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에스비외른 스벤손 Esbjörn Svensson [Home .S.] ACT/2022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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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björn Svensson <Home .S.> ACT/2022
Esbjörn Svensson : piano, Recording
1 Alpha
2 Beta
3 Gamma
4 Delta
5 Epsilon
6 Zeta
7 Eta
8 Theta
9 Iota
트리오에서와는 또 다른 결, 가려졌던 그의 일면
다른 뮤지션과의 협연이 아닌 다음에야 늘 트리오 편성으로 작품을 발표하곤 했던 피아니스트 에스비외른 스벤손의 커리어 첫 피아노 독주 앨범. 지난11월 말경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스벤손의 부인이 남편이 생전 작업해둔걸 담아둔 컴퓨터 하드파일을 우연찮게 살펴보다 발견한 것으로 정규 스튜디오가 아닌 집에서 연주한 녹음이라고 한다. 그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불과 몇주 전에 녹음한 연주라는데, 전곡이 스벤손의 오리지널이며 다른 악기나 음향은 배제되어 있다. 담겨진 음악을 살펴보면 확실히 정규 스튜디오에서 녹음하지 않은 티가 난다. 새롭게 마스터링이 이뤄진 걸 감안해도 공간의 울림 자체가 미약하며 피아노 소리도 평소 스벤손의 연주와 비교해 일부 곡에선 마치 업라이트로 연주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무던한 소리를 들려준다.
그런데 이런 점이 소품형태의 음악과 잘 맞아떨어져 듣는데 의외의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스웨덴 지역 포크 음악, 혹은 바로크 클래식에서 이어지는 작곡과 이를 가급적 담백하고 간결하게, 그러면서 뻔하지 않게 연주하는 스벤손의 피아노는 의외성과 함께 감동을 전달해준다. 그가 예전 인터뷰에서 델로니어스 멍크와 함께 키스 재럿의 영향을 종종 언급하곤 했을때 그게 트리오 음악에선 그다지 드러나지 않아 내심 갸우뚱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솔로 연주를 들으니 재럿에게 받은 영향이 꽤 크다는 걸 인식할 수 있었다. ‘Gamma’나 ‘Eta’ 같은 곡에서의 가스펠 기반 플레이와 즉흥연주를 풀어가는 방식은 상당부분 재럿에게서 이어진 것이라고 봐도 좋을 터. 이어지는 ‘delta’ 에서는 e.s.t 에서 들을 수 있었던 스타일이 물씬 풍겨져 나온다. 그 외 다른 트랙들은 소담하고 전원적인 포크및 클래식 성향의 곡에 아기자기한 즉흥연주를 덧댄 형태. 2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이 2~4분대로 짧은 소품이며 연주도 작곡 비중이 꽤 크다는 점, 즉흥연주가 그다지 확장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걸 처음부터 음반으로 내려고 녹음한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추가로 수정하거나 재녹음할 의도를 남겨둔 것인지 확실하지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이 연주자체만으로도 감상하는 데 어색함이 없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트리오 미공개 녹음들이나 라이브 음원이 발표되던 차에 이렇게 처음 스벤손의 피아노 솔로가 공개되었다는 점만으로도 반가운 작품. 나이로나 커리어로나 정점으로 나가고 있던 시기에 세상을 떠나버린 게 아쉽기만 한데, 그나마 의외의 연주들이 아직 남아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의 한사람으로 무척 반갑다.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