그리고 다이애나 크롤도 사실 목소리가 허스키한데가 있어 그렇지 성량이 좋은 가수는 아니라서, 일부 비슷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다른 성향을 가진 대가 분들의 노래를 접하게 되면서 저도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나도 가진 내 목소리에 맞는 분위기의 음악을 만들어 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마리아 킴과 오랜 파트너쉽을 유지하고 있는 베이시스트 김대호
함께 연주해온 베이시스트 김대호씨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세요. 같이 연주해온지 오래되셨죠?
네. 경희대 다닐 때부터니까 17년 정도 된 거 같아요. 그때 클럽에서부터 연주하면서 연을 쌓아왔는데 이렇게 시간이 지나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저랑 가장 잘 맞고 또 편한 연주자로 저와 인연을 맺고 계시죠. 그 사이 다른 베이시스트 분들과도 여러 번 협연해봤는데 대호오빠만큼 절 편하게 해주는 연주자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번 앨범에서도 들어보시면 대호오빠의 베이스가 정말 제 노래와 피아노를 잘 받쳐줘서 공연하는 한 시간 내내 긴장감이 안들었을 정도였어요. 또 예전부터 잘 알고 지냈으니 사적으로도 친해서 이런 저런 속마음도 털어놓을 수 있고, 여러모로 제겐 큰 힘이 되어주는 분이시죠. 그 외에도 색소포니스트 지석 오빠, 기타리스트 준 스미스, 드러머 김건영, 이런 분들도 다 제겐 소중한 연주자분들이세요.
지금까지 만들어 오신 작품들이 다 소편성이었잖아요. 물론 스트링 파트와의 협연작도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을 중심으로 한 앙상블이 많았는데 앞으로 다른 편성으로 작업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사실 제가 중, 대편성 라지 앙상블에 대한 꿈이 있어요. 브라스와 현악기가 함께 어우러지는 사운드에 제 노래와 피아노가 함께 연주되는 걸 만드는 게 앞으로 제가 해나갈 중요한 도전중 하나인데, 지난번 스트링 프로젝트도 기본적으로 그런 맥락에서 시도된 거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대략 15~17인조 정도 규모로 생각하고 있는데 결국 그걸 잘 하려면 편곡이 중요하잖아요. 기회가 될 때마다 시도해서 사운드를 만들어가고 또 제가 의도한 방향과 잘 맞는 편곡자도 만나게 되면 작품으로 형상화될 거 같아요. 물론 지금까지 제가 들려준 음악적인 결이나 색깔은 가급적 변화 없이 유지할 거구요.
마리아씨가 최근 3~4년 사이 인지도가 많이 올라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확실히 예전과는 피부로 와닿는 느낌이 달라졌어요. 우선 커피숍에서 제 노래가 나오는 경우도 많아졌고 소셜 미디어에 제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났고 의견도 더 다양해졌어요. 특히 제가 놀라게 된 건 공연에서 제가 노래할 때 들어주시는 분들이 그냥 의례히 '좋았어요' 하는 식의 의견이 아니라 '이번에는 노래가 더 힘있게 나오는거 같아요', '톤이 전이랑 달라진 거 같아요,' 하는 식의 주관적인 피드백이 생겨나고 있다는 거였어요. 이건 일단 제 음악을 그전에 듣고 공연장이든 클럽이든 접해본 분들이라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심지어 제가 평소에 쓰는 마이크를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한번 바꿨는데 그거로 차이가 생긴 걸 알아채주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너무 기쁘고 좋았지만 한편으론 더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악기 튜닝은 물론이고 제 컨디션 조절까지 포함해서요. 공연 기회가 이전보다 훨씬 많아져서 고맙지만 그런 양적인 변화보단 한번 공연을 해도 허투루 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요즘 들어 많이 느낍니다.
이달에 공연 일정이 꽤 많다고 들었어요. 간단하게 알려주세요.
보통 1~2월에는 공연이 잘 없는 편인데 올해는 코로나 펜데믹이 풀린 탓인지 2월 달 일정이 고맙게도 거의 다 찼어요. 서울, 대구, 세종에서 진행되는데 그중 발렌타인 주간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피아노, 색소폰 두 연주자분이 함께 해주시고 나머지 공연은 대호오빠와 저 듀오로 공연이 진행되요. 일본 연주자분들은 제가 작년에 일본에 가서 공연하면서 인연이 닿은 분들인데 그때 느낌이 좋아서 한국에서도 같이 해보면 좋겠다 싶어 요청을 드렸죠. 자세한 일정이나 공연 관련 정보는 저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참조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아! 그리고 이거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이달 26일에 유기견, 유기묘을 위한 자선 공연을 하기로 했어요. 박하경씨라는 보컬리스트분이 처음 시작한 건데 저랑 대호오빠, 보컬리스트 한석규, 이영주, 플룻 연주자 이규재 같은 분들이 함께 참여해서 공연하는 거에요. 여기 참여하시는 분들이 다 동물을 좋아하시거든요. 저도 지금 유기견 두 마리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더 이 공연의 취지에 공감하게 되서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했죠. 공연은 강남 플랫나인에서 할 예정인데 플랫나인 측에서도 기꺼이 공연 취지에 공감해서 무상으로 장소대여를 해주겠다고 하셔서 성사가 되었죠. 이날 공연 티켓 수입은 모두 유기동물 센터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음악 듣고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분명 동물을 좋아해서 키우시는 분들 많이 있으시리라 생각되는데, 이 공연 오셔서 음악도 즐기시고 유기동물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도 같이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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