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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에 연재되었던 엠엠재즈 재즈이야기 컨텐츠들을 이전하였습니다.
글: 최범 | 재즈를 사랑하는 산부인과 의사(서울의료원)

엠엠재즈

잃어버린 것들 2

‘헤어지는 아픔? 웃기는 일이야. 한달 밖에 안됐는데 무슨 사랑을... 진짜 사랑이 뭔지나 알고 하는 얘기야? 난 그냥 즐겼을 뿐이야. 니가 뭔데 내 진짜 맘을 알아? 난 단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넋두리도 하고 같이 술도 마시고 때로는 내 육체를 달래줄 여자가 필요했을 뿐이야. 지금 나한테 중요한 건 지금 나가면 병원까지 길 안 막히고 빨리 갈 수 있느냐 그거지. 너도 내 덕에 한 달간 재밌었잖아. 나이트에서 만난 사이에 무슨 얼어죽을 사랑은... 그냥 몸매가 탐이 나서 남들보다 좀 오래 만난 것 밖에 없어. 거기다 감성이 너 정도 수준에 그런 음악들을 알게 됐으면 내 덕에 업그레이드 된 거지. 날 잊더라도 부디 이 음악들은 잊지 말아주길 바란다.’ 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재떨이가 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고 그녀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저런 성질머리하곤... 그 주제에 무슨 사랑이냐...!’라고 생각하며 그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생각보다 그리 막히진 않았지만 신호위반도 해가면서 달렸다. 병원 근처 전철역 부근을 지날 때쯤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 한 여자를 발견하고선 차를 세웠다. 

“어이 최 간호사, 늦었군. 내가 태워줄게. 빨리 타!”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차안을 보고 그를 확인하더니 얼른 앞자리로 탔다.

“어머! 강철수 선생님 고마워요. 오늘 또 늦었어요. 학교 졸업한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아직도 늦잠 자는 버릇이 안 없어지네요. 늦어서 화장도 제대로 못하고 왔어요. 그런데 전철역에서 병원까지는 너무 멀어요. 버스는 마땅한 게 없고...”

“최 간호사는 화장도 안 했는데도 예쁘군. 내가 찍었다니까. 금년 신규 간호사 중에서는 최 간호사가 제일 예쁜 것 같아.”

그는 며칠 전 병실에서 보았을 때 병원에서 맞춰준 간호사복이 키가 큰 그녀에게 작아 몸에 꽉 끼어 몸매가 훤히 드러나 보이고 짧아진 치마 밑으로 보였던 날씬한 다리를 떠올리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강철수 선생님, 고마워요. 병원 근무한 지 얼마 안되어서 다들 어렵고 다른 선생님들은 마구 태우는데 선생님은 제가 실수하거나 잘 몰라도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일부 다른 선생님처럼 말도 함부로 하지 않아서 참 고마웠어요. 오늘 이렇게 또 차까지 태워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그런데 지금 듣고 있는 음악, 뭐예요? 참 신나고 재미있네요.”

“이거? 애시드 재즈라고, 아침에 듣기 좋지? 흥을 돋구잖아.”

“산성 재즈요? 그룹 이름이 참 특이하네요.”

“하하! 그룹 이름이 아니라 재즈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지. 지금 듣고 있는 노래는 ‘Cantaloop''라고 US3가 연주하는 거야.”

“산성 재즈가 뭐죠?”

“굳이 격을 따진다면 흑인 음악 중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음악으로 자부하고 있는 게 재즈이고 쓰레기 음악이라고 치부하는 건 랩 음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애시드 재즈는 이런 재즈와 랩을 섞은 거지. 흑인들의 재즈가 백인들의 팝과 록에 대항해 살아남기 위해 채택한 것이 다른 음악과 짬뽕 시키는 퓨전이라는 방식인데, 이것도 그 일환의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 애시드 재즈야말로 귀족과 천민이 섞인 진정한 퓨전 재즈야. 그런 애시드의 최대 히트 작이 지금 듣고 있는 US3의 ‘Cantaloop’야. 블루 노트 레이블 앨범인데 블루 노트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라지? 아마.”

“그러고 보니 많이 들어본 것 같아요. 선생님은 아는 것도 많네요. 음악을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저는 가요도 좋아하고 록도 좀 들었는데 재즈는 잘 몰라요. 듣고는 싶은데 요즘은 시간도 없고 잘 아는 사람이 누가 옆에서 가르쳐주면 좋은데... 언제 한번 선생님이 좀 가르쳐 주실래요? 어, 근데 다 왔네요. 이만 내릴게요. 덕분에 편하게 왔어요.”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고, 오늘 저녁에 시간 돼? 밥이라도 같이 먹지. 술도 사줄게.”

“정말요? 좋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이에요. 아시죠?”

강은 병원 정문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다리만을 보고 있었다.

‘이거 아침부터 자극 받는데? 하여간 이런 자연스러운 기회가 오다니. 저 미끈한 다리를 가까이서 볼 날이 빨리 오겠군.’하고 생각하며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병원 쪽으로 걸어가다가 안과 유 선생을 만났다.

“강 선생, 좀 늦었네. 어이, 얼굴이 수척한걸 보니 간밤에 또 집에서 안 잤군. 이번엔 또 누구야? 그건 그렇고, 언제 시간 있어? 얼마 전에 선배랑 압구정동의 한 술집을 갔는데 물이 끝내 주더라고. 2층 건물인데 지하는 김 선생이 좋아하는 라이브도 해. 2층은 술을 팔고 1층은 커피 같은 걸 팔아. 그런데 엄청 비싸. 커피 한잔에 만원이야. 맥주 한 병에 만 오천 원이지. 발렌타인 30년 산도 팔아. 레지던트 월급에 어떻게 그런데 갈 수 있겠어. 강 선생이랑 가야 갈 수 있지. 낄낄. 아무튼 그런데라서 그런지 물이 많이 걸러지더라고. 여자 애들끼리도 많이 와. 싸구려 애들은 안 온다구. 돈도 좀 있고 놀고 싶어하는 애들이 많이 오더라고. 강 선생이랑 가면 그냥 엮을 수 있을 거야. 언제 시간 좀 내라고. 이번 주말은 어때?”
“안 돼. 주말엔 선 보러가야 돼. 잘 알잖아. 한 달에 한번씩은 선을 봐주기로 했지. 그래야 용돈도 주거든. 그게 이번 주야.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수질검사 하러 한번 가주지.”라고 대답하고선 급히 뛰어갔다.

그 날 저녁 강은 오후 7시 반경 압구정동 베니건스에서 최 간호사를 만났다.

“컨츄리 치킨 샐러드랑 베스트 샘플러로 하고 스테이크는 필레미뇽으로 먹지. 음료수는 시원한 맥주 어때?”

“좋아요. 선생님은 여기 자주 오시나보죠? 학생 때 이런 데는 무슨 날일 때나 왔는데... 낮 근무라 4시 반쯤 끝나고 시간이 남아서 옆 극장에서 영화 봤어요. 많이 기다렸는데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죠. 그런데 강 선생님 아버님이 하시는 병원이 이 근처라면서요? 좋으시겠어요. 내년에 트레이닝 끝나면 취직걱정도 없고.”

“아버지 병원은 청담동에 있는 한빛 병원이야. 돈 되는 과만 모아놨지. 하지만 그게 뭐 내껀가? 아버지 덕에 이렇게 의사가 됐지만 실은 난 다른 걸하고 싶었어. 그건 그렇고 이거 선물이야. 아침에 들었던 거야. 좋아하는 것 같아서 녹음해왔어. 그 곡은 US3의 ‘Hand On The Torch’라는 1집에 녹음된 곡인데 ‘Cantaloop’말고 ‘I Got It Goin'' On’이나 ‘Tukka Yoot''s Riddim’ 등이 히트를 했지. 난 특히 ‘Tukka Yoot''s Riddim’이 좋아. 제일 신나거든. 아무튼 이 앨범으로 재즈계와 랩계에서 수많은 아류작들이 생겨났어. 2년 만에 나온 2집도 그럭저럭 괜찮아. 1집에 비해 크게 히트는 못했지만 음악적 완성도는 더 높은 것 같아. 90분 짜리에 녹음을 하다보니 뒤에 공백이 남아서 2집 곡도 몇 곡 넣었지. ‘Come On Everybody’와 ‘I''m Thingking About Your Body’를 넣었어. 2집에서 히트한 곡들이지. 그 중에서 ‘난 당신의 몸을 생각하고 있다’가 좋아. 실은 나도 지금 그렇거든. 최 간호사는 몸매가 미스코리아 감이잖아. 간호사보단 CF모델이 더 어울릴텐데 말이야. 하하하!”

“어머! 너무 짓궂어요.”하고 싫진 않은 듯 그녀가 웃었다.

강은 집안 배경이 좋았고 돈도 많았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서울 의대를 나왔고 부유해 보이는 외모와 182cm의 훤칠한 키에 단단해 보이는 체구를 지녀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따라 다니는 여자도 많았고 맘만 먹으면 어떤 여자든 쉽게 사로잡을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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