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니타이 허쉬코비츠 Nitai Hershkovits [Call on the Old Wise] ECM/2023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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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ai Hershkovits <Call on the Old Wise> ECM/2023
Nitai Hershkovits piano
2 Enough To Say I Will
3 Mode Antigona
4 Of Trust and Remorse
5 Intermezzo No.3
6 Majestic Steps Glow Far
7 Dream Your Dreams
8 Placid In Africansque
9 Mode Brilliante
10 Single Petal Of A Rose
11 A Rooftop Minuet
13 intermezzo No.4
14 In Satin
15 This You Mean To Me
16 Of Mentorship
17 For Suzan
18 River Wash Me
현대적 어법으로 표현된 감성+지성 피아니즘
니타이 허쉬코비츠는 1988년 이스라엘 출신의 피아니스트로 2010년대 초반 베이시스트 아비샤이 코언 트리오에서 활동하며 주목받았다. 지금도 이스라엘과 뉴욕을 넘나들며 연주하는 그는 지난 해 색소포니스트 오데드 츠루의 리더작에 참여하면서 처음 ECM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이번 첫 피아노 솔로 앨범에서 니타이는 몽환적인 음감 속 다양한 피아노 보이싱의 활용을 들려준다. 전반적으로 선율보다는 화성을 중심으로 작곡과 연주를 이어가는데, 그 안에 바이 토널리티와 같은 클래식 현대음악 기법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들을 때 부담이 전혀 없다는 것이 특징인데 대다수 음들을 피아니시모로 연주하였으며, 몰아치는 빌드 업에 대한 부담감 없이 편안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해냈다. 어떤 관점에서는 클래식의 인상파 피아노 소품과 비교할 수도 있겠다. 빈 공간을 넓게 남기면서도 오히려 여백으로 채운다는 느낌의 감성 피아니즘을 성공적으로 구현해내고 있다.
음반 전체적으로는 피아니시모로 몽환적인 느낌을 이어가지만, 6번 트랙에서 한번 에너지의 폭발을 선보인다. 참고로 이 음반은 총 18개의 트랙을 담고 있는데 총 러닝 타임은 50분으로, 각 트랙 평균 3분에 못 미치는 길이로 음반이 구성되어 있다. 그렇게 짧은 트랙들로 하나씩 쌓아올린 이미지를 6번째 곡에서 터뜨리고, 이후 다시 피아니시모로 끊어준 후 새롭게 빌드업하는 음악 흐름을 택했다. 이후 9번 트랙에서 다시 한번 비르투오소적 면모를 보였다가 10번트랙부터 피아니시모로 되돌아간다. 13번 트랙에서 다시 한번 밀어붙이고 빠졌다가 16번 트랙에서 다시금 에너지를 업 시킨다니-이는 다분히 의도된 연출이겠지만, 의외로 작위적인 느낌 없이 편안한 음악 흐름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계속 변화하는 창의적 전개도 인상적이다. 미리 설계해놓은 코드 위에 비밥 라인 위주의 즉흥 연주를 덧입히기보다는 즉흥의 감흥을 따라 코드와 보이싱을 진행시켰다. 어떤 의미에서 아방가르드에 가까운 철학으로 음악에 접근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익히 접해 온 아방가르드 음악도 아니다. 훨씬 더 명상 음악에 더 가까운 포지션이랄까.
그렇다고 재즈의 성향이 아예 배제된 것도 아니다. 순간순간 묻어나오는 재즈의 요소들을 찾아 듣는 즐거움이 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골격은 클래식 인상파 성향과 명상, 엠비언트 계열 음악, 그리고 여백의 피아니즘에 집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음반을 듣고 나니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한 편 본 기분이다. 아름다운 색감과 조화로운 음악, 그리고 따뜻한 감동까지 가득하다. 그렇다고 이지리스닝 명상 음악도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의외의 지점에서 바이 토널리티와 여러 현대음악 기법을 들려주는데, 피아노 톤 조절 등 표현력과 연주의 정확도까지 니타이 본인의 연주 레벨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고급스러우면서 난해함 없이 다가오는 유럽식 아방가르드 피아니즘. 글/재즈 피아니스트 김주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