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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 - 그녀가 진정 세기의 명창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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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a Fitzgerald

미공개 라이브 앨범 <live at the Hollywood Bowl> 에 앞서

 

엘라 피츠제럴드가 진정 세기의 명창인 이유

 

완벽하다는 말이 여느 광고 카피성 과찬이 아니라 그저 일반적인 수식어에 불과한 가수! 음정, 호흡, 발성, 감성표현, 음악적 이해까지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는 최상의 경지를 생전 들려주었던 장르 불문 극소수의 특급 명창들 가운데 한명. 언제나처럼 세기의 목소리로 언급되는 엘라 피츠제럴드가 다시 재즈 팬들에게 돌아옵니다.

2년 전 발매되어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미공개 라이브 <The Lost Berlin Tapes>에 이어 다시 한번 새롭게 공개되는 그녀의 미공개 라이브 앨범 <Ella at the Hollywood Bowl ; The Irving Berlin Songbook>이 올드 스쿨 팬 여러분들의 귀를 또 다시 즐겁고 유쾌하게 만들어줄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1958년도 녹음이며 당시 어빙 벌린 송북 정규 앨범을 발표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진행한 공연이었기에 그녀의 노래는 역시나 흠잡을 데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아닌게 아니라 엘라의 최전성기 시절을 언급할 때 보통 1950년대 중반에서 이후 버브 레이블에서의 10년 간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죠. 당시 레코딩된 작품의 퀄리티로 보나, 그녀 자신의 보컬 기량으로 보나 이 시기의 엘라는 명불허전, 유아독존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과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필자는 엘라에 관해 여러 경로로 소개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못내 아쉬운 느낌을 받을 때가 적지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이토록 대단한 명창이며 자타공인 레전드로 인정받고 있음에도 실질적으로 그녀의 진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탓이죠.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녀가 부른 대부분의 레퍼토리들이 구식의 스탠더드 넘버들이어서 그런 걸까? (만약 그렇다면 동시대에 쳇 베이커가 인기 많은 이유가 설명이 안되죠. 그가 요즘 스타일의 팝송을 불렀던 것도 전혀 아니고요...) 아니면 그녀가 노래하는 스타일이 요즘 시대의 그것과 많이 달라서 그런 걸까? 이 질문은 다소 납득이 되긴 합니다만 지금 시대에 현역으로 활동하는 유명 팝 가수들 중에서도 올드패션한 발성과 감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거의 0에 수렴할 때에나 참이 되는 명제입니다. 하지만 제이미 컬럼이나 마이클 부블레, 멜로디 가르도등 여전히 재즈적인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 복고성향의 보컬로 대중들과 소통하며 활동하는 동시대의 가수들이 건재해있죠. 그렇다면 왜 엘라의 진가는 늘 그녀의 화려한 명성 주변부를 맴돌고 있을까? 이에 관해 현재 국내대중음악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오고 있으신 신연아씨가 그 이유에 대한 자신만의 통찰력 있는 솔직한 견해를 한번 풀어내어 줬습니다. 우선 이 글을 한번 살펴본 뒤 다시 엘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죠    

/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유니버설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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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뉴욕의 한 재즈 클럽에서 공연하는 엘라 피츠제럴드, 뒤에 있는 베이스 주자는 레이 브라운, 우측의 사랑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디지 길레스피의 표정이 무척 재미있다

 

 

일반인들에게 잘 와닿지 않는 엘라의 위대함

 

한창 여성 보컬들만 찾아 듣던 20대 초반의 나는, 재즈 보컬리스트로 잘 알려진 엘라 피츠제럴드가 얼마나 대단한 지 잘 느끼지 못했다. 20대란 나이가 그런 건지, 당시 저의 음악적 견해가 아직 깊지 못해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허스키 보이스이거나 감정표현이 강한 창법이거나, 혹은 아주 마이너한 감성의 노래들을 선호했었기에 엘라의 목소리는 다소 밋밋하다 고 느꼈던 것 같다. 오히려 빌리 홀리데이의 구구절절한 슬픔이나, 다이안 슈어의 폭발적인 가창법, 로라 피지의 섹시한 공기반 소리반 목소리가 더 매력적이고 재즈답다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견해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렇게 격정의 20대가 지나고, 30대를 거쳐, 40대에 접어들면서 다시 꺼내듣는 엘라는 어쩐 일인지 예전과는 완전히 달랐고, 듣는 곡마다 매순간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이상한 일이다. 왜 그땐 이걸 몰랐을까?

 

엘라가 녹음을 하던 그 시절엔, 이른 바 펀칭(끊어서 녹음하기)도 전혀 없었을 시절이라 분명 원테이크로 녹음을 했을 텐데, 긴 호흡을 태연하게 끌어가면서 노래 사이사이에 거친 호흡소리가 나지도 않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저음으로 갈 때는 남자 베이스 버금가는 흉성이, 중간 음역대에서는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압력으로 탄탄하면서도 튀지 않는 소리를 내고, 고음에서는 충분히 후두를 내리고 연구개를 열어 하이로 치우치기 쉬운 고음의 압력에 공간감을 더해서 중, 저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크기로 유지하는 것은, 마치 목 안에 자체 컴프레서가 걸린 듯 하다. 도대체 그녀에게도 파싸지오(발성이 바뀌는 경계 음역대)가 있긴 한 건가? 이렇게 모든 음역대에서 배음 섞인 소리를 내려면, 복식호흡은 물론이고, 후두와 연구개를 일정하게 열어두는 압력을 흐트러지지 않게 유지해야 하는 법인데 이 방법이 얼마나 체력을 소모하는지 노래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터득하고 몸에 익히기만도 몇 년이 소비되는 것인데...

비브라토는 또 어떤가? 폭을 너무 깊지 않게 뽑아내어 세련미를 더하고, 아주 일정하게 구현하여 안정적인 재즈 보컬의 진수를 보여준다. (폭이 너무 깊은 비브라토는 다소 옛날 기교방식이다.)

 

이것만으로도 쉽지 않은데, 스캣이나 베리에이션이야말로 그녀의 진정한 전공분야 같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스캣은 노트의 화려함만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그 곡의 감성과 이야기를 이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개인적으로, ‘스캣을 위한 스캣또는 그냥 하는 스캣의 의미에 의구심을 던지는, 다소 까다로운 견해를 갖고 있는 편인데 엘라의 스캣에는 어떤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다. , 너무 저음으로 내려가며 장난스럽게 눌러 내는 소리를 자주 하는 것은 좀 아쉽지만 말이다.

또한 리듬 면에서 보자면, 그녀의 그루브 감은 절대 급하지 않다. 아주 여유 있게 약간의 레이드 백을 하는 듯 하면서 각 노트의 길이를 잘라내지 않고 충분히 끌어주며 제 리듬에 정확히 차고 들어온다. 보컬이 리듬을 잘 살려낸다는 것은, 음악의 강약이 어디에 분포되어 있는지 빠르게 몸으로 즉각 터득이 된다는 뜻이라 생각하기에, 그녀의 음악성은 이미 몸 속 유전자에 선천적으로 내장되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또 그녀가 기술만 남발하는 것도 아니다. 메이저와 마이너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감성표현이야말로 그녀의 음악적 해석력이 얼마나 깊고 폭이 넓은지 알게 한다.

 

그러니까 결론은, 복식호흡을 기초로, 일정한 압력과 공간감을 유지하며, 가사의 감정을 적절하게 전달하면서, 리듬의 강약을 살려 튀어나오지 않는 소리로 정확한 노트와 스케일로 베리에이션 또는 스캣을 해내는 완벽한 보컬리스트가 바로 엘라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그리고 정말 정말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들(호흡, 발성, 음정, 리듬,감정표현, 곡 해석)을 배워서 익혀서 한다기보다는 이미 그녀는 위대한 가수로 애초 타고난 것 같다는 점이다. 그녀가 너무나 완벽하게 노래를 소화해 내는 바람에, 듣는 사람은 그 난이도를 전혀 짐작도 할 수가 없어 일반인들에게는 그냥 스쳐가는 백그라운드 뮤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 못내 안타깝다. 좀 힘들게 부르는 듯 해야 열창하는 것 같고, 우는 소리를 내거나 쏘는 소리를 내야 감정이 격정적인 것으로 인지하는 게 일반적이라서, 도리어 엘라의 절제된 완벽함은, 아주 오랜 세월 음악을 들어온 사람에게만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르게 생각하면, 같은 이유로 지금 이 시대에서도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의 목소리에 감탄하는 사람들이 계속 끊이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수십 년을 들어야 겨우 그녀의 경지를 이해하게 된다는 건, 다른 의미로 평생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테니까!   /신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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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초 헐리우드 볼에서의 공연모습. 엘라는 생전 이 공연장에서 자주 공연을 가졌다.

 

신연아씨의 엘라 피츠제럴드에 대한 이 견해는 국내에서 재즈 보컬이라고 할 때 다수의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얇고 평범한 선입견을 아주 정확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화해내는 곡들을 결코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완벽에 가깝게 부르다보니 그것이 듣는 감상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경지에서 노래가 이뤄지고 있는 지 제대로 체감및 전달이 안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사실 이 부분은 2년 전쯤 본지의 연재 코너로 진행되었던 김주환의 싱잉 레전드 엘라 피츠제럴드 편에서도 이미 한번 비슷한 견해로 다뤄진 바 있습니다. 그 당시 칼럼의 한 구절을 가져와 볼께요

 

엘라의 전성기때엔 매우 민첩한 리듬감의 표현과 동시에 정확한 음정을 구사하며 3옥타브 이상의 음역대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넘나들고 있다. 진성구에서 두성구로의 전환, 즉 높은 고음에서 휘슬 톤, 일명 돌고래 소리를 내다가 바로 진성구로 이질감없이 연결될 수 있는 건 음정과 볼륨이 변해도 꼭 유지해야 할 호흡을 컨트롤 하는 힘의 균형과 그에 따른 공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다. ~ 반면 피아노나 기타와 듀오로 하는 단촐한 편성에선 무척 편하게 풀어 노래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훌륭한 호흡 컨트롤을 보여줌과 동시에 유연함과 고풍스러운 매력을 발산한다

 

 

취향의 차이 넘어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경지

다수의 국내 오디션 경연대회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고음 경쟁을 하거나 소리를 내지르면서 마치 100m 달리기 경쟁하듯이 노래하는 게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하다보니 엘라의 경우와 같이 그와 상반되는 형태의 보컬 접근은 상대적으로 허전하고 심심하게 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조미료 강하게 들어간 라면을 매번 먹다가 간단한 소금 간으로만 이뤄진 채소와 야채, 혹은 생선샐러드를 먹었을 때 입이 허전한 나머지 양념 소스를 듬뿍 뿌려 먹게 되는 것과 같은 겁니다. 하지만 그 양념소스를 배제하고 먹는 버릇을 들이기 시작하면 조금씩 그 식재료의 본래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 과정을 견디기 위해선 결국 시간과 인내력이 필요한 데 음악 감상에 그런 공을 들인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것이죠. (다행히 엘라는 가진 목소리가 미성계열이어서 발라드를 부를 때 꾀꼬리 같은 고운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몇몇 발라드 곡들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만, 그 외 블루스 넘버, 스윙과 비밥 풍미가 강한 노래들은 그 진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흘려듣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훌륭함은 결코 과장되지도 않고 그 자체로 모든 게 설명되고 전달됩니다. 많은 후배 가수들과 평론가들이 엘라 피츠제럴드의 보컬을 두고 모든 게 완벽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하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으며 이를 깨닫는 것은 그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라는 것이죠. 감히 이 지면에서 단언하건데 엘라의 노래가 잘 와닿지 않으신다면 그건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취향의 차이 때문이 아닌 겁니다. 빌리 홀리데이(Billie Hoilday)나 아니타 오데이(Ania O’day), 블로섬 디어리(Blossom Dearie)의 노래를 듣고서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면 그걸 일부 취향의 차이로 이야기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엘라의 노래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앞뒤 좌우 상하 어느 쪽으로 보더라도 흠결이라곤 보이지 않은 완벽한 보컬 능력을 갖춘 가수의 노래를 내 취향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건 아직 그녀의 노래에 담긴 진수가 여러분들에게 와닿지 않은 것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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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쯤 공개될 엘라 피츠제럴드의 미공개 라이브에 앞서 그녀의 보컬이 갖고 있는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살펴봤습니다. 이 글을 읽고 일말의 궁금증이라도 생겼다면, 혹은 다소간의 반발심이라도 생겼다면 그녀가 프로듀서인 노먼 그랜츠와 함께 10여 년 동안 기획, 발표한 <American Songbook> 시리즈를 꼭 한번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너무 작품 분량이 많다면 로저스 & 하트, 어빙 벌린, 조지 거쉰, 콜 포터, 제롬 컨, 자니 머서등 특정 작곡가의 송북 집중 어느 하나라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빅밴드, 오케스트라와 함께 할 때의 노래는 어떤지, 재즈 캄보와 함께 할 때의 노래는 어떤 지를 한번 유심히 살펴봐주시길 바랍니다. 슬로우 템포의 발라드를 노래할 때와 업템포의 스윙 넘버에서 노래할 때는 또 어떤지도 한번 살펴보세요. 편집이나 음정 보정등 어떠한 기계적 도움이 없이 그저 한 번에 연주자들과 함께 노래를 소화해내고 있다는 걸 인식하고서 듣는다면 아마 더더욱 놀라시게 될 겁니다.

 

*신연아 : 여성보컬그룹 빅 마마의 멤버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으며, 동시에 독자적인 솔로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호원대 실용음악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많은 학생들에게 노래와 작곡에 관해 가르쳐오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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