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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에 연재되었던 엠엠재즈 재즈이야기 컨텐츠들을 이전하였습니다.
글: 최범 | 재즈를 사랑하는 산부인과 의사(서울의료원)

엠엠재즈

잃어버린 것들 6

이후 소식도 모르고 지내다가 우연히 찾은 재즈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녀를 만난 것이었다. 그녀는 그와 헤어진 후 주위의 모든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지냈다. 몇 번 회사에 취직해서 다녀도 봤지만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고 한동안 슬픔에 빠져 또다시 몇 년을 그렇게 지내다가, 우연히 아르바이트 삼아 한강변에 있는 어느 통기타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하게 되었다. 

훌륭한 노래 솜씨와 아름다운 목소리 때문에 근처 카페 촌 일대에서 인기가 높아져 그녀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재즈학원 강사이자 직접 재즈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는 어느 유명한 재즈인의 눈에 들어 그 분 수하로 들어가 재즈 수업을 받게 되었다. 손이 모자라면 직접 서빙까지 하면서 열심히 배워 실력을 쌓다가 친구가 찾아간 그 라이브 카페에서 며칠 전부터 노래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친구는 적성에 맞지도 않은 의대를 간 덕분에 오랫동안 방황을 해 나와 동갑인데도 아직 레지던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어서 얼마 되지 않는 시간에라도 재즈 라이브 카페를 찾아 음악을 듣곤 했다. 그 날 역시 전날 당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혼자 맥주도 마실 겸 그 곳을 찾았다가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니 그녀였던 것이다. 

7년 만에 만난 그들은 그 동안 참고 있었던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친구는 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그녀의 노래를 듣다가 영업이 끝난 후 그녀의 자취방에 가서 그 동안의 힘들었던 지난 이야기와 못 다 했던 말들을 나누며 밤을 지새웠다. 그 날 새벽, 그녀의 배란일임을 안 두 사람은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성교 후의 피임 방법이 있음을 알아내고 산부인과를 하고 있는 내게 찾아왔다. 

오랜만에 보는데도 별이 쏟아질 것 같은 커다란 두 눈과 약간 큰 입이 그녀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창피한 줄은 아는데 너무 걱정이 되서 찾아 왔어. 우린 정말 십 년 만에 만났다고. 그런데 이런 일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아. 후 피임이란 게 있는 줄은 아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몰라서 왔어.”

“정말 이렇게 셋이 다시 만난 게 얼마 만이냐? 고등학생 때는 같은 교회에도 다녔었는데 지금 너희 둘은 서로 너무 다른 길에 서 있구나. 하여간 그때 너희 두 사람의 노래는 정말 천상의 하모니였지. 너희처럼 잘 어울리는 커플도 없었어. 그건 그렇고 날짜가 그러니 정말 걱정되겠구나. 성교 후 피임법은 여러 방법이 있는데 약물요법과 루프 같은 자궁 내 장치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어. 
자궁 내 장치는 수정부터 착상까지 6일정도 걸리니까 그 안에 설치하면 되지만 자궁 외 임신 같은 것은 막지 못하지. 더군다나 분만의 경험이 없을 경우 자궁경부가 열려있지 않아 곤란해. 약물요법은 응급 복합 피임약, 황체호르몬으로만 함유되어 있는 미니필, 안드로겐성분을 갖고 있는 다나졸, RU486 등이 있지. 미국이나 유럽에는 아예 성교 후 피임약이 상품화되어 나와 있어.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상품이 없어서 그 방면에 전문지식이 없으면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조차 몰라. 그중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으로 성교 후 피임을 할 수 있는 응급 복합 피임약에 대해 가르쳐 줄께. 응급 복합 피임제의 원리는 약을 복용하면 단기간에 강력하고 폭발적인 호르몬 노출에 의해 배란을 지연하거나 억제하고 정자나 난자의 난관통과를 방해해서 수정을 억제하지. 
가장 주된 작용은 자궁내막을 변형시켜 착상을 억제시키는 건데 수정 후 난관을 통과해 자궁에 이르는 72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효과가 있고 빨리 할수록 성공률이 높지. 국내 시판 중인 피임약으로 FDA에서 공인한 약물 용량으로 복용하려면 시중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피임약인 미니보라, 오부라로 아니면 트리퀼라의 황갈색 약을 4알 복용하고 12시간 후에 다시 4알을 복용하면 되지. 오심이나 구토가 흔하니까 드라마민이나 돔페리돈, 멕소롱 같은 구토 방지제를 같이 복용하면 더욱 좋지.” 

그녀의 볼이 발그레해 지면서 부끄러워 말을 하지 못했다.

“고마워. 그렇게 해 볼께. 그런데 성공률은 어때?”

“72시간 내에 약을 시작하면 되지만 빠를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지. 대개 8∼90% 정도 된다고 하더군. 그런데 그 카페는 어디쯤 있어? 조만간 당직 아닐 때 시간 내서 꼭 찾아갈게. 나도 너희들 못지않게 음악을 좋아한다고.”

며칠 후 친구와 함께 그 카페를 찾아갔다. 늦봄과 초여름 사이에 후덥지근해진 몸을 맥주로 풀며 그가 자신의 당찬 계획을 알려주었다.

“이젠 방황은 끝났어. 어차피 의사의 길로 들어선 마당에 열심히 공부해서 전문의가 되어 아버지 병원을 물려받을 거야. 그래서 자금이 넉넉해지면 라이브 카페를 차리겠어. 10년 전 나의 부모님이 가슴에 못을 박아버리고 내가 나 몰라라 했던 저 가수를 위해서 말이지. 어때? 정말 멋있을 것 같지 않아?”

그가 가리킨 무대에서는 살며시 마이크를 쥐고 그윽한 눈빛으로 이곳을 바라보는 그녀가 있었다.

“이번 곡은 ‘My One And Only Love’입니다. 제 첫사랑에게 바칩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살짝 미소를 짓고 지그시 눈을 감고 노래를 시작했다. 간주 없이 바로 그윽하고 애절한 보컬이 시작되었다. 

 

 

“The very thought of you makes my heart sing 
진실로 당신을 생각하다보면
like an April breeze on the wings of spring 
무르익은 4월의 봄바람처럼 내 가슴은 노래를 하고
and you appear in all your splendor, 
당신은 빛나는 광채 속에 나타나지요. 
my one and only love...
오직 하나뿐인 나의 사랑...”



그들의 사랑이 영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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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엠엠재즈 웹사이트 관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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