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디스토피아 전복의 힘은 음악에 있다?! - 조지 오웰
- Johnk
- 조회 수 506
1984 펭귄클래식 48 디스토피아 전복의 힘은 음악에 있다?!
조지 오웰 지음 | 이기한 옮김 | 웅진씽크빅 | 2009년 10월 19일 출간 | 420P
1949년에 출간된 조지 오웰의『1984』(웅진씽크빅,2009)는 미래가 점점 다가올수록 우리에게 기시감을 안겨준다. 세계 최초로 텔레비전이 공개된 것은 1939년 4월 30일 뉴욕 세계 박람회에서였는데, 오웰은 텔레비전의 발명을 무색하게 만드는 ‘텔레스크린’을 내놓았다. 텔레비전은 방송을 내보내기만 하지만, 텔레스크린은 쌍방향으로 되어 있어 그것이 설치된 곳의 소리와 영상을 중앙 통제소로 전송한다. 오웰은 CCTV를 발명했다.
『1984』에는 영사英社ㆍIngsoc라는 당과 빅 브라더라는 인물이 다스리는 일당 독재 국가 오세아니아가 나온다. 이 나라의 인구는 3억 명인데, 이들은 세 계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최상층에 전체 인구의 2퍼센트를 차지하는 내부 당원(특별 계층)이 있는데, 이들의 숫자는 600만 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 아래에 외부 당원(일반 당원)이 있는데, 내부 당원이 국가의 두뇌라면 외부 당원은 수족이다. 외부 당원 밑에는 ‘프롤’이라고 약칭되는 85퍼센트의 비당원 즉 대중이 있는데, 그들은 인구의 85퍼센트를 차지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중이 존중받는 이유는 그들이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선거가 아니라면 지배층은 형식적으로조차 대중에게 아부할 일이 없다.
오세아니아와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는 선거가 없으니 대중을 관리할 필요도 없다. 영사는 프롤이 맡겨진 노동에 충실하기만 하면 무엇을 하든 관여치 않는다. 영사는 프롤을 교육 시키지 않으며, 산아제한을 지도하지도 않는다. 프롤이 무지하면 할수록, 또 많은 자녀로 인해 가난이라는 조건에 허덕일수록 지배하기 좋다. 살게 만들고 죽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죽게 만들고 살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프롤은 향수를 쓸 수 있고, 간통과 이혼을 할 수 있고, 종교도 가질 수 있다. 다만 이들은 맥주만 마실 수 있다. 진은 외부 당원이 되어야 마실 수 있고, 와인은 오로지 내부 당원만 마실 수 있다.
1984년도에 개봉되었던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의 영화 1984의 한 장면
영사의 감시 대상은 13퍼센트의 외부 당원이다. 프롤에게 허용되었던 것이 외부 당원에게는 모두 금지다. 게다가 이들의 거주 구역과 가정에는 프롤의 거주 구역과 가정에는 없는 텔레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어서, 24시간 동안 감시와 통제를 받는다. 아침 7시 15분이 되면 기상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체조 방송이 나오고, 조금이라도 꾀를 피우면 금세 체조 강사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심장의 박동마저 감지해내는 정교한 텔레스크린은 감시도 하지만, 정부의 선전도 쉬지 않고 쏟아낸다. 이때, 부적절한 표정(예컨대 적국과의 전투에서 크게 이겼다는 발표를 하는데 믿지 못하겠다는 듯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으면 ‘표정죄’로 처벌된다.
이 소설에는 일당 독재국가가 자신의 수족(외부 당원)을 통제하고 세뇌하는 여러 가지 기술이 나온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하루에 한 번씩 치르는 ‘2분간 증오’다. 모든 공무원들은 오전 열한시가 되면 거대한 텔레스크린이 마련된 자기 직장의 중앙 강당으로 모인다. 텔레스크린에서는 사람을 심한 불안감에 휩싸이게 하고 머리끝이 곤두서게 하는 소름 끼치는 소음이 흘러나오고, 그것과 함께 당의 배반자이자 나라의 원수인 골스타인의 얼굴이 나온다. 그러면 공포와 혐오를 느끼는 사람들이 파블로프의 개처럼 발작적으로 골스타인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다. 1분 째가 이 행사의 절정인데, 끝은 인자하고 믿음직한 빅 브라더의 얼굴이 나오는 것으로 마감된다. 2분간 증오는 종교화된 정치 의례, 또는 정치화된 심령 부흥회다.
윈스턴 스미스는 1984년 4월 4일, 2분간 증오 때 줄리아를 처음 의식했다. 의례 때, 의식적 증오의 대상이 골드스타인에서 다른 사람으로 전이되는 것은 보통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날, 윈스턴에게는 엉뚱한 전이가 일어났다. “윈스턴은 애써 증오를 스크린에 비친 얼굴에서 자기 뒤에 있는 검은 머리 여자에게 전가했다. 선명하고도 아름다운 환상이 그의 머리를 스쳐갔다. 그는 고무 곤봉으로 그녀를 죽도록 때리고 싶었다. 그는 그녀를 벌거벗겨 말뚝에 묶어놓고 성 세바스찬처럼 화살로 마구 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욕보이고 오르가슴의 순간에 그녀의 숨통을 끊어버리고 싶었다.”
윈스턴이 골드스타인에 대한 증오를 아직 이름도 모르는 줄리아에게 전이하게 된 이유는 그날 줄리아가 순결의 노골적인 상징인 얄미운 주홍색 장식 띠를 허리에 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휘장은 청소년반성동맹(靑少年反性同盟)의 표장인데, 청소년반성동맹은 영사가 전체 당원의 성 생활을 억제하기 위해 만든 기초 단체다. 영사는 당원을 통제하기 위해 성과 사랑을 박멸하려고 했다. 그래서 남녀 당원이 사랑하는 관계라는 것이 드러나면 결혼 승낙을 해주지 않기도 했다. 당원들은 아이를 낳기 위해서만 결혼을 해야 했다. 작중에 나오는 영사의 고급 간부는 이렇게 말한다. “성적 충동이라는 것은 결국 근절될 것일세. 출산은 배급 카드를 갱신하는 일처럼 연례행사로 전락하게 되는 거지. 우리는 오르가슴마저도 없앨 거야. 이를 위해 우리의 신경과 전문의들이 지금도 열심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네.”
아마도 오웰이 읽었거나 소문으로 내용을 알고 있었을 것이 분명한 빌헬름 라이히의 1933년 저서『파시즘의 대중심리』(현상과인식,1986)에 따르면 “성의 긍지는 개인적 자의식의 토대”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국가든 공산주의 국가든 어린이 때부터 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을 도덕적으로 억압하기 시작한다. “이 금지는 인간의 반역적 힘을 무력하게 만든다.” 그러나 줄리아는 열여섯 살 때 예순 살의 당원과 첫 관계를 한 다음, 스물여섯 살이 될 때까지 수백 번이나 당원들과 섹스를 했다. 줄리아의 행동과 윈스턴의 변칙적인 전이는 국가가 성 본능을 제어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해주는 사례이자,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성적 일탈이 일종의 반체제적인 거사로 승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윈스턴은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프롤들에게 있다.”, “미래는 프롤들에게 있다.”’라고 거듭 확신한다. 내ㆍ외부 당원들이 못하는 혁명을 프롤이 할거란 말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프롤 출신의 주인공이나 보조 인물이 아예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그 계급에 대한 묘사도 썩 긍정적이지 않다. 그런데 무슨 근거로 윈스턴은 그런 기대를 품었을까. 아주 가녀린 근거가 있다. 윈스턴과 줄리아는 프롤 구역에 있는 어느 골동품 가게 2층을 자신들의 아지트로 이용했는데, 그들이 그곳에서 밀애를 나눌 때 마다, 아이들의 기저귀를 빨랫줄에 널며 쾌활하게 노래하는 프롤 여성이 있었다(194P과 293P에 나온다). 오세아니아에는 당원에게는 금지되고 프롤에게만 허용된 것이 하나 더 있다.
“새는 노래를 불렀고, 프롤들도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당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희망과 미래는 노래하는 사람들에게만 있다는 오웰의 턱없는 근거를 믿어도 좋을까?
[1984]의 저자 조지 오웰(George Orwell)
- 1.jpg (File Size: 443.8KB/Download: 53)
- 2 1984년도에 개봉되었던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의 영화 1984의 한 장면.jpg (File Size: 66.9KB/Download: 57)
- 소설 1984의 저자 조지 오웰.jpg (File Size: 297.1KB/Download: 57)
- 책 표지.jpg (File Size: 55.2KB/Download: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