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앨범 ⚡서수진 트리오 Soojin Suh Coloris Trio [Colorist] Night Birds/2020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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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ms 서수진
Double Bass 김영후
Piano 강재훈
1. Jung-Ak
2. Colorist L - On The Hill (For Andrew Hill)
3. Brice Wassy
4. Who Are You Piano Intro
5. Who Are You
6. Off-The-Wall (For Nicholes)
7. Colorist Ll - Rain Drops
8. Colorist Lll - Stream Of Consciousness
9. Tear Down A Wall (For Brion)
모든 면에서 확연한 발전의 결과
드러머 서수진이 2년 만에 다시 새 앨범을 발표했다. 전작인 <Strange Liberation>에서 피아노 없이 알토 테너 색소폰이 프런트를 구축한 쿼텟 편성을 가져갔던 그녀는 이번에 피아노 트리오 편성을 시도했다. 나름 반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유인 즉 전작이 화성을 조율하고 제어하는 악기가 없었기에(베이스가 그런 역할을 얼추 하긴 하지만) 피아노가 포함된 것은 화성적인 틀을 유지해서 음악을 만들었을거란 판단을 하게 만들기 때문. 역시나 첫곡인 '정악'에서부터 그런 모습이 확인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프리한 접근을 하지 않은 게 아니며 애초 곡 자체가 그런 성향이 강하기에 음악적인 기조는 전작과 어느정도 비슷하게 연결된다고 말할 수 있겠다.
국악 리듬을 드러밍 아이디어로 일부 가져와 표현하면서 그 위로 피아니스트 강재훈, 그리고 베이시스트 김영후의 베이스가 안과 밖을 서로 드나들며 그림을 그려나가는 첫곡 'Jung Ak'에서부터 시선을 잡아끄는 이 트리오는 피아니스트 앤드류 힐에게 헌정하는 두번째 곡과, 세번째 트랙인 'Brice Wassy' 등 강재훈의 피아노가 멋지게 종횡무진한다. (기량, 표현력 모두 깜짝 놀랄 수준이다) 간혹 건반을 너무 강하게 때리는 경우가 있어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면이 있으나 음악자체에 흠이 되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또한 허비 니콜스에 대한 헌정으로 보이는 'Off-The-Wall' 은 그의 작풍을 염두에 두고 곡을 쓴 것이 분명해 보이는 곡의 테마와 리듬이 흥미롭다.
한편 필자의 관심을 유독 끈 것은 앨범 말미에 수록된 'Tear Down a Wall' 이었다. 전천후 프로듀서이자 본인이 뮤지션이기도 한 욘 브라이언(브래드 멜다우와의 공동작업으로 재즈 팬에 알려진 인물)에게 헌정하는 이 곡은 앨범 전체에서 가장 온건하고 밝은 화성의 곡조가 반전 마무리를 이끌어내며 두 사람이 함께 했던 결과물에 대한 오마주를 충실히 펼쳐 보이고 있다. 지금껏 포스트 밥 계열의 음악을 해오면서 프리한 접근을 중심에 담아냈기에 그녀의 음악적 방향이 이런 쪽이겠거니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고정관념을 재치있게 틀어주는 곡이어서 더 호감이 간다. 장래성 충만한 젊은 신인 피아니스트 강재훈의 과감한 연주도 시종일관 귀를 잡아끌며 중심을 잘 잡아주는 김영후의 베이스도 한결 귀에 좋게 다가온다. 전체 곡의 구상과 연주의 밸런스를 아주 잘 이뤄낸 서수진의 리딩까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결과물. 모든 면에서 전작보다 더 뛰어난 내용을 담아낸 수작이다. 동시에 거물급이 아닌, 여간한 해외 재즈 뮤지션들의 앨범들과 비교해도 그리 뒤쳐지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글/김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