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는 새로운 바하가 필요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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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바하가 아닌 재즈로 무장한 누보 바하
LA4는 ‘아랑훼즈 협주곡’을 재즈로 편곡해 유명한데 CD장에 있던 음반은 그 음반이 아닌 [Just Friends]라는 앨범이었습니다. 바로 그 앨범의 첫 곡이 ‘누보바하’, 즉 새로운 바하였습니다. 바하의 ‘Prelude in C minor’를 편곡해 곡에 삽입했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언젠가 무심코 산 앨범이었는데 그런 보물 같은 곡이 들어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다른 여러 클래식을 재즈로 편곡해 앨범을 내기도 한 기타리스트 로린도 알메이다가 곡의
첫 부분을 장식합니다. 그의 기타소리를 들으면 마치 클래식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름다운 기타소리에 빠져 있다보면 느닷없이 버드 쉥크의 알토 색소폰이 가슴속을 휘저으면서 연주됩니다.
로린도 알메이다의 기타와 버드 쉥크의 알토 색소폰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때로는 서로 앞지르며 연주합니다. 그 아름다운 서정성에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기타도 색소폰도 지쳐 보이면 레이 브라운의 베이스가 부드러운 행진을 하면서 그 지친 마음들을 달래줍니다. 그러면 다시 힘을 얻어 기타와 색소폰이 연주를 합니다. 그때서야 ‘그래, 이 곡이야. 제목도 이전에 들었던 바하가 아니라 새로운 바하잖아! 그녀에게는 새로운 바하가 필요해! 클래식 바하가 아닌 바로 재즈로 무장한 누보 바하!’ 그녀에게 이 곡이 너무나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한 곡만으로는 너무 부족한 듯 해서 얼른 단골 음반 매장에 갔습니다. “바하를 재즈로 연주한 앨범 뭐 없나요?”라는 질문에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아저씨가 건네 준 것은 자끄 루시에의 [Plays Bach] 앨범이었습니다. ‘아니, 제목부터 바하잖아!’ 너무나 감격스러워 계산을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습니다. 얼른 집에 와서 들어본 곡은 ‘G선상의 아리아’였습니다. 역시 많이 들어본 곡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꾸벅 꾸벅 졸아가며 공 테잎에 여러 곡들을 녹음했습니다.
다음날 그녀의 병실에 들어가는 가운 주머니 속에는 ‘누보바하’와 ‘자끄 루시에’가 담겨진 미니 카세트가 있었고, 병실을 나갈 때는 고맙다고 울먹이기까지 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자끄 루시에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 몇 년 후 [The Bach Book]이라는 앨범도 나와서 들어 보았지만 결국 그녀에게는 들려주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척추 마비환자들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태들을 모두 경험하고서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중환자실에서도 항상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고 합니다. 아마 그 음악이 그녀의 고통을 덜어주었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때의 그 가을이 생각납니다.
그때의 그 낙엽들, 낡은 이어폰을 통해 울려 퍼졌던 누보바하, 자끄 루시에... 가슴이 시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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