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키스 재럿, 게리 피콕, 폴 모션 Keith Jarrett/ Gary Peacock/ Paul Motian (Recorded Live 1992) [The Old Country] ECM/2024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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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Jarrett/ Gary Peacock/ Paul Motian (Recorded Live 1992)
<The Old Country> ECM/2024
Keith Jarrett piano
Gary Peacock double bass
Paul Motian drums
2 I Fall In Love Too Easily
3 Straight No Chaser
4 All of You
5 Someday My Prince Will Come
8 How Long Has This Been Going On
스윙의 진정한 맛, 그리고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본질
키스 재럿의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면 간혹 예외적인 세션들이 보일 때가 있다. 피아노 솔로와 트리오, 그리고 아메리칸 쿼텟, 유러피안 쿼텟을 그의 굵직한 핵심 프로젝트로 보고 그외 클래시컬 프로젝트들이 재럿의 음악세계를 대략 가늠할 수 있는 작업들인데 그 가운데 기존의 레귤러 멤버들 외에 별도의 작업들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커리어 초기의 키스 재럿-찰리 헤이든-폴 모션, 그리고 지금 소개할 키스 재럿-게리 피콕-폴 모션 라인업의 트리오가 거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는데 특히 후자의 라인업으로는 지금껏 유일하게 단 한장의 앨범만이 소개되었더랬다. 1992년 펜실베니아주의 델러웨어 워터 갭이라는 인구 500명 남짓한 시골 도시에 위치한 재즈클럽 ‘디어헤드인’에서 펼쳐진 이 연주는 재럿이 게리 피콕, 폴 모션과 함께한 유일한 세션이었다. 그리고 그 유일함만큼 음악적으로도 잭 디조넷과 함께 할때와는 색다른, 클래식한 인터플레이가 별미였던 작품이었는데 바로 이 시기의 녹음이 추가로 8곡 더 공개된다.
이 트리오의 매력은 기존의 잭 디조넷이 함께 했을 때와는 다른 빈티지한 스윙 어프로치에 있다고 본다. 폴 모션은 잭 디조넷만큼 현란하고 피지컬 뛰어난 테크니션이 아니고 오픈된 상황에서 자유로운 비트를 구사하는 스타일의 연주자도 아니지만, 그의 스윙은 아주 맛깔스러우며 심벌을 다루는 그의 손맛은 남다른 데가 있다. 특히 서포트를 해주는 관점에서 더할 나위 없는 간결함과 훌륭함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 시기 게리 피콕의 베이스는 아마도 최전성기가 아니었을까 싶을만큼 솔로와 컴핑 모두 걸출하며 이전 녹음에 담긴 You Don't Know What Love Is 나 You & the Night & the Music 에서 재럿이 새로운 길로 갈려고 할 때 멋진 가이드라인을 잡아주곤 했더랬다. 두 번째 앨범인 본작에서도 이 점은 여전하다.
다만 이번 앨범은 모험적인 연주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덜하며 대신 기본적인 스윙과 비밥어프로치가 더 강조되어 있다. 재럿이 남긴 몇 안되는 고전적인 재즈 트리오 스타일 연주라는 점에서 분명 별미이지만 지금의 필자에겐 그 별미가 때에 따라 기존 잭 디조넷과 함께할 때보다 더 친근하고 매력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All of You, Golden Earring 같은 곡의 연주는 진짜 찰진 미드템포 스윙 감으로 넘실대며 멍크의 Straight No Chaser의 밀도 있는 체이싱 솔로 , 냇 애덜리의 명곡 The Old Country 의 여유로운 미드 발라드는 이 라이브 세션이 그날 얼마나 릴렉스하면서 운치 있게 흘러갔는지 잘 보여준다.
1992년 9월 16일 가졌던 이날의 공연은 키스 재럿이 도전적인 뭔가를 보여주려는 것보다 재즈 뮤지션으로서 갖고 있는 기본을 고스란히, 최대한 힘을 빼고 들려준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지금 다시 디어헤드인 세션을 듣는 필자는 그 당시에 느끼지 못했던 재럿의 기막힌 스윙 기반의 즉흥연주들 속속들이 느끼며 기분 좋게 감탄하는 중이다.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