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Ju Hwan Kim) - 자기 분야에 대한 확신과 비전 통해 성장해나가는 '스탠더드 파수꾼'!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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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피아니스트 강재훈, 보컬리스트 김주환, 베이시스트 박진교, 기타리스트 준 스미스
김주환
초기 냇 ‘킹’ 콜의 레퍼토리로 10번째 정규 앨범 만든 스탠더드 보컬리스트
자기 분야에 대한 확신과 비전 통해
성장해나가는 스탠더드 파수꾼!
요즘 유행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라는 단어가 있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따로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얼마나 냉정하게 가질 수 있느냐? ‘자기 객관화’라고 표현해도 될 이 단어는 사실 오래전부터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갖춰져 있던 덕목이었는데 요즘 교육관련 이슈로 많이 소개되고 있는 걸로 압니다. 뮤지션의 입장에서 이를 적용하자면 본인의 연주와 노래가 어느 지점이 부족한지, 왜 그게 잘 안되는 지를 따로 떨어져서 파악해볼 수 있는 시각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자기를 더 성장시키기 위해서 이런 인식은 필요불가결한데, 바로 소크라테스가 기원전 400년경 말한 ‘너 자신을 알라’와도 맥락이 이어진다고 할 수 있겠죠.(지금으로부터 무려 2400년 전에 이런 인식을 일찌감치 가질 수 있었다는 게 대단할 뿐입니다). 김주환은 이런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여러 해 전부터 갖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어떤 점을 더 보완하고 성장시켜나가야 자신이 원하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지를 계속 찾고 또 그걸 끌어올리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을 아끼지 않죠. 그리고 또 한가지 이전에도 이야기한 바 있듯 그는 대기만성형 스타일입니다. 애초 타고난 재능이 남다르고 비범해서 빨리 정상에 올라선 스타들이 자신의 관리를 제대로 못해 커리어를 잘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무척 많은데, 김주환은 최소한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 볼 경우 그와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처음보다는 그 다음이 항상 더 앞으로 나가있는, 기복 없이 한 스텝 한 스텝 자신을 끌어올리고 때로 시행착오를 갖더라도 이를 파악하고 수정할 수 있는 인식능력, 제가 옆에서 적잖은 시간 지켜봐온 결과 김주환에겐 이런 점이 확실히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매번 새로운 작업을 통해 앨범을 만들어내더라도 그 결과물들의 차이점이 크던 작던 뚜렷하게 드러나 있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Johnny Company
이번엔 그가 냇 ‘킹’ 콜의 레퍼토리를 가져와 앨범으로 만들었습니다. 앨범 내지 라이너 글에서 필자가 이미 언급했듯이 목소리, 발성, 톤 모든 면에서 그와 무척 다른 성격을 지닌 바리톤 계열 보컬리스트들의 애창곡을 갖고서 송북 앨범을 만든 건 의외의 선택처럼 보이고 또 본인의 보이스 컬러 및 스타일과 꽤 다르기에 자칫 어색하게 진행될 여지도 있을 터. 그 점에서 이번 작품은 전작보다 더 모험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되더군요. 같은 스탠더드 스윙 범주에 있는 음악이지만 전작인 리처드 로저스 송북과 비교해 분명한 변별점이 있는 거죠. 이 점을 그 또한 모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원전의 느낌을 가급적 희석시키면서 동시에 고유의 스윙을 잘 녹여낼 수 있는 지 팀 멤버들과 함께 고민해 여러 형태의 버전을 시도해보고 또 마음에 안들면 통째로 뒤엎기를 반복했죠.(사실 김주환은 이 앨범 이전에 이미 곡에 따라 전체 녹음을 선행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편곡도 다시 다듬고, 음향적인 부족함에 다시 무로 돌려 새로 작업을 시작한 게 여러차례 였으며 전체 풀 사이즈 녹음을 완전히 뒤엎은 경우도 두 차례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 점에서 볼 때 가장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음반이 이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 최종 마무리된 결과물을 앨범으로 만들어낸 게 이 작품<Candy : Memories of Nat ‘King’ Cole Trio>입니다. 이 앨범에 관한 간략한 소개리뷰는 아래 글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제가 이 앨범 라이너 노트에 직접 작성한 내용인데 이 이상 따로 첨언할 내용도 없고 더 잘 쓸 자신도 없어서 그대로 소개할까 하니 감안하고 읽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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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기타리스트 준 스미스와 피아니스트 강재훈, 베이시스트 박진교가 참여한 트리오 사운드를 한번 살펴보면, 앨범의 전체 편곡은 기타리스트인 준 스미스가 맡아 작업했는데, 기존의 냇 ‘킹’ 콜 트리오 버전과 비교해 그렇게 달라진 형태의 편곡을 시도하진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곡에 따라 템포를 조금 더 늦추거나 혹은 빠르게 가져가는 것, 인트로 및 브릿지, 아웃트로 섹션에 추가 악곡을 간단히 삽입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어요. 이는 리더인 김주환의 애초 주문이기도 한데, 냇 ‘킹’ 콜 트리오가 드려주었던 앙상블과 연장선상에서 이어지는 작업을 하려는 그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골든 스윙 밴드를 비롯해 이런 트래디셔널 재즈 기타 사운드를 오래 전부터 추구해왔고 또 여기에 일가견이 있는 준 스미스와 스윙과 비밥에 확실한 강점을 지닌 박진교의 경우 본 작의 전체 컨셉트를 고려할 때, 애초 자신들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필자에게 의외의 놀라움을 던져준 것은 바로 피아니스트 강재훈 입니다. 그는 2018년도에 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이후 지난 4년간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해온 젊은 재즈 뮤지션중 한 명인데 기본적으로 현대적인 재즈 어프로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참여한 사이드 맨 작품들 역시 그런 경향이 다수였고 그의 피아노 스타일 역시 그러했는데, 본 작에선 180%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긋나긋한 스윙감을 머금은 피아노 터치와 연주, 블록 코드를 포함한 컴핑도 생각이상으로 준수하고 특히나 통통 튀는 싱글라인 솔로는 예상을 웃도는 자연스러운 전개가 귀를 사로잡습니다. 물론 이 맛을 잘 살리기 위해 강재훈의 서포트를 훌륭히 해주고 때론 리드하기도 하는 두 스윙 브라더스 준 스미스와 박진교는 앞서 언급한 대로 자신의 주 전공인 만큼 나무랄 데가 없죠. 이들 트리오는 지금부터 60년도 더 전의 전통적인 재즈가 갖고 있던 그 맛을 충실하게 잘 구현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김주환의 보컬은, 전작과 비교해볼 때 자신의 목소리를 최대한 ‘발가벗겨놓고 노래한다’는 느낌을 전해줍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는 분들이 있으실 것 같아 설명을 좀 해드리자면, 그의 노래는 음향적 장치의 힘을 거의 빌리지 않고 최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담고 있다는 거에요. 물론 이전에도 그렇게 노래하긴 했습니다만 이번 냇 ‘킹’ 콜 레퍼토리 작품집에서 이게 한층 더 뚜렷하게 그 점이 드러나 있습니다. 컴프레서의 개입 역시 최소한도로 줄여 자신의 목소리를 날 것 그대로에 가깝게 담았는데 거기에 녹음의 해상도와 근접도를 아주 높여서 작업해 목소리의 선명도, 호흡의 들숨 날숨이 이전 어떤 작품에서보다 명료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마치 카메라를 최대한 앞으로 당겨 찍어서 피부의 자잘한 트러블까지 다 드러나는 식인데, 이런 경우 조금만 보컬 컨트롤이 이상하고 음정이 불안해도 듣기에 불편하고 어색해지기에 보컬리스트가 소화하기 아주 난이도가 높죠. 웬만해야 본전인 이런 접근방식은 연주자나 보컬리스트 양쪽 모두 위험부담이 높은 대신 결과가 좋을 시 듣는 맛 자체가 무척 좋아집니다. 김주환은 이 맛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냇 ‘킹’ 콜 트리오의 음악을 계속 듣고 연구하고 또 직접 구현해보면서 어떻게 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올지를 계속 찾아 나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노래하고 다시 뒤엎고 노래하기를 수십 차례 반복해 마침내 최종적으로 선택된 곡들이 지금 이 앨범에 담긴 10개의 스탠더드 넘버들인 것이죠.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연주하고 또 노래한 탓일 겁니다. 앨범에 수록된 10곡들은 완성도 측면에서는 특정 곡을 따로 언급하기가 어려울 만큼 고른 수준을 보여주고 있으며, 하나같이 산뜻하며 아기자기한 앙상블과 보컬의 유려함이 어색함 없이 귀를 사로잡습니다, 그중 필자가 듣기에 좀 더 보컬의 측면에서 공을 들인 티가 난다고 생각되는 곡이 ‘Candy’, ‘Besame Mucho’, 그리고 ‘For All We Know’ 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에서 김주환의 노래를 들어보시면 가창에 그렇게 큰 힘을 들이지 않는 것처럼 들리며 미드/슬로우 템포 스윙의 맛을 살리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어 소화를 잘 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힘을 들이지 않는 가운데 노래 한마디 한 호흡에 표현의 완벽함을 기하기 위해 집중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거기에 노래하는 순간순간 여유를 머금고 곡의 가사에 담긴 정서까지 은근하게 담아내고 있는데 그게 자연스러움을 넘어 가슴에까지 와 닿는 포인트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오리지널 버전보다 다소 높아진 키에 맞춰 노래하면서 살짝 가성의 느낌을 섞어 노래하기도 하는데 그게 냇 ‘킹’ 콜의 오리지널과 비교해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주요 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하죠. ‘Sweet Lorraine’ 과 함께 앨범에서 유이한 슬로우 템포 발라드 넘버인 ‘For All We Know’ 에서는 루바토와 레가토를 섞어 노래하는 가운데 보컬 음량 컨트롤까지 정교하게 소화해내고 있는데, 가창의 측면에서 본 작 수록곡들 중 가장 공을 들였고 또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트랙이 아닐까 싶어요. 반면 감상자의 입장에서 편하게 잘 와닿는 곡은 우선 타이틀 곡인 ‘Candy’를 첫 번째로 꼽을 수 있을 것 같고, 추가로 ‘Frim Fram Sauce’, ‘Route 66’, ‘Too Marvelous for Words’ 그리고 수록곡들 가운데 유일한 냇 킹 콜의 오리지널 작품인 It’s Better to Be by Yourself 같은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곡들은 담백한 미드 템포 스윙감으로 충만한 가운데 우선 곡 자체의 멜로디가 쉽게 귀에 와 닿습니다. 노래와 연주 모두 편하고 별 부담 없이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트랙들인 셈이죠.
이렇듯 힘을 빼고 넣고 하는 과정, 또 과장되지 않게 적절한 중간 지점을 잡고 그걸 유지해 노래하는 것까지, 고음을 단순하게 힘주어 내지르는 것과 전혀 차원이 다른 섬세한 보컬 컨트롤에 집중해오고 있는 김주환의 노래와 누구하나 크게 도드라지지 않은 가운데 아기자기한 밴드 합을 보여주는 트리오 연주는 과거 냇 ‘킹’ 콜 트리오가 들려주었던 사운드의 미감을 충실히 잘 구현해내고 있습니다. 추가로 음향적인 면에서 볼 때도 이 작품은 전작보다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바로 눈앞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악기 소리들과 보컬은 오디오파일로서의 가치도 십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전례 없이 직접 믹스다운과 마스터링까지 직접 맡아서 해낸 김주환 자신의 공 또한 언급 안할 수가 없을 것 같네요.(노래하는 것만큼이나 소리를 매만지는 데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았다고 합니다)
Kim Ju Hwan & His Trio<Candy : Memories of Nat ‘King’ Cole Trio> 해설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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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모든 작품은 발매되고 대중들의 손에 넘어가게 되면 판단은 각자 현재 갖고 있는 기준과 취향에 따라가게 마련이기에 본 작을 듣고 어떻게 느끼실 지는 전적으로 여러분의 몫입니다. 다만 필자가 한 가지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종류의 음악이 갖고 있는 고유한 매력과 미감을 그저 올드패션하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하지 말아달라는 것, 그리고 요즘 트렌드를 형성하는 음악들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결코 안된다는 점입니다. 모든 면에서 서로 다른 성격의 음악을 같은 시선으로 평가하면 그저 넌센스일 따름입니다. 아날로그 풍미 가득한 이런 음악들은 그 나름의 접근방식이 따로 필요한 것임을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비록 보이스 컬러가 다르고 가진 감성과 발성이 일부 다를지언정 마이클 부블레나 제이미 컬럼 같은 가수들이 지향하는 방향과 김주환의 그것에는 상당한 교집합이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 지점은 유지가 될 것입니다. 또한 이런 음악들은 앞으로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흐르더라도 클래식으로서 고정된 가치를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기에, 그저 구식이라고 매도할 수가 없는 것이죠.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을 두고 200~300년전 음악이라고 우리가 함부로 폄하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최소한 그 점만 인지하고서 이 음악을 편견 없이 그 자체로 바라봐주길 바랄 따름입니다. 그 범주 안에서 김주환이 얼마나 더 나아지고 있는지, 더 작품 완성도가 올라가고 있는 지를 살펴보면 음악을 듣는 과정에서 분명 새로운 느낌이 찾아올 것이라고 봅니다.
Interview
하면 할수록 끝없이 새로운 도전이 생겨나요
개인적으로 김주환씨가 지향해온 스탠더드 보컬, 그때의 곡을 중심으로 노래한 작업들 가운데 본격적인 수준, 경지에 도달한 결과물이 지난번 리처드 로저스 송북 앨범부터가 아니었나 싶어요. 이때부터 멤버들과의 앙상블 합, 녹음, 그리고 주환씨의 보컬이 탄탄한 3박자를 이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에 대해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요. 그리고 스스로 보기에 어떤 부분이 가장 주효하게 달라진 거 같은지도 이야기해주면 좋을 거 같아요
이야기 하신대로 그 작품부터 완성도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추가로 영화음악 레퍼토리를 담아냈던 <Skyfall>도 거기에 포함시키고 싶어요. 재즈 레퍼토리를 본격적으로 소화해낸 앨범은 아니고 일부 아쉽게 여겨지는 지점이 있었지만 전작들보다 앨범 완성도가 확실히 발전된 시점이 거기서 부터 였거든요. 그때 저도 나름의 노하우 같은 걸 깨달은 게 있었고 곡을 소화하는 데 있어 스스로 이전과 달라졌다고 생각되는 경험을 했죠. 그리고 달라진 점은 일단 곡을 소화하는 관점에서 확실히 전체를 두루 보는 여유가 생겼어요. 제 노래를 하면서 팀 멤버들의 연주도 살필 수 있고 여기에 상호 교감을 엮어낼 수 있는 능동적인 표현들이 확실히 더 자유로워졌어요. 거기에 디테일한 감정표현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도 한결 노련해진 거 같고요.
지금까지 작곡가 테마로 송북 앨범을 계속 만들어오다 특정 가수를 주제로 한건 이번이 처음이잖아요. 그런데 주환씨가 평소 늘 이야기하던 롤 모델이자 워너비인 토니 베넷이나 그 외 다른 가수들도 있을텐데 냇 ‘킹’ 콜을 가장 먼저 선택해 노래하게 된 계기는 뭔지 이야기해주세요
냇 ‘킹’ 콜은 상대적으로 저의 워너비인 토니 베넷이나 프랭크 시나트라와 같이 온전한 보컬리스트의 개념과는 좀 다르지 않나 싶어서 사실 조금 부담이 적기도 했었고요, 거기에 토니 베넷이나 시나트라와 같은 분들의 송북 앨범에 담긴 곡들은 편곡이나 음반의 전반적인 컨셉트가 더 디테일하고 정교하게 때론 스케일도 크게 다듬어지는 작업이 필요하다 생각이 들기도 했어서 그걸 시도하기엔 주변 여건이 녹록치 않은 점이 있었죠. 거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이번 10집을 준비하려고 하던 시기에 제가 냇 ‘킹’ 콜 트리오 음악에 푹 빠져버린 이유도 있었어요. 그 당시 제가 MMJAZZ에서 싱잉 레전드를 연재하고 있었는데 냇 '킹' 콜 파트를 작업하면서 음악을 듣다가 초기시절 노래와 연주에 크게 매료되었거든요. 가장 크고 직접적인 이유는 이거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이번 냇 ‘킹’ 콜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공을 들였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노래와 연주, 녹음 등 전반적으로 다 고려해서 이야기해주면 좋을 거 같아요
역시 가장 공들였던 건 노래, 즉 가창을 어떻게 해야 듣는 분들에게 자연스럽게 이완된 느낌을 전해줄 지에 대한 부분이었고, 동시에 중요하게 공들였던 부분은 바로 믹스다운 마스터링이었어요. 개인적으로 해외의 보컬 명반들과 비슷한 느낌의 보컬 앨범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기존의 작업 형태로는 어려울 거 같아서 나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죠. 예를 들어 리버브 설정에 있어서도 계속적으로 아주 미세한 변화를 줘가면서 피드백 해보고, 제가 지향하는 음반의 느낌과 어느 정도 비슷해졌는지 계속 체크해가며 집요하게 작업을 했어요. 거의 석 달 넘게 새벽잠을 못자고 했던 날이 절반이상이 될 정도로 많은 시간 집중해서 믹스 마스터 작업을 혼자 완성해냈죠. 그게 이번 앨범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고 또 공들였던 부분이었어요.
그리고 냇 ‘킹’ 콜 레퍼토리를 소화하면서 가장 힘든, 혹은 애매했던 지점은 뭐였는지
딱히 냇 ‘킹’ 콜 레퍼토리여서 힘든 점은 없었어요. 그냥 매번 하고나면 보이는 것이기도 한데, 제 노래의 완성도가 어느 지점에서 다소 맘에 안 들었던 것이었죠, 예전에도 이야기 드렸듯이 냇 ‘킹’ 콜 기존 오리지널 버전들 보다 반키에서 한키 정도 다 높여서 불렀는데, 그러다 보니 원키로 부르는 것보다 확실히 소화하기가 힘들어지더라고요. 아무래도 약한 에너지에서도 노래의 밀도감을 유지하며 스윙을 해야 되는 상황이니까요. 또한 좀 더 레가토를 멋지게 하고 싶었는데 맘처럼 안 되는 부분들이 있었고, 그런 이유들 때문에 이 음반이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거 같아요.
피아니스트 강재훈, 베이시스트 박진교, 기타리스트 준 스미스, 함께 한 세 멤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어떤 점이 기대이상으로 좋았는지, 그리고 어떤 점을 좀 더 보완하면 좋았을 거 같은지
전 사실 이 멤버 분들과의 협연에 기대를 했었고, 그 기대에 딱 맞는 결과물이 나왔어요. 흡족한 결과물이요. 이번 음반에 대해서 멤버들의 앙상블이나 편곡 같은 부분에서 보완할 점은 나중에 다시 체크 해봐도 잘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굳이 하나 꼽자면 아무래도 더 자주 많이 만나서 리허설을 더 긴 시간 지속적으로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더라고요. 좀 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서 같이 호흡하며 템포와 필(feel) 을 이 앨범에 담긴 내용보다 더 타이트하면서 긴밀하게 맞춰갈 수 있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올해 함께 더 많이 무대에 서서 연주하고 호흡을 맞출테니 이 부분은 다음번 작업할 때 확실히 개선되어 있으리라 예상해요. 제가 마음이 바뀌어 아예 다른 악기를 대동한 형태의 프로젝트를 하려하지 않는다면 말이죠(웃음)
이번 10번째 정규 작까지 오면서 본인의 음악적 방향성은 누가 뭐래도 확고하게 잡았고 이제 함께 팀워크를 맞춰갈 팀 멤버들까지 구했어요. 이 다음 스텝은 뭐가 될 거 같은지, 앞으로 자신을 가수로서, 뮤지션으로서 더 레벨 업 시키기 위해 현재 가장 필요한 게 어떤 거라고 생각되는 지 궁금해요
향후 결과가 잘 나올지 몰라서 굳이 이야기를 따로 안하려고 했는데, 사실 제가 트럼펫을 정식으로 시작한지 두 달 정도 됐어요. 3년 정도 후엔 노래하면서 중간에 트럼펫을 연주하는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싶더라고요. 이렇게 생각하게 된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도전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매너리즘에 빠질 수가 있을 거 같다는 불안함이 일부 작용을 했던 거 같고요, 두 번째는 재즈 뮤지션으로서 10주년을 넘긴 저의 이 다음 시기가 더 멋지고 단단하게 농익으려면 비밥에 좀 더 빠져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거든요. 현재로선 비밥에 꽤 많이 빠져있긴 한데 결정적으로 제 마음속에서 원하는 건 블론디 계열 보컬들이나 스탠더드 팝 보컬리스트들의 가창력을 바탕으로 한 세련되고 깔끔한 곡의 해석에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었어요. 이점은 변함이 없는거죠. 결국 제 마음에서 원하는 대로 나갈 거지만 현재로선 위와 같은 이유들로 트럼펫도 연습하고 비밥에 좀 더 흥미를 갖고 도전하고 있는 상태이긴 해요.
그리고 작품 자체의 측면에서 볼 때 편곡적인 부분에 지금보다 더 공을 들여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앞으로도 계속 추구할 건 스윙을 기반으로 한 스탠더드 레퍼토리들, 혹은 팝 곡들중에서 이런 스윙 버전에 어울릴 법한 곡들을 가져와 편곡을 해서 노래하는 것인데 이건 노래, 연주도 중요하지만 곡이 얼마나 참신하고 훌륭하게 각색되어 있느냐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봐요. 토니 베넷과 프랭크 시나트라, 심지어 마이클 부블레 같은 가수들의 음악이 다 유사한 스탠더드 레퍼토리임에도 명곡으로 끊임없이 회자되고 세대를 넘어서 호감을 얻는 건 옆에서 기존의 곡들을 새롭게 변화시켜줄 탑 레벨 편곡 및 프로듀서가 있었기에 작품 퀄리티가 더 올라갔다고 보는데, 그 점은 현재 제겐 없는 거 같아요. 솔직히 아직 국내에는 이 방면의 전문 편곡자가 없어요. 그 점이 무척 아쉬운데 앞으로 제가 더 스텝 업 하기 위해서는 노래를 가다듬는 것 만큼이나 이 부분에도 공을 들여야 할 거 같아요. 국내에 없으면 이웃 일본이나 다른 지역에서라도 찾아봐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거 보면 정말 과정은 끝이 없는 거 같아요. 어느 정도 걸어왔다고 생각되는데 또 앞에 보면 갈 길이 어마어마하게 남아있는거지
맞아요. 정말 끝이 없어요. 개인적으로 나름 제 보컬 역량에 자신감이 많이 생겼고 이젠 라이브에서 기복 없이 제 소리를 계속 낼 수 있을만큼 단련이 되어 있다고 생각 하는데, 여전히 제 앞에 멀리 나가있는 대가들 노래를 듣다보면 탄식이 절로 나오곤 하거든요. 그래서 스스로를 더 강하게 채찍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계속 배워야 할 게 보이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재즈 외에도 요나스 카우프만이나 호세 카레라스 같은 클래식 성악가들을 계속 찾아 듣고 그들의 소리 단련도를 계속 체크하면서 제게 동기부여를 주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할 수 있겠죠. 그저 평생 계속 해나가야할 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 언급하신 블론디 보컬리스트들, 페기 리나 로즈매리 클루니 같은 여자 가수들의 노래도 무척 좋아하는 걸로 아는데 앞으로 이런 가수들의 송북을 내볼 의향은 없는지?! 블론디 계열 보컬에 대한 나름의 편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라도 한번 작업하면 좋을 거 같은데 어떠세요?
물론이죠. 패기 리나 로즈매리, 다이나 쇼어 같은 분들은 정말 최고 수준의 노래를 했던 분들이잖아요. 이건 이분들의 음악을 선호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명백한 사실이에요. 근데 그걸 잘 인지하지 못하는 전문가들이나 가수들도 국내엔 꽤 많은 거 같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제가 흠뻑 빠져 있는 블론디 보컬들의 매력을 전하고 싶은 마음은 지금도 여전히 가득 차 있고, 편집장님도 잘 아시듯 실제로 그 분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공공연하게 전 말하고 다니거든요. 블론디 계열 보컬들이 주로 하는, 스탠더드 레퍼토리들을 편곡 및 해석의 차원에서 큰 변화 없이 부르는 건 이제 구닥다리 음악이라는 편협하고 무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깨고 싶은 생각이 늘 있죠. 차후 편곡과 노래차원에서 준비가 되었다 싶으면 꼭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이 영역이 듣는 것만큼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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