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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발매된 국내외 주요 앨범들, 화제가 되고 있거나 늦었더라도 이야기할만한 이슈가 있는 작품들을 폭넓게 가져와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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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엠재즈

국내앨범 재즈 보컬리스트 '애쉬'의 데뷔앨범 외 국내 재즈 앨범 추천

 

 

ALBUM #1 Ahreum Ash Hanyou [Ready to Burn]

 

 

Ahreum Ash Hanyou : Vocals, Composing

Peter Bernstein : Guitars

Ben Paterson : Piano

David Wong : Double Bass

Rodney Green : Drums

 

노련함마저 느껴지는, 가사와 음악의 균형감

 

아름 “애쉬” 한유(이하 애쉬)는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이자 작곡가로 본작은 그녀의 공식적인 첫 데뷔작이다. 한국에서라면 아무래도 '한유아름'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겠지만 미국에서 공부하며 활동했던 그녀는 현지에서 미들 네임인 애쉬로 더욱 많이 알려진 듯 하다. 그동안의 활동이력을 찾아보니 미국에서 재즈 보컬로 활동한 것, 그리고 국내에서는 영화음악 감독이자 피아니스트인 안현진과 함께 그루잠(GroovJam)이라는 그룹으로 앨범을 공개했었고 피아니스트 조순종과 프로젝트로 ‘In The Air’라는 곡을 발표, 또 바이올린 연주자 유정선의 CCM 앨범 <His Love>에 참여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애쉬가 미국에 있을 당시 한인교회에서 CCM을 재즈 스타일로 노래했던 정보를 찾았던 지라 그녀와 CCM과의 관계는 충분히 납득이 갔으나 그루잠이나 일렉트로니카 성향의 ‘In The Air’는 기존 노선에서 더욱 확장된 활동이라 의외라 느껴졌다.

 

이번 데뷔작은 그녀가 그간의 활동을 뒤로한 채 스스로 자신의 음악임을 처음 드러낸 것이기에 다른 어떤 것보다 음악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임에 분명할 것이다. 필자는 이 작품을 들으며  애쉬의 음악 세계가 노래의 영역을 넘어 전체적인 관점을 갖추고 있으며 또한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고 생각됐다. 사실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미 본토의 초일류급 연주자들, 피터 번스타인을 위시해 데이빗 왕, 로드니 그린 그리고 벤 패터슨같은 이들의 참여가 주인공 애쉬보다 먼저 관심을 끌수밖에 없었다. 재즈에 관심을 조금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다 비슷하게 반응할 터, 하지만 실제 CD를 플레이하고 부터는 상황이 다소 역전됐다. 감성과 테크닉을 적절히 분배한 애쉬의 작곡(전곡 그녀의 자작곡이다)과 보컬은 안정감 있는 밴드 연주와 멋지게 하나로 어우러지고 있었으며 특히 다소간의 마이너한 감성을 머금은 그녀의 목소리와 가사의 의미를 하나하나 상기시키는 각 곡들의 이야기들은 그녀가 이 앨범을 준비하면서 무척이나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써왔음을 확인케 해준다. 앨범에 참여한 베테랑 엔지니어 조 마르티노가 애쉬의 작곡에 대해 감탄했다는데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니었음을 바로 본작에 담긴 곡들이 입증하고 있다. 첫 앨범을 낸 신인답지 않은 안정감과 원숙함이 깃든 작품!

 

글/ 강대원

 

 

ALBUM #2 김책 & 박경소 [산조, 문묘제례악]

 

 

박경소 : 가야금

김책 : 드럼, 퍼커션

 

적절한 의도와 방향성 담보한 '진짜' 퓨전 국악

 

드럼 주자 김책의 최근 행보는 듀오편성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자유즉흥의 영역을 심도 깊게 탐구해오고 있는 중인데, 재즈기타리스트 김성은과 탁경주에 이어 이번엔 가야금 주자 박경소와 함께 협연을 이뤄냈다. 짐작컨대 그가 이 작업을 시도하게 된 동기는 오래전부터 국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과 함께, 우리의 음악적 고유함과 뿌리에 대한 탐구심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며, 여기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함께할 협연주자 또한 서구음악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갖추었을 때 자신의 비전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만나게 된 연주자가 바로 전천후 가야금주자 박경소다.

 

이들은 2017년 8월초 처음으로 함께 연주한 이후, 몇 차례의 손발을 맞춰 서로에 대한 이해를 키워왔으며, 그해 겨울 이 앨범을 녹음하였다고 한다. 필자는 국악에 과문하며, 다른 가야금 연주자들의 소리를 별로 듣지 못해 이 연주자의 기량이 어느 정도에 다다라 있는지를 적절하게 파악할 잣대가 없다. 그저 현재 갖고 있는 배경지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임을 전제해둔다. 산조가 국악중 즉흥성이 강하며 연주자들의 자율의지를 반영하기 용이하기에 이들이 함께 한 것이 어느 정도 개연성과 타당한 의도를 갖고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네 곡의 연주를 들으면 오히려 산조보다 문묘제례악이 더 재즈스럽고 전위적인 어프로치가 강하게 담겨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악기만 다를 뿐 마치 60년대 프리재즈와 적잖이 겹쳐 들리는데 박경소의 가야금은 느리면서도 강렬한 파격으로 청자의 귀를 긴장시킨다. 이어 두 산조의 음계진행은 조금 과장하면 블루스 선율과 유사한 맥락을 보이기도 하며, 박경소의 솔로에 반응하는 김책의 드러밍은 국악 장단과 서구의 비트가 함께 섞여 나온다. 어쭙잖게 서양음악의 음계와 리듬을 가져와 국악기로만 연주된, 지극히 피상적인 사이비 퓨전 국악이 도처에 널린 상황에서 확실히 김책은 본질적인 융합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제목과 커버 이미지만보면 전통국악 같지만 국악의 에센스를 잘 지키면서도 충분히 서구의 아이디어를 차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진짜 퓨전국악의 일면이 잘 녹아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김희준

 

 

ALBUM #3 서수진 [Strange Liberation]

 

 

Drums 서수진 

Alto sax. 고단열 

Tenor & Sop sax 이선재 

Double bass 김영후

 

전위성의 옛 전통 충실히 짚어가는 시도

 

여성 재즈 드러머 서수진의 두 번째 음반. 서수진은 동덕여대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학에서 공부했다. 처음 서수진의 연주를 들었던 것이 2006년경이었는데 바로 Funkafric Booster의 1집에서였다. 아소토 유니온의 건반 연주자인 임지훈이 조직한 프로젝트였던 이 밴드에서 서수진은 홍일점 드러머로 활동하였고 이후 손성제, 이용문, 송용창, 김영후, 오재철, 서영도, 이한얼 등과도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서수진은 2015년 리더로 첫 데뷔작 <The Moon In Your Hand>를 내놓았는데, 그동안의 활동과 다소 다른 음악적 방향성과 드럼 연주에 가려졌던 그녀만의 작곡 실력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인상적인 데뷔작 이후 3년 만에 발표되는 두 번째 앨범 역시 또 다른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어 관심을 끈다.

 

앨범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서수진은 “개인의 자유가 중시되는 이 시대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자유는 곧 폭력이 되어 버릴 수밖에 없는 모순을 담았다”고 밝히고 있는데 피아노나 기타 같은 화성악기들 없이 두 대의 색소폰, 베이스로 쿼텟을 구성해 공간에 대한 서로간의 배려를 인터플레이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름 하여 ‘Chordless Quartet’이라고.

 

이러한 편성은 주로 해외에서 급진적인 성향 혹은 아방가르드 뮤지션들에 의해 많이 시도되어 왔는데 오넷 콜맨, 듀이 레드맨 그리고 최근에는 마크 터너가 색소폰-트럼펫-베이스-드럼으로 구성된, 즉 반주 악기가 없는 유사한 편성을 선보인 바 있다.

 

서수진은 화성을 컨트롤하는 반주악기가 없는 대신 그만큼 색소폰에 자유로운 공간을 부여하는 한편 리듬 섹션의 활동 폭 역시 단순한 리듬 진행 이상의 곡 전개에 따른 즉각적인 반응을 꾀하고 있는 것이 돋보인다. 사실 김영후의 베이스가 큰 골격을 이루고 색소폰과 드럼이 자유롭게 회전하는 듯한 연주를 들려준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듯 싶다.

 

본작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만큼이나 안에 담긴 음악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 그러나 꽤나 의미 있는 작업이자 결과물임에는 필자 역시 이견이 없다.

 

글/강대원

 

 

ALBUM #4 Youngjae Kim [Movement]

 

 

Piano 김영재

Bass 강환수 

Drums 김종국

 

현 트렌드 반영된 젊은 피아니스트의 깔끔한 피아니즘

 

재즈에 다양한 악기편성이 있지만 2000년대 들어 가장 변화와 혁신이 많았던 포맷은 아마도 피아노 트리오가 아닐까 싶다. 빌 에반스, 키스 자렛의 지대한 영향력 아래 향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는데 시대의 음악과 보폭을 같이해온 재즈의 특성답게 피아노 트리오는 그동안 발군의 뮤지션들이 등장하여 눈부신 스타일이 변화와 확장을 지속해오고 있다.

 

탐미주의적 피아니즘을 지속하고 있는 프레드 허쉬라든지 90년대 주목받는 영 라이언에서 이제는 베테랑 재즈 피아니스로 우뚝 선 브래드 멜다우, 지난 7월 엠엠재즈를 통해 다시 한 번 회자된 e.s.t., 피아니스트 교체로 새로운 활동에 나선 배드 플러스 그리고 핀란드 재즈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던 트리오 토이키엣등 이들의 음악은 동시대의 많은 재즈 뮤지션에게 영향을 주어 또 다른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힙합과 네오 소울의 언어를 빌려와 피아노 트리오의 새로운 트렌드를 구축한 로버트 글래스퍼도 이 분야의 영향력 있는 뮤지션으로 꼽아볼 수 있겠다. 국내에도 글래스퍼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 종종 나올 만큼 힙합과 네오 소울은 90년대 애시드재즈 열풍 이후 현대 재즈 신의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 앨범을 발표하며 데뷔하는 김영재 트리오 역시 이러한 로버트 글래스퍼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김영재(피아노), 강환수(베이스), 김종국(드럼)으로 구성된 이 트리오는 이질감 없이 재즈 속에 힙합과 네오 소울을 녹여내어 자신들의 음악을 완성해냈다. 뉴욕 뉴스쿨에서 재즈를 공부하고 오랜 기간 그곳에서 활동해왔다는 김영재는 현지에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김종국의 힙한 리듬에 윤기 나는 피아노 연주를 얹고 있다.

 

본작이 정규 앨범이 아니라 EP라는 점이 아쉽지만 수록된 5곡만으로도 김영재의 음악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느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김영재는 음반 후반부 작업에도 힘을 기울였는데 웨인 쇼터, 허비 핸콕 등과 작업했던 그래미 엔지니어 데이브 달링튼에게 믹싱과 마스터링을 맡겨 본작을 완성했다고.

 

글/강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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