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ium 1
- 엠엠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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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바닷가 근처 병원에서 근무할 때 있었던 일이다. 어느 쌀쌀한 일요일, 곧 추위가 올 것임을 알리는 늦가을 비 소리에 취해 밤을 꼬박 새우고 정오 무렵까지 늦잠을 자고 있었다. 잠이 덜 깬 몽롱한 상태에서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 통화를 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간밤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산모를 화장시켜야 한다며 뱃속의 아기를 꺼내 달라는 것이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기도 하고 내키지 않는 일이라 찜찜한 마음으로 도착한 영안실에는 산모와 산모의 어머니 시신 두 구가 있었다.
썰렁한 냉장실에 보관되어 있던 산모의 시신은 사고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잘 나타내주고 있었다. 피가 덜 닦여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붙어있던 피딱지, 코가 으깨지고 윗입술이 짓이겨진 얼굴, 8개월 정도로 보이는 배에 매스를 대고 개복을 했을 때 훅 풍기던 비릿한 내음, 돌처럼 굳어있던 자궁과 그 속의 얼음물처럼 차가웠던 양수의 감촉, 거기에 담겨져 너무나 추웠던지 바싹 쪼그린 채 숨져있던 태아의 모습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운전을 했던 남편은 몇 군데 골절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고 뒷좌석에 타고 있던 산모와 모친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그나마 몇 시간을 버티지 못한 채 모든 생명의 징후가 소실되고 말았다. 이러한 비극적인 참사와 아기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 나는 며칠 후 남편이 있는 병실을 찾았다. 꼼짝 못하고 누워있는 남편이 눈시울을 붉히며 들려준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슬픈 사연이었다.
산모의 부모님은 인구가 이천이 조금 넘는 작은 섬에 살던 분이셨다. 두 분은 어렸을 적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이라 어머님은 미역을 따다 말리고 아버님은 고기잡이를 하면서 가난했지만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버님이 원인 모를 폐병에 걸렸다. 처음에는 가벼운 기침으로 시작하더니 몸이 점점 야위어가고 각혈을 하기도 했지만 워낙 가난한 살림이라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약 한번 변변히 써보지 못 한 채 점차 중증으로 진행되었다. 당연히 생계의 몫을 어머님이 혼자 도맡게 되었다. 생활은 더욱 궁핍하게 되었고 섬에서는 도저히 살아가기가 힘들었다.
착하게만 살아가던 두 분은 우리가 도대체 무얼 잘못 했기에 이리도 힘든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하며 고심한 끝에, 뭍으로 나가서 막노동이라도 하겠다는 생각에 정든 집을 팔고 배를 빌려 얼마 없는 살림살이를 모두 싣고 떠났다. 그러나 어인 일인지 배는 바다를 건너던 도중 물이 새기 시작했다.
돈이 없어 너무 낡은 배를 빌린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모든 살림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하나라도 건져보려고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아무 소용없이 전부 가라앉고 말았다. 목숨이라도 건져야겠기에 어머님은 두 살 된 딸아이를 안고 죽기 살기로 뭍으로 헤엄쳐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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