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엔지 Enji [Ulaan] Squama/2023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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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i <Ulaan> Squama/2023
Enkhjargal Erkhembayar : Vocals
Joana Queiroz : clarinet, bass clarinet
Paul Brändle : guitar
Munguntovch Tsolmonbayar : bass
Mariá Portugal : Drums
Trumpet Matthias Lindermayr (Taivshral)
1. Zuud
2. Taivshral
3. Duulnaa
4. Temeen Deerees Naran Oirhon
5. Vogl
7. Libelle
8. Picture / Three Shadows
9. Encanto
10. Uzegdel
몽고 민속음악과 재즈의 유니크한 어울림
몽고의 전통 음악이라고 하면, 아마 가장 먼저 ‘흐미’ 창법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흐미는 서양이나 다른 지역에서는 전혀 들어볼 수 없는 독특한 창법으로, 한 명의 가수가 두 개의 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아주 특별한 테크닉이다. 두 개의 음은 하나는 탑 라인으로, 또 하나는 긴 음의 드론 사운드로 노래하게 되는데, 그 소리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노래의 사운드’와는 너무나 달라서, 누구나 처음 들으면 깜짝 놀라게 된다.
사실 몽고의 전통 창법에는 흐미 말고도 ‘우르틴 두’가 또 하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흐미는 주로 남성 가수가 노래하는 반면, 우르틴 두는 여성 가수도 노래한다. 가사를 전달하기도 하는 우르틴 두는 우리나라 전통음악에 비하자면 정가와 비슷한 면이 있는데, 주로 긴 음으로 노래하고 때에 따라서는 몇 분이 넘게 한 음을 지속하기도 한다.
독일 뮌헨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몽고 울란바토르 출신의 재즈 가수 엔지(본명 Enkhjargal Erkhembayar)는 우르틴 두 가수로 음악을 시작해서 재즈, 즉흥 음악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두 장의 정규작을 발표했는데, 두 앨범 모두 듣는 이가 그의 목소리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미니멀한 악기로 구성되어 있다. 데뷔작인 2021년 앨범 ‘Ursgal’부터 그는 자신의 몽고 전통 정체성을 재즈 음악에 녹여 내기 위해 노력했는데, 결과는 심플한 재즈 밴드 음악에 몽고 색채 노래만 얹은 일종의 샐러드 같은 음악이 되었다. 앨범은 그를 재즈 신에 소개하기에는 충분했지만, 몽고의 전통을 노래뿐만 아니라 음악 자체에 어떻게 멜팅 팟처럼 녹여낼 것인지는 아마 숙제로 남았을 것이다.
이번 앨범 <Ulaan>에서 그녀는 해답을 찾기 위해 다양 방법을 시도한다. 클라리넷 연주자 Joana Queiroz가 ‘Temeen Deerees Naran Oirhon’나 ‘Vogl’에서 들려주는 반복적인 멜로디는 음악을 특정 장르 어법에서 벗어나게 하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그의 노래를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러면서 재즈적인 색채도 버리지는 않고 있는데, 타이틀 곡 ‘Ulaan’에서는 나윤선의 노래를 떠올릴 만한 스캣도 들려준다.
또한 ‘Libelle’에서는 아마도 아무 것도 정하지 않고 시도했을 법한 드럼과 보컬의 자유 즉흥 음악을 들려주며 앨범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Joana Queiroz는 베이스 클라리넷 연주로도 앨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Picture/Three Shadows’ 같은 너무 평범할 것 같은 음악에서 색채감을 만들어주며 음악의 독창성을 확보해낸다. 세계 시장에서 흔치 않은 몽고 음악의 색채는 다양성의 측면에서 좀 더 널리 음악팬들에게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전통을 재즈와 잘 융합하려는 엔지의 도전이 앞으로 더 풍성해 지기를 기대하며 그녀의 다음 작품도 좀 더 신선하고 발전된 뭔가를 들려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재즈 기타리스트 오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