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 포터(Gregory Porter) - 크리스마스 캐럴에 담아낸 희망, 행복 메시지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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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gory Porter
‘그레고리 포터가 전해주는 첫 크리스마스 앨범 <Christmas Wish>’
크리스마스 캐럴에 담아낸
희망, 행복 메시지
재즈 보컬리스트 그레고리 포터의 등장과 성공 스토리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아마 영화로 만들어져도 될 만큼 그의 삶에는 좌절과 실패가 있었지만 포터는 이를 극복하고 이제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남성 재즈 보컬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그가 ‘인기가수’라면 한번쯤 취입하는 크리스마스 앨범을 이번에 내놓았다. 글쓴이는 푸근한 그의 목소리나 그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일명 ‘군밤모자’ 그리고 데뷔 초 모테마 레이블에서 발표된 앨범들을 들으며 대체적으로 ‘희망’ 찬 기운을 느낀 바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번 앨범의 타이틀이 ‘Christmas Wish’였다. 때문에 새 앨범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포터가 전하는 희망과 소망을 담은 긍정 메시지라고 할 수 있겠다. 글/재즈 칼럼니스트 강대원 사진/Erik Umphery, Blue Note, Getty Images
좌절에서 피어난 새로운 희망
그레고리 포터는 197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 루스는 목사였다고 하는데 포터는 이런 어머니를 따라 일찍이 교회를 다녔고 그곳에서 처음 노래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포터는 2017년 냇 킹 콜에게 헌정하는 <Nat King Cole & Me>를 발표했는데 어릴 적 어머니를 통해 들었던 콜의 음악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의 부재를 느꼈을 포터에게 음악은 또 다른 기댈 곳이자 안식처가 되었을 듯 하다. 노래와 음악을 좋아했던 포터지만 그는 가수가 아닌 다른 길을 택했다. 1989년 하이랜드 고등학교를 졸업한 포터는 샌디에고 주립대학교에 입학,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했다. 대학 입학 시 운동 장학금을 받았을 정도라고 하니 190cm의 거구 포터는 성인이 되면서 전도유망한 미식축구 선수로의 꿈을 키워나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그의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프로선수의 꿈을 한껏 펼쳐보기도 전에 어깨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조기에 마감하게 된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포터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어머니가 그가 21살 때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설상가상의 상황이었지만 포터는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노래와 음악. 브루클린에 정착한 포터는 그곳의 까페,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근무하며 가끔 공연을 하는 등 마음을 다잡고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주업이 요리사고 부업식으로 활동하는 무명 가수였지만 포터가 노래하는 횟수는 점점 늘어났고 인근 시스타 플레이스, 솔로몬 베란다, 할렘 클럽 세인트루이스 등지로 공연을 나가는 등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해갔다. 당시 활동하던 지역 재즈 클럽에서 포터는 운명적 음악 파트너를 만나게 되는데 바로 색소포니스트이자 피아니스트 그리고 작곡가인 카마우 케냐타다. 케냐타는 포터의 음악적 멘토로 재즈 플롯 연주자 휴버트 로스에게 포터를 소개했고 1998년 로스의 앨범 <Hubert Laws Remembers The Unforgettable Nat King Cole>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로스와의 인연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It Ain’t Nothing But The Blues>의 캐스팅으로 이어졌고 이는 결과적으로 포터가 전문 뮤지션의 길로 나서게 되는 디딤돌이 되었다.
포터가 39살이 되던 2010년 그는 인디 레이블인 모테마에서 첫 데뷔작 <Water>를 공개했는데 이게 속된 말로 대박이 났다. <Water>가 그래미어워즈 재즈보컬 앨범부문에 노미니된 것. 불혹을 앞두고 발표했던 첫 앨범이 좋은 평가를 받자 기세를 몰아 포터는 차기작을 발표했고 모테마에서 블루노트로 처음 이적한 뒤 2014년 발표한 <Liquid Spirit>으로 드디어 그래미상 최우수 재즈보컬 앨범 부문에서 트로피를 수상하며 남성 재즈 보컬의 대세남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2017년에는 <Take Me To the Alley>를 통해 다시 한 번 그래미상을 거머쥐며 명실상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재즈 보컬리스트로 우뚝 서게 되었다. 포터는 재즈를 기본으로 하지만 여기에 가스펠, 블루스, 소울까지 두루 아우르고 또 밴드 사운드, 오케스트라와의 협업 등 부단히 노력하며 음악적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가 음악적으로 성공하는 데에는 그의 작곡력도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정식으로 음악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사로 풀고 멜로디로 엮어낼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 단지 스탠더드를 노래하고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한 삶을 주제로 음악을 만들고 노래해온 것.
인생 변화시킨 어머니의 유언
젊은 나이에 미식축구 선수 생활을 마감하며 깊은 우울감, 좌절감을 맛보았을 포터에게 이렇듯 노래와 음악은 ‘또 다른 희망’이 됐다. 이에 대해 포터는 암으로 운명을 달리한 어머니의 유언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버팀목이 되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 “Sing, Baby Sing!”이라는 포터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말씀이 새로운 삶의 등불이자 이정표가 되었다고 한다. 포터는 자신의 ‘열혈 지지자’였던 어머니를 그리며 ‘Water’ ‘Liquid Spirits’ ‘Take Me to the Alley’ ‘Mothers Song’ ‘When Love was King’ ‘More than a Woman’ 등의 곡들을 선보여 왔다.
“어머니의 존재는 지금 제 음악 커리어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략) ‘자신이 누구인지 그 근원은 너보다 더 큰 것들로부터 알 수 있단다. 문화, 종교, 가족..., 그것은 너의 척추이자 너를 일으키는 것들이란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포터가 밝힌 것처럼 어머니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큰 존재로 어머니의 이러한 내리 사랑은 다시 포터의 음악을 통해 가족, 이웃, 우리들에게 전파되고 있다. 이 때문에 ‘크리스마스 앨범’이 갖는 상업성, 상징성을 부정할 순 없겠지만 포터가 노래하는 크리스마스 캐럴은 그와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느끼게 해준다. 좋은 음악은 무엇일까라는 추상적인 질문에 마치 포터는 ‘진심으로 노래하는 음악’이라는 답을 내놓고 있다고나 할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의 음악에 담긴 ‘희망’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함, 사랑 그리고 낙관주의 감성이 이번 크리스마스 앨범에 그야말로 푸근하게 녹아들어 있다. 코로나 시기에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치료제 같은 역할을 하길 소망하며 발표했던 <All Rise>가 그랬듯 이번 크리스마스 앨범 역시 그의 진심이 가득 담겨져 완성되었다.
미식축구 선수로의 꿈을 미처 이루지 못했지만 포터는 음악 안에서 더 큰 꿈을 성취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화려한 사운드가 돋보였던 이전 앨범들도 그랬지만 이번 앨범은 다시 한 번 뮤지션으로서의 꿈이 갱신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듯 한데, 바로 꿈의 레코딩 스튜디오라 할 수 있는 전설적인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업했으니 이 이상 더 좋을 수 있을까(일부 녹음은 뉴욕 시어 사운드 스튜디오와 런던 크로스웨이스 스튜디오에서 녹음되긴 했지만). 게다가 크리스마스 재즈 명반 중 하나인 엘라 핏츠제럴드의 <Ella Wishes You A Swinging Christmas>의 수록곡인 ‘What Are Doing New Year's Eve?’를 선곡하고 있는데 이 곡에서 포터는 올해 열린 제65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상’ ‘최우수 재즈보컬 앨범상’을 받은 사마라 조이와 듀엣으로 노래하며 최정상 가수로서의 영향력과 면모를 과시하고도 있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사마라 조이도 올해 크리스마스 앨범 <A Joyful Holiday>을 내놓았다는 것. 그리고 마빈 게이의 ‘Purple Snowflakes’와 스티비 원더의 ‘Someday At Christmas’를 선곡해 재차 다양한 음악에 대해 활짝 열린 포터의 ‘오픈 마인드’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본 작이 기존 크리스마스 시즌 앨범 이상의 작품으로 여겨지는 까닭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잘 알려진 캐럴 곡과 스탠더드 외에 3곡의 새로운 곡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앨범 제목과 동명의 넘버인 ‘Christmas Wish’를 비롯해 ‘Everthing's Not Lost’ ‘Heart For Christmas’가 바로 그 곡들로 포터 특유의 푸근함, 따뜻함, 진솔함이 묻어나는 곡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외 올 타임 크리스마스 애청 레퍼토리인 ‘Silent Night’ ‘Little Drummer Boy’ ‘Christmas Time Is Here’가 색다른 편곡으로 포터의 담백한 보컬이 얹혀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층 북돋울 것으로 기대된다.
노래와 음악으로 제2의 인생을 살며 정상에 서서 꿈과 희망을 전도하고 있는 그레고리 포터. <Christmas Wish>는 그의 또 다른 크리스마스 희망 메시지이자 힐링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끝으로 포터가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 중 인상적인 내용이 있어 발췌해본다.
“우리 모두는 힘과 용기, 행복한 감정을 북돋아주는 것들, 우리를 진정으로 고양시켜줄 무언가를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저는 음악 감상실에서 그 처방전을 발견합니다. 도나 해서웨이, 윌 스미스 같은 음악을 찾아들으면서요. 이웃과 가족 간 유대, 조금씩 헐거워지는 이 나라 유대에 이르기까지 제가 믿고 있는 가치들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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