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MM JAZZ 추천! 해외 앨범 리뷰 #3
- 엠엠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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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1 Tigran Hamasyan [For Gyumri] (Nonesuch/2018)
Tigran Hamasyan : Piano, Electronics
그저 봇물터지듯 분출되는 놀라운 창작욕!
피아니스트 티그란 하마시안의 이름은 내게 이런 문구를 반사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열 한살 때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의 위너이며 2006년 몽크 컴페티션 우승자’. 불과 이십 세도 안된 십대의 나이에 같은 해 입상자였던 제럴드 클레이튼과 아론 팍스 같은, 전형적으로 잘 훈련된 미국출신 연주자들을 제치고 입상했다는 사실.
후에 미국의 한 클럽에서 그의 연주를 직접 본 적이 있었다. 그 때도 여전히 이십 대 초반의 젊은 나이였지만 그 폭풍 같은 에너지와 좌중을 압도하는 피아니즘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 또 한가지, 재즈를 공부하고 연주하는 미국인이 아닌 유럽출신의 음악가로서 그가 제시하는 음악이 참으로 설득력 있게 느껴진단 인상을 받았었다. 그 당시 보았던 연주는 지금 소개할 티그란의 EP음반 <For Gyumri> 에서와 같은 굳건한 정체성을 보여주기 이전이었다. 그러나 당시 여러 가지 고민이 엿보였고 방향 찾기를 실험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그가 어느 순간 피아노 앞에서 허밍을 하고 자신의 고향인 아르메니아의 리듬과 멜로디를 차용한 듯한 음악들을 하나 둘 내어 놓더니 지난 2015년 발매된 음반 <Mockroot> 에선 그 절정을 이루는 듯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티그란의 진가는 그의 솔로 피아노 연주에서 나오는 것 같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의 밴드음악을 듣고 있을 때조차 피아노 음악을 옮겨 놓은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으니 말이다. 지난 해 발매된 <Ancient Observer>는 그간의 음악적 실험과 노력이 응축되어 잘 빚어 나온 결정체와도 같은 음악이었다. 아르메니안 민속음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드에 기초한 다양한 음악적 소재를 바탕으로 하여, 티그란만의 독창성을 또 한층 확인시켜 주는 그런 앨범이었는데, 바로 그 작품의 ‘에필로그’ 라고 생각되어지는 이 음반 <For Gyumri> 는 다섯 개의 짧은 트랙을 담아 들려준다. 전작보다 간결하고 듣기에 편안한 곡들이 담겨 있는데 피아노가 주이지만, 허밍과 전자음향을 이용해 표현의 극대화를 놓치지 않은 프로듀싱이 여전히 돋보인다. 그러므로 본작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선 전작인 Ancient Observer와 함께 이어 감상해야 한다. 한편‘규므리’는 아르메니아의 수도로 티그란이 2003년 가족이 LA로 이주하기 전 거주했던 하마시안의 고향이라고 한다.
글/재즈피아니스트 우미진
ALBUM #2 Norma Winstone [Descansado - Songs for Films] (ECM/2018)
Norma Winstone : Voice
Klaus Gesing : Bass Clarinet, Soprano Saxophone
Glauco Venier : Piano
Helge Andreas Norbakken : Percussion
Mario Brunello : Violoncello, Violoncello Piccolo
고스란히 쌓여 음악으로 전환된 인생의 무게
올해로 76세이시라는 게 믿기지 않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제 인생의 어느 부분을 살고 계신지를 스스로 너무나도 잘 알고 그에 걸맞게 멋지고 존경스러우며 기품 있는 음악으로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분! 이번 새 앨범 <Descansado: Songs For Films>을 들으면서 제일 먼저 받았던 느낌이 바로 이랬다. 영국 출신의 재즈 보컬리스트 노마 윈스턴의 유니크 한 보컬 음색은 보컬이라는 영역 전체를 대변하고 있으면서, 한편으론 작고 소박하며 디테일한 부분을 깊이 있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엘라나 사라 본 등의 재즈 스타일리스트는 전혀 아니고, 그렇다고 R&B나 팝의 속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꽤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현대음악에서 부터 영화음악 리메이크등에 이르기까지)과 그녀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와 프레이징은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여운과 감동을 머금고 있다.
이번 앨범은 타이틀 그대로 영화 음악 리메이크 앨범이다. 그녀의 이전 앨범들 팬들이라면 일관성이 반가울 것이고, 그녀의 음악을 처음 접하거나 경험이 많지 않다고 해도 이 음반으로 매력을 느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같이 작업해온 피아니스트 글라우코 베니에르와 색소포니스트 클라우스 게싱(이번 앨범에서는 웨인 쇼터의 영향을 크게 느끼는 소프라노 색소폰과 서정적 텍스쳐와 공간감을 느끼게 해주는 베이스 클라리넷등의 연주가 돋보인다) 외에도, 독창적이고 참신한 사운드와 연주의 드러머 퍼커션니스트 Helge Norbakken, 첼리스트 Mario Brunello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의 트럼펫이 자신의 보컬 스타일에 중요한 영감을 준다고 하는 이 보컬리스트는, 3년전 돌아가신 피아니스트 존 테일러와 그 전해 돌아가신 트럼페터 케니 휠러와 아지무스(Azimuth)라는 탁월한 밴드를 결성, 음악성 높은 작품들을 만들기도 했었다. 특히, 메인스트림 재즈 보컬리스트의 스타일이 조금은 거리감이 있는, 주로 악기 전문인 ECM 레이블의 음악적 스타일과 방향성에 매우 최적화된 보컬리스트로 오랜 활동을 한 점도 높이 평가할 요소중 하나. 이 앨범에서 영화 음악들중 특히, 고전에 속하는 곡들(작곡가 버나드 허먼, 미셀 르그랑, 엔리고 모리코네, 니노 로타 등)과 숨은 명작들을 그녀 특유의 목소리와 절제된, 하지만 개성있는 감성적 스타일의 재즈 반주와 함께 단아하면서도 무척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글/재즈 기타리스트 정수욱
ALBUM #3 Stefano Bollani [Que Bom] (Alobar Srlu/2018)
Stefano Bollani : Piano
Jorge Helder : double bass
Jurim Moreira : drums
Armando Marcal : percussions
Thiago da Serrinha : percussions
Caetano Veloso : Voice & Guitar
Jaques Morelenbaum : Cello
Joao Bosco : Voice & Guitar
Hamilton De Holanda : Voice & Guitar
Etc.
오랜 브라질 음악에 대한 애정, 활짝 꽃 피우다
이탈리아 출신의 천재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스테피노 볼라니는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음악적인 깊이를 유감없이 담아냈던 솔로피아노 앨범 <Piano Solo>(2006, ECM)와 대중성과 음악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브라질리언 앨범 <Carioca> (2008), 그리고 대가의 여유가 느껴지는 2014년도 작품, <Joy In Spite of Everything> (ECM)등 다수의 수작으로 국내에서도 이미 안정된 팬 층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7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Carioca’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재즈 신에는 기본적으로는 브라질리언음악을 바탕으로 그 위에 자신의 고유한 음악성을 얹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밀톤 나시멘토, 엘리아니 엘리야스와 같은 뮤지션이 존재한다. 하지만 스테파노 볼라니의 경우는 그러한 모든 음악적인 요소를 갖추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스페타노식 유머와 위트, 그리고 그의 탁월한 피아니즘에서 비롯된 것이며, 보다 다양화된 브라질음악의 문화적인 측면이 있음을 그의 앨범들과 음악적 커리어로 추론할 수 있게 해준다.
악기간의 가벼운 대화가 이루어지거나 서로가 교감하는 듯한 편곡, 연주가 돋보이는 ‘Sbucata Da Una Nuvola’로 앨범은 시작된다. 베이스 연주자 조르지 엘데르와 드러머 주림 모레이라가 만든 그루브 위에 스테파노의 피아노 선율이 춤을 춘다. 그리고 기괴한 브라질 타악기 꾸이까가 얹혀지며 이국적인, 그러나 너무도 매력적인 음악으로 만들어져 들려온다. 두 번째 트랙, ‘Galapagos’에서는 스테파노의 천재적인 피아노 터치가 빛을 발한다. 최고의 리듬세션이 만드는 전형적인 삼바리듬 위에 편안하게 얘기하고 기교를 부리는 듯한 스테파노의 연주는 너무도 매력적이다. 세 번째 트랙 ‘Certe Giornate Al Mare’는 왜 스테파노 볼라니의 음악이 재즈팬, 평론가, 그리고 일반 리스너들에게 골고루 사랑받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멋진 곡이다. 그가 모던한 재즈어법뿐만 아니라 브라질 음악에도 일가견이 있음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번 앨범처럼 그 동네의 오리지널리티가 훌륭히 배어나는 작품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카에타노 벨로주, 조앙 보스코와 같은 브라질 음악의 거물들의 참여도 시선을 끄는 요소!
글/재즈기타리스트 김정식
ALBUM #4 Till Bronner & Dieter Ilg [Nightfall] (Sony Masterworks/2018)
Dieter Ilg : Bass
Till Bronner : Trumpet, Flugelhorn
해질녘 천번의 입맞춤이 남긴 여운과 심연(深淵)
1971년 독일 출생인 틸 브뢰너(Till Bronner)는 잘 생긴 외모에 트럼펫 연주자, 그리고 가수로써의 역량까지 갖춘 다재다능한 뮤지션이다. 그래서 그를 독일의 쳇 베이커로 칭하기도 한다. 찰리 파커(Charlie Parker) 음악을 듣고 10대때 재즈에 입문하게 된 그는 1994년에 레이 브라운(Ray Brown) 등 거장들과 함께 데뷔작 [Generations Of Jazz]를 시작으로 거의 매년 착실한 앨범 활동을 펼치면서 유러피안 재즈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비밥, 퓨전 ,브라질재즈 , 모던 팝 , 영화 사운드트랙, 컨트리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실제로 독일 팝차트에 랭크되기도 했었고 Verve 레이블을 거쳐 스탠더드 연주곡집<The Good Life>를 발표하면서 소니로 이적해 활동 중이다.
디터 일그(Dieter Ilg) 또한 재즈와 클래식의 경계를 허물며 여러 연주자들과 협연을 해왔고 ACT를 통해 남긴 일련의 앨범들이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는 독일 출신 베이시스트이다.(과거 2015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20년지기인 같은 국적의 두사람은 트럼펫과 베이스 편성의 듀엣 앨범 <Nightfall>에서 일상의 표출이란 공통분모로 합일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베이스는 가이드 라인을 그려주고 트럼펫은 라인 위를 침착하게 밟아가는 모양새다. 앨범 면면을 살펴보면 너무나 다채롭다. 자신들의 오리지널 3곡 외에 세대를 초월한 레오나드 코헨, 비틀즈, 윌 아아엠과 브리트니 스피어스 의 팝명곡들, 제롬 컨, 조니 그린, 오넷콜먼의 스탠다드 넘버, 그리고 바흐의 클래식과 교회 음악 (“Melchior Vulpius 's Ach bleib mit deiner Gnade” - '은혜로 우리 사이에 머물러라.'). 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레파토리를 둘만의 언어로 녹여내고 있다는 인상._ 여기에 하나의 멜로디 악기와 베이스 라는 최소화 된 미니멀리즘 속에서 하모니 악기의 부재가 주는 음악적 긴장감으로 몰입도를 배가시키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앨범의 백미는 크리스 보티도 연주한 적이 있는 Leonard Cohen 의 " A Thousand Kisses Deep "이다. 사이키델릭한 틸 브뢰너 톤(Tone)에서 쳇베이커가 어렵지 않게 발견되며 두 독일출신 연주자들의 우수와 서정성이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는 생각이다.
글/재즈칼럼니스트 이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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