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마치 한 몸처럼, 몇 차원 위에 펼쳐진 인터플레이! [Standards Vol.1] - 키스 재럿(Keith Jarrett), 게리 피콕(Gary Peacock), 잭 디조넷(Jack Dejohnette)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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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재럿(Keith Jarrett), 게리 피콕(Gary Peacock), 잭 디조넷(Jack Dejohnette)
<Standards Vol.1>
1. Meaning Of The Blues
2. All The Things You Are
3. It Never Entered My Mind
4. The Masquerade Is Over
5. God Bless The Child
Piano : Keith Jarrett
Double Bass : Gary Peacock
Drums : Jack DeJohnette
Engineer : Jan Erik Kongshaug
Producer : Manfred Eicher
Cover Design : Barbara Wojirsch
Recorded January 11,12 1983 at Power Station, New York City.
세 사람이 마치 한 몸처럼,
몇 차원 위에 펼쳐진 인터플레이!
임프로비제이션을 흔히 ‘찰나의 미학’이라고 합니다. 어느 한 ‘순간’의 영감을 상징하고 창작하는 행위인 셈이죠. 그림으로 따지면 화가가 몇 날 며칠을 공들여 그린 그림 자체가 아닌, 그림을 그리는 ‘실시간’의 행위와 그 순간에 그려진 결과들이 만들어내는 공감대를 창작으로 여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림으로서의 작품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관점 자체가 다른거죠. 작업으로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작업 자체가 작품이고 ‘결과물’은 일종의 ‘덤’인 셈입니다. 그리고 ‘즉흥’이라는 건 ‘대화’와 같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한다고 가정합시다. 만약 서로의 대화가 미리 연습한, 그저 멋져 보이는, 잘 짜인 대사들을 외우듯 앵무새처럼 읊조린다면, 그건 대화라고 하기엔 커녕, 매우 어색하기만 할 겁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거기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순간적으로 조리 있게, 주변을 고려하고 목소리의 톤을 조절하면서, 의도와 주장을 펼치는 대화를 공감과 소통의 현상으로 만드는 건 인간 활동의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방식이며 또 아주 직관적인 행위,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도 기술이 필요해서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걸리고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완성도 높은 대화에 참여할 수 있을테니까요. 재즈에서 임프로비제이션은 바로 소통이며, 대화이고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소통’의 언어가 재즈이며 만약 이 언어를 외계인들에게 알려주고자 할 때, 전 주저 없이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 게리 피콕, 잭 디조넷 라인업의 ‘스탠더드 트리오’가 연주한 1983년도 발매작 <Standards Vol.1>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세 명의 놀라운 인간들이 연주하는 스탠더드들은 뛰어난 음악성을 통해서, 대화와 소통 능력을 몇 단계 올려버린 극소수의 작품들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2014년 비공식적으로 해단식을 치르기 전까지, 30여 년간 이렇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대화록들을 일관적으로 많이 만들어낸 건 로또 복권당첨보다 더 드문 일이기에 세간에 떠도는 그들의 경제적 보상에 대한 여러 소문들(물론 재즈업계 기준이라 팝 업계에 비하면 조족지혈이겠지만) 조차 그리 과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좌로부터) 게리 피콕, 키스 재럿, 만프레드 아이허, 잭 디조넷, 얀 에릭 콩샤우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은 재즈의 관점에서 보면 좀 특이한 커리어를 거쳐 온 거장 아티스트입니다. 우선 1983년에 시작해서 2014년 무렵 실질적으로 마무리 지은 이 ‘스탠더드 트리오’의 경우 일절 멤버 변화 없이, 30여 년간 동일하게 유지되어온 유일한 그의 후기 레귤러 밴드 편성이었습니다. 이 앨범에 참여한, 지금은 고인이 되신 베이시스트 게리 피콕, 그리고 멤버들 중 유일하게 지금도 현역으로 열일 중이신 드러머 잭 디조넷과 빠르게는 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초반부터 서로 잘 알고 교류하고 있었지만, 본 작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팀을 결성, 일명 스탠더드 트리오로 세간에 불리게 되며 이후 음악적 동반자로 활동하게 됩니다. 재럿의 경우 2016년까지는 솔로 피아노도 많이 연주하고 녹음 했는데, 그 카탈로그가 너무 방대해 클래식에서 재즈까지 70여 타이틀 이상이며 아직도 많은 미공개 레코딩들이 남겨져 있다고 합니다. 또 이후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매될 예정으로 알려져 있죠.
재럿의 경우 80년대 이후부터는 다른 이들과 거의 연주할 의도도 없었으며, 또 초,중기 시절을 제외하면 ‘전통적인 개념의 작곡’도 거의 없이 연주에 임했죠. 사실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에 7개월 정도 몸 담은 이후 나와서 1970년대 초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아메리칸 쿼텟(American Quartet) -색소폰 듀이 레드맨, 베이스 찰리 헤이든, 드럼 폴 모션- 과 유러피안 쿼텟(European Quartet) -색소폰 얀 가버렉, 베이스 팔레 다니엘슨, 드럼 욘 크리스텐센- 멤버들이 같이 활동한 연주자들의 90%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프로 뮤지션으로 처음 활동을 시작한 6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지난 50여 년간, 같이 활발하게 연주한 사람들이 대략 10여명 남짓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뮤지션의 사이드 맨으로 자주 활동하는 것도 아니었죠. 이렇듯 사이드 맨이나 다작하는 재즈 뮤지션들의 커리어랑은 거리가 아주 멀었다는 점에서, 허비 행콕, 칙 코리아 등과도 확연히 달랐습니다. 스탠더드 레퍼토리의 재해석과 솔로 그리고 피아노 즉흥 연주, 어찌 보면 가장 재즈의 본질다운 형식으로만 커리어를 마무리 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극도로 드물게 한두 번 일탈에 가까운 레코딩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야말로 일탈이며, 많이 하지 않는 인터뷰를 대신한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 싶습니다.
솔로 독주는 보통 음악보단 연주자가 더 잘 들리고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듀엣의 경우, 대화적인 성격이 강해지거나 리드와 반주의 분업을 잘 느낄 수 있는 첫 번째 구성이기도 합니다. 쿼텟이나 퀸텟, 그 이상의 구성은 앙상블 합주의 특성이 강해져 작곡및 편곡등 전체 음악에 대한 컨트롤이 중요해집니다. 그런데 이 스탠더드 트리오의 연주방식은 그런 것과는 좀 다른데, 어떤 면에선 마치 ‘멕시칸 스탠드 오프*’ 같습니다. 첫 사람이 두 번째 사람을 겨누면, 두 번째 사람은 세 번째 사람을 겨누고 세 번째 사람은 다시 첫 번째 사람을 겨누게 됩니다. 역설적으로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완벽한 밸런스가 유지됩니다. 이 교착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세 사람은 마치 저글링을 하듯 긴장감을 갖고 연주에 임하는데, 악기에 대한 기술도 완벽해야 하지만, 음악적으로 세 사람이 한 몸이 되어야 하는데, 그 지점을 키스 자렛과 게리 피콕, 잭 디조넷은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멕시칸 스탠드오프(Mexican Standoff) 여러 명의 총잡이들이 서로 총을 겨누고 있어서 누가 쏠 경우 자신도 죽게 될 수 있기에 겨누고만 있을 뿐 총을 쏘지는 않는 상황을 일컫는다. 서부영화에서 종종 설정되는 장면.
개별 수록 곡에 대한 이야기들
앨범 첫 트랙인 ‘Meaning of The Blues’ 는 이 앨범의 전체 축약본 정도 됩니다. 미리 전체 게임 플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죠. 전형적인 ‘ECM 스트레이트 그루브’ 위에 공간을 4번째 음악 요소로 활용하는 이 연주 스타일은 이젠 모던 재즈의 표준 같은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수많은 후배 컨템포러리 피아노 트리오에게 영감을 준 전형이 되기도 했죠.
이어지는 앨범의 두 번째 트랙 ‘All The Things You Are’ 에서 이 작품, 더 나아가 이 트리오를 시작하게 된 본질적인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데, 솔로 피아노 인트로를 실제 곡의 중간 코러스 부분부터 시작하면서 전통적인 피아노 트리오연주 마냥 탐색적인 인터플레이로 테마를 전개합니다. 하지만 피아노 솔로가 시작되기 직전부터 재럿 특유의 ‘신음 섞인 탄성’들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조금만 마음(?)을 열고 들어보면, 어차피 재즈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요리’ 하는 음악이라, 그 신음소리 또한 자연스러운 추가 토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시에 주체 할 수 없는 에너지가 음악의 일부라고 선언하는 듯, 글렌 굴드의 허가(?) 없이도, 이를 증명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워킹 베이스의 놀라운 응대, 드럼의 유니크한 그루브와 더불어 피아노 솔로는 화성 악기의 한계를 훌쩍 뛰어 넘어 노래하듯 오른손 싱글라인을 즉흥적으로 아티큘레이션하고 있습니다. 베이스 솔로로 스위치 직전까지 클라이맥스는 마치 세 사람이 동시에 솔로 하듯, 대화를 넘어 열띤 토론과 논쟁의 장으로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앨범의 백미 중 하나가 이 부분이기도 한데, 5분 12초 즈음 피아노는 어떠한 지시도 없이 이 에너지 스위치를 갑자기 확 꺼버립니다. 이 트리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틈도 없이 마치 풀 스피드의 덤프 트럭이 기가 막힌 역동작으로 가뿐하게 절벽 앞에서 멈춰서는 듯한, 혹은 소림사의 무림고수가 작은 꽃 앞에서 발끝의 풀 스윙을 가볍게 멈추듯, 베이스가 노련하게 상행하던 워킹라인을 멜로딕한 솔로로 전환하고 드럼 역시 반주자로 다시 에너지만 살짝 끌어 내리며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피아노가 코드 보이스 리딩으로 솔로 연주를 하면서 테마로 다시 원점 회귀하게 됩니다(이 멋진 즉흥적인 보이스 리딩들은 키스 재럿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데, 이 후 앨범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에서 완벽하게 구현됩니다). 빌 에번스의 경우, 자신이 미리 만든 보이스 리딩을 주된 구조로 사용했다면, 키스 재럿은 이 스탠더드들의 화성을 같은 곡에서라도 매번 다르게 보이스 리딩하면서 좀 더 ‘순간적인 영감의 포착’에 집중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 아무런 장식 단 일도 없는, ‘극초미니멀적인 엔딩’은 차례로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마지막 노트들로 들었던 악기들을 놓고 있습니다. 이 순간 듣는 사람들은 예의 화려한 카덴자를 기대했을 수도 있지만, 키스 재럿의 이 마지막 기본 3화음으로 게리 피콕, 잭 디조넷에게 자신의 의도를 함축적이고 직관적인 텔레파시를 발사해 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화답하듯, “자네 의도를 이제 알겠네” 하며 지극히 심플한 마지막 노트들을 차례로 내려놓아 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스탠더드 트리오’의 진짜 의도를 이 지점에서 눈치 챌 수 있습니다. 아마드 자말에서 시작되어 빌 에번스의 트리오로 이어져, 이제 키스 재럿의 이 트리오가 뭔가 새로운 순간을 만들어 냈다는 걸 말이죠.
한편 오리지널 LP버전의 B 사이드에는 단 두곡의 트랙이 실렸는데, 그 중 하나는 낸시 윌슨과 조 자비눌 (마일스 출신의 또 다른 키보드거장이자 퓨전 그룹 웨더 리포트의 리더)의 버전으로 유명한 ‘The Masquerade is Over’입니다. 이곡은 오리지널의 발라드 템포에서 미디엄 업으로 연주하고 있는데, ‘It Never Enter My Mind’를 불러 유명해진 가수 줄리 런던의 남편인 바비 트로페(Bobby Trope)가 만든 곡으로 마일스 데이비스의 ‘Workin’ with Miles‘ 의 버전으로 유명하죠. 서로의 이런 연관을 키스 재럿이 사전에 염두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맥락이 연결되는, 직관적인 곡 선택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으로 실린 15분짜리 ‘God Bless the Child’은, 앨범에서 가장 긴 러닝타임을 갖고 있는데,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은 길이지만 막상 끝나면 가장 아쉬운 트랙이기도 합니다.(개인적으로 특히 더 그렇습니다) 이 연주에는 비교적 심플한 원곡의 구성과 그루브 밑에 생각이상으로 매우 많은 음악적 유산들이 숨어 있습니다.
세 사람은 음악적 공통분모들이 몇 개 있었는데, 우선 그들은 아마드 자말의 50년대 음악에 열렬한 광팬들이었습니다. 아마드 자말의 피아노 연주는 공간감을 살리는 미니멀한 사운드와 독특한 리듬감을 이용한 그루브가 특징이었는데, 마일스 데이비스도 아마드 자말의 음악에 받은 영향을 종종 표현하곤 했었죠. 또, 셋 다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 출신이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게리 피콕은 1964년도 마일스 데이비스 세컨드 퀸텟의 투어 베이시스트로 론 카터를 대신해 몇 개월 재적한 적이 있었죠) 이 트리오가 지금껏 남긴 많은 스탠더드 레퍼토리들 중에는 마일스의 연주로 유명한 곡들이 많기도 했죠. 또, 게리 피콕과 잭 디조넷은 빌 에번스 트리오의 멤버로도 활동했고, 동시에 셋 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중 키스 재럿이 제일 뛰어 났지만요. 공연 사운드 체크 때 종종 잭 디조넷이 피아노를 치고, 키스 재럿이 드럼을 연주하며 무대 사운드를 체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키스 재럿과 잭 디조넷은 한 인터뷰에서 60년대 자신들에게 큰 영향을 준 밥 딜런의 백업 밴드 ‘The Band’ 의 드러머 레본 헬름(Levon Helm)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드러머의 비트감, 사운드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서 이 곡을 진행했다고 하죠. 그런 점에서 자신들의 중요한 음악적 뿌리 중 하나인 록의 영향이 앨범 통틀어 가장 잘 나타나는 연주이기도 합니다. 또 그 전으로 돌아가 보면 유러피안 쿼텟 시절 키스 재럿의 오리지널 곡 ‘Long as You Know You're Living Yours’ 에서도 이런 형태의 음악적 연결고리를 확인 할 수 있죠. (두 곡의 드럼 그루브와 사운드는 연결지어 들으면 아주 유사하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이 앨범에서 -사실 이 스탠더드 트리오의 이 후 모든 레퍼토리들까지 포함해 말해도 무방합니다- 스탠더드 넘버들은 그저 이 세 연주자들이 펼치는 순간적인 교감, 인터플레이를 위한 도구이자 구조물에 불과합니다. 사실 어떤 스탠더드 곡을 골라서 연주하는 게 중요하다기 보단, 이 세 사람이 느끼는 음악적 교감을 위한 곡이면 되는 거였죠. 키스 재럿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연주하는 것 뿐만 아니라, 레코딩이나 공연을 위한 선곡조차도 직관적으로만 진행 하려고 했습니다. 연주를 해야 하는 순간 가장 적절한 곡이면 그저 충분했던 것입니다. 이런 접근법은 이 후 브래드 멜다우의 ‘Art of Trio’ 시리즈들과 배드 플러스의 앨범들, 비제이 아이어나 그 외 많은 후배 피아니스트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Epilogue
사실 재즈는 역사적으로 볼 때 다른 음악에 비해 비교적 ‘젊은 장르’ 입니다. 클래식(서양 고전음악)이나 혹은 더 오래된 각 지역의 민속음악들에 비하면 ‘숙성’ -그 음악이 속한 집단과 문화, 그를 둘러싼 문명과 역사가 서로 공생하면서 만들어 지며, 암묵적으로 동의되는 ‘예술적 지위 같은- 을 시킬 수 있는 기간이 아무래도 짧았던 편이죠. 특히, 재즈의 가장 중요한 본질 중 하나인 임프로비제이션 (우리말로는 ‘즉흥연주’, 너무나 터무니없이 포괄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으로 사람들을 혼란시키기도 하는) 역시, 20세기 이후, 레코딩 기술의 발달이 없었다면 무의미 했을 겁니다. 그런 와중에도 이 젊은 장르의 역사 안에는 매우 의미 있는 굵직한 이정표들이 존재해 왔습니다. 1983년에 녹음되어 그해 첫 발매된 키스 재럿 트리오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자 스탠더드 레퍼토리로만 채워진 앨범 <Standards Vol. 1>이 바로 그런 앨범입니다. 이 장르의 본질인, 즉흥성과 교감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예술과 인간의 여러 가지 감성과 이성의 접점들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앞으로 수십, 수백 년, 아니 훨씬 더 긴 시간을 살아남을 이 장르를 위한, 엄청나게 통쾌하고 속 깊은 외침이라 하겠습니다.
* 트리오 첫 앨범 발매 25주년이 되는 2008년 공개되었던 스탠더드 트리오 첫 녹음 박스셋 모음집. <Standards Vol.1,2> , <Changes> 이렇게 세장의 음반들을 한꺼번에 담아냈다. 사실 발매된 시기만 달랐을 뿐 이 세장의 앨범은 모두 1983년 1월 11~12일 이틀간 같은 시기에 녹음이 이뤄진 것이며 연주의 컨셉트, 의도 모두 동일하기에 함께 묶어 내는게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마지막 자유즉흥잼 형태의 연주가 담긴 [Changes] 역시 레퍼토리가 스탠더드가 아닐 뿐 세명의 연주 지향점은 별반 다르지 않기에 함께 곱씹어 감상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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