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nseung Cho <Brooklyn Rainfall> BlueRoom Music/2023

 

 

조윤성 : Piano

Vicente Archer : Acoustic Bass

Marcus Gilmore : Drums

 

1 Brooklyn Rainfall (Feat. Vicente Archer, Marcus Gilmore)

2 Book of Kush

3 Sultan Room (Feat. Vicente Archer, Marcus Gilmore)

4 Whisper Not (Feat. Vicente Archer, Marcus Gilmore)

5 City Night Drive (Feat. Vicente Archer, Marcus Gilmore)

6 Astoria Blues

7 East River Sunrise (Feat. Vicente Archer, Marcus Gilmore)

8 Sonetto 104 del Petrarca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본격적 도전, 시작점

조윤성이 탁월한 피아니스트라는 것에 대해서 국내 평단이나 연주자 사이에 이견이 없는 듯하다. 활동영역도 넓어, 대중음악 세션, 클래식 연주자와 협연도 종종 매체로 접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의 디스코그래피다. 2000년대부터 발표한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일관된 흐름이나 극적인 도약 없이 들쑥날쑥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2009년 작 ‘바하 리노베이션’같이 뛰어난 작품도 있었지만 몇몇 작품은 그의 역량에 비해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이 시기에 왜 이 앨범을 냈지’하는 개인적인 의문이 들 때가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본 작품을 통해 그런 불안감을 종식했고, 작품의 높은 완성도를 통해 본격적인 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독주를 준비하려 했으나 블루룸뮤직 대표의 제안으로 피아노 트리오 녹음으로 선회했다고 한다. 뉴욕의 최정상급 연주자(비센테 아처, 마커스 길모어)가 리듬섹션으로 섭외되었고 단지 포스트 밥이라 일갈하기엔 그 이상의 무엇, 조윤성 특유의 미감을 담아냈다. 이 작품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세련된 화성진행에 있는데 인상주의 음악을 포함한 현대적 화성에 깊은 이해가 돋보인다. 그것을 반영하듯 첫 곡 <Brooklyn Rainfall>은 비가 내리고 그치는 풍경을 극적으로 담아냈다. 인트로-주제부-즉흥연주-간주-종결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각각의 부분을 세련된 화성으로 착착 쌓아가는 구조와 능수능란한 완급조절이 감탄스럽다. 스크랴빈풍 아르페지오로 시작하는 ‘Book of Kush’는 이 작품에 수록된 독주 3곡 중 한 곡으로, 그의 클래식에의 음악적 배경을 엿볼 수 있는 독주다. 아름다운 화성과 연주의 풍부한 뉘앙스뿐 아니라 트랙의 배치가 매우 효과적이라 느꼈는데, 피아노 트리오 작품은 흔하지만 트리오 곡 이후 곧바로 독주를 배치하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 이어지는 ‘Sultan Room’ 은 중동의 화성을 적극 활용하여, 곡의 긴장감을 높였고 유일한 스탠더드 ‘Whisper Not’는 빈번한 조바꿈과 변주, 여유로운 완급조절을 통해 본인의 자작곡처럼 연주한다. 뉴욕의 풍경을 담은 ‘City Night Drive’, ‘East River Sunrise’를 거쳐 리스트의 곡을 편곡한 ‘Sonetto 104 del Petrarca’에서는 ‘Book of Kush’에 이어 그의 아름다운 톤을 만날 수 있다.

조윤성이 73년생이니, 제도 바뀌기 전의 나이면 올해 51세다. 지천명을 자축하는 듯, 정확한 시기에 완숙한 음악이 도착했다. 그는 이미 만개했으나,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그의 만개를 뒤늦게 확인한다. 어쩌면 조윤성의 시간은 지금부터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Art of the Trio Vol. 2&3도 만날 수 있길 고대한다.  글/재즈 칼럼니스트 여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