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메시니(Pat Metheny) - 부정적 현실에 대응하는 기타거장의 밴드 플랫폼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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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 Metheny
새로운 트리오 Side-Eye 프로젝트 가동한 기타리스트/밴드리더
부정적 현실에 대응하는
기타거장의 밴드 플랫폼
기타리스트이자 작, 편곡가이며 또 밴드리더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음악에 온통 영혼의 모든 것이 사로잡힌 ‘Music Madness’ 팻 메시니가 작년 오랜 기간 동행해온 레이블 넌서치와의 마지막 정규 앨범 <From This Place> 발표한 이후 모던 레코딩이라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예순 후반의 나이, 그의 커리어 후반기에 다시금 새로운 장을 맞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입장에서 작년과 올해는 상당히 커다란 변곡점에 놓여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가장 큰 이슈로 워너시절 포함 무려 23년간 함께 파트너쉽을 유지해온 음반레이블과의 결별이 있었는데, 이는 지금까지 팻 메시니가 맺어온 레이블과의 팀워크가 가장 길게 이어졌던 시기였죠. 그만큼 워너, 넌서치와의 팀워크는 좋았고 또 공고했습니다. 또 그 사이 발표되었던 작품들 역시 걸작과 수작의 반열에 올려둘만한 경우가 많았으며 오케스트리온등 파격적 시도의 측면에서도 워너-넌서치 시절은 시선을 끄는 지점이 많았죠 (흘러나온 풍문으로는 헤어지는 마지막이 좋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함께 해온 과정은 더없이 훌륭했다고 봐야 할 겁니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을 수밖에 없는 법! 이제 그는 다른 레이블로 이적하며 새로운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의 생애 처음 시도했던 클래시컬 기타 프로젝트 <Road to the Sun>가 이적한 레이블을 통해 첫 공개되었고, 이후 불과 6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서 또 다른 새 작품이 바로 지난 달 중순경 발매되며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활동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척 오랜만에 가동되는 그의 기타 트리오! 하지만 이번 트리오는 과거 그가 틈틈이 운영해오던 일반적인 기타-베이스-드럼의 트리오와는 확실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사이드아이(SideEye) ‘곁눈질하다, 째려보다’ 는 의미를 지닌 이 단어를 트리오 명으로 내건 팻 메시니는 어딘지 모르게 이전과는 다소 시니컬하고 불만에 차있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늘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태도와 멘탈리티를 드러내보이곤 했던 그에게 어떤 변화가 생긴 걸까요?
글/김희준 사진/Jimmy Katz, Modern Recordings
사이드아이 프로젝트의 건반을 담당하는 젊은 천재 제임스 프랜시스
새로운 트리오 프로젝트의 시작
그의 공연일정을 일주일이 멀다하고 지속적으로 체크해오고 있는 열혈 팬이라면 모를까, 팻 멧시니가 새롭게 트리오를 진행하고 있다는 건 최근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었죠. 사실 워낙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뮤지션들과 여러 종류의 긱(Gig)을 진행해오고 있는 그이기에 그 중 어느 형태의 프로젝트가 앨범으로까지 만들어지고 수년간 지속적으로 운영될지는 팻 자신외엔 알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이드아이 트리오는 그의 새로운 쿼텟 라인업인 귈림 심콕(피아노)-린다 메이 오(베이스)-안토니오 산체스(드럼)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와 거의 동일한 2016년도에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2007년 베이시스트 크리스찬 맥브라이드와 드러머 안토니오 산체스 라인업으로 기타 트리오를 가동해 이후 3년 정도 함께 연주하던 그 당시로부터 10여년 정도 지나 새롭게 기타 트리오를 출범시킨 것인데, 다만 이번 사이드아이 트리오는 과거 그가 시도해왔던 트리오와는 몇 가지 뚜렷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선 사이드아이 트리오는 베이스 연주자가 따로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신 건반주자인 제임스 프랜시스가 키보드 베이스로 그 공간을 채워내죠. 또 곡에 따라 오르간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베이스가 없는 음역대를 커버합니다. (팻의 이야기에 따르면 애초 정식 베이스 주자를 섭외하려고 했었는데 사이드아이 초대 드러머인 에릭 할랜드가 제임스 프랜시스와 함께 할거면 별도의 베이스가 필요없다고 조언해주었다고 하더군요. 팻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으나 함께 긱(Gig)을 해본 뒤 에릭 할랜드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확실히 이해했다고 합니다. 이후 베이스는 제임스 프랜시스의 역할로 채워졌죠) 이 점에서 사이드아이 트리오는 팻 메시니가 생애 처음으로 시도하는 베이스 없는 오르간-키보드 트리오라는 주요한 특징을 갖습니다. 제임스 프랜시스(James Francies)는 현대 재즈 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재즈 팬이라면 이미 여러 차례 이름을 들어봤을 겁니다. 본지에서도 이미 그의 리더 작들을 소개한 바 있으며 그의 앨범을 발매한 블루노트 레이블에서 임마누엘 윌킨스와 조엘 로스 같은 20대 신진 세력들과 함께 전폭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뛰어난 재능의 뮤지션이죠. 1995년생 휴스턴 출신으로 올해 26세인 그는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키보드를 모두 다 자유롭게 다룰 줄 알며 엄청난 연주 테크닉, 그루비하면서도 현대적인 플레이를 구사할 줄 압니다. 또한 입체적인 사운드메이킹 능력도 탁월해서 이미 크리스 포터나 제프 테인 와츠, 스테폰 해리스, 마커스 스트릭랜드, 에릭 할랜드등 현 뉴욕 재즈 신의 최일선에서 활약하는 여러 선배들이 앞 다투어 섭외해 함께 연주한 바 있는, 어린 나이에 이미 훌륭한 사이드맨 커리어를 갖추고 있는 뮤지션입니다. 팻 메시니는 이 사이드아이 트리오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여러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춰왔는데 그건 모두 드럼에 국한된 것이었으며 제임스 프랜시스는 자신과 함께 지금까지 계속 고정된 라인업이었습니다. 그만큼 이 프로젝트 트리오에 그의 건반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증거이며 실제로 작품을 들어봐도 팻의 기타와 거의 맞먹는 수준으로 전체 사운드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반면 드러머는 지금까지 총 네 명의 연주자들이 사이드아이 트리오에 공식적으로 참여해왔는데(앨범 명 마지막에 붙은 로마 숫자 Ⅳ는 지난 네 명의 드러머숫자를 뜻합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팻의 언급을 토대로 판단하건데 맨 처음 드럼스틱을 잡은 연주자는 *안토니오 산체스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현재 팻의 레귤러 쿼텟 드러머이기도 한데다 최근 자신의 솔로 작업에 더 집중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트리오에는 참여하지 않게 된 거으로 짐작되며, 이후 앤워 마샬, 네이트 스미스, 마커스 길모어가 사이드아이 트리오 드럼을 맡아 주었습니다. 이번에 발매된 라이브 앨범의 드럼 연주는 바로 마커스 길모어가 맡고 있으며 그가 2020년 초반까지 사이드아이에 참여한 뒤 현재 드럼을 담당하고 있는 연주자는 조 다이슨으로 교체된 상황입니다. (실제로는 총 다섯 명의 드러머가 사이드아이를 거쳐간 셈이 되죠) 드러머 파트가 이렇게 자주 변경이 되는 것에는 팻의 의도가 따로 있는데 자신의 연주 동력, 특히 즉흥연주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드러머와의 인터액티브는 상대의 스타일이 어떤가에 따라 실제로 만들어지는 결과도 큰 차이를 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지난 5년 동안 꽤 많은 드러머와 손발을 맞춰봤으며 그들 모두 뛰어난 개성을 갖고 있어서 누구를 더 선호하는 가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도 드럼 자리는 다소 가변적이며 자신의 레이더망에 걸리는 출중한 재능의 소유자라면 상황에 따라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그의 섭외대상이 될 수 있고 팻의 마음에 들 경우 정식 투어 멤버로 자리 잡게 되는 거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바로 이 섭외 대상에 한국 출신 드러머인 김종국(JK)이 포함되었고 그렇게 그의 집으로 초대되어 연주를 했던 거로 여겨집니다. 현재 그는 군복무중인데 차후 다시 그에게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확인해본 바 이 점은 사실이 아니어서 다시 정정합니다. 사이드아이 트리오의 초대 드러머는 에릭 할랜드였습니다
최근 사이드아이 트리오에 새롭게 합류한 드러머 조 다이슨
사이드아이(Side-Eye)에 담겨진 숨은 의미
그리고 가시적으로 팬들의 눈길을 끄는 지점이 다름 아닌 밴드명이죠.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알 알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한데 지금까지 팻 메시니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별도의 팀명을 사용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팻 메시니 그룹, 팻 메시니 트리오 등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심플하게 걸어왔죠. 그나마 2012년도에 크리스 포터-벤 윌리암스-안토니오 산체스의 핵심 라인업으로 결성했던 쿼텟을 ‘유니티 밴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적이 있으며 이번 사이드아이 트리오는 이름 별도의 밴드 명을 차용한 두 번째 사례입니다. 사이드아이라는 단어는 앞서 서문에서 언급한 대로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그가 만들어둔 새로운 곡의 제목에서 그대로 팀명으로 가져왔다고 하지만, 그와 동시에 현 미국 사회의 부조리함과 여러 비상식적인 문제들(코로나 팬데믹외에 아마도 조지 플로이드로 촉발된 인종, 인권문제도 이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을 마주하면서 이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선도 팀명에 담겨져 있다고 하네요.
또한 팻은 지금 시대의 젊은 연주자들이 가진 재능과 역량을 무척이나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젊은 시절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만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마음 한켠에 갖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팻이 몇몇 해외 저널을 통해 밝힌 것처럼 그 자신이 선배의 위치에 있는 지금 젊고 뛰어난 후배 연주자들이 자신을 통해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지명도를 키워나갈 수 있는 일종의 통로,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해주길 원한다고 했죠. 마치 게리 버튼이 학생시절 자신에게 연주자로서 멋진 기회를 만들어 주었던 것처럼. 사이드아이 프로젝트에는 바로 그런 팻의 선한 의도가 함께 담겨져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모로 변화된 여러 가지 새로운 과정들이 담겨진 이 트리오의 음악은 확실히 팻의 음악이면서 동시에 이전의 팻 메시니 트리오 사운드와는 다른 점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우선 과거 전형적인 트리오 편성에서 들을 수 있었던 스윙과 밥(Bop) 어프로치가 거의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그 대신 시원시원한 록과 블루스, 퓨전의 색채가 더 강조되어 있으며 멤버들의 연주 역시 잼 형태에 좀 더 가깝게 이뤄집니다. 젊은 두 명의 연주자, 특히 제임스 프랜시스가 갖고 있는 음악적 성향이 팻 메시니에게 영향을 미친 결과로 봐야 할텐데, 특히 이 앨범에 수록된 세 곡의 신곡중, ‘Lodger’, ‘Zenith Blue’ 은 약간 과장을 섞어서 그냥 모던한 재즈 어프로치가 담긴 블루스 록 인스트루멘틀이라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트랙인 ‘I Starts When We Disappear’의 경우는 팻 메시니 밴드 형태의 사운드라 볼 수 있는데 팻의 기타와 신서사이저, 그리고 제임스 프랜시스의 건반이 전체 음악을 이끌어가며 사운드를 풍성하게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이드아이 트리오 음악의 핵심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할 주요 트랙이 바로 이 곡, 그리고 ‘Zenith Blue’ 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 외 기존의 팻 메시니 레퍼토리들 ‘Better Days Ahead’, ‘Bright Size Life’, ‘Sirabhorn’,‘Turnaround’ 같은 곡들은 차후 앨범 리뷰를 통해 따로 언급하겠지만 확실히 편곡에서부터 과거 버전들과는 다소 차이를 두고 접근한 부분이 감지됩니다.
Epilogue
지금까지 팻 메시니에 관한 칼럼 혹은 앨범 리뷰, 하다못해 간략한 신작 소개 글에서조차 필자는 그의 놀라운 활동량과 이를 유지해내는 지구력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글을 여러 차례 써왔으며 도저히 같은 일반적인 인간이라곤 믿어지지 않을만큼 끊임없이 새로운 뭔가를 시도하려는 도전정신에 지속적으로 경이로움을 표해왔습니다. '70년대 중반 프로뮤지션으로 처음 음악계에 등장한 이후 2021년 10월 지금까지 무려 50년이 다 되어가는 기간 동안 단 한번의 휴지기도 없이 거의 매해 새로운 신작, 관련 참여 작을 발표하고 그에 맞춰 공연을 진행한다는 것은 실상 음악에 미치는 수준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이죠. 그는 휴가도 가지 않고 잔병치레조차 하지 않는 걸까요? 쉼 없이 자신을 몰아붙이는 워커홀릭, 그것도 당위와 스스로에 대한 강요가 아니라 오직 즐거움과 만족의 차원에서 팻 메시니는 광인에 가까운 내적동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 봐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음악적 동력은 한편으론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만도 아닙니다. 그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남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커다란 즐거움을 얻는 것은 자명하지만, 그와 함께 현재 자신의 모국인 미국을 포함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회, 그리고 자신이 속한 재즈 신에 대해서도 나름의 고민과 사유를 해오고 있죠. 그리고 이제는 재즈 신에서 보기 드문 큰 성공을 거둔 선배로서 한 세대 어린 뛰어난 후배들을 위해 활동공간을 마련해주려는 배려심 가득한 태도를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조차도 지난 18개월 가까이 제대로 된 라이브 공연을 하지 못했던 비관적인 상황! (다행히 올해 하반기와 내년 투어 스케줄은 잡히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이것도 결코 낙관할 수 있는 건 아니죠) 하물며 그보다 명성이 부족한 젊은 재능의 연주자들이라면 말해 뭐할까요? 그러나 그는 결코 낙담하고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부정적인 시선으로 이를 비판하는 것과 함께 이를 타개하기 위해 그 나름의 움직임을 이렇게 펼쳐 보이려고 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사이드아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음악만의 결과로만 이야기하면 안된다고 생각됩니다. (아!음악도 물론 훌륭합니다) 현 시대에 몇 남지 않은 스타 재즈 뮤지션으로서 팻 메시니는 자신이 미치는 영향력의 범위 안에서 젊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마련해줌과 동시에 자신의 음악적 새 동력도 함께 찾아내려는 복안을 동시에 담아내려고 고민했고 이걸 실천에 옮겨 멋지게 구체화시켜냈습니다. 뉴 프로젝트 트리오 사이드 아이(Side Eye)는 젊은 세대에겐 그들의 미래를 위한 포석을 마련해주고 팻 자신에겐 또 다른 비전과 가능성을 이끌어내어 줄 통로가 되는, 양쪽 모두를 위한 멋진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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