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앨범 ⚡이승은(Seungeun Lee) [Conviction] Self Produce/ 2023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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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Seungeun Lee) <Conviction>
Self Produce/ 2023
Piano 이승은
Bass 원현조
Drums 김선기
Drums 김소희 (on 6,7)
1. Stumble
2. Shape
3. Illusion
4. Conviction
6. Pulse
7. Ambiguous
8. A Minor
9. Prism
10. Cosmos : Prism , Var.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이뤄낸 성장과 발전
전작 <Gold Fish> 이후 만 3년만에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 피아니스트/작곡가 이승은은 스스로의 취향, 지향점에 대한 강한 확고함을 갖고 있는 뮤지션이다. 이 점은 첫 앨범을 낼 때부터 뚜렷했으며 이번 새 앨범에서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그건 바로 리리컬한 멜로디를 기반으로 한 작곡과 이를 잘 받쳐주는 음향적인 요소들, 바로 적당한 잔향감과 공간감으로 입혀진 사운드 연출에 있다. 그런 컨셉트를 대표적으로 자주 담아내는 레이블이 바로 ECM이고 그녀는 이 레이블의 오랜 신봉자이기에 자연스럽게 이런 방향으로 자신의 음악이 이어지는 것. 그런데 이를 제대로 표현해내기 위해 이승은은 주변부 요소들에 신경쓰는 대신, 오히려 음악과 연주 그 자체에 더 무게를 두는 정공법을 택했으며 그 과정이 이번 두번째 리더작에 잘 녹아들어있어 호감을 더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필자가 보기에 두 가지가 전작보다 확실하게 성장했다고 여겨지는데 바로 건반 장악력, 오른 손 단선율 위주의 전개에서 양손을 두루 소화해내는 모습이 바로 눈에 띈다(때론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도 보이지만 전체적인 음악적 표현을 고려할 때 그다지 어색하지 않게 들린다). 그리고 이런 피아노 연주를 바탕으로 한 구심점 뚜렷한 즉흥연주와 트리오 멤버들과의 인터플레이는 화려하지 않아도 내실있게, 서로간의 이해를 토대로 진행되고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계속 음악에 몰두할 수 있게 이끌어 준다. 특히 Illusion 과 Conviction, Pulse 세 곡에서 드러머 김선기의 서포트가 입체적이고 능동적이어서 음악의 다이내믹과 색채감을 한층 더 높여주고 있으며, 여기에다 작곡자체의 형태도 전작보다 더 비정형화되고 열린 모습을 띄고 있어 연주자들이 자신의 표현을 과감하게 하기에 어렵지 않도록 이끌고 있다. 이런 점들로 인해 전체 음악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흐름으로 진행되며, 동시에 멤버들의 적극적인 개입도 강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앨범의 클라이맥스 지점을 벗어나 중, 후반부로 넘어가면 상대적으로 좀 더 가라앉은 차분함을 드러내는데, 그러면서도 그 안에 응축된 열기와 힘을 한켠에 머금은 면들이 담겨져 있어 밀도감을 나름 희석시키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해낸다. 그 과정에서 온전한 피아노 솔로 넘버 A Minor 같은 곡이 색다른 포인트를 잘 살려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며, 앨범 말미의 Prism, Cosmos : Prism 변주곡에선 앨범 전체적으로 마이너한 화성들 위주의 흐름인것을 일부 반전시켜 다채로움을 녹여내려고 세세한 신경을 쓴 흔적들이 보인다.
이렇듯 곡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의 흐름이 잘 느껴지게 안배한 곡의 배치도 그렇거니와, 불과 3년만에 마치 다른 연주자가 된 것같은 모습으로 스스로를 업그레이드시킨 이승은의 노력과 열정만으로도 본작은 의미가 있으며, 이런 과정이 계속 긍정적으로 이어진다면 다음 번에는 놀랄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