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후 (Hoo Kim) - ‘빅 밴드’는 오래전부터 품어온 저의 꿈이자 로망!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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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후 (Hoo Kim)
첫 빅밴드 앨범 만들어낸 재즈 베이시스트/작,편곡가
‘빅 밴드’는 오래전부터 품어온
저의 꿈이자 로망!
재즈는 개별 악기주자에 대한 음악적 스포트라이트가 다른 장르 음악보다 훨씬 큰 장르입니다. 비밥 시대 이후 찰리 파커가 가공할 독주 역량으로 분위기를 확 바꿔버렸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색소폰, 트럼펫, 피아노, 베이스, 드럼 연주자들의 기량 및 접근 방향을 다양화,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진화해왔죠. 그렇게 시대를 거듭해가면서 악기 포지션 불문 기라성 같은 레전드 뮤지션들은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연주 기량을 습득하게 되었고, 간판 연주자들의 스타일과 어법이 해당 시대를 이끄는 트렌드를 형성하는 경우가 빈번해졌습니다. 그래서 연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 편곡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이 영역의 가치가 재즈에서는 낮은 건가 묻는다면 그건 또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제 내부를 들여다보면 솔로주자들 못지않게 충실히 발전해왔죠. 과거 듀크 엘링턴과 카운드 베이시로 대변되는 스윙시대 이후부터 뛰어난 작, 편곡자와 대형 앙상블 리더들 또한 시대별로 계속 존재해왔고 또 그들은 비밥과 스윙, 즉흥연주를 포함한 재즈의 전통적인 고유한 맛과 생동감을 어떻게 하면 빅 밴드를 포함한 대형 앙상블 안에 효과적으로 잘 녹여낼 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 또한 계속 해왔는데, 이 앙상블의 합과 상호 밀고 당기기를 통해 얻는 음악적 쾌감은 캄보밴드의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기에 아무리 실질적인 숫자가 적다고 해도 그 가치와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봅니다.
한편 21세기 현대 재즈의 다양한 성격, 스타일과 접근방식은 이제 일괄해서 말하기 어려울 만큼 각양각색입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필드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의 수만큼 제각각이라고 해도 될 정도인데,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 길 에번스(Gil Evans)와 조지 러셀(George Russell)에서부터 이어지는 모던 빅밴드 계보 역시 그에 준하는 다양한 모습으로 분파해 왔습니다. 비록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상업적인 메리트가 너무 낮은 탓에 그 숫자가 많지는 않고 또 지속적으로 팀을 이뤄 활동하는 경우도 과거 스윙시대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 분야의 명맥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죠.
국내에서도 대형 앙상블에 대한 지속적인 열정과 노력을 표출해오고 있는 뮤지션이 아주 극소수이지만 있습니다. 최소한의 편성 인원인 11~12명으로 계속 작품 활동을 펼쳐 보이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는, 작, 편곡가 최정수가 이끄는 최정수 타이니 오르케스타, 그리고 지금까지 총 4장의 정규앨범을 모두 10인 이상의 대형 앙상블 편성으로 작업해온 작,편곡가 이지연의 이지연 재즈 오케스트라, 여기에 얼마 전 처음으로 빅밴드 편성의 앨범을 발표한, 베이시스트 김영후가 이끄는 김영후 빅밴드. 이 세 뮤지션이 이끄는 각각의 팀들은 모두 곡과 연주 양면으로 현대 재즈 빅밴드의 계보에 포함시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무엇보다 공식적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은 바 있죠. 그 중에서 김영후 빅밴드의 첫 데뷔작 <Common Heritage of Humankind>는 올해 국내 재즈 신에 선보인 여러 작품들 가운데 확실히 특기할만한 성과를 거둔 중요한 결과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상당기간 공들여 만들어낸 탄탄한 균형감의 작곡은 물론이고 이 곡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도록 멤버들과 호흡을 맞추고 연습을 거듭해 흠잡을 데 없이 엮어낸 앙상블의 높은 퀄리티, 편곡의 디테일함에 마지막으로 각 솔리스트의 집중력과 에너지 높은 솔로까지, 어디하나 허튼 구석이 없는 완성도를 들려줍니다. 특히나 필자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건 음악 자체에 담겨져 있는 응집된 에너지와 그 에너지의 흐름이 트랙별로 기복 없이 지속된다는 점이었는데, 음악을 이어 들으면 그의 대형 앙상블에 대한 열정이 바로 전달될 정도로 생생한 느낌을 줍니다.
그간 지속적으로 활동해온 작품과 연주활동을 통해 준수한 실력을 갖춘 뮤지션이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런 대형 편성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으리라곤 미처 짐작하지 못했죠. 대중적으로 거의 지지기반이 없는 대형 앙상블, 그것도 과거 스윙시대의 유산에 기댄 것이 아니라 첨단 모던 빅밴드의 영역에 놓여있는 이런 작품을 만들어낸 그의 의도와 과정 등이 작품을 듣다보니 절로 궁금해져서 그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인터뷰/김희준 사진/나승열, Hoo Kim
이번 빅밴드 앨범을 포함해 지금까지 3장의 정규앨범을 만드셨잖아요. 그중 1~2집은 퀸텟 편성이었던데 반해 이번앨범은 대형 앙상블이어서 편성에서부터 큰 변화가 시도되었는데 평소 이런 빅 밴드 형태의 작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나봐요?
그럼요. 제가 미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면서 짐 맥닐리(Jim McNeely) 선생님에게 편곡을 배웠는데 그때부터 재즈 빅밴드, 혹은 재즈 빅밴드 플러스 오케스트라에 대한 매력을 본격적으로 이해하고 느끼기 시작했어요. 사실 2집에 수록된 곡들도 대형 앙상블을 염두에 두고 쓴 곡이 좀 있었고 그중 ‘Dancing on the Floor’ 는 이번에 약간 고쳐서 다시 앨범에 싣기도 했죠. 그 외에 ‘Cubic’ 같은 곡은 70인조 대형 재즈 오케스트라 어레인지 수업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든 곡이고요. 당시에 자금을 포함한 주변 여건이 안되서 퀸텟으로 녹음한 거였는데, 그 앨범 만들면서 다음번에는 꼭 대형 앙상블로 작업을 하자고 다짐을 했더랬죠.
악기 연주자 섭외는 어떻게 하셨어요? 평소에 친분 있는 분들로다가?
그것보다는 제가 함께 연주해보면서 나름 물색을 해 결정한 결과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이게 예전부터 국내에서 브라스나 혼 파트 연주자를 구하기가 어렵고 또 제대로 된 소리를 뽑아내기가 무척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저도 그런가보다 막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클럽이나 그 외 다른 무대에서 함께 연주하면서 한분 한분 알게 되다보니 ‘어? 그게 아닌데? 이 정도면 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관악 파트 연주자들이 모두 다 탁월한 솔리스트일 필요는 없거든요. 솔로는 특정한 한두 명이 맡고 나머지 파트 연주자들은 필요한 소리를 낼 때 제대로 내주고 또 쉴 때는 쉬면 되니까. 실제 해외 빅밴드도 보면 마찬가지로 즉흥 솔로는 4번 트럼펫주자가 한다던가 하는 게 있는데, 대신 안정된 블로잉을 갖고서 서로 호흡 맞게 소화해주면 되는 거죠. 그런데 시간이 조금씩 지나고 보니 그런 솔리스트 역량이 되는 분들도 많지는 않지만 충분히 뽑을 수 있고 나머지 받쳐주는 분들도 숫자가 될 거 같았어요. 앨범에 참여해주신 분들은 다 그렇게 제가 평소 관심 갖고 지켜보다 요청 드려 참여해주신 분들이에요.
이번 앨범에 참여한 연주자분들이 전체 11명이더군요. 이 멤버들과 스튜디오에서 함께 연주해 녹음한 것인가요? 코로나로 인해 스튜디오 녹음 인원에 제약이 있었을텐데...
한꺼번에 전체 인원이 다 녹음실에 모여서 작업한 건 결코 아니에요. 각 파트 별로 따로 모여서 녹음을 했죠. 그게 저한테도 더 편했던 게 디테일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도 많은데 전체가 다 있으면 녹음과정이 지연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트롬본 파트, 트럼펫 파트 따로, 리드 파트 따로 이렇게 해서 대략 4개 파트를 구분해서 녹음을 가졌어요. 애초 리허설도 한꺼번에 모이기 쉽지 않고 해서 따로 했으니 녹음도 그렇게 하는게 별 문제될 게 없었어요. 이렇게 하면 세부적인 조율과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아주 좋은데 대신 제가 여기에 노력과 시간을 몇곱절 쏟아 부어야 되어서 무척 힘들었어요. 그래서 작년에 이 앨범 녹음할 때에는 다른 외부 일을 거의 잡지 않고 여기에만 매달렸죠. 그리고 추가로 한 가지 짚어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앨범에 참여한 분들은 11명이 맞지만 이중 몇분이 1인 2역으로 녹음에 참여하신 게 있어서 실제 악기 소리는 17명에 맞게 연주되었어요.
아! 그렇군요. 그럼 11인조 소리가 아니라 정규 빅밴드 편성에 맞는 사운드 볼륨감이 나온거라고 봐야겠네요. 그러고 보니 11인조 라인업보다 소리가 더 풍성하고 두텁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무척 공들였는데 그렇게 들리셨다니 다행이네요(웃음). 사실 개별 파트와 작업할 때에는 별 문제를 못 느꼈는데 공연을 위해 전체 인원이 다 모여서 연습해야할 때가 오자, 저 스스로도 이게 의도한만큼 잘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저뿐만 아니라 참여한 멤버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셨으니까요. 근데 생각이상으로 너무 잘 돌아가서 놀랐어요. 일례로 리듬 섹션으로 참여해준 피아니스트 강재훈의 경우 기본 뼈대를 저와 함께 연주했지만 다른 파트 연주는 직접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연습 당일날 합을 맞춰보면서 ‘오! 이게 되네요’ 하고 놀랐어요. 사실 제가 다른 파트 연주자들과 여러 차례 만나서 녹음한 걸 몰랐으니 그럴수 밖에 없죠.
근데 공연은 언제 하셨어요? 앨범 나온 뒤 공연한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없어서...
그게 작년 12월에 했어요. 원래는 이 프로젝트 자체가 작년에 마무리되었어야 할 건이었죠.
이게 작년 서울문화재단 지원 사업을 통해 선정된 프로젝트인거죠? 서울문화재단 작년 사업의 일환이었던건가 보네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작년에 앨범도 나왔어야 하는데 제가 원하는 수준과 내용을 담아내려고 하니 후반작업까지 하기엔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고 너무 빠듯하더라구요. 대충 해서 넘겨 하려면 할 수는 있었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고 제가 하고 싶은 걸 이참에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문화재단 측에 이야기를 했더니, 다행히 그쪽에서 음반 녹음에 관한 부분은 당해 예산을 쓰지 않는 조건으로 연기를 해주셨어요. 이게 코로나 시국이어서 편의를 봐주신 것도 좀 있었던 거 같긴 한데, 아무튼 그렇게 해서 앨범은 시간을 두고 더 꼼꼼하게 작업해나갈 수 있었죠.
아, 그렇게 해서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공연을 먼저하고 뒤에 앨범 작업을 하게 된 케이스군요. 결과적으로 의도치 않게 공연이 리허설을 겸하게 된 것도 있네요.
그런 점도 있죠. 시간적으로 여유가 좀 더 생기다보니 후반 작업에서 보정할 것들 하고 믹싱도 더 꼼꼼하게 할 수 있었어요. 거의 두 달 정도에 걸쳐서 브릭월 스튜디오의 강효민 엔지니어님과 믹스다운을 했어요. 저도 이번에 함께 작업하면서 알았는데 마리아 슈나이더 앨범에도 참여하신 적이 있으시더라구요. 그만큼 뉴욕 본토에 있는 모던 빅밴드, 어쿠스틱 재즈 사운드에 대한 이해가 아주 높으시니까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굳이 외국 엔지니어에게 음원 보내지 않아도 될만큼 제 앨범 작업에 큰 도움을 주셨죠. 거기에 그전부터 함께 작업해온 바 있는, 녹음을 도와주신 이레 스튜디오의 신대섭 형님도 아주 편하게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았구요.
작곡을 포함해 이 앨범 프로젝트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어요?
곡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건 코로나 팬데믹 초입인 2020년부터인데, 좀 더 넓게 아이디어의 출발을 따져보면 코로나 팬데믹이 오기 전인 2019년부터에요. 당시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유발 하라리나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쓴 몇권의 인문학 관련 서적들이 있었는데 그런 책들을 보면서 ‘인간의 선한 의지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계속 거듭되어 왔구나’ 하는 걸 알게 되고 이걸 기반으로 곡을 쓰고 일관된 작품으로 만들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2019년도부터 했었어요. 그리고 추가로 이야기 드리고 싶은 게 코로나가 이슈가 된 건 있지만 사실 코로나 팬데믹이 오지 않았더라도 전 이런 주제로 곡을 쓰고 앨범을 만들었을 거에요. 공교롭게 이런 일이 생겨서 맞물리게 된 거긴 하지만.
작품을 들으면서 느낀 게 이전 앨범 리뷰에서도 제가 언급한 바 있듯이, 요즘 모던 빅밴드의 아이콘 같은 위치에 있는 마리아 슈나이더의 작품보다 다른 결이 더 많이 보인다는 점이었어요. 언뜻 데이브 홀랜드 빅밴드 사운드 같은 부분이 들리기도 했고 말이죠.
제가 공부하며 영향 받은 여러 가지가 두루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야기하신 데이브 홀랜드도 무척 좋아하고, 마리아 슈나이더는 예나 지금이나 아주 열렬한 애정을 갖고 있죠. 그 외에도 유학시절 큰 영감을 받았던 데이브 리브먼 선생님의 음악과 이론적 접근도 이번 작품에 일부 영향을 미쳤어요. 심지어 쉔베르크의 이론과 작품에서도 영향을 받은 게 있어요. 어떤 뮤지션이라도 그런 영향들이 안들어갈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걸 바탕으로 제가 독자적으로 곡을 쓰고 연주해 만들어내면 그걸로 아이덴티티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곡 제외한 다섯 곡은 타이틀인 범인류적 유산을 메인으로 한 조곡 형태인데,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따로 떼어놓고 들어도 무리 없어 보여요. 개별 주제로 독립된 성격이 보인다고 할까요?!
그렇게 볼 수 있죠. 실제로는 곡 내부에 약간 공통된 부분들이 녹아들어 있기는 해도 각 곡들의 주제 자체가 마치 책의 하부 챕터들처럼 별도 구분되서 나눠 읽어도 큰 문제 없는 것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어요.
처음으로 대형 편성 작업을 해보시니 어떠셨어요? 그러니까 캄보 편성으로 연주할 때와는 체감되는 가장 큰 차이, 혹은 특징이 뭐였는지 궁금해요.
정말 많이 달랐어요. 세부적인 디테일에 엄청나게 신경써야 되고, 또 이걸 멤버 분들과 소통하면서 조율하고 맞추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재미있더라구요. 연주자들마다 각자의 개성과 특징이 다 있는데 이걸 제 음악 안에 어떻게 알맞게 녹여낼 것인가? 무조건 제가 원하는 거로만 맞추기보단 그 사람의 장점을 살릴 수 있으면 살리고 끌어내보자 그렇게 작품과 잘 연결시켜낼지에 대한 것들이 재미있고 좋았어요.
컬러리스 트리오 멤버 라인업과 함께 한 김영후, 좌) 피아노 강재훈, 우) 드러머 서수진
첫 시작으로서는 모든 면에서 아주 성공적인 빅 밴드 앨범을 만드셨는데, 음악적으로 또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은 편성이나 분야가 있다면? 그리고 발매이후 공연을 할 계획은 없나요?
제 파트너인 드러머 서수진씨와 함께 소규모 캄보나 듀오 등을 하면서 동시에 저는 빅 밴드, 대형 앙상블을 계속 시도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처음 빅밴드를 작업해봤고 나름 소기의 성과를 내었다고 생각 하는데, 앞으로 계속 더 발전시켜봐야죠. 다만 그러려면 저 혼자만으로는 힘들고 서울문화재단이나 그 외 다른 문화지원 사업 형태의 도움이 있어야 할 거 같아요. 이미 차기작 프로젝트 관련 지원서를 써서 제출했거든요. 그 지원도 사실 고백하자면 이번 앨범 작업에는 많이 부족해서 제 자비가 엄청 많이 들어갔어요. 그럼에도 꼭 해보고 싶은 거여서 과감하게 시도했는데 매번 그러기엔 부치니 어쩔 수 없이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거 같아요. 아님 돈을 많이 모아두던가...
편집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이런 종류의 음악이 국내에선 정말 극소수의 분들만 들어주시는 게 솔직히 좀 아쉬울 때가 있어요. 예전에 제가 유학가기 전 국내에서 활동할 때 마리아 슈나이더 오케스트라 음반을 사려고 그렇게 매장을 돌아다녀도 보이질 않아서 번번이 해외 주문을 해야 했는데, 돌이켜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크게 다른 거 같지 않아요. 마리아 슈나이더면 해외에선 명백히 빅 네임이고 당대 최고의 빅밴드 리더 중 한명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는 속된말로 아직 듣보잡인거잖아요. 맨해튼 음대에서 공부할 때 제 은사이기도 하신, 마리아 슈나이더 오케스트라의 레귤러 베이시스트 제이 앤더슨(Jay Anderson) 선생님도 일본은 여러 차례 가서 공연을 하곤 하는데 한국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으시거든요. 이런 거만 봐도 국내 재즈 신은 몇 명의 스타급 뮤지션 들 외엔 다른 뛰어난 분들에 대한 관심이 너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큰 걸 바라는 게 결코 아닌데 말이죠. 이런 점은 앞으로 좀 더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마음 한켠에 두고 있어요. 그리고 공연의 경우 앨범 만드는 데에 돈을 너무 많이 쏟아 부어서 지금 당장 여력이 없는 상황인데, 당장은 잡힌 게 없지만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년까지 계속 주변을 살펴볼 생각입니다. 좋은 공간을 운영하시는 분들이나 페스티벌및 공연 기획 쪽에서 관심을 가져주시면 더 좋겠죠 (웃음)
그 점은 저희 쪽에서 힘을 내고 노력해야 될 사안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재즈가 단지 단순히 유행하는 밈이나 단어, 이미지로만 소비되지 않게 고민하고, 또 제대로 재즈라는 음악의 기본과 핵심을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영후씨의 작품같이 내실 있고 잘 만들어진 음반들이 좀 더 만들어지고, 또 많지는 않더라도 재즈 애호가들과 함께 서로 공유할 수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더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해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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