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 콜리어(Jacob Collier) - 한계 없는 음악적 호기심 충만한 천재적 재능꾼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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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 콜리어 Jacob Collier
7년간의 음악 대장정 Djesse의 마지막 챕터 <Djesse Vol. 4>
한계 없는 음악적 호기심 충만한
천재적 재능꾼
“글쓴이는 전작 <Djesse Vol. 1>을 들으며 콜리어가 음악적으로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본작(<Djesse Vol. 2>) 역시 이러한 느낌이 곳곳에 묻어난다. 머랄까, 기존 음악을 새롭게 편곡하고 원맨 스타일로 연주하고 리메이크 하는 3차원적인 연주에서 벗어나 마치 4차원의 다른 풍경의 신비한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중략). 이번 앨범을 통해 확실히 그의 음악적 방향이 폭넓게, 더 깊게 펼쳐지고 있음을 재차 확인하게 되었다.” 글/재즈 칼럼니스트 강대원 사진/Universal, Hajanga.
-2019년 9월호 엠엠재즈에 실렸던 글쓴이의 Jacob Collier <Djesse Vol.2> 리뷰에서 일부 발췌
온라인, 소셜 미디어 시대에 최적화된 아티스트
1인 뮤직 크리에이터에서 유튜브 스타,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 천재 하모니스트 그리고 만 30세에 이룩한 그래미 6관왕이라는 기록 등등. 해를 넘길수록 제이콥 콜리어를 수식하는 단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콜리어는 유튜브라는 인터넷 기반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가장 성공한 뮤지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이처럼 콜리어가 짧은 시간에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당연히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겸비한 것이 한 몫 했겠지만 기술의 발전, 시대적 혜택 및 찬스를 잘 이용한 대표적인 케이스라고도 할 수 있겠다. 비유적으로 그의 유튜브 영상은 흔한 요즘 말로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높은 몰입도를 자랑한다.
대체적으로 콜리어 음악이 가진 음악적 특징(탈장르적, 미분음, 화음 쌓기 등등)은 차치하더라도 콜리어의 음악이나 노래는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강한 탓에 지금까지 많은 호감과 인기를 얻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글쓴이도 유튜브를 통해 콜리어의 매력과 진가를 확인하며 빠져들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사실 유튜브가 아닌 다른 재즈 뮤지션의 앨범을 통해서였다. 바로 2016년경 본지 리뷰용 자료로 받은 재즈 트럼페터 도미니크 파리나치(Dominick Farinacci)의 <Short Stories> 앨범을 통해서였다.
“(<Short Stories>의) 수록곡 중 호레이스 실버의 Señor Blues에 마치 테이크 6가 참여한 듯한 파트가 있었는데 부클릿에는 단지 제이콥 콜리어라는 생소한 이름만이 표기되어 있었다. 이때부터 그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에 인터넷 서핑을 시작했고 뒤늦게 유튜브 스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야흐로 1인 크리에이터의 시대라고 하지만 콜리어의 콘텐츠는 사실 어마무시(?!)한 것이었다. 단순히 새롭게 곡을 편곡하는 차원을 넘어 모든 연주 악기를 직접 다루는 한편, 보컬이나 코러스 파트까지 아주 세심하게 작업하여 마치 중편성 이상의 완벽한 밴드 사운드를 들려줬던 것. 쉽게 보면 ‘원맨 밴드’라고 할 수 있는데 글쓴이는 ‘원맨쇼 밴드’라고 칭하고 싶다. 이글을 읽는 분 중에 콜리어에 대해 생소한 분이 있다면 잠시 글 읽기를 중단하고 핸드폰을 꺼내 유튜브에 접속, ‘Jacob Collier Don't You Worry 'Bout A Thing’을 검색해보시라. 이 영상 하나만으로도 콜리어가 지향하는 ‘원맨쇼 밴드’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건 이걸 실제 무대에서도 똑같이 한다. 2017년 9월에 있었던 첫 내한공연에서 글쓴이는 이를 직접 목격했다.”
-2019년 4월호 본지에 실렸던 글쓴이의 Jacob Collier With Metropole Orkest <Djesse Vol.1> 리뷰에서 발췌
잠시 내한공연 때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다양한 악기가 세팅된 무대를 콜리어 혼자 분주히 양말발(!)로 뛰어다니며 연주와 노래를 했는데 처음엔 정신없고 무슨 기예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정교하게 프로그래밍된(콜리어의 머릿 속에 말이다!) 공연으로 글쓴이에게 지금도 꽤나 인상 깊었던 공연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콜리어의 첫 내한공연 당시 그는 2016년에 발표했던 첫 데뷔작 <In My Room>의 성공으로 그래미 2관왕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는 4개가 더 추가되어 총 6관왕이라는, 이 시대를 선도하는 어엿한 탑티어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곧 3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그가 이룬 성과나 행적을 살펴보면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20대를 보냈다고 할 수 있을 듯.
Bio
1994년 영국에서 태어난 제이콥 콜리어는 영국왕립음악원의 교수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일찍이 음악에 눈을 떴다. 타고난 음악적 천재성은 물론 엔터테이너적 자질까지 고루 갖췄던 콜리어는 2012년 18살 때부터 유튜브에 자신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의 영상이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점차 입소문을 타고 전파되면서 조회수가 높아졌다. 당시 콜리어는 다양한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한편 1인 아카펠라 형식의 노래를 선보이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런 콜리어의 팔방미인격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이가 있었으니 바로 거장 프로듀서 퀸시 존스였다.
콜리어는 2014년 존스의 기획사와 계약을 체결, 존스는 콜리어를 더욱더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지금도 존스는 전 세계의 재능 있는 뮤지션들을 발굴해 지원, 후원하는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존스는 각종 페스티벌과 공연, 행사 등에 콜리어를 대동할 정도로 후원자이자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존스의 지원 아래 콜리어는 2016년 드디어 첫 데뷔작 <In My Room>을 발표했다. 이 앨범은 콜리어가 작사, 작곡, 연주, 녹음, 믹싱, 프로듀싱까지 모두 혼자서 해낸 작품으로, 음반 발표 후 미국 컨템포러리 재즈차트 1위에 오를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결국 이듬해 열린 그래미어워즈에서 2개의 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콜리어의 나이는 불과 22살이었다.
제이콥 콜리어의 후견인이라 봐도 좋을 퀸시 존스와 함께
흥미롭게도 <In My Room> 성공 이후 콜리어는 이색 행보를 선언했다. 바로 총 4부작(4장의 앨범)으로 계획된 ‘Djesse(제시)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아무리 콜리어가 전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하고 있고 데뷔작이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하더라도 공식적인 두 번째 앨범부터 무려 4장의 연작 앨범을 내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은, 콜리어 자신이나 음반사 입장에서도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자 고민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종의 모험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콜리어는 각 앨범마다 차별화되는 음악관을 적용하여 음악적으로 아이디어가 넘쳐나며 자신감 역시 가득하다는 것을 입증해오고 있다. 콜리어는 Djesse 프로젝트에 대해 “각 앨범 모두에 고유한 음악적 우주를 담고 있으며, 해가 뜨고 지는 하루의 단계들을 표현했다”라고 소개했는데 그의 말마따나 기존과 확연히 다른, 폭넓어진 이야기와 음악세계를 다양하게 담고 있다.
2018년 <Djesse Vol. 1>이 처음 공개되었고 약 1~2년의 시간간격을 두고 <Djesse Vol. 2>(2019년), <Djesse Vol. 3>(2020년)이 순차적으로 공개되었다. 그리고 올해 3월 드디어 프로젝트의 마지막이 되는 <Djesse Vol. 4>가 공개되었다. 약 7년에 걸쳐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는 50여명 이상의 뮤지션들이 피처링하는 한편 대형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등이 총동원되어 ‘원맨 홈 레코딩’이었던 <In My Room>과 완벽한 대비를 이루는 확장된 결과물을 내놓았다. 쉽게 말해 Djesse 프로젝트는 제이콥 콜리어의 ‘Out My Room’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방(Room)’을 나온 콜리어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젠 혼자가 아닌,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직접 협업하면서 그가 언급한 ‘음악적 우주’를 완성해나가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이 프로젝트는 데뷔작 때의 천진난만하고 장난기, 호기심 가득했던 콜리어의 모습보다는 음악적으로 더욱 성숙하고 상상력이 강한 모험가로 분한 콜리어를 찾아볼 수 있다.
Djesse 프로젝트에 관하여
<Djesse Vol. 1>부터 콜리어는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동원하여 데뷔작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마치 한 편의 판타지 뮤지컬과 같은 작품이 만들어졌는데 사운드적으로 웅장하고 또 드라마틱한 면을 선보였다. <Djesse Vol. 2>부터는 <Djesse Vol. 1>의 연장선상에서 재즈, 팝, 월드뮤직 등 보다 장르적으로 다양하게 접근하는 면을 보였고 각 장르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을 다수 초빙하여 콜라보레이션을 강조했다. 이러한 ‘콜라보’ 기조는 <Djesse Vol. 3>로 이어졌고 여기에 더해 신시사이저와 각종 전자악기를 활용하여 일렉트로닉한 사운드로의 변신을 꾀했다.
Djesse 프로젝트의 앨범 커버는 모두 콜리어의 얼굴 또는 얼굴 형상을 전면에 내세운 커버를 하고 있는데 위에 언급한대로 시리즈별 음악적 변화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Djesse의 1집과 2집의 앨범 커버는 어느 정도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공간, 사운드를 지향했다면 3집은 전자 사운드로 인해, 우주와 같은 마치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것 같다고 할 수 있을 듯. 그렇다면 프로젝트의 마지막 장인 <Djesse Vol. 4>는 어떨까. 앨범 자켓을 보면 콜리어의 얼굴 형상이 조각조각 나뉘어져 형체가 사라지는(혹은 조립되는) 이미지를 하고 있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비유를 하자면 마치 ‘하얗게 불태웠다’고 하는 듯 하다. 그만큼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장이기에 더욱 공을 들이고 신경을 썼다는 뜻이 아닐까.
<Djesse Vol. 4>에 대해 콜리어는 ‘인간의 삶에 관한 탐구와 찬가들을 담았다’고 밝혔는데 시리즈의 마지막답게 지금까지 선보여온 음악의 총집합체라 할 수 있을 만큼 아주 다양한 장르, 사운드를 한데 아우르고 있다. 그야말로 듣고 있으면 ‘총천연색 사운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랄까. 본 작 역시 전작처럼 전 세계 곳곳의 많은 아티스트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관심을 끄는데 린지 로미스, 브랜디 칼라일, 리지 매칼파인, 마이클 맥도날드, 로렌스, 까밀로, 메디슨 커닝햄, 크리스 틸레, 숀 멘데스, 아누시아 샹카, 존 레전드, 존 메이어, 커크 프랭클린, 스티브 바이, 크리스 마틴 그리고 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에스파(Aespa) 등등 세대, 국가, 장르를 초월한 콜리어의 ‘한계 없는 인맥’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국내 일반 팬들에게는 에스파의 참여에 주목할 텐데 에스파가 참여한 곡은 ‘Over You’로 콜드플레이의 보컬리스트 크리스 마틴이 함께 참여해 노래하였다. 에스파는 노래의 작사, 작곡에도 참여하였고 특히 한국어 그대로 노래하여 의도치 않게 ‘국뽕’을 느껴볼 수 있기도 하다.
록 기타리스트 스티브 바이와 함께 한 제이콥 콜리어. 이미 Djesse Vol,2 에서부터 함께 교류해오고 있다.
앨범을 여는 첫 곡 ‘100,000 Voices’는 상당히 뜻 깊은 곡인데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 공연장에서 녹음한 약 15만 명의 팬들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짧은 인트로지만 이로써 Djesse 프로젝트의 마지막 피날레의 영광을 팬들에게 돌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듯 하다. 게다가 이 곡은 4분대의 아주 긴 곡은 아니지만 여러 곡이 뒤섞인 듯 변화무쌍한 곡 전개를 들려준다. 이어지는 15곡들에서 콜리어는 탈장르적, 종잡을 수 없는 독특한 곡 전개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데 그럼에도 이전 시리즈와 비교해 보다 감성적이고 선명한 멜로디 라인이 들리는 팝 스타일 곡의 비중이 많아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가장 먼저 공개되었던 싱글 ‘Never Gonna Be Alone’라든지 ‘Little Blue’ ‘Cinnamon Crush’ ‘Summer Rain’ ‘A Rock Somewhere’ ‘Witness Me’ 등이 그렇다.
이외 흥미로운 곡이라면 앨범 말미에 2부작으로 나뉘어진 ‘Box Of Stars’를 들 수 있겠다. 이 곡은 기본적으로 라틴 리듬에 힙합이 가미된 곡으로 시작하는데 2부로 넘어가면서 메트로폴 오케스트라와 토속적인 합창이 포개지고ㅡ 이후에는 스티브 바이의 거센 일렉트릭 기타가 가세하여 장대한 ‘콜리어식 심포니’를 들려주고 있다. 곡에 담겨진 메시지 역시 곡이 가진 서사성을 강조하고 있기도.
한편 <Djesse Vol. 3>를 제외한 다른 앨범들에서 스팅, 라이오넬 리치(<Djesse Vol. 1>), 헨리 맨시니, 비틀즈(<Djesse Vol. 2>)의 곡들을 리메이크했던 콜리어는 이번에 사이먼 앤 가펑클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있다. 이 곡은 존 레전드와 그래미 2개 부문 수상에 빛나는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싱어송라이터 토리 켈리가 듀엣으로 노래하고 있는데 ‘하모니 마법사’ 콜리어의 빛나는 조련 속에 놀랍고도 감동적인 5분53초를 선사한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명곡 Bridge Over Troubled Water 에 참여한 존 레전드와 토리 켈리
다소 엉뚱한 얘기 같지만 Men in Black 영화와 같이 지구인처럼 변신해서 사는 외계인이 이 세계에 존재한다면 제이콥 콜리어가 그런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그가 선보이는 한 음 한 음, 독특한 화음, 전체 음악 그리고 전달하는 메세지까지 마치 이 지구상에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기 때문. 따라서 글쓴이는 제이콥 콜리어가 탈지구적이자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인 아티스트라고 여겨진다. 장장 7년간 이어진 Djesse 프로젝트는 이제 종료됐지만 30대에 접어든 콜리어의 또 새로운 음악적 모험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정말, 정말 귀추가 주목된다. Djesse 프로젝트의 끝에서 그는 과연 어느 곳을 바라보고 어떤 이상향을 새롭게 그려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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