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 In Gun 임인건 <Rhapsody in Gunsan> Wonderstand Music/2020

 

임인건 : Piano

송상우 : Cello

 

1. Sirius

2. 용눈이 오름의 봄

3. Rhapsody In Gunsan

4. 군산에서

5. 당근밭 집 딸

6. 바람이 부네요

7. 귀로

 

 

세월 흐름만큼 무던히 더 깊어진 연륜의 미감!

어린 나이부터 음악을 시작하는 것이 보통의 뮤지션들이 걷는 길이지만 때론 음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앨범의 주인공인 임인건이 바로 그런 경우다. 1959년 출생한 그는 16세가 되던 해까지 음악과는 별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10대 중반이던 어느 날 누나가 연주하던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접한 이후 그 멜로디에 깊이 빠져버린 그는 독학으로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고 이후 20대 초반 만나게 된 키스 재럿의 음악은 그가 하고 싶은 음악이 재즈였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임인건은 정식 음악교육을 한 번도 받아 보지 않았지만, 오히려 이러한 것이 그만의 스타일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그는 20대 후반 재즈 보컬 박성연의 클럽 야누스에서 본격적인 연주를 시작하게 된다. 70년대 활약한 뮤지션들과 90년대 이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뮤지션들 사이에 위치했던 그는 30세의 나이였던 1989년 피아노 솔로 앨범 <비단구두>를 공개,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1992년 두 번째 앨범을 공개한 이후 그는 17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2004년 <피아노가 된 나무>를 공개, 자신만의 스타일을 분명하게 지닌 피아니스트로서 비로소 그 실력을 인정받게 된다. 2018년 다시 레코딩한 <비단구두> 이후 2년 만에 공개한 이 작품은 첼리스트 송상우와 듀엣으로 연주된 작품으로 자신이 지닌 풍부하고도 아름다운 감성을 각기 다른 색채들로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첫 번째 트랙 ‘Sirius’는 이 앨범의 지향점을 분명하게 제시한 아름다운 멜로디의 작품으로 끊임없이 펼쳐지는 섬세한 멜로디가 돋보인다. ‘용눈이 오름의 봄’은 피아노와 첼로의 연인 같은 대화가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앨범 타이틀 트랙 ‘Rhapsody In Gunsan’은 14분 55초라는 긴 러닝타임을 지닌 곡으로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자신이 지닌 감성과 내면의 모습들을 재즈의 본질인 즉흥연주로 내밀하게 풀어냈다. 담백하면서도 끊임없이 펼쳐지는 감성과 창의성이 결합된 즉흥연주는 피아니스트 임인건이 지닌 음악적 내공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만드는 놀라운 연주다. 이 밖에도 군산에서 받은 감동을 첼로와의 멋진 협연으로 풀어낸 ‘군산에서’, 간결하게 우리의 정서를 표현한 ‘당근밭 집 딸’ 명징한 피아노 연주가 오래도록 귓가에 맴도는 ‘귀로’ 등 수록된 7곡은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간 피아니스트 임인건의 음악 세계를 드러내 보인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알맞고 자연스럽게 드러내 보이는 임인건의 연륜과 노련함이 잘 담긴 작품   글/재즈 칼럼니스트 권석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