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엘링(Kurt Elling) with SuperBlue - 새로움 향한 끝없는 도전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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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rt Elling
8.19 첫 단독 내한공연 갖는 당대 최고 재즈보컬리스트
새로움 향한 끝없는 도전
현 재즈 신에서 활동하는 남성 보컬들 가운데 재즈의 핵심 요소인 스윙, 비밥, 블루스를 모두 최고 수준으로 구사해내는 극소수 몇 명중 하나. 여기에 오랜 스탠더드 크루닝 영역은 물론이고 다채로운 스캣의 즉흥 퍼포먼스까지도 그는 넘사벽의 경지로 소화해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술적인 역량에 음악성의 폭과 깊이 모두 이만큼 완성된 경지의 가수를 찾기가 힘들다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런 그가 지난 2021년부터 새롭게 도전한 분야가 바로 소울, 펑크(Funk), 록을 기반으로 한 그루브 음악이며 이를 위해 독창적인 스타일과 사운드를 지닌 동갑내기 기타리스트 찰리 헌터와 의기투합, 30여년 정도의 프로 커리어중 처음으로 피아노가 아닌 기타를 메인 파트너로 삼은 프로젝트를 현재 활발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름하여 슈퍼블루 프로젝트! 바로 이 프로젝트로 그가 처음 단독 내한공연을 갖습니다.
아마 첫 단독 내한공연이라는 말에 갸우뚱해하실 재즈 팬 분들이 있으실 거 같아 간단히 부연하자면, 커트 엘링이 처음 한국 팬들과 만난 게 2007년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었고 이후 9년이 지난 2016년도에 서재페 무대에서 또 한 차례 걸출한 퍼포먼스를 선보였지만, 이 공연들은 모두 페스티벌 무대였으며 그의 독자적인 공연은 아니었습니다. 이듬해 저희가 직접 주관해 그의 워크샵을 한 차례 진행한 바 있긴 했으나 그 또한 정식 공연은 아니었죠. 그렇기에 단독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 맞습니다(비공식으로 내한공연을 가진 적이 있었으나 그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무대가 아니었기에 제외합니다) 그의 라이브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는 점과 함께, 그동안과는 아주 많이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치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두 차례의 공연에서 검증되었듯 앨범보다 라이브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그의 보컬역량과 찰리 헌터를 비롯해 함께한 멋진 밴드의 합 또한 기대치를 높이는 요인! 이에 그의 오랜 팬이기도 한 재즈보컬리스트 큐한씨가 공연에 앞서 그의 음악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멋진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공연에 앞서 커트 엘링의 노래에 애정을 갖고 있는 팬들이시라면 꼭 한번 정독해보시길 권합니다. 서문/편집부 사진/Edition Records. Dave Stapleton
드넓은 재즈의 바다를 모두 다녀볼 셈이군요!
Mr.Elling?!
1976년도 2월에 열렸던 제18회 그래미 시상식. 당시 재즈 부문 시상자였던 보컬리스트 멜 토메가 함께 나온 엘라 피츠제럴드에게 ‘재즈를 뭐라고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엘라는 아주 잠시 생각하다 스캣을 시작한다. 이후 멜 토메가 곧바로 스캣에 참여해 함께 근사한 듀오 협연을 보여준다. 지금 다시 봐도 즉흥 연주, 스윙 리듬, 블루 노트 등 재즈의 본질적인 특징을 여실히 보여준 재치 있는 대답이 담긴 퍼포먼스였는데, 한편 여기에는 재즈를 몇 마디 말로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다는 난감함(?) 또한 내포되어 있었다. 실제 두 사람의 스캣 후반부에 이르면 멜 토메가 딕시 랜드, 스윙 밴드, 비밥등 재즈의 하위 장르 명칭을 언급할 때마다 엘라는 매번 “That’s Jazz!(그게 재즈야)”라고 답하는데, 아마 쿨 재즈, 하드밥, 프리 재즈, 펑키(Funky), 재즈록, 퓨전, 라운지, 애시드 등 현재까지 분류된 어떤 세부 장르를 제시했어도 엘라는 “That’s Jazz!”라고 답했을 것이다. 이는 재즈가 음악적 표현에 있어 그 어떤 파격적인 시도도 모두 자신의 특징으로 품으며 장르의 범위를 확장해 왔기 때문이고, 그 덕(?)에 재즈 음악가와 평론가들은 누군가 ‘재즈가 무엇입니까’라고 툭 던져 물으면 결코 가볍게 답할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재즈라는 드넓은 세계에는 매우 다양한 음악 형태들이 산재해 있지만, 그럼에도 재즈 음악가라고 해서 수많은 세부 장르를 모두 섭렵해 활동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보컬은 세션 활동이 많은 악기 연주자에 비해 주력하는 음악 형태가 상대적으로 더 적은 편이다. 필자가 커트 엘링에 대한 소개 글에서 다소 장황하게 서두를 쓴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이렇게나 다채로운 스타일! 그것도 보컬이!?
커트 엘링은 끝없이 새로운 경험을 갈구하는 탐험가와 같다. 새로운 도전을 모색해 결정한 후 탐구하고 정복한다. 그리고 곧 방향을 틀어 다음 행선지를 찾는다. 탐험의 결과물을 듣는 순간 나는 거의 매번 이전과 다른 의외의 형식과 사운드에 놀라며 반색했다. 그리고 듣는 내내 그의 이번 도전도 성공이라며 감탄한다. 그렇게 30년 가까이 그는 여정을 이어왔고 덕분에 나를 비롯한 청자들의 견문도 조금씩 넓어졌다.
탐험가라고 비유한 만큼 커트 엘링은 늘 ‘새로움’에 경도되어 있는 음악가이다. 그는 자신이 해보지 않은 음악 스타일과 가창 표현에 대한 호기심이 계속 샘솟는 듯 하고, 샘솟은 호기심은 반드시 멋진 결과물로 충족해내고야 만다.
블루노트 레코드 시절에는 귀에 익은 스탠더드 재즈와 로맨틱한 분위기의 앨범도 있지만, 다양한 악기 편성과 강한 사운드를 입은 모던한 느낌의 곡들이 주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블루노트를 떠나 콩코드 레코드로 둥지를 옮긴 후 발표한 <Nightmoves>에서는 악기 편성과 편곡에 팝의 느낌을 더 가미하며 유려한 변화를 꾀했고, <The Gate>와 <1619 Broadway>에는 보컬 앙상블 이펙터와 전자 효과음 등의 재미 요소를 조금씩 추가하는 등 새 부대에 담은 새로운 술을 꾸준히 선보였다. 2016년 오케 레코드에서 브랜포드 마샬리스 쿼텟의 게스트 보컬로 발표한 <Upward Spiral>은 정통 재즈 콤보와 처음으로 합을 맞춘 앨범으로, 악기 편성은 익숙할지언정 보컬 및 각 악기 파트의 진지한 음악적 탐닉이 엄청난 흡입력을 불러일으켰다. 이어서 내놓은 <The Question>에서는 얼마 간 힘을 뺀 멜로디에 악기 사운드를 더욱 풍성하게 확대하며 이전에도 간간이 선보이던 팝음악의 색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2020년부터 현재까지 적을 두고 있는 에디션 레코드에서의 음악은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음악에 대한 탐험 정신이 건재하다 못해 더욱 깊어졌음을 아주 잘 보여준다. 2020년 발표한 <Secrets Are the Best Stories>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앨범이었다. 사실 <Man in the Air>(2003, 블루노트) 이후 다소 비중이 약해진 모던한 사운드가 이따금 그리웠는데 이 앨범 <Secrets Are the Best Stories>는 차고 넘치도록 그 그리움을 채워주었다. 또 한 번의 신선한 탐험이 아닐 수 없는 이 앨범은 기존 커트 엘링이 발표한 여러 정규 앨범들 중 멜로디와 화성 면에서 가장 모던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단출한 편성의 악기들은 간결하면서도 제각기 뚜렷하게 살아 움직이고 그들 간의 대화는 이따금 삶의 비밀을 이해하려는 철학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이 작품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매된 2021년작 <SuperBlue>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반전이라 할 수 있다. 전작의 몽환적 분위기를 한 숨에 날려버리는 펑키를, 리듬도 악기도 가창도 펑키 그루브를 펑펑 뿜어내는, 그야말로 완벽한 평키 사운드를 들고 돌아올 줄이야!나는 허를 찔렸음에도 동시에 기대가 채워진 묘한 기분과 함께 그의 탐험 보고서를 반기며 감상했다. 이 사람이 과연 어디까지 갈지 가슴 한켠에 호기심을 가득 안고서.
좀 더 새롭고 낯선 즐거움을 위해
커트 엘링의 ‘새롭고 낯선 음악’을 추구하는 데에는 장르 형식의 모색 외에 과감한 편곡도 주된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리메이크한 곡들을 들어보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그가 부르는 스탠더드 재즈곡들은 대리코드나 알터드 코드 위에서 코드 톤 외의 음정으로 멜로디를 이어가는 모던한 분위기의 편곡이 다수다. 또한 멜로디의 즉흥 변주나 스캣도 불완전협화음의 구성 음이나 코드 톤 외의 음정을 자주 이용하는데, 이 또한 청자에게 새로움(또는 의외)의 재미를 준다. (물론 원곡 분위기를 충실하게 살린 곡들도 많다. 특히 그래미어워즈에서 베스트 재즈보컬 앨범상을 받은 바 있는 <Dedicated to You>는 대체적으로 듣기 편한 정통 재즈 넘버들로 채워진 라이브 앨범이었다)
존 콜트레인, 허비 행콕의 연주 위에 가사를 입혀 보컬리즈를 하기도 하고(<Man in the Air> Blue Note/2003), 비틀즈, 스티비 원더, 마일즈 데이비스, 어스윈드앤파이어 등 저명한 음악가의 곡들을 자신의 색으로 편곡해 리메이크 앨범을 내기도 했다. (<The Gate>, Concord/2011) 그런가하면 브라질, 쿠바, 독일, 프랑스, 아이슬란드, 스코틀랜드 등 여러 나라의 수려한 곡들을 모아 편곡해 만든 <Passion World>, 앨범은 새롭고 신선하면서도 그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수작이다. 익숙한 것을 새로운 다른 것으로 만들어 내놓는 작업, 그리고 이 작업이 연주 시 즉흥으로도 이루어진다는 것이 재즈라는 음악이 지닌 커다란 재미 중 하나인데, 커트 엘링은 곡을 쓸 때부터 연주하는 순간까지 이러한 즐거움을 부지런히 추구하고 전달하는 음악가인 것이다,
최대한 활용하는 몸이라는 악기
커트 엘링 음악의 다채로움은 그가 가진 가창의 형태와 기교에서도 기인한다. 중후한 음색만을 보자면 트래디셔널 팝 장르에서 사랑 받아온 크룬(Croon) 창법과 일견 비슷하다. 하지만 같은 목소리여도 말투에 따라 어감의 차이가 크듯, 커트 엘링은 크룬 창법처럼 다정하고 부드럽게 또 나지막이 노래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개는 차갑고 건조하고 또 공격적이다. 그리고 그는 낮고 굵은 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상당히 높은 음정까지 자주 활용한다. 이 또한 중저역대를 주로 사용하는 크룬 창법과의 차별점이다. 음역을 넓게 쓴다는 것은 저/중/고음역에 가성 영역까지 소위 ‘성구’라고 불리는 발성 구획에 따라 소리의 톤이 조금씩 달라진다는 것이고 이는 다양한 음색을 노래에 활용한다는 의미하기도 하다. 차갑고 이성적인 노래 속 말투와 넓은 음역에 걸친 음색은 그의 음악들에 개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커트 엘링 고유의 음악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주는 강렬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기교면에 있어서는 입으로 할 수 있다 싶은 건 거의 다 보여준다고 말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악기 솔로에 가사를 붙여 부르는 보컬리즈(Vocalese)는 그 분야의 대가인 선배 존 핸드릭스를 계승한다고 여겨지기도 하였으며, 마크 머피와 케빈 마호가니의 영향을 받은 듯한 스캣은 그들처럼 유려하면서도 그들보다 대담하며 때로는 과격하기까지 하다. 퍼커션 사운드를 보여주는 곡이 있는가 하면 종종 내레이션을 읊조리기도 한다. 그야말로 재즈 보컬의 고유한 표현방식들을 망라한 종합선물세트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게 바로 커트 엘링인 것이다.
사실 선호하는 스타일이 확고한 음악팬들에게는 커트 엘링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작품의 호불호가 선명하게 나뉠 수도 있다. 하지만 즐기는 폭이 넓은 재즈 팬이라면 그의 행보는 언제나 놀랍고 반가울 것이다. 더불어 현 시대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독보적인 보컬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으리라 감히 장담한다. 자! <SuperBlue> 앨범의 투어 공연이 8월 19일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다. 스탠딩 공연이 주로 열리는 이 공연장에서 커트 엘링은 국내 음악팬들에게 또 어떤 새로움을 보여줄 것인가. 필자로서는 세 번째 보게 될 그의 공연인데 마치 처음 만나는 것처럼 설레고 기다려진다.
글/재즈 보컬리스트 큐한
커트 엘링과 함께 슈퍼블루 프로젝트의 핵심인 기타리스트 찰리 헌터
Interview
우리는 새롭고 창조적인
‘그루브 메이커’
당신과 기타리스트 찰리 헌터는 슈퍼블루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 두 사람이 언제 처음 만났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 슈퍼블루 프로젝트가 처음에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함께 이야기해주면 좋을 거 같아요.
찰리와 제가 처음 만난 건 90년대 중반 블루노트 레이블과 계약한 직후였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찰리도 커리어 초반에 블루노트에서 앨범을 만들었는데, 그때가 1995년도였죠. 그 당시 서로를 인지하고 있었고 또 이후 간헐적으로 함께 공연하기도 했었죠. 그렇게 30년 가까이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다가 함께 의기투합하게 되었어요. 이번 슈퍼블루 프로젝트는 저도 그렇고 찰리 역시 그동안 만들어온 음악들이 쌓여 자연스럽게 서로 어우러진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더군다나 처음 시작할 때 서로의 스케줄과 타이밍이 잘 맞아서 이뤄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첫 앨범 <SuperBlue>를 발표한 게 2021년인데 어느새 라이브 EP를 포함해 석장의 앨범을 만들어냈고 곧 두 번째 정규 앨범이 발매될 예정에 있습니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렇게 여러 장의 작품을 함께 할 것을 염두에 두었는지 궁금합니다.
아뇨.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처음 시작할 때 그저 함께 아이디어를 맞춰보고 시도해서 뭐가 나올지 지켜보자는 의도로 작업했었죠.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 과정과 결과 모두 기대이상으로 좋은데다 팬들의 반응도 좋아서 이렇게 계속 팀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어디까지 계속 이어질지 저 역시 궁금할 정도에요(웃음)
커트 엘링, 당신의 커리어에서 이런 그루비한 프로젝트는 처음인 걸로 압니다. 평소 음악적 섭렵의 폭이 넓은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런 작업을 하리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어요. 당신에게 올드 소울, 펑크(Funk) 음악에 대한 유산 영향이 어떤지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저는 뮤지션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아주 폭넓은 음악들을 듣고 좋아해왔습니다. R&B, 소울, 펑크 같은 종류의 음악도 마찬가지로 제가 즐겨들었던 음악의 일부죠. 이 슈퍼블루 프로젝트는 바로 그런 음악적 섭렵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결과물일 따름입니다.
당신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그루브는 일반적인 펑키, 소울 그루브와는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분명 빈티지한 재료를 갖고 있는데 이게 나오는 결과는 복고적이지 않고 새로워요. 사운드도 그렇구요. 작업할 때 어떤 점을 주안점에 두고 하시는지
특별히 어떤 복안을 갖고 작업하는 것은 아니고,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 스스로가 창조적이고 새로우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음악을 연주하려고 함께 고민하고 노력할 뿐입니다. 장르적 틀에 갇혀 음악을 하는 것은 단조롭고 지루할 뿐이라는 것을 서로 잘 알기에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내고 교환하죠.
오르간,키보드를 다루는 케니 뱅크스 주니어(위), 드러머 마커스 피니(아래)
지난번 발표한 EP에서 드러머 네이트 스미스가 참여해 이전 드러머와 또 다른 맛을 첨가해줬는데 앞으로 슈퍼블루를 계속 하면서 두 사람 외에 리듬 파트를 유동적으로 바꿔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 이런 계획이 있으신지요?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우리는 저와 찰리 헌터 외에 다른 여러 뮤지션들이 자유롭게 어울리고 공동으로 작업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죠. 기존 음반에 참여한 연주자들인 DJ 해리슨과 코레이 폰빌, 네이트 스미스 이외에도 이번 서울 공연에서 함께 참여할 케니 뱅크스 주니어와 마커스 피니도 수퍼블루 프로젝트의 일원이죠. 향후 작업과정에 따라 또 다른 연주자들이 참여할 수도 있을테고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에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한 걸로 아는데, 이 음악은 사실 라이브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앨범을 만든 이후에 투어를 도는 데엔 그 당시 불편함이 좀 있었을 거 같은데 어땠나요?
맞아요. 모두들 잘 알고 있으시듯 코로나 펜데믹 시기엔 제대로 공연을 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앨범을 만들고 나서도 공연을 잘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게 이제야 좀 풀려서 이렇게 서울까지 올 수 있게 되었네요. 올 한해는 저희도 많은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서 그간 시원하게 연주하지 못한 아쉬움을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만날 팬 분들과의 만남도 마찬가지로 기대되는 무대인데 이전에 제 공연을 봤던 분들 외에 새로운 젊은 팬들까지 함께 볼 수 있을 거 같아 무척 즐겁고 설렙니다.
곧 공개될 신작 포함 석장의 수퍼블루 앨범이 전반적으로는 재즈, 펑크, 소울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개별 작품간에 조금씩 사운드가 다른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오넷 콜맨의 ‘Lonely Woman’을 재해석한 ‘Only the Lonely Woman’ 이 그런 점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 같은데, 이번 앨범은 전작과 비교해 어떤 점에서 달라졌는지 궁금해요
우선 이전 수퍼블루 첫 번째 앨범 작업할 때에는 멤버들이 함께 모여 연주할 수가 없었어요. 바로 Covid-19때문이었는데, 이번 앨범은 멤버들 모두가 함께 처음으로 같은 스튜디오 공간에 모여서 소통하고 연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서로 더 직접적이고 긴밀한 팀워크가 이뤄졌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들로 인해 전체적인 앨범 프로덕션이 더 높은 단계에 있을 수 있었던 거라고 봅니다. 음악적인 디테일에 관한 것은 제가 일일이 설명하는 것보다 듣는 분들이 느끼는 대로 받아주시면 될 거 같네요.
기존의 연주곡, 특정 릭에 가사를 직접 붙이는 보컬리즈 작업은 직접 작곡을 하고 가사를 붙이는 것과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 있을 거 같아요. 보컬리즈를 하기 위해 연주곡을 선택할 때 특정하게 고려하는 부분이 있을지?
저의 경우 보컬리즈를 시도하는 것과 기존 스탠더드 넘버, 혹은 팝이나 록 넘버들을 새로이 편곡할 때, 또는 아예 곡을 새로 만드는 것 이 모두가 작업을 해나감에 있어서 별도로 구분되는 건 아니에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뭔가에 계속 몰두해서 계속 고민하고 새로운 걸 찾아내려고 노력할 때 어느 순간 ‘딱하고 스위치가 켜지는 것 같은 순간’이 오는데, 물론 그런 타이밍을 맞이하는 게 원한다고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계속 포커스를 유지하고 또 새로운 느낌을 받을 정신적인 준비상태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되요. 다른 여러 멋진 음악들도 그 느낌을 얻기 위한 좋은 소재이기도 하죠. 그런 과정이 꾸준히 지속이 될 때 창조적인 뭔가가 제게 오는 것 같습니다.
당신과 함께 수퍼블루 프로젝트의 핵심인 찰리 헌터가 당신에게 어떤 음악적 영감, 동기들을 주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함께 2년 넘게 작업해오면서 그에 대해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면?
찰리와 난 매일 밤 공연을 위해, 혹은 리허설을 위해 함께 연주하는데 그 순간에도 서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주고받습니다. 그는 정말 많은 종류의 음악들을 알고 있으며 해당 뮤지션들의 음악에 담긴 특정한 매력, 특징들을 정말 많이 이해하고 있어요. 그건 저 역시도 마찬가지여서 서로 팀에 어울리거나 도움될만한 게 떠오르면 기꺼이 공유하죠. 물론 그의 음악에 담긴 오리지널 사운드 그 자체로도 제게 큰 영감을 주었고요.
마지막으로 가장 심플한 질문 하나, 이전 재즈 작업들과 다르게 수퍼블루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특별하고 긍정적인 포인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나서 같이 작업해온 뮤지션들, 찰리 헌터도 그렇고 다닐로 페레즈나 브랜포드 마살리스 같은 분들은 그들 각자의 음악적 배경과 지식, 감성들을 가져와서 저와 함께 나누는 시간을 통해 새로운 앨범을 만들어왔죠. 그들 모두의 독창적인 음악적 캐릭터와 제가 갖고 있는 것이 섞이면서 새로운 뭔가가 나오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찰리 헌터와의 작업 역시 이전에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미지의 영역을 만나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작업해온 앨범보다 훨씬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해 연주해왔고, 또 내가 전혀 모르는 좋은 음악들을 소개시켜주기도 했는데 거기에서 제가 감동을 느끼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수퍼블루 프로젝트에 녹아들어가는 것 아닐까 생각되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동안 제가 느끼고 경험한 것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시너지가 찰리 헌터와 함께 할 때 나온다는 겁니다. 그는 정말이지 너무 멋진 뮤지션이에요! 인터뷰/김희준 진행/Jazzbridge Company
(지난 8월 19일 공연당일 진행했던 인터뷰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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