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재즈 보컬 지형도 만들어낸 문제작! [New Moon Daughter] - 카산드라 윌슨(Cassandra Wilson)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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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 윌슨(Cassandra Wilson) <New Moon Daughter>
Blue Note/1995
Acoustic, Electric Bass – Lonnie Plaxico
Acoustic, Electric Bass – Mark Peterson
Electric Guitar [Lead], Acoustic Guitar, Resonator Guitar [Resophonic Guitar] – Kevin Breit
Electric Guitar [Rhythm], Acoustic Guitar, Guitar [Octave], Arrangement – Brandon Ross
Organ [Hammond B3] – Gary Breit
Percussion, Shaker [s] – Cyro Baptista
Accordion – Tony Cedras
Acoustic Guitar, Guitar [Octave] – Brandon Ross
Bongos – Jeff Haynes
Cornet – Graham Haynes
Resonator Guitar [Resophonic Guitar] – Chris Whitley
Vocals, Composer, Arrangement – Cassandra Wilson
Cornet – Lawrence "Butch" Morris*
Tom Tom [Floor Tom] – Dougie Bowne
Drums, Percussion – Dougie Bowne
etc.
Mastered By – Greg Calbi
Producer – Craig Street
Recorded By, Mixed By – Danny Kopelson
Manufactured By – Capitol Records, Inc.
Recorded At – Bearsville Studios
Recorded At – Sound On Sound, New York 1994
Mixed At – Bearsville Studios
Mixed At – BearTracks Recording Studio
Mixed At – Sear Sound
Mastered At – Masterdisk
01 Strange Fruit
02 Love Is Blindness
03 Solomon Sang
04 Death Letter
05 Skylark
06 Find Him
07 I'm So Lonesome I Could Cry
08 Last Train To Clarksville
09 Until
10 A Little Warm Death
11 Memphis
12 Harvest Moon
압도적 목소리와 탁월한 프로듀싱의 조화,
새로운 재즈 보컬 지형도 만들어낸 문제작!
재즈와 블루스는 장르적으로 매우 밀접하면서도 모호한 공생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태생은 한 배에서 났지만 순서와 성격의 명확한 차이는 있습니다. 형격인 블루스는 성악을 기반으로, 동생인 재즈는 기악을 바탕으로 세상에 나왔다는 게 통상적인 정설이죠. 블루스는 미국 흑인들의 노래로 불린 음악으로, 재즈는 뉴올리언스의 악기소리들, 더 정확히는 버디 볼든(Buddy Bolden), 젤리 롤 모튼(Jelly Roll Morton) 등과 같은 뮤지션들에게서 탄생됩니다. 블루스는 미국과 서양 팝, 록의 씨앗이 되어 현재의 메인스트림 대중음악에 이르게 되었고, 재즈는 그 흐름의 옆에서 기악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따라서 보컬의 측면에서 블루스와 팝 등은 더 많은 보편성과 대중성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특정된 스타일리스트들도 중요한 장르적 요소이지만, 항상 한정적인 부분으로만 존재해왔고, 지금도 그리 흔한 스타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두 장르는 기본적으로는 따로 분리된 채로, 하지만 서로 교류하며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장르의 경계를 관통한 시도들은 아티스트들과 뮤지션들에게는 창작적 의도를 확보하기 위한 적절하고 또 바람직한 시도들입니다. 재즈 보컬리스트 카산드라 윌슨의 앨범 <New Moon Daughter>(Blue Note/1995)는 이런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여러 장르들이 섞이면서 생기는 독특한 음악적 느낌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게 담고 있습니다. 굳이 장르라는 경계를 기준으로 보면 이 앨범은 ‘모던한 블루스 앨범’이 될 수도 있고 ‘재즈 스타일을 담은 모던한 포크 앨범’으로 분류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모호함과 즉흥적 감성이 90년대와 2000년대를 넘어 새로운 세대의 뮤지션들과 팬들을 동시에 공감시켰고, 이런 앨범들은 이후 수많은 젊은 세대 보컬들, 특히 재즈 보컬리스트들에게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녀의 음악적 컨셉트와 정체성
1980년대 뉴욕의 아방가르드 재즈 신의 중요한 한 축이었던 재즈 색소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스티브 콜맨과 그가 주축으로 몸담고 있는 M-Base 커뮤니티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보컬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한 카산드라 윌슨은, 애초 블루스, 포크, 소울 관련 음악을 시작한 아티스트였습니다. 이 시기 그녀의 음악은 자기 자신의 위치를 찾는 작업이었습니다. 어차피, 빌리 홀리데이, 엘라 피츠제럴드, 사라 본 등의 그림자를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 할테니(잘 해봐야 카피 잘했다는 정도 칭찬이면 다행) 차라리 카산드라 윌슨 자신만의 개성과 특징을 더 앞에 두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게 당연하고 또 맞는 방향이었을 겁니다. 카산드라 윌슨의 보이스에 담긴 매력은 바로 여기서 출발합니다. 말하자면, 델타 블루스의 보이스와 기도로 재즈의 경전을 읽어내고 있다는 겁니다(혹은 그 반대로 생각해도 괜찮을 듯합니다). 그녀의 목소리 자체가 장르적 경계를 허물고 있고 이 목소리의 느낌과 바이브를 바탕으로 본인만의 유니크한 보컬 스타일의 장점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 앨범 <New Moon Daughter>에서 전통적인 개념의 재즈라고 부를 수 있는 요소라고는 이 앨범이 발매된 레이블의 이름이 블루 노트라는 걸 제외하면, 카산드라 윌슨의 목소리 뿐입니다. 재즈 보컬 하면 떠오르는 피아노, 드럼 ,베이스 등의 악기 구성이나 스윙 리듬의 장르적 특징과는 전혀 다른 다양한 언플러그드, 어쿠스틱 사운드(더블 베이스, 퍼커션, 어쿠스틱 기타, 만돌린, 밴조, 페달 스틸 등) 로 연주되는 ‘포크’ 나 ‘블루그래스’ 음악의 사운드 요소들을 주된 악기 편성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좀 더 엄밀히 따지면, 그녀의 보이스 컬러는 재즈보다는 블루스에 좀 더 가깝다고 보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하지만, 세련된 하모니와 정교한 편곡보다는 더 ‘오픈’된 현장성과 즉흥성이 강조된, 다소 릴렉스한 느낌의 인터플레이와 더불어 그녀의 깊고 묵직한 중저음 보이스와 프레이징에서 분명히 재즈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으며, 바로 그 점으로 인해 이 앨범이 매우 독창적인 재즈 보컬 앨범임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앨범의 수록곡 레퍼토리 역시 여느 재즈 보컬 앨범들과는 달랐습니다. 팝, 록등 다양한 장르 뮤지션들의 곡들을 가져와 이 앨범의 독특한 블루스 재즈 포크 스타일로 멋지게 커버하고 있죠. 특히 첫 곡인 빌리 홀리데이의 ‘Strange Fruit’는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간판 트랙이라고 생각됩니다. 베이시스트 로니 플락시코의 심플한 뱀프(리드믹한 반복구)는 90년대 힙합이나 소울 펑크의 영향이 느껴지며, 리버브 섞인 코넷과 보컬 사이사이의 여백이 있는 어쿠스틱 기타 필인들은 카산드라 윌슨의 섬세하면서도 깊고 진한 보이스를 공간을 둔 채 감싸주며 반주하고 있습니다. 관능적이지만 상처받기도 쉬운, 두텁고 강인하지만 깊고 섬세한 목소리만큼 멋진 모습을 그려낸 앨범 재킷 사진처럼 들리는 이곡은 이 후, 카산드라 윌슨의 시그너처 사운드 중 하나가 됩니다. 그리고 이 앨범에 수록된 선 하우스(Son House)의 델타 컨트리 블루스 ‘Death Letter’나 보너스 트랙인 로버트 존슨의 ‘32-30 Blues’에서 그녀의 보이스는 분명 니나 시몬 등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드러나 있습니다. 악기적인 접근의 보컬 스타일의 재즈와는 다르게, 블루스 장르에서 들리는 프레이즈들이 음악을 차별화 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앨범을 포함해 카산드라 윌슨 디스코그래피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탁월한 작품이자 전작 <Blue Light ‘til Dawn>(Blue Note/1993)에서 같이 작업한 프로듀서 크레익 스트리트는 재즈 피아니스트 제리 앨런, 컨트리 싱어 케이디 랭, 블루스 기타리스트 크리스 휘틀리, 보컬 그룹 맨하트 트랜스퍼, 서던 록 계열 기타리스트 데렉 트럭스, 싱어송라이터 수잔나 바카, 그 외에도 집시 킹스, 존 레전드, 마들린 페이루, 리즈 라이트등 매우 다양한 성격을 지닌 탈 장르적 성향의 아티스트 앨범들을 무척이나 많이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노라 존스의 빅 히트 앨범 <Come Away With Me>(Blue Note/2002)의 핵심 프로듀서중 한명으로서 앨범의 또 다른 숨은 공신이기도 한 세션 기타리스트 케빈 브레잇(Kevin Breit)과 함께 이 앨범 사운드 메이킹의 중추가 됩니다.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은 그는 캐나다 출신의 기타리스트로 초기 아메리카나 장르에서 중요한 아티스트로 언급되곤 하죠. 그가 카산드라 윌슨의 보컬을 반주하는 어쿠스틱, 일렉트릭 기타, 밴조 그리고 다양한 ‘Oddball’(레귤러 사이즈 기타가 아닌) 슬라이드 기타들의 음색들은 이 앨범의 트레이드마크이면서 향후 20여 년간 그녀의 기타 사이드 맨으로 지속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는 또 노라 존스의 <Come Away With Me>등의 앨범 등을 포함, 세션 기타로 수많은 보컬앨범에 참여해왔으며, 독창적인 아메리카나 프로젝트들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는 뛰어난 실력의 뮤지션입니다.
그 밖에도 이 앨범엔 행크 윌리엄스의 컨트리 스탠더드인 ‘I’m So Lonesome I Could Cry‘, 미국의 초기 히피록밴드 몽키스의 ‘Last Train to Clarksville’, 아일랜드 출신의 록밴드 U2의 ’Love is Blindness‘, 포크 록의 전설 닐 영의 ‘Harvest Moon’등의 팝과 록의 스탠더드들을 커버하고 있습니다. 만약 원곡을 사전에 모른 체 듣는다면, 이 앨범의 다른 카산드라 윌슨 오리지널 곡들과의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앨범의 스타일은 일관적으로 기존 재즈 장르적 어법들을 피해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1955년 미시시피 잭슨에서 태어난 카산드라 윌슨은 언론정보학을 공부했지만, 음악을 좋아해 늘 공연을 하고 다녔고, 처음에는 팝, R&B, 소울, 펑크(Funk)등의 밴드와 노래하다 재즈와 비밥을 접해 이 방면으로 넘어왔다고 합니다. 30대 초반이던 80년대 중반, 뉴욕에서 아방가르드 성향의 재즈 뮤지션 스티브 콜맨을 만나 M-Base 음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하게 되죠. 프리 재즈와 컨템포러리 성향의 진보적인 뮤지션들과 작업을 많이 하게 되고 JMT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진보적인 재즈 앨범들로 커리어를 쌓아가게 됩니다. 이미 이 시기 그녀의 음악들은 전통적인 장르를 넘어설 준비가 다 끝난 듯 보였습니다. 그러다 1993년 블루 노트와 계약하게 되고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프로듀서 크레익 스트리트와 함께 만든 데모가 이적 이후 첫 앨범의 발판이 되면서 <Blue Light ‘til Dawn>을 발매 하게 됩니다. 평단과 저널에서 찬사를 받은 이 첫 앨범의 성과로 크레익 스트리트와 다시 합작해 만든 두 번째 블루노트 앨범 <New Moon Daughter>로 그녀는 1996년 생애 처음 그래미 최수우 재즈 보컬 상을 받게 됩니다. 보통의 팝이나 소울 보컬의 음색과 발성이지만 블루지한 허스키 보이스와 재즈의 프레이징을 함께 가지고 있어, 독보적이란 수식이 어울리게 그녀의 보이스는 매우 독특하고도 깊동시에 깊고 진한 사운드로 노래를 합니다. 이 후 17년동안 <Traveling Miles>, <Belly of the Sun>, <Silver Pony>등 총 9장의 블루 노트 앨범을 발매하게 되는데 그 중, 프로듀서 T 티본 버넷(Bone Burnett)과 발매한 <Thunderbird>는 그녀만의 독특한 선곡과 편곡, 그리고 샘플링등의 확장된 사운드를 활용한 구성을 선보인, 또 다른 숨은 명작으로 꼽힙니다. 또 2001년 타임지는 그녀를 미국 최고의 가수로 칭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미국 정부에서 인정하는 가장 높은 영광인 NEA(미국 국립 예술지원금 협회) Jazz 부문 수상자로 스탠리 클락, 빌리 하트, 도날드 해리슨과 함께 선정되기도 했죠.
Epilogue
사실 음악에서의 장르는 아티스트들과 뮤지션들이 그들의 영감을 음악성(음악적 진정성, 독창성, 개성 등)으로 환원해 창조한 음악의 독특한 스타일과 표현방식을 이해하기 쉽게 언어로 규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개념들이 때로는 메이저 음반사, 혹은 저널에 의해 다분히 상업적 혹은 산업적인 면에 최적화 되어, 예술의 진지하고 심오한 본질을 단순화시키고 이걸 대중에게 ‘쉽게 어필하도록’ 상업화 시키는 마케팅 용어로 활용되기도 하죠. 이는 꽤나 오래된 자본주의 예술 산업의 한 단면이기도 한데, 그렇기 때문에 뮤지션들에게 ‘장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대중들에게 이미 익숙해지고 접근이 용이해진 장르의 틀을 벗어나는 게 생각이상으로 힘들 수 있기 때문이죠. 밥 딜런이 1965년 뉴포트 공연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나오자 청중들이 야유를 퍼붓고 포크의 변절자라는 등, 소위 ‘장르-마피아’를 겪기도 했었죠. 그만큼 특정 아티스트가 한번 언론과 대중들에게 장르를 부여받으면 고정관념이 생기게 되기 때문에 그걸 벗어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진정 창의적인 아티스트라면 자신의 음악성을 마냥 새장 속에만 가둬 놓고 싶어 하진 않을 겁니다.
더불어 장르의 전통성, 그 경계를 허물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때 우리의 예상을 넘어선 무언가가 생겨나기도 하는 법이죠. 재즈 보컬리스트 카산드라 윌슨의 이 앨범 <New Moon Daughter>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기존 장르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으면서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다양한 장르색채들이 한데 어울리는, 그와 동시에 흔치않은 창조성까지 담아낸 그런 재즈 보컬 앨범이었습니다. 기존 재즈 보컬 장르에선 흔치 않은 레퍼토리들과 악기 편성 등으로 재즈의 즉흥성과 여백을 만들어내는 색다른 인터플레이, 그리고 포크나 블루스 등의 여러 스타일을 음악적으로 환원하는 그녀의 보컬 프레이즈들과 깊고 짙은 콘트라알토 보이스는 여러 면에서 기존 장르를 거부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장르의 경계를 더 넓혔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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