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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샬랩 트리오(Bill Charlap Trio) - 모든 연주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화학작용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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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드러머 케니 워싱턴, 베이시스트 피터 워싱턴, 피아니스트 빌 샬랩 

 

 

 

빌 샬랩 트리오(Bill Charlap Trio) with Peter Washington, Kenny Washington

3년만의 신작 발표하며 활동 재개하는 당대 최고의 트래디셔널 피아노 트리오

 

모든 연주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화학작용의 결과!

90년대 중반 차세대 재즈 신을 이끌어갈 피아니스트를 꼽을 때 브래드 멜다우, 다닐로 페레즈, 베니 그린, 재키 테라송 등과 함께 빠지지 않고 꾸준히 언급되곤 했던 빌 샬랩(그 당시 국내에선 알파벳 표기를 보고 실제 발음이 어떤지를 몰라서 눈대중으로 빌 챨랩이라고 읽기도 했었습니다. 통상적으로 ch s 발음으로 읽는 경우가 드물기도 했고요)은 그중에서도 특히나 베니 그린과 함께 전통적인 재즈적 기반을 강하게 지니고 있는 연주자입니다. 다른 연주자들은 최소한 커리어중간에 여러 다른 스타일이나 장르적 시도를 하곤 했지만 빌 샬랩은 일절 그런 거 없이 프로페셔널 뮤지션으로 데뷔한 91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스윙과 비밥을 음악적 이디엄삼아 연주활동을 해왔죠. (그래서 2000년대 접어들어서 트레디셔널 재즈 시장이 하향세에 접어들 때 다소간의 평가절하 및 외면을 받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흐름에 따른 것일뿐 그의 연주와 음악성과는 일절 무관합니다. 그 시기에도 그는 순도 높은 연주를 꾸준히 들려줬었죠)

그렇게 그가 지난 30년 동안 켜켜이 쌓아온 재즈 전통의 미학은 거의 비슷한 세월 함께 팀워크를 맞춰온 베이시스트 피터 워싱턴, 드러머 케니 워싱턴과 함께 할 때 가장 영롱하게 빛을 발합니다.

이들의 음악적 교감은 마치 한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것 같은 일체감이 있으며 그러면서도 지극히 자연스럽고 부드러워 절로 마음에 스며듭니다. 얼핏 지극히 평범하고 흔한 것 같이 들리는 스윙 리듬이지만 케니 워싱턴의 브러쉬를 통해 연주되는 심벌과 탐탐, 피터 워싱턴의 더도 말고 딱 가운데 알맞은 지점에서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아 밀어주고 당겨주는 워킹, 그 위에서 때론 솜사탕같이, 때론 섬세하고 투명한 유리처럼 깨끗하게, 강렬한 저돌성과 시원한 드라이브감을 담아 연주하는 빌 샬랩의 피아노는 현재 재즈 신에 존재하는 여러 피아노 트리오들 가운데 전통적인 재즈 트리오의 진미를 최상위 영역에서 구현하는 팀중 하나임에 분명하죠.

이들이 <Street of Dreams> 이후 3년 만에 다시 새로운 작품을 선보입니다. (라이브 앨범으로 따지면 2007년 빌리지 뱅가드 라이브이후 17년만입니다) 변함없이 친숙한 스탠더드 레퍼토리들과 반가운 세 연주자들의 물 흐르듯 유려한 커뮤니케이션, 뭔가를 특별히 보여주겠다는 마음보단 현재 자신들의 감정과 무드를 자연스럽게 담아 서로 대화하는데 최대한 집중한 이들 트리오의 연주는, 이제 세월의 흐름에 따른 노련함이 더해져 힘들이지 않고 탁월한 스윙감을 시종일관 연출해냅니다. 들을 때마다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게 만드는 이들 트리오의 음악들, 오랜만에 다시 새 앨범으로 돌아온 탁월한 이 트리오를 이달 커버 스토리로 소개하기 위해 국내에서 이 방면의 음악에 집중해 열심히 연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참치씨가 직접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빌 샬랩의 피아니즘과 트리오 합에 대해 오랜 시간 음악을 듣고 이해해온 그의 식견이 엿보이는 글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께서 빌 샬랩 트리오의 진면목을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문/MMJAZZ 편집장 김희준 본문/피아니스트 김참치 사진/Carol Friedman , Blue Note Rec.

 

1 27년째 멋진 팀워크를 유지해오고 있는 빌 샬랩 트리오.jpg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이 언급했듯, 세상엔 두 종류의 음악이 있다. 좋은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새로움을 향해 나아갈 때, 아름다움과 역사성에 집중하는 음악가들도 있다. 재즈 피아니스트 빌 샬랩(William Morrison "Bill" Charlap, 1966년생) 이 바로 이에 해당되는 연주자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를 연상할 때 아름다운 피아노 터치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의 피아노 음색은 마치 종소리처럼 맑고 투명한 소리를 자아낸다. 또한 그는 실황과 녹음의 구별이 무의미할 정도의 놀랍도록 기복 없이 안정적인 터치를 지니고 있다. <Stardust>(2002/Capitol)에서의 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 작곡, 네드 워싱턴(Ned Washington) 작사의 스탠더드 명곡 ‘The Nearness of You’ 같은 발라드 연주를 들어보라. 그의 정교한 피아노 기술은 어떤 상황이든 흐트러지지 않고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다. <Bill Charlap Trio: Live At The Village Vanguard> (Blue Note/2007)에서 연주한 헤럴드 알렌(Harold Arlen) 작곡, 조니 머서(Johnny Mercer) 작사의 ‘My Shining Hour’를 들어보면, 극한의 빠르기를 다루면서도 신기할 정도로 극도로 차분하게 연주한다. 또한 그는 단순한 기교파가 아니라, 곡의 서사와 감정을 전달하는 데에 아주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더불어 작사가의 이야기를 듣고 작곡가의 의도를 십분 이해하기에 많은 보컬리스트가 그를 기꺼이 협연자로 선호한다.

빌 샬랩은 지금까지 주로 아메리칸 송북(The Great American Songbook)과 재즈 스탠더드(Jazz Standard)를 연주해왔다. 레퍼토리는 당연하게도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부터 레오나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이 만든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대에 걸쳐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음악 선택은 단순한 과거 재현이 아닌,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해석 능력으로 원곡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로 정교히 다듬어 청중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하는데 중점을 둔다. 빌 샬랩이 참여한 뉴욕 트리오(New York Trio)<The Things We Did Last Summer> (Venus/2002) 에서 그는 레이 에반스(Ray Evans)와 제이 리빙스턴(Jay Livingston)의 공동 작사 작곡인 ‘Mona Lisa’, <All Throuht the Night> (Criss Cross/1998)에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O.S.T로도 유명한 레슬리 브릭스(Leslie Bricusse) 및 엔서니 뉴리(Anthony Newley) 작곡의 ‘Pure Imagnination’을 참고 해보시면 필자의 이 견해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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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빌 샬랩 트리오의 모습. 앨범[Stardust] 발매 즈음

 

Biography

그는 뮤지컬 [피터 팬]을 작업한 브로드웨이 작곡가 무스 샬랩(Moose Charlap)과 그래미 후보에도 올랐던 보컬리스트 샌디 스튜어트(Sandy Stewart)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빌 샬랩은 어렸을 때부터 음악적 환경에서 자라나 일찌감치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었는데, 3살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클래식을 배웠지만 본인의 취향과 선택으로 자연스레 재즈 뮤지션으로 방향을 잡아나갔으며, 이후 90년대 초반부터 필 우즈(Phil Woods), 제리 멀리건(Gerry Mulligan), 론 카터(Ron Carter), 토니 베넷(Tony Bennett), 베니 카터(Benny Carter), 스콧 해밀턴(Scott Hamilton), 빌 스튜어트(Bill Stewart), 스캇 콜리(Scott Colley)등과 연주를 하면서 커리어 활동 반경을 넓혀나갔다.

그러다가 베이시스트 피터 워싱턴(Peter Washington)과 드러머 케니 워싱턴(Kenny Washington) (성이 같지만 혈연관계가 아님)과 함께하는 빌 샬랩 트리오는 19971222, 크리스 크로스 레이블을 통해 발매되었던 [All Through the Night] 첫 녹음 세션 이후로 결성이 되었는데, 이후 지금까지 27년 동안 음악적인 일관성과 지속성을 가지고 계속 함께 연주를 해오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뉴욕의 명문 재즈 클럽 빌리지 뱅가드(Viliage Vanguard)에서 1,2주 기간을 잡아 연주하며, 이외에도 다양한 페스티벌 및 콘서트에서 연주해오고 있다.

이들 트리오를 이야기할 때 화학 반응(Chemistry)이라는 표현으로 서로간의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빌 샬랩은 처음 단 한 번의 리허설만으로도 마치 오랫동안 함께 연주해 온 밴드처럼 들렸다고 회상한 바 있다. 트리오 구성원 간 상호작용은 단순히 연습의 결과나 기술적인 완벽성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오랜 친구를 오래간만에 만났을 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즉각적이고 자연스럽게 형성될 때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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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들에 관하여

이달 중순즈음 공개될 <And Then Again>(Blue Note/2024)<Bill Charlap Trio: Live At The Village Vanguard> (Blue Note/2007) 이후 이들 트리오가 앨범으로 기록한 두 번째 빌리지 뱅가드 실황 음반이다. 일부 연주를 제외하고 거의 첫 번째 토요일 밤의 기록을 담고 있다.

앨범의 첫 곡이자 타이틀곡은 피아니스트 케니 배런(Kenny Barron)이 작곡한 대표적인 비밥 블루스 곡, ‘And Then Again’이다. 해당 선곡에서 케니 배런에 대한 그의 존경을 느낄 수 있다. 원곡에선 비밥 전통을 드러냈다면, 이 연주에선 현대적인 화성을 활용하여 좀 더 유연한 모습을 보인다.

두 번째 곡은 제롬 컨(Jerome Kern) 작곡, 오스카 헤머스테인 2(Oscar Hammerstein II 작사의 유명한 스탠더드 넘버 ‘All the Things You Are’이다. 그는 이 곡을 <The Silver Lining: The Songs of Jerome Kern>(RPM/Columbia/2015) 에서 보컬리스트 토니 베넷(Tony Bennett)과 피아노 듀엣으로 연주하여 그래미상 트래디셔널 팝 보컬 부문 트로피를 받은 바 있다. 인상적인 도입부 절(Verse)로 시작했던 2015년 연주와 다르게, B 섹션에서 라틴 리듬을 살리고 후주 부분에서 복잡한 코드 진행을 사용하여 좀 더 모던하게 연주하고 있다.

세 번째 곡은 텔로니어스 멍크(Thelonious Monk) 작곡의 ‘ ‘Round Midnight’ 이다. 원곡 느낌을 살려 스윙 곡으로 다루며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1946년도 편곡에 등장하는 도입부 및 코다 부분을 살려서 연주한다. 중간 중간 타악기 느낌을 도드라지게 드러내거나 박자를 바꾸는 등 유쾌한 장치가 굉장히 많은 것이 이 버전의 특징.

네 번째 곡은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가 남긴 스탠더드 반열에 오른 ‘In Your Own Sweet Way’. 트리오는 비밥적인 개성을 드러낸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56년도 연주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드러머인 케니 워싱턴은 주선율 후에 이어지는 개방된 즉흥연주부터, 브릿지 파트에서 다양한 뉘앙스를 활용하여 음악 전체를 이끌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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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곡은 지미 반 휴젠(Jimmy Van Heusen) 작곡, 에디 드렌(Eddie DeLange) 작사의 ‘Darn that Dream’이다. 원래 선율을 연주한 뒤, 변형된 선율로 바꾸는 도입부 연주를 통해 곡에 담긴 다양한 역사를 읽어낼 수 있다. <Birth of the Cool> (Capitol/1957)에서 연주되었던 제리 멀리건의 도입부 편곡을 활용하여 연주를 마무리 짓는다.

여섯 번째 곡은 빈센트 요먼스(Vincent Youmans) 작곡, 클리포드 그레이(Clifford Grey) 및 어빙 시저(Irving Caesar) 작사의 ‘Sometimes I’m Happy’이다. 빌 샬랩과도 같이 연주했었던 보컬리스트 프레디 콜(Freddy Cole)의 편곡을 약간 느리게 살려 주요 아이디어로 유쾌하게 다룬다.

일곱 번째 곡은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 작곡, 아이라 거쉰(Ira Gershwin) 작사의 ‘The Man I Love’이다. 이 곡은 비슷한 선율이 조금씩 하행하는 세련된 진행인데, 트리오 전체가 그 느낌을 기분 좋은 스윙감으로 채워낸다. 베이스와 드럼이 공간을 여유롭게 주어 피아노의 질감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이 라이브 앨범의 마지막 곡은 빅터 영(Victor Young) 작곡, 빙 크로스비(Bing Crosby) 및 네드 워싱턴(Ned Washington) 작사의 ‘(I Don’t Stand) A Ghost of A Chance with You’ 이다. 그는 이 곡을 자신의 앨범을 통해 여러 번 녹음, 발매했으며, 이 라이브 연주에서도 따뜻한 베이스의 톤과 드럼의 차분한 브러쉬 소리와 함께 꾸밈없이 선율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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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샬랩의 연주는 전통이 지금도 여전히 가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단순히 곡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는 감성을 담아 노래하기 위해 이들이 보이는 화학 반응은 관객에게 언제나 진솔한 감동을 준다. 좋은 음악이란 바로 이런 것이며, 이것이 재즈가 지닌 중요한 본질중 하나라는 것을 이 라이브를 들으면서 다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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