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야론 허먼 Yaron Herman [Alma] Y-Lab/2022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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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ron Herman <Alma> Y-Lab/2022
Yaron Herman : piano
1. Forever Unfolding
2. Cards
3. Rituel
4. Magnolia
5. Little Melody
6. Tone Field
7. Here and Now
9. Round Blue
10. Silver Lining
11. All the Things You Are
12. Yesh Li Sikuy
13.Playground
14. Après Un Rêve
15. How Dares a Star (Eich Ze Shekochav)
16. Rebirth
17. Song Without Words
이제 중견 연주자다운 무게와 감성의 깊이 체득하다
필자가 그의 이름을 처음 접한 건 2007년 즈음이다. 버클리 음대에서 유학하던 당시 유럽 친구들을 통해 유럽의 주목할 영건들을 추천받던 것이 그 계기였다. 야론 허먼은 1981년생으로 프랑스에 사는 이스라엘인이다. 2006년 리더작 데뷔한 이래 2~3년마다 꾸준히 리더작을 발표하며 그 지역 재즈 신에서 주목받았다. 지금 소개할 2022년작 <Alma>는 그의 9번째 리더작이다.
야론 허먼은 프랑스 로컬 뮤지션의 성공적인 예일 것이다. 단, 로컬이 실력이 떨어진다는 편견은 버리자. 세상은 넓고 천재는 많으며, 반드시 뉴욕에만 천재들이 모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들 개인의 여러 사정에 따라 자신의 연고지로 돌아가기도 하며, 그곳에서 높은 수준의 음악을 완성하기도 한다. 이렇듯 각 뮤지션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볼 때, 지나치게 뉴욕 중심의 재즈 세계관을 가지는 것에 편견을 가져선 안될 것이다.
야론 허먼을 프랑스 로컬의 대표주자로 소개했지만, 그는 몽트뢰 재즈 솔로 피아노 컴피티션 심사위원을 여러 번 맡은 적이 있을 정도로 인정받는 재원이다. 유럽식 재즈 솔로 피아노에 큰 장점을 가진 그는 이 음반에서도 서정적 유럽식 피아니즘으로 이미지 연출에 집중한다. 이는 최근 유럽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트렌드이지만, 어느 면에서 다소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래도 심사위원 경력에 걸맞은 전율하는 피아노톤, 클래식 현대 음악적 화성과 대위법, 훌륭한 다이내믹, 작위적 재즈식 솔로에 국한되지 않고 클래식 작품처럼 뻗어나가는 음악적 흐름은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여기가 헤드, 여기가 솔로라는 송폼(Song Form)에 얽매이지 않고 음악을 유려하게 흘려보내는 것이 눈에 띈다.
유럽 뮤지션답게 후기낭만파의 색채와 프랑스 인상파 음악이 배경에 깊이 깔려있다. 특히 아방가르드와 프리재즈의 성격이 강한데, 한 예로 그의 ‘All The Things You Are’를 들어보자. 1분 35초에 걸친 스탠더드 재해석은 그의 음악 철학에 대한 많은 것을 대변해주고 있다. 게다가 그의 세대가 으레 그렇듯, 브래드 멜다우에서 시작해 개성을 덧입혀가는 방식으로 성장한 면모가 군데군데 드러난다. 때로는 키스 재럿 솔로 피아노를 레퍼런스로 삼은 부분도 있다. 여기에 약간의 이스라엘 민속적 색채까지 더하면 바로 야론 허먼 피아니즘의 완성!
최근 뉴욕이 십 년전 등장했던 로버트 글래스퍼 <Black Radio> 이후 퓨전 성향으로 다시 나아가고 있다면, 야론 허먼은 흑인적 느낌을 전혀 남기지 않고 철저히 유럽 재즈에 집중한 연주를 들려준다. 어느새 프랑스의 중견으로 성장한 야론 허먼의 수작이다. 글/재즈 피아니스트 김주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