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컴플리트 데이비드 보위] - 니콜라스 페그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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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컴플리트 데이비드 보위(The Complete David Bowie)
니콜라스 페그 지음 | 이경준 , 김두완 , 곽승찬 옮김 | 그책 | 2020년 10월 15일 출간 | 948P
니콜라스 페그의『더 컴플리트 데이비드 보위』(그책, 2020)를 읽고 글을 쓰기 전에, 긴장을 풀려고 알랭 디스테르의『록의 시대 – 저항과 실험의 카타르시스』(시공사,1996)를 먼저 펼쳐 봤다. 이 책의 지은이는 데이비드 보위(1947~2016)를 한 마디로 압축했다. “70년대 글램 록의 중심 인물” 이런 규정은 보위를 설명하는 가장 적당한 답을 골라야 하는 사지선다형 문제에서는 오답이 될 리 없지만, 보위에게 한 권의 책을 헌정한 바 있는 사이먼 크리츨리는『데이비드 보위: 그의 영향』(클레마지크,2017)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하려는 시도에 유의하라고 말한다.
“한 인생의 통일성은 그 사람이 들려줄 수 있는 자기 이야기의 일관성에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항상 하는 일이다. 회고록이라는 개념 뒤에 있는 것은 바로, 거짓말이다. 문예창작 교과 과정이라는 끔찍한 시궁창의 세계가 먹여 살리는 출판 산업의 그나마 남은 것에서 큰 덩어리인 회고록의 존재 이유란 그런 것이다.”
1972년 7월 6일, 보위는 BBC의 인기 프로그램 ‘탑 오브 팝스’에 출연해 <스타맨(Starman)>을 불렀고, 당시 열두 살 먹은 크리츨리는 충격을 받았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바로 그때부터 “인생이 시작됐다.”로 말하는 이 미래의 철학 교수가 쓴『믿음 없는 믿음의 정치 - 정치와 종교에 실망한 이들을 위한 삶의 철학』(이후,2015),『유럽 대륙철학』(교유서가,2016),『죽은 철학자들의 서 - 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우며 숭고한 철학적 죽음의 연대기』(이마고,2009)를 만나 볼 수 있다.
크리츨리는 회고록(전기)을 가리켜 출판 산업과 문예창작과 졸업생을 먹여 살리는 끔찍한 시궁창이라고 말했지만, 표준적인 단행본 크기인 16×22보다 큰 18×24 판형에 색인까지 합쳐 무려 940쪽이나 되는『더 컴플리트 데이비드 보위』는 결코 그런 조롱을 들을 책이 아니다. 두둔하려고 하려는 게 아니다. 지은이는 통합예술가였던 보위가 남긴 음악ㆍ공연ㆍ영상(비디오)ㆍ극과 영화, 미술ㆍ전시ㆍ집필의 목록을 정리하고, 낱낱의 작업 과정과 결과를 취재하고 기록했을 뿐 아니라, 다른 음악가의 커버와 광고나 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것까지 세심하게 챙겼다. 이것은 ‘팬심’으로 완성된 ‘보위 백과사전’이다. 2000년도에 초판이 나온 책이 7판까지 나오게 된 사정이야말로, 이 책이 새로운 정보가 추가될 때마다 개정판을 내는 사전의 끈질긴 전통을 이어 받고 있다는 증거다.
도합 12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제1장(18~397쪽)은 보위가 발표한 곡을 연대기 순서가 아닌 알파벳순으로 한 곡도 빠짐없이 기술하고 있다. 가슴이 뛰는 걸 느끼며 내가 가장 먼저 찾아 본 것은 ‘Modern Love’(226~227쪽)다. 이 노래는 레오 까락스의 영화 <나쁜 피>(1985)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알렉스의 질주 장면에 나온다. 그런데 보위의 베스트곡인데도 불구하고 이 항목은 꽤 간략하다. 이상한 것은 “보위의 오리지널 레코딩은 영화 <어드벤처랜드>(2009), <핫 텁 타임머신>(2010), <그의 시선>(2014)에 삽입되었다.”라는 언급까지 해놓고도 이 노래가 <나쁜 피>의 삽입되었던 사실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아는 보위의 노래는 이것 밖에 없는데….
모든 사전의 항목이 그렇듯, 이 책에서도 어느 노래는 한두 줄로 지나가기도 하지만 어느 노래는 몇 쪽을 가뿐이 넘어간다. 대표적인 것이 ‘Ashes to Ashes’(35~38쪽), ‘Blackstar’(51~57쪽), ‘Heroes’(135~139쪽), ‘Let’s Dance’(193~196쪽), ‘Life on Mars?’ (197~200쪽), ‘Oh! You Pretty Things’(246~249쪽), ‘Space Oddity’(310~317쪽), ‘Where Are We Now’(375~378쪽)이다. 이 긴 항목들만 모아 읽어도 보위의 삶과 예술을 대략 재구성할 수 있을 정도다.
이 책은 보위의 팬들이 기념 삼아 간직해야 하는 기념물이다. 그런 본래의 뜻에 비하자면, 이 책을 완독하느냐 마느냐는 본말이 아니다. 게다가 사전은 원래 읽기 위한 책이 아니라, 찾아보는 책이 아니던가? 크리츨리에게 인생의 출발 신호를 주었다는 ‘Starman’을 유튜브를 통해 들으면서, 그 노래를 소개하고 있는 318~321쪽을 찾아 읽었다. 이 곡은 1969년에 발표한 ‘Space Oddity’로 인기를 얻었지만 ‘원 히트 원더’ 가수가 될 뻔한 보위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곡이다. 보위는 이 곡을 통해 우주에 버려졌던 ‘Space Odddity’의 톰 소령이 자신(보위)의 모습으로 귀환했음을 알린다. 자신을 외계인으로 극화하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보위는 많은 양의 문학ㆍ미술ㆍ영화를 흡수했으며, 다양한 음악 장르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이런 광대한 문화 체험은 그를 매너리즘에 빠지는 대신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탈주의 예술가로 만들었다. 그는 외계인과 도시인이라는 두 개의 정체성을 가진 도플갱어로 사고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꼈으며, 노래 속에 습관처럼 동성애 코드를 심어 놓아 ‘게이 아이콘’으로 숭앙받았다. 그를 “광대, 정신병동 환자, 우주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의 정체성을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이리라.
사전이라면 실상 건조한 기술 이상을 떠올리기 힘들다. 하지만 지은이의 비평적 감식안과 취재력이 함께 뒷받침 된 이 책은 보위가 활동했던 196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생생한 대중음악 현장으로 독자를 데려다 준다. 보위가 워낙 전방위 예술가였기 때문에 대중음악만 아니라 뉴욕과 런던, 그리고 유럽에서 일어난 여러 장르의 예술 운동과 인적 관계를 관찰 할 수 있었던 것은 덤이다. 세 명의 번역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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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tarman'이 수록된 데이빗 보위의 1972년도 초기 대표작중 하나.jpg (File Size: 381.8KB/Download: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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