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수정 SOo's Collage <안과 밖>

Self Produce/ 2021

 

계수정 : Piano, Fender Rhodes

 

1. 안과 밖

2. Snowing

3. Twisted Walking

4. 10_10

5. 1835 바람. 하늘

6. 127 그림자

7. 15_25

8. Bubble Bath

9. 엄마엄마[노아의 노래]

10. 잔잔해지다

 

소소한 일상, 우리 시선 바깥에 숨겨진 소리 끄집어내다

재즈 피아니스트 계수정이 새 앨범을 발표한다. 이번 음반은 다른 연주자의 참여 없이 오로지 피아노와 펜더 로즈 연주로만 완성된 솔로 앨범이다. 그 동안 계수정은 아방가르드 성향의 피아니스트로 앨범 작업 및 공연 활동을 해왔다. 그녀의 음악이 가진 파격 성을 아는 분이라면 어느 정도 그녀의 피아노 솔로에 대해 듣기 전부터 자연스레 밑그림을 그렸을 법 하다. 글쓴이도 그랬으니. 으레 전위성 다분한 즉흥 피아노 솔로를 기대했는데 실제 음악은 예상을 다소 비껴갔다. 곡마다 프리페어드 방식의 즉흥적 연주가 적용되었기는 하나 그간 선보여온 계수정의 음악적 전위성에 비하면 본 작의 시도들은 사실 단정하고 얌전하다는 인상까지 든다. 

이러한 변화가 야기된 요인으로 코로나19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짐작했었더랬다. 근래에 새 앨범을 발표하는 뮤지션들은 코로나로 인한 음악적 변화상을 표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계수정의 본 작 역시 아마 그러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실제 그녀의 언급에 따르면 이런 형태의 완전한 개인 솔로작을 구상한 게 5년은 족히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더라도 이런 형태의 소소하면서 개인적인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것. 다만 작품의 성격과 느낌이 지금 시류와 맞물리는 느낌은 찾을 수 있을 것 같으며, 상당히 개인적인 관점의 접근으로 인해 뮤지션과 감상자가 함께 쉬이 공유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닌 가하는 생각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때문에 “나뉘었지만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로 공존하는, 반대말이 아닌 하나의 덩어리를 의미하는 안＋밖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담은 음악”이라는 작가 노트의 말을 곱씹으며 한 곡 한 곡 더욱 집중해서 듣게 되었다.

이전과는 다른 담백한 선율과 소리들, 미니멀하고 엠비언트한 면이 트랙 곳곳에 드러나 있으며 각 곡들을 들으며 계수정의 전과 달라진 음악적, 일상적 관념들에 대해 상상해보게 되었다. 계수정은 “...작업을 마치고 나니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호젓한 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듯하다.”는 글도 작가노트에 남겼는데 기존 음악 노선과 다른 결의 사운드지만 확실한 것은 본 작이 계수정에게 있어 분명 내면의 쉼표이자 느낌표와 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계수정은 ‘Bubble Bath’ 녹음을 위해 욕조의 버블 사운드를 직접 녹음해 사용했다고 하는데 집(안)에 있으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것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안과 밖, 복잡 미묘한 그 경계를 계수정은 특유의 섬세하고도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 이를 음악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글/재즈 칼럼니스트 강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