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Tribute - 로이 하그로브(Roy Hargrove)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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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MM JAZZ 김희준 편집장의 재즈덩크(JAZZDUNK)
재즈는 결코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요소가 무척이나 많은 음악입니다. 게다가 그 안에 수많은 하위 장르들은 또 무엇이며, 왜 거장들이라는 사람들은 그렇게나 많이 음반들을 많이 발표했는지...단지 몇십장 정도의 작품, 앨범만으로 얼추 이해가 되고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재즈는 이를 결코 허락하지 않죠. 그래서 대중들과의 거리가 이토록 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Easy Come, Easy Go’ 라는 서양의 격언이 말해주듯, 뭐든지 쉽게 얻어지는 것들은 그만큼 빨리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렇게나 손에 닿을 것 같지 않던 ‘재즈’라는 음악이 조금씩 귀에 들리고 리듬을 타게 되는 순간, 즐거움과 희열은 여느 팝 음악들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자! 이제부터 2주에 한번씩 여러분들을 재즈의 신세계로 데려가 볼 참입니다. 우선 기존의 잡지에서 다루어지는 아티스트 소개와 작품이야기를 기본으로 하되, 때론 화제가 되는 이슈거리에 대한 논의와 에세이 형태의 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 칼럼의 형식도 시도해볼 참이며, 또한 공연후기기사까지 소재와 형식의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가져와 한번 풀어 나가볼 참입니다.
비록 이 음악이 어렵고 광범위하다지만 최대한 쉽고도 명쾌하게, 마치 NBA 농구선수들의 시원시원한 덩크슛을 보는 것처럼 한번 진행해 보겠습니다.
그럼 출발해볼까요?
JAZZ DUNK #7 로이 하그로브 '미처 다 만개하지 못한 채 잠들어 버린 재능'
뮤지션과 약의 상관관계는 온갖 검증되지 않은 신화와 환상으로 가득 덮여있습니다. 과거보다는 많이 벗겨졌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도 그 환상은 여전히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가고 뮤지션들의 잠재의식 속에 남아 헛된 기대와 로망을 부추깁니다. (약을 하면 창작력이 더 높이 고양되어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연주가 더 잘된다. 안 들리는 소리가 막 들린다 등등... )
뭐 음악가들에게 약이 창작과 연주에 과연 큰 도움이 되는가는 개인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지금 제가 하려는 이야기의 핵심은 이게 아닙니다. 문제는 그들이 약으로 인해 자신의 생명력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는 거에요. 이건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부지기수의 선례가 있죠.
찰리 파커(35세) 지미 헨드릭스(27세), 제니스 조플린(27세) 짐 모리슨(27세) 에이미 와인하우스(27세), 빌 에반스(51세), 버드 파웰(42세) 쳇 베이커(58세), 존 콜트레인(41세) 폴 채임버스(34세) 빌리 홀리데이(44세)... 이 레전드 뮤지션들은 모두 알코올과 약물중독, 혹은 약물로 인한 신체 후유증이 요절한 사인의 중요한 이유가 된 이들입니다.
지난 11월 2일 아직 50세가 채 되지 않은 이른 나이에 트럼페터 로이 하그로브 또한 갑작스런 심정지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생일이 10월16일이니까 이제 49세를 갓 넘긴 건데 일러도 너무 이르죠. 그 또한 약물의 마수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뮤지션이었습니다. 심각한 약물중독자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회자되어 왔으며, 주위 동료들 또한 공공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었죠. 실제로 그는 지난 2014년 뉴욕 법정에 선적이 있습니다. 코카인 소지및 사용혐의로 말이죠.
그 탓인지 모르겠으나 로이 하그로브는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비해 근 10년간 작품 활동이 아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발표된 마지막 정규작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빅밴드였는데 이게 발매된 게 2009년이니 9년전 쯤이었고, 그 이후에는 간헐적인 자신의 공연과 동료 앨범의 세션 이외엔 별다른 공식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반면 약물을 비롯한 건강상의 문제와 관련 이야기는 간간히 들리더군요.
‘연주 중에 무대에서 갑자기 내려가더라. 이전 같은 트럼펫 소리를 이제 제대로 내지 못하더라’는 소문은 계속 들려왔고 결국 이렇게 허무하고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의 음악적 재능, 가진 창작력과 감성, 연주력을 인정하는 이라면 동의하실 겁니다. 트럼펫과 플루겔 혼을 다루는 능력, 훌륭한 악기 소리에 작곡능력까지... 종합적으로 이만한 역량을 갖춘 이는 결코 쉽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의 스승이기도 했던 윈튼 마살리스가 기술적으로 더 탁월한 트럼페터일 수는 있겠으나, 전 로이 하그로브의 트럼펫이 훨씬 더 매력적이고 감성의 공감대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뭐랄까요. 그의 음악과 연주에는 듣는 이를 압도하는 힘과 파워는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지만, 대신 애틋하면서도 다정함, 우리를 감화시키는 정서적인 친화력 같은 게 깔려 있다고 생각해요. 발라드를 연주할 때의 근사한 무드, 부드러운 소리들과 연주사이의 공간과 침묵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를 음악으로 함께 표현해내는 능력은 그저 악기를 화려하게 잘 다룬다고 해서 해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듣는 귀가 일단 있어야 하며 가진 미감 또한 필요하죠. 즉흥연주에서도 과도하게 넘치지 않으면서 충분히 자기 할 말을 다 하줄 아는 그는 여러모로 균형감이 아주 뛰어난 연주자였습니다
게다가 로이 하그로브는 음악적 소화범위 또한 꽤나 폭이 넓었습니다. 비밥, 하드 밥 계열의 전통적인 재즈는 물론이고 펑크(Funk). 힙합(Hip-Hop), 심지어 안과 바깥을 오가는 현대적인 포스트 밥(Post Bop)에까지 두루 걸쳐 있었으며 이를 무척이나 적절하게 잘 표현해낼 수 있었죠.
일반적으로 그를 트래디셔널한 성향을 가진 트럼펫 연주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큰데, 물론 색소폰-트럼펫 퀸텟에 오랫동안 집중해왔기에 그런 점이 분명 있지만, 결코 거기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았던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의 음악적 관심은 흑인음악 전반에 걸쳐 폭넓게 걸쳐 있으며 요즘 트렌드인 힙합에도 맞닿아 있습니다.
디안젤로나 에리카 바두같은 네오 소울 아티스트들과의 협연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관심사가 흑인음악 전반에 펼쳐져 있음을 진작에 보여줬는데, 특히 젊은 20~30대의 팬들에게 로이 하그로브가 이끌었던 RH Factor는 지금 시대 재즈-소울,힙합의 시금석과도 같은 영향력을 지닙니다. 로버트 글래스퍼가 밴드 익스페리먼트로 들려준 그 사운드가 이미 로이 하그로브의 손에서 한발 먼저 멋지게 만들어졌었던 거죠. 그의 음악적 유연함과 센스가 빛나는 대목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이런 활동도 2010년도 이후부터는 다소 뜸해지게 되며, 2008년도 발표되었던 그의 마지막 퀸텟 리더작인 <Earfood>를 발매한 뒤로는 스포트라이트를 크리스찬 스캇이나 앰브로세 아킨무시리 같은 어린 후배들에게 조금씩 넘겨주게 됩니다. 이 두 후배 트럼페터는 로이 하그로브와 달리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성실하고도 꾸준하게 앨범을 만들고 공연해오며 어느새 확실히 자기 자리를 꿰찼습니다만, 좀 더 작품 구상 및 음악적 스타일에에 치우쳐 있는 두 뮤지션에 비해 로이 하그로브의 트럼펫이 가진 미감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독자적인 매력이 있었습니다.
만약 그가 좀 더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며 계속 작품 활동을 해왔다면 어떠했을까요? 아마도 이 영민한 두 후배들과 멋진 협업 및 경쟁구도를 보여줬을 겁니다. 실로 아쉬운 일입니다.
윈튼 마살리스의 총애를 받고 니콜라스 페이튼과 함께 90년대 재즈 신의 화려한 부흥을 이끌었던 그가, 불과 20여년 만에, 자신의 역량을 온전히 다 펼쳐보이지도 못한 채 이렇게 불귀의 객이 된 건, 동시대의 타임라인을 공유해온 저 같은 팬들에게는 '그저 아쉽고 안타깝다'는 말로는 그 공허함을 표현하기에 너무나도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왜 스스로를 온전히 돌보지 못했을까요?’
안녕하세요, 엠엠재즈 웹사이트 관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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