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적 음악구도 속 완벽한 균형점! [80/81] - 팻 메시니(Pat Methe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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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메시니(Pat Metheny) <80/81>
- (ECM / 843169-2)
- Bass – Charlie Haden
- Design – Barbara Wojirsch
- Drums – Jack DeJohnette
- Engineer – Jan Erik Kongshaug
- Guitar – Pat Metheny
- Photography By [Back] – Dag Alveng
- Photography By [Inside] – Rainer Drechsler
- Producer – Manfred Eicher
- Tenor Saxophone – Dewey Redman (트랙: B1, B2, C1, C2), Mike Brecker* (트랙: A1, A2, B2, C1, C2, D1)
1."Two Folk Songs: One / Two" 20:52
2. "Every Day (I Thank You)" 13:21
3. "Goin' Ahead" 3:51
4. "80/81" 7:34
5. "The Bat" 6:05
6. "Turnaround" 7:04
관록의 재즈 평론가 레너드 페더가 처음 등장한 팻 메시니를 두고 ‘재즈인지 컨트리 음악인지 혼란스럽다’라고 말한 것은 지금 돌이켜 보면 1970~80년대 재즈의 급변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한 마디였다. 바야흐로 이제 재즈는 인접 음악이었던 소울, 록과 뒤섞일 뿐만 아니라 계통적으로 제일 먼 컨트리, 포크 음악과도 이종교배 하는 상황에 온 것이다. 그 주역은 단연 팻 메시니였다.
하지만 메시니에게 그러한 시도는 모험적인 실험이 아니라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 그는 1954년 생으로 비록 어린 시절부터 재즈기타의 신동으로 불렸지만 그 시기에 ’60년대 말, ’70년대 초 록의 거대한 물결을 경험했고 아울러 자신의 고향 미주리 주 지역의 포크, 컨트리 음악을 자연스럽게 익혔기 때문이다. 그에게 재즈는 연주의 토대이고 방법론일 뿐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세계는 결코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메시니는 그에게 처음으로 각광을 부여한 게리 버턴과 같은 1940년대 생들과도 달랐다. 그들은 재즈의 새로운 출구를 모색했지만 그 출발이 ‘전통’에 있었던 데 반해(허비 핸콕에게 도널드 버드와 마일스 데이비스, 칙 코리아에게 블루 미첼과 허비 맨, 게리 버턴에게 스탠 게츠, 키스 자렛에게 아트 블레이키와 찰스 로이드) 메시니는 ‘전통’의 명인들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완벽히 ‘새로운 세대’였다. 그는 웨스 몽고메리와 짐 홀을 우상으로 삼았지만 신인 시절 그들과 연주했던 경험은 없었으며(웨스는 메시니가 기타를 잡은 지 일 년만인 열네 살 때 타계했다) 오넷 콜먼과 공동으로 작업 하게 된 것은 메시니가 이미 명성을 획득한 ’86년 일이었다. 오히려 그는 ’70년대에 조니 미첼의 사이드맨이었다. 21살 때 녹음한 기념비적인 데뷔음반 <광활한 인생 Bright Size Life>(ECM)의 처음을 여는 신선하기 그지없는 멜로디와 사운드는 그래서 가능했던 것이다.
메시니의 그 신선함은 짐 홀, 웨스 몽고메리가 재즈기타에서 몰고 온 신선함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그것은 메시니 본인이 의도하거나 의식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비음악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한 마디로 그의 사운드는 우리의 시각적인 상상을 자극한다. 메시니의 사운드는 ’60년대 말 재즈가 사이키델릭 사운드에 영향을 받은 이래로(예를 들어 당시 마일스 데이비스나 파로아 샌더스의 음악을 떠올려 보라) 다시 한 번 탁 트인, 광활한 공간으로 재즈를 끄집어냈다. 이 사운드는 기존에 재즈의 주 공간이었던 지하 클럽에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그가 기존의 전통에 어느 정도 기댔다면 [광활한 인생], [수채화 Watercolors], [팻 메시니 그룹 Pat Metheny Group], [뉴 쇼터쿼 New Chautauqua], [미국인의 차고 American Garage] (이상 ECM)의 풋풋한 상상력은 결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메시니의 여섯 번째 음반 [80/81]은 메시니의 초기 디스코그라피에서 매우 독특한 성격의 작품이다. 왜냐하면 그는 이 음반을 통해 자신의 독특한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뿌리가 역시 재즈에 있다는 점을 이전에 음반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정규 밴드 ‘팻 메시니 그룹’이 결성 된 이후 메시니로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레코딩 세션 밴드의 녹음이다. 여기에는 키스 자렛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드리워져 있다. 듀이 레드먼, 찰리 헤이든은 ’77년을 끝으로 해산한 자렛의 소위 ‘아메리칸 쿼텟’의 멤버였으며 잭 드조넷은 자렛과 함께 찰스 로이드 쿼텟,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에서 함께 연주했고 이 앨범으로부터 3년 뒤에는 키스 자렛 트리오에 가담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레드먼과 헤이든을 놓고 보자면, 메시니의 음악은 키스 자렛을 경유해 오넷 콜먼과 맞닿게 된다. 키스 자렛이 레드먼, 헤이든을 통해 오넷 콜먼의 영향을 받았듯이 메시니 역시도 오넷 콜먼의 세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메시니는 이 앨범에서 자신이 그저 단순한 프리재즈의 계승자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 마크 머피가 ’62년 음반 <내가 블루스를 사랑하는 방식 That’s How I Love The Blues>(리버사이드)에서 들려주었던 것처럼 메시니는 이 앨범에서 비밥과 프리재즈를 사랑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앨범이 녹음되기 1년 전, 조니 미첼의 실황음반 <그림자와 빛 Shadows & Light>(어사일럼)에서 함께 연주하면서 자신과 매우 유사한 음악성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한 마이클 브레커를 초대해 음반의 절묘한 균형을 만들어 냈다. 한 마디로 이 음반은 팻 메시니 스타일의 리얼 재즈다.
두 장의 LP(혹은 CD)에 담긴 음악들은 재즈와 다른 음악(특히 포크적인)의 영역을 자유로이 오간다. ‘80/81’, ‘턴어라운드 Turnaround’(오넷 콜먼 작), ‘오픈 Open’, ‘예쁘게 흩어진 Pretty Scattered’이 선명한 재즈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면 ‘두 개의 민요 Two Folk Songs’, ‘박쥐 The Bat’, ‘매일 Every Day’, ‘계속 앞으로 Goin’ Ahead‘는 보다 폭넓은 메시니의 음악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하나의 앨범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그것은 스타일을 불문하고 그 어떤 음악에서도 색소폰이라는 악기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마이클 브레커 덕분이며 더 근본적으로 음악 전체를 일관된 자신의 기타 톤으로 엮어낸 메시니의 독보적인 사운드 덕이다. 서정적인 포크에서부터 박진감 넘치는 비밥 라인까지를 오로지 자기 것으로, 통일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인물을 메시니 말고 떠올리기는 힘들다(그와 유사한 빌 프리셀은 정통으로부터 너무 멀리 나가지 않았나).
완고하게 프리재즈의 영역을 고수했던 듀이 레드먼을 제외한다면 브레커-메시니-헤이든-드조넷으로 이뤄진 라인업은 이 앨범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함께 연주했다. 특히 마이클은 종종 자신의 앨범 속에서 이 멤버들을 소집했는데 <마이클 브레커 Michael Brecker>(1987, 임펄스), <당신의 가까이에서 Nearness of You>(2001, 버브)은 물론이고 비록 베이시스트가 데이브 홀랜드 혹은 존 패티투치로 교체되었지만 <허드슨 강의 이야기 Tales from the Hudson>(1996, 임펄스), <순례 Pilgrimage>(2007, 엠아시)에서도 마이클은 이들을 호출했다. 이 음반들은 모두 그 해에 가장 화제가 된 작품들이었으며 탄탄한 내용을 갖추고 있었다.
<80/81>의 앨범 뒷면에는 앨범에 출연한 연주자들이 벽에 기대어 나란히 서있는 사진이 실려 있다. 왼쪽부터 듀이, 잭, 팻, 찰리 그리고 마이클. 당시 새로운 재즈를 추구하던 이 다섯 명 가운데 잭과 팻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어느덧 고인이 되었다.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흐른 것이다.
앨범 뒷면에 실려있는 당시 <80/81> 멤버들 사진 (왼쪽부터)
듀이 레드맨, 잭 디조넷, 팻 메시니, 찰리 헤이든, 마이클 브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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