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 <Lilac Hill> Self Produce/2020

 

 

김수경 - Piano, Rhodes

Ethan Helm - Alto Saxophone

Paul JuBong Lee - Guitars

Luca Alemanno - Bass

김종국 - Drums

 

1. Lilac Hill

2. Stargazers

3. Bluebird

4. Summer Days

5. California

 

 

본토 재즈 신에 던진 당당한 출사표!

요즘 필자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국내 재즈 뮤지션들에게는 한국이 다소 좁은 무대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어느 나라의 스타일을 따라하는 모양새에서 조금씩 벗어나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풀어내어가기 시작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그것만으로 음악 퀄리티를 논하는 게 아니다. 기교와 테크닉은 물론이고 무언가의 영향력을 벗어나 그것을 표현하는 단계에서 이미 수준급에 올라와 있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물론 현대 모던 재즈를 대변하는 뉴욕의 아카데믹함이나 유럽의 음악적 정서를 다분히 수용하고 있지만 그 양분을 토대로 점차 발전을 거듭하는 한국의 재즈 뮤지션들의 음악들은 확실히 지켜볼 가치가 있다. 특히 지금 소개하는 김수경의 <Lilac Hill>은 바로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수려한 작품이다. 그녀는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거주하면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 전에는 클래식과 작곡을 공부하다 재즈로 전향을 하며 음악적 진로를 탄탄하게 밟아온 피아니스트이다.

  

이 작품은 그런 그녀의 탄탄한 음악적 배경이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놀라운 것은 그녀의 뛰어난 작곡능력과 그것을 감성으로 풀어내는 음악적 감각이다. 첫 곡인 ‘Lilac Hill’은 이러한 작곡 위로 앙상블의 매력을 살려나간다. 악기의 배치와 사운드는 무조건 꽉 채우기보다는 필요에 의해 배치하고 후반부 기승전결에 따른 타이트한 연주로 사운드 전체를 채워 나간다. 그래서 마치 곡 타이틀처럼 라일락 언덕으로 올라갈수록 마주하게 되는 라일락의 강한 향기를 표현하는 입체감을 선사한다. 또한 색소폰 주자 에단 헬름의 연주가 전체적으로 큰 역할을 차지하는데 ‘Stargazers’, ‘Bluebird’로 이어지며 감성위에 감성을 더한다. 뿐만 아니라 펜더 로즈를 연주하고 있는 ‘Summer Days’는 컨템프로리 사운드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승하와 루카 알레만도의 굉장히 타이트한 섹션위로 떨어지듯 연주하는 이국적인 펜더 로즈, 에단 헬름의 색소폰과 이주봉의 기타 연주가 퀸텟 구성의 꽉 채워진 사운드를 선보이며 이러한 방식으로 ‘California’까지 이어진다. 이전에 지냈던 캘리포니아에 대한 생각을 피아노가 아닌 펜더 로즈를 통해서 따뜻한 느낌을 재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김수경의 입장에서는 이번이 첫 작품인 만큼 다소간의 욕심을 내 볼만도 한데 뮤지션의 입장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EP 사이즈 형태로 발매한 것은 개인적으로 아쉽다. 그래서 오히려 다음에 발표할 첫 정규작이 더 기대되기도 하지만.

글/재즈 칼럼니스트 윤병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