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아루즈 아프탑, 비제이 아이어, 샤하드 이스마일리 Arooj Aftab/ Vijay Iyer/ Shahzad Ismaily [Love in Exile] Verve/2023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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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샤하드 이스마일리, 비제이 아이어, 아루즈 아프탑
Arooj Aftab/ Vijay Iyer/ Shahzad Ismaily <Love in Exile> Verve/2023
Arooj Aftab – producer, arranger, vocals
Vijay Iyer – producer, arranger, piano (1, 3, 4, 6, 7), Rhodes piano (2, 5, 6), electroacoustic realization (1, 5–7)
Shahzad Ismaily – producer, arranger, electric bass, Moog synthesizer
Damon Whittemore – recording engineer, mixing engineer
Matt Colton – mastering engineer
1. To Remain/To Return
2. Haseen Thi
4. Sajni
5. Eyes of the Endless
6. Sharabi
7. To Remain / To Return" (Excerpt)
음악을 듣고 연주하는 행위에 대한 근원적 물음과 이해
일반적으로 다수의 인간이 하나의 음악을 들을 때 다른 이들과 같은 느낌으로 듣지 않는다고 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연주자들 역시 음악을 연주 할 때 서로 같은 음악을 다르게 듣게 된다. 하지만 공통 분모인 ‘서로를 듣고 연주 한다’ 라는 부분은 지금 벌어지는 소리의 가장 직접적인 접촉이고 관계이기에 연주 중 서로를 얼마나 ‘주의깊게 듣느냐’ 는 음악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서로를 듣고 있다는 행위의 증거가 바로 그 음악의 언어인 셈이다.
현재 재즈계의 가장 ‘지적인’ 피아니스트중 한명인 비제이 아이어(예일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물리학 박사이자 하버드대학 음대 교수 이기도 한)와 뉴욕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아방가르드 뮤지션이자 최고의 인디 베이스 세션 중 한명인 샤하드 이스마일리, 그리고 2022년 그래미상의 최우수 신인상 후보이자 최우수 글로벌 뮤직 앨범 아티스트인 싱어이자 작곡가인 아루즈 아프탑, 이 세 명의 새 프로젝트(2018년부터 첫 연주를 시작했다) 앨범인 이 작품은 듣는 경험에서 가장 훌륭한 접근태도를 지닌 그런 음악들을 담고 있다. 매우 정적인 이 음악적 심연의 경험들은 전통적인 연주 방법의 앨범들과는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함을 첫 트랙 ‘To Remain To Return’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이 셋은 각자의 주된 영역에서 결이 다른 음악적 접근을 보여왔는데, 특히 아루지는 전작 <Vulture Prince>으로 이미 인지도와 인정 받는 커리어들이 생겼지만 이 앨범 <Love In Exile> 에서는 그들의 충분한 음악적 기교 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음악적 심연과 그 세계를 탐구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들이 서로를 얼마나 섬세하게 듣고 있는지를 느끼기 위해서 그들이 듣는 지점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점은 마치 명상을 하듯 듣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제이 아이어의 물위에 서있는 듯한 동양적인 느낌(3명 다 인도와 파키스탄 부모님들 아래 태어났다)의 드론 보이싱을 품은 피아노와 일렉트릭 키보드, 샤자드 이스마일리의 서서히 수평선을 가르키는듯 반복된 최면의 평행우주적인 베이스, 필터를 덮어쓴, 같은 자리에서 회전하는 오실레이터들, 그 위를 한 땀 한 땀 자수 놓듯 레이어를 관통하는 아루지 아프탑의 노래(‘Urdu’언어의 민요 멜로디들이 대부분인)들은, 음악을 하고 있다는 느낌 보다는 이들도 듣는 이들과 같이 ‘그저 서로를 듣고만 있구나’라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대부분 러닝타임 긴 즉흥연주이지만, 개인적으로 시간을 흘려 보낸다기 보단 함께 시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앨범은 연주자와 일반 청중이 음악을 듣는 경험과 방법이 일치 할 수 있느냐에 관한 매우 우아한 보고서 같은, 그런 음악 여섯 트랙을 품고 있다. 듣는 경험 차체의 첫 단계는 소통의 보편성을 가지는지 모르겠지만, 듣는 행위는 매우 일반화시키기 어려운 목적과 의도가 있어서, 음악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음악제작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소위 “음악을 느껴봐…”하며 음악성을 강요한다기 보단 명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며 서로의 세상을 유심히 듣고 있는 이 세 명 아티스트의 공유 텔레파시 같은 게 아닌가 싶다. 글/재즈 기타리스트 정수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