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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자이언트[Blue Giant] - 캐릭터, 스토리, 음악의 탁월한 3위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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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일 첫 국내 개봉

본격 재즈 애니메이션 블루 자이언트[Blue Giant]

 

 

캐릭터, 스토리, 음악의 탁월한 3위일체

 

만화시장이 단일국가 규모로 전 세계 최고인 일본. 지난 2022년 일본 내 코믹스(디지털 웹툰포함) 시장과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함께 묶어 보면 연간 6126억엔 + 27천억엔, 두 시장의 규모가 자그마치 33천억엔을 넘어선다. 이를 현재 엔화 환율로 계산하면 27조원을 가볍게 넘어서는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 OTT 산업의 활황으로 인해 매년 10~15% 이상 성장 중이라고 하니 올해 2023년도는 이보다 더 큰 시장규모가 될 것이 뻔한데, 이 정도로 만화관련 시장이 압도적으로 크고 탄탄한 일본에서도 사실 음악 관련 소재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지금껏 거의 만들어진 적이 없었다. 나름의 개론서 형태나 특정 뮤지션의 전기 형태의 만화는 간헐적으로 제작된 적이 있었지만 아예 픽션 형태의 일반적인 만화로 기획, 제작된 것은 [블루 자이언트]가 처음. 그렇게 처음 제작된 블루 자이언트가 처음 연재를 시작한 2017년부터 놀랍게도 흥행 성공을 거두고 현재 4부까지 7년간 장기 연재되고 있으며 총 30권에 육박하는 단행본에 일본 내 판매부수가 2022년 기준 1100만부를 넘어서는 대중적 성공을 이뤄냈다. 이는 만화천국인 일본에서도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

보통 일본 출판사에서 예술이나 스포츠등 특정 장르에 국한된 만화를 기획하길 꺼리는 편인데, 특히 재즈는 더더욱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이유인 즉 대중들에게 해당 장르의 이해가 많이 부족하고 또 악기를 다루는 인구수 역시 현저히 적은 탓. 특히 음악 중에서도 일본 내 시장이 상대적으로 협소한 재즈를 소재로 하는 것은 작가의 확고한 비전과 의지가 없는 한 애당초 불가능할 정도인데, [블루 자이언트]는 이런 예외를 놀랍게도 현실로 만들어내었고 윗 세대와 달리 더 이상 재즈에 관심이 없던 일본의 20~30대 젊은이들이 재즈라는 음악에 관심을 갖는데 나름의 일조를 해냈다는 평가까지 아울러 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 만화에 담긴 어떤 점이 폭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일까?

 

 

5 극중 미야모토 다이의 연주 모습.jpg

이 만화의 주인공인 색소포니스트 미야모토 다이. 뛰어난 재능이상으로 재즈에 대한 엄청난 열정과 도전의식을 갖고 있는 젊은이.

 

블루 자이언트의 성공요인 두 가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먼저 주인공 캐릭터의 선명한 매력을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만화책을 보신 분들은 이미 잘 아시겠지만 블루 자이언트의 기본 내용은 아주 심플하다. 주인공인 색소포니스트 미야모토 다이가 처음부터 흔들림 없이 재즈에 집중하며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결국 전 세계적인 일류 재즈 뮤지션으로 거듭난다는 것. 하지만 이런 답이 정해진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미야모토 다이의 매력은 꽤나 강력하고 인상적이다. 목표를 한번 정하면 거침없이 앞으로 나가는 저돌성은 슬램덩크의 사쿠라기(강백호)를 연상시킬만큼 터프하고 그가 색소폰을 불 때의 에너지는 페이지 밖으로 소리가 전달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의 강렬함으로 잘 묘사되어 있다. 자기 스스로에 대한 강한 확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거침없는 실행 능력! 도대체 재즈가 어떤 음악이길래 이렇게 모든 걸 불사를만큼 집중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걸까? 무엇이 그렇게 감동적인가? 이런 점을 책을 보는 젊은 독자들이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보인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요인으로 결론은 정해져있다지만 주인공의 성장스토리가 전혀 예측 불가능한 흐름으로 진행되어 가며, 그 과정에서 이야기의 긴장감이 떨어지기는커녕 더 타이트하게 고조되는 느낌을 주는 것은 그가 일본과 유럽, 미국을 거쳐 여러 다양한 세계의 동료 연주자들과 갈등과 치유, 경쟁과 교감을 이어가는 과정이 결코 평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등장하는 세계 각 지역 뮤지션들의 개별적인 캐릭터 또한 비교적 입체적으로 잘 묘사되어 있으며 또 에피소드 역시 다분히 현실적인 면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마치 무협지 같은 무용담처럼 억지스러운 표현이 배제된 것이 지속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상황에 따라 다른 주변부 요소들을 자극적으로 연출해 대중성을 더 의식할 법도 한데, 블루 자이언트는 나름 초심을 잃지 않고 철저히 음악자체에 중심을 둔 스토리 전개로 일관해 나간다. (그 흔한 주인공의 러브 스토리 하나 여기엔 없다. 그만큼 그는 색소폰과 재즈에 완전히 미쳐있다. 그 점에선 위플래시의 주인공인 드러머 앤드류 네이먼과도 비슷하다) 바로 그런 점이 이 만화의 평가를 더 높이 올리는 요인일 것이다.

 

2 자스의 멤버인 피아니스트 사와베 유키노리. 미야모토 다이와 달리 차분하고 냉정한 면이 두드러지는 친구. 서로 상반되는 캐릭터라고 볼수 있다. 영화 스토리 전개의 핵심인물이기도 하다..jpg

자스의 멤버인 피아니스트 사와베 유키노리. 미야모토 다이와 달리 차분하고 냉정한 면이 두드러지는 친구. 서로 상반되는 캐릭터라고 볼수 있다. 영화 스토리 전개의 핵심인물이기도 하다.

 

원작자인 이시즈카 신이치가 애초 이 만화를 그리기 이전부터 재즈 애호가였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그가 이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재즈에 빠져들어 이 음악의 주요 특징과 매력을 잘 이해하게 되었으리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여기 그려진 재즈음악에 대한 묘사와 설명, 각 연주자들에 대한 표현들은 실제 재즈에서 이뤄지는 부분들과 아주 높은 수준으로 일치가 되며 주인공인 미야모토 다이가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으며 성장해가는 과정들 또한 적잖은 현실적 개연성이 녹아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작가가 실제 현역 뮤지션들과 끊임없는 인터뷰를 주고받으며 스토리를 만들어나갔다고 한다)

이런 현실성 높은 고증과 뛰어난 캐릭터 묘사, 설득력 있는 스토리라인이 잘 맞아 떨어지며 기대이상의 대중적 호응까지 얻어내기에 이르자 일본내 주요 만화상(쇼카구칸 만화상및 문화청미디어예술제 만화부문 대상)을 받고 단행본으로 지금까지 4부까지 총 30권이 넘게 발간되었으며 2017년부터 현재까지 7년째 연재가 계속 진행되는 장기적인 성과도 함께 이뤄냈다. 단행본 판매부수는 일본 내에서만 2021년 기준 1100만부가 넘으며 계속 롱런하기에 이르자, 대형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토호에서 2021년 직접 극장판 영화제작을 추진하기 시작, <명탐정 코난 극장판>, TV 시리즈인 <블리치>, <진격의 거인> 등을 담당하며 젊은 애니메이션 감독 중 확실한 개성과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타치카와 유즈루를 섭외, 올해 2월 최종 극장판을 완성하고 일본에서 공개했다. 그리고 이것 역시 단행본에 못지않은 상당한 성공을 거둬내며 총 12억엔(한화 약 100) 정도의 수익을 거둬내는 쾌거를 이뤄낸다. (이 수치는 사실 다른 일반 탑 레벨 애니메이션 흥행에 미치는 수치는 아니다. 보통 일본 내 최상위권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경우 한해 100억엔 수익을 가볍게 넘기는 편이지만, [블루 자이언트]는 특정 장르, 그것도 비대중적인 재즈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이야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저 정도도 기대를 훌쩍 넘어서는 성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3 자스의 드러머 타마다 슌지. 세 멤버들중 가장 늦게 음악을 시작하지만 불굴의 노력으로 짧은 시간내에 크게 성장해나간다..jpg

자스의 드러머 타마다 슌지. 세 멤버들중 가장 늦게 음악을 시작하지만 불굴의 노력으로 짧은 시간내에 크게 성장해나간다

 

그동안 소재 및 주제의 측면에서 재즈가 활용된 영화/애니메이션들은 드물지 않게 있어왔다. 하지만 상당수가 특정 유명 아티스트의 다큐멘터리이거나 혹은 전기형태의 영화, 아니면 오브제로서 재즈가 적당히 활용되는 정도였으며, 실제 허구의 뮤지션이 극중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음악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어가는 경우는 1987년도 덱스터 고든이 주연 배우로 참여한 [Round Midnight], 1993년 덴젤 워싱턴과 웨슬리 스나입스가 주연하고 스파이크 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Mo, Better Blues], 제프 브리지스와 미셸 파이퍼가 클럽 로컬 재즈 뮤지션으로 역할을 소화해내며 로맨스와 음악이 적절히 잘 어우러졌던 [The Fabulous Baker Boys], 마지막으로 2014년도 공개되어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던 [Whiplash] 정도로 얼마 되지 않는다. 특히나 [Blue Giant] 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음악적 표현과 뮤지션으로서의 성장기에만 내용의 초점을 맞춘 경우는 확실히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더욱 이 작품의 의미와 차별성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재즈라는 음악이 뮤지션의 입장에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면을 갖고 있음과 동시에 스스로 끊임없는 단련을 거듭해 나가야 일정 경지에 도달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일반적인 만화로 표현해내고 또 대중성을 확보해나가는 접근이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도, 별다른 왜곡 없이 독자들에게 그 일면을 잘 전달해주고 있는 [블루 자이언트]. 이 점은 단행본과 극장판 모두 마찬가지이며 특히 극장판은 미야모토 다이를 비롯한 자스 멤버들의 열정적인 연주 모습에 대한 표현이 단행본 이상으로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잘 연출되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 외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분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거 같은데, 아무튼 열혈 재즈 팬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적잖이 공감하고 또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요소들이 장면 곳곳에 잘 녹아들어 있는 이 애니메이션은 영화 [Whiplash] 이후 오랜만에,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재즈를 이슈화 시킬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편집부 사진,스틸컷/판 시네마

 

 

요코하마 인터내셔널 영화 페스티벌에 참여한 감독 타치카와 유즈루의 모습. 출처 위키피디아.jpg

 

Interview

[블루 자이언트] 애니메이션 감독

타치카와 유즈루(Yuzuru Tachikawa)

 

결국은 드라마의 좋은 내용이 공감대 얻어낸 것

 

안녕하세요. 이렇게 서면으로라도 인사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블루 자이언트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영화사 토호(TOHO)의 프로듀서로부터 원작을 소개받고 영화화를 진행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 센다이에서 색소폰을 시작한 다이가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상경하여 도쿄의 가장 큰 무대에 서기까지의 드라마는 TV 시리즈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TV에서는 음량 조절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음향 시설이 잘 갖춰진 환경에서 재즈를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주었습니다. , 이 작품은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재즈를 모르는 사람까지도 대상으로 하는 영화라는 것을 이해하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감독으로서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어떤 점에 가장 신경을 썼는지요? 특히 원작에서 연주자들의 강렬하고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에니메이션화시키는게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이걸 잘 구현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추가로 피아노, 색소폰, 드럼 이 세악기 중 어느 게 작화로 표현하기가 제일 어려웠는지도 궁금해요

 

영화 속에서 세계 최고의 재즈 플레이어는 소리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대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작진은 영상으로 감정을 전달해야만 했죠. 연주할 때는 대사를 거의 넣지 않고, 연주하는 모습과 표정, 애니메이션 특유의 연출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작화로 표현하기 가장 어려웠던 것은 색소폰이었습니다. 제게 익숙하지 않은 악기였기 때문에 우선 색소폰 레슨을 받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악기의 디테일과 섬세함, 무게감 등을 직접 체험해보니 표현하기가 더욱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음악, 특히 재즈가 주요 소재이자 중심이 되는 경우는 에니메이션의 왕국이라 봐도 좋을 일본에서도 아주 보기 드문 일이죠. 특히 재즈만화는 저로선 처음 접합니다. 그만큼 이례적인 케이스가 블루 자이언트인데, 놀랍게도 흥행에 성공했죠. 재즈시장이 작은 국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서 현재 3부까지 출간되어 있습니다. 블루 자이언트 극장판을 만드신 감독님이 보시기에 이 작품에 어떤 고유한 매력이 담겨져 있다고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만화책인데도 불구하고 인기가 있다는 것은 작품이 가진 드라마의 내용이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원작에서 그려내는 것은 재즈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스포츠나 학업 등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주인공이 매력적입니다. ‘다이는 의지가 곧고 강한 소년으로 주저앉아 좌절하는 일이 없습니다. 때로는 고압적인 태도로 느껴질 정도로요. <블루 자이언트> 극장판은 회상 형식으로 연출이 되었는데 지금의 다이는 어떤 재즈 플레이어가 되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더욱 궁금해집니다.

 

 

BG_character_DAI (1).jpg

 

 

실제 재즈에서 자스와 같은 피아노-색소폰-드럼 편성은 결코 흔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피아노-베이스-드럼, 혹은 색소폰-베이스-드럼이 흔하고 기본 편성이라 할수 있죠. 그만큼 독특한 경우인데 이런 점을 혹시 알고 있으셨는지?

 

몰랐습니다. 원작을 읽을 때는 베이스가 없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결과적으로는 피아노-색소폰-드럼 3인 구성이라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니었다면 연주 장면을 그려내는 것이 더욱 더 힘들었을테니까요 (웃음) 기본 스토리 자체의 양이 많기 때문에 모든 분량을 소화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세세한 개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많이 다듬어져 있지만 전체적으로 원작의 큰 줄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여겨집니다. 마지막 클럽 소 블루 무대에 오르게 된 자스(Jass)의 피아니스트 유키노리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까지는 원작과 동일한데, 다만 그 이후 진행에서 스토리가 달라집니다. 이 부분이 극장판과 원작 만화와의 실제 차이로 생각되는데,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소 블루 무대에 오르게 연출한 지점에 대해 감독님의 의도가 있었을 거 같아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영화로 <블루 자이언트>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이 많을 거라는 전제를 가지고 제작을 하였는데, 3명의 주인공이 목표로 하는 무대에 1명만 빠지게 되면 영화를 보고 난 후 뒷맛이 너무 나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어떤 것에 도전한다라는 것을 응원하는 영화로 만들기 싶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음악적인 이유입니다. 마지막 라이브는 음악적으로도 집대성이 되어야 하는데, 색소폰과 드럼 2명의 연주만으로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잘 가늠이 안 되었습니다. 3명이서 쭉 연주해왔기 때문에 가급적 그런 결말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음악감독이었던 우에하라 히로미 님에게는 실제로 왼손으로만 연주를 해주십사 부탁하기도 했어요.

 

이제 곧 블루 자이언트의 첫 극장판이 한국 팬들에게도 소개됩니다. 만화책을 이미 접하고 감동받은 팬들이 많이 기대하고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그들이 어떤 점을 좀 더 주의 깊게 봐주면 좋을지도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일본에서 공개된 이후에, 감사하게도 악기 레슨을 받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재즈 클럽에도 손님이 늘어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무언가에 열정을 가지고 몰두하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단 재즈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무언가 몰두할 것을 찾지 못한 한국 관객들에게도, 또는 그런 것을 발견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kv_20230704.jpeg

 

Interview

[블루 자이언트] O.S.T 음악감독

히로미(Hiromi)

 

제겐 처음인만큼 꽤 어려운 도전이었죠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2016년 트리오로 내한한 이후 7년 만에 인터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블루 자이언트 O.S.T를 맡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영화음악작업에 참여한 건 처음이어서 내심 놀라웠는데 특별한 계기, 혹은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 작업을 하게 된 나름의 재미난 연결고리들이 있었죠. 사실 [블루 자이언트]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 전부터 전 코믹스에 들어가는 뮤지션들의 악보를 위한 작곡을 하고 있었어요. 원작 만화가인 이시즈카 신이치가 만화에 들어갈 악보가 필요했었고 전 우연찮게 만화를 보면서 그 장면, 상황에 맞는 곡들이 떠올라 틈틈이 써두곤 했었죠. 그렇게 제가 쓴 곡들의 악보가 원작만화에 실리기도 했는데 결국 애니메이션 제작하는 게 결정 나게 되자 해당 스토리 감독을 맡았던 Number 8이 내친김에 제게 영화를 위한 음악도 써달라고 부탁했죠. 그렇게 전체 O.S.T 를 맡아 작업하게 된 것입니다.

 

 

아무래도 감독과 많은 상의를 하면서 O.S.T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 히로미씨에게 이런 영상관련 음악작업은 커리어에서 처음인걸로 압니다. 본인의 솔로 리더작을 만들 때와 비교해 어떤 점이 달랐고, 또 힘들었는지, 혹은 재미있었는지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어요.

 

일단 작업자체가 제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죠. 이 영화음악에서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 면이 있는데, 하나는 영화상 라이브 음악 장면을 위한 음악이었고 다른 하나는 진행을 위한 부수적인 배경 음악이었습니다. 원작 만화를 본 사람들은 다들 그 버전의 노래를 머릿속에 그렸을거고, 마찬가지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도 모두 다른 음악들을 각자 머릿속에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거듭한 끝에 일정하게 의견이 모이는 지점을 찾을 수 있었죠. 그리고 장면을 위한 배경음악은 감독님이 영화 중 시작점과 끝점을 알려주시며 110초 정도의 음악으로 40초가 되면 감정의 정점에 도달해야 한다고 하셨고 이 대사 이후에는 감정이 빨리 가라앉아야 한다 등등, 음악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영상의 흐름에 맞춰서 가이드를 주셨죠. 그에 맞춰서 나름 최선을 다해 노력해 만들었어요.

 

원작 만화와 이번 에니메이션을 모두 보셨을 거로 짐작되는데 보시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궁금해요.

 

앞서 이야기 드렸듯이 전 이미 원작 만화에 이미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해 친숙했고 또 각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며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 자체에 무척 고무되었고 또 거기에 제가 직접 음악으로 일조를 했다는 점에서 큰 성취감을 느껴요. 애니메이션 또한 만화에 못지 않은, 어떤 점에서는 더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면이 담겨져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4.jpg

 

 

 

이번 O.S.T 참여 연주자들을 뽑는데 색소폰의 경우는 오디션을 봤지만 드러머는 곧바로 이시카와 슌으로 낙점했다고 들었어요. 그의 어떤 점에 끌린 것인지 궁금해요.

 

그가 갖고 있던 연주 톤이 제가 타마다라는 캐릭터에서 느꼈던 소리와 잘 맞는다고 느꼈기 때문에 합류를 요청하게 됐죠. 그래도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잘했어요(웃음) 극중 타마다가 두 사람에 비해 완전 초보 연주자여서 녹음할 때마다 더 심하게 서툰 느낌으로 거칠게 연주해달라고 부탁해야 했는데, 이시카와씨가 너무 열심히 연기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뛰어난 실력의 연주자가 초보처럼 연주하는 것도 여러모로 무척 힘든 일이었죠.

 

 

사실 극중 세 명의 핵심 캐릭터들이 결성한 트리오 자스(Jass)의 악기 편성에는 베이스가 없으며 피아노-색소폰-드럼의 편성이죠. ‘First Note’‘Blue Giant’ 같은 수록곡들에 베이스가 빠진 것도 그 이유일텐데 이게 재즈에서 일반적이 편성이 아니기도 하고 또 이런 편성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게 오픈된 프리 재즈계열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다소 난감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고민했는지 궁금합니다.

 

이야기하신대로 실제 만화에서도 그렇고 베이스가 없다는 점 때문에 다소 고민스러웠죠. 그래서 피아니스트의 왼손 연주로 일부 대체했어야 했죠. 그러니까 왼손 중저음부 라인이 베이스 역할을 대신했다고 보시면 될텐데, 여러모로 쉽진 않았지만 결국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극중 캐릭터인 미야모토 다이와 피아니스트 사와베 유키노리 둘중 어느 캐릭터가 히로미에게 더 매력적으로 와닿는지,

 

제겐 드러머 타마다를 비롯해 세명의 주인공들이 모두 비슷한 느낌으로 매력적이었고 또 아름다웠습니다. 그들은 뮤지션으로서 또 인간으로서 서로를 너무나 잘 맞춰 보조해주고 지지해주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당신에 대한 질문도 하나 할까 합니다. 영화의 국내 개봉시기와 비슷한 타이밍에 당신의 새로운 프로젝트 신보 <Sonicwonderland>도 발매됩니다. 간단하게 이 작품에 대한 소개도 한국 재즈 팬들에게 미리 부탁 드릴께요.

 

이번 앨범은 이전까지 제가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음악적 모험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신보 발매는 10월 초인데 사실 조금 전 NPR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를 통해 소닉원더랜드 공연을 진행했고 이 인터뷰가 공개될 시점엔 유튜브에도 영상이 올라가 있을테니 한국의 재즈 팬 여러분들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차후 한국 팬들에게도 소닉원더랜드의 음악을 직접 라이브로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래요.

 

 우에하라 히로미 Photo _ Mari_Amit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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