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vis Costello & Burt Bacharach

<The Songs Of Bacharach & Costello ; Super Deluxe Edition> Universal/2023

 

 

CD1 - Painted From Memory

 

1. In The Darkest Place 

2. Toledo 

3. I Still Have That Other Girl

4. This House Is Empty Now 

5. Tears At The Birthday Party

6. Such Unlikely Lovers 

7. My Thief 

8. The Long Division 

9. Painted From Memory 

10. The Sweetest Punch

11. What’s Her Name Today? 

12. God Give Me Strength

 

CD2 - Taken From Life

 

1. Elvis Costello - You Can Have Her

2. Cassandra Wilson & Bill Frisell - Painted From Memory

3. Elvis Costello & The Imposters - Don't Look Now

4. Elvis Costello & The Imposters - Everyone's Playing House

5. Audra Mae - I Looked Away

6. Elvis Costello & The Imposters - Taken From Life

7. Don Byron & Bill Frisell - My Thief

8. Jenni Muldaur - Shameless

9. Elvis Costello & The Imposters - Photographs Can Lie

10. Audra Mae - In The Darkest Place

11. Elvis Costello & The Imposters - Why Won't Heaven Help Me?

12. Jenni Muldaur - Stripping Paper

13. Elvis Costello & Imposters - He's Given Me Things

14. Audra Mae - What’s Her Name Today?

15. Elvis Costello - Look Up Again

16. Burt Bacharach - Lie Back & Think Of England

 

CD3 - It's A Lonely World - Live

 

1. Elvis Costello & Steve Nieve - Toledo

2. Elvis Costello & Steve Nieve - In The Darkest Place

3. Elvis Costello & Steve Nieve - My Thief

4. Elvis Costello & Steve Nieve - I Still Have The Other Girl

5. Elvis Costello & Steve Nieve - I'll Never Fall In Love Again

6. Elvis Costello & Steve Nieve - God Give Me Strength

7. Elvis Costello, Steve Nieve & The Swedish Radio Symphony Orchestra - Painted From Memory

8. Elvis Costello, Steve Nieve & The Swedish Radio Symphony Orchestra - What's Her Name Today?

9. Elvis Costello & Burt Bacharach - This House Is Empty Now

 

CD4 - Costello Sings Bacharach & David

 

1. Elvis Costello & The Attractions - I Just Don't Know What To Do With Myself - Live in Norwich, UK, University of East Anglia - October 17, 1977

2. Elvis Costello & Nick Lowe - Baby It's You

3. Elvis Costello - Please Stay

4. Elvis Costello & Burt Bacharach - I'll Never Fall In Love Again

5. Elvis Costello & Burt Bacharach - Make It Easy On Yourself - Live in London, UK, Royal Festival Hall - October 29, 1998

6. Elvis Costello & Burt Bacharach - My Little Red Book - Live in London, UK, Royal Festival Hall - October 29, 1998

7. Elvis Costello & Burt Bacharach - Anyone Who Had A Heart - Live in London, UK, Royal Festival Hall - October 29, 1998

8. Elvis Costello & Burt Bacharach - I Just Don't Know What To Do With Myself - Live In New York City, Sessions at West 54th - October 18, 1998

 

 

지금은 사라져버린, 팝의 품격, 보편적 멜로디의 가치

이 박스 셋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한 가지 미리 알려드릴게 있다. 이 작품은 엘비스 코스텔로가 선배인 버트 배커랙에게 바치는 헌정 앨범이 아니다. 완전한 두 사람의 공동작이며 실제 주요 곡들을 두 사람이 함께 작곡하고 편곡에도 공동으로 작업한 경우가 수록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간간히 버트 배커랙의 예전 히트곡들이 포진해 있지만 그건 마지막 네 번째 CD에 담긴 두어 곡에 한정된다. 이들이 함께 하게 된 경위는 1996년도에 제작, 발표된 헐리웃 영화 <Grace of My Heart>의 O.S.T 에 수록된 곡 ‘God Give Me Strength’ 를 공동 작업하게 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엘비스 코스텔로의 경우 더스티 스프링필드와 디온 워윅의 곡들을 통해 작곡가 버트 배커랙에 대한 동경이 젊은 시절부터 늘 있었다는데, 이를 한데 엮어준 건 이 영화 음악의 프로듀서인 래리 클라인의 역할을 컸다고. 그렇게 서로 팩스를 통해 악보를 교환하고 곡을 완성하고 스튜디오에 들어가 코스텔로가 노래를, 건반을 버트 배커랙이 맡아 작업하게 되었는데 그 곡의 작업이 서로에게 공동앨범에 대한 열정을 불어넣은 것이다. 이 두사람은 함께 12개의 곡을 만들고 함께 프로듀싱을 맡아 1998년도에 첫 협연작을 만들어낸다. <Painted from Memory> '기억으로부터 채색된' 이라는 타이틀의 이 작품은 두 사람의 처음이자 마지막 공동앨범이며 이 작품과 함께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이 1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Painted from Memory>에 담긴 곡들을 연주로 재해석한 앨범 <The Sweetest Punch>를 만들어내는데, 이 두 작품이 지금 소개하는 이 박스 셋의 핵심 모체가 된 것이다. (여기에 녹음되었으나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트랙들이 16여곡, 라이브 트랙이 17곡 정도 포함되었다)

두 사람의 공동작곡이라고 하지만 실제 앨범을 통해 느껴지는 음악적인 색깔, 멜로디의 흐름은 버트 배커랙의 자취가 훨씬 강하며 몇몇 곡들은 마치 그가 이전에 써두었던 곡들을 뒤늦게 끄집어내 발표한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다. ‘House is Not a Home’ 의 자매 격이라고 봐도 좋을 ‘This House is Empty Now’ 의 애조 띤 마이너 감성(하지만 기존의 버트 배커랙 곡이 그렇듯 그 속에 밝고 따스한 온기가 담겨져 있는), 이 앨범에서 가장 무게감이 느껴지고 음악적 스토리 텔링에 공을 많이 들인 것처럼 들리는 ‘My Thief’, 편곡가 조니 맨델의 고급스런 오케스트레이션이 더할 나위 없이 일품인 앨범 타이틀 ‘Painted from Memory’ 까지 어느 곡 하나 가슴을 울리지 않는 게 없다.

보편적인 화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그 안에 감성의 기품을 담아내는 이런 음악들은 이제 더 이상 서구 팝 시장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여느 젊은 음악팬들에게 이 곡들이 과연 어떻게 들릴까? 누군가는 뮤지컬 곡 같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고, 엘비스 코스텔로의 비음 가득한 목소리가 별로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거다. 곡조가 귀에 쉽게 안 들어온다고 말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여기엔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멜로디의 힘이 분명 존재한다. AOR, 팝 퓨전, 뮤지컬 스타일, 포크등 어떤 형태의 장르적 편곡을 시도했더라도 두 사람이 함께 만든 12개의 노래들은 20세기 이후 미국 팝 시장을 이끌어온 핵심적인 정서, 바로 틴팬앨리 명작곡가에서 부터 이어져온 고유한 가치가 동일하게 담겨져 있기에 키치한 유행 따위는 범접하기조차 어려운 완성도와 감동이 있다. 반복해 들을수록 가슴에 절절이 와닿는 멜로디의 힘이라니...! 함께 연주에 힘을 보탠 기라성 같은 스튜디오 뮤지션들과 재즈 연주자들의 고급스러운 연주 또한 이 작품의 격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혹여 박스 셋 구매가 부담이시라면 2장짜리 CD, 혹은 <Painted from Memory> 만이라도 구입해 들어보시길 바란다. 지금 당장 귀에 들어오지 않을지라도 괜찮다.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가슴에 와 닿는 게 있을 것이다.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