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면서도 키치한 유머, 엉뚱함과 열정의 반전 매력 [Fleur Canivore] - 칼라 블레이(Carla Bley)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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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 블레이(Carla Bley)
<Fleur Canivore> Watt/ECM 1989
Alto Saxophone, Flute – Wolfgang Puschnig
Baritone Saxophone, Soprano Saxophone – Roberto Ottini
Bass, Producer – Steve Swallow
Coordinator [General Co-ordination] – Michael Mantler
Drums – Buddy Williams
French Horn, Flugelhorn [Fluegelhorn] – Frank Lacy
Harmonica, Organ, Vibraphone [Vibes], Chimes – Karen Mantler
Mastered By – Greg Calbi
Oboe, Flute – Daniel Beaussier
Percussion – Don Alias
Piano, Composed By, Arranged By, Producer – Carla Bley
Recording Supervisor – Michael Mantler
Technician [Concert Sound, Assisted By] – John Kenton
Technician [Concert Sound] – Paul Sparrow
Tenor Saxophone, Clarinet – Andy Sheppard
Tenor Saxophone, Soprano Saxophone – Christof Lauer
Trombone – Gary Valente
Trumpet – Jens Winther, Lew Soloff
Tuba – Bob Stewart
Engineer [Mixing] – Tom Mark
Engineer [Recording, Assisted By] – Lau Hansen
Engineer [Recording] – Flemming Rasmussen
Recorded live, November 14-16, 1988, at The Montmartre, Copenhagen, Denmark
Remote recording by Sweet Silence Studios
Mixed at Grog Kill Studio, Willow, NY
Mastered at Sterling Sound, New York, NY
1 "Fleur Carnivore"
2 "Song of the Eternal Waiting of Canute"
3 "Ups and Downs"
4 "The Girl Who Cried Champagne Parts 1-3"
5 "Healing Power"
진지하면서도 키치한 유머,
엉뚱함과 열정의 반전 매력
글/재즈 기타리스트 정수욱 , Getty Image
지난 10월 세상을 떠난, 단지 여성으로서 놀라운 커리어를 쌓은 게 아니라 성별을 초월해 훌륭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 편곡가 칼라 블레이의 앨범 <Fleur Canivore>는 80년대 중반 그녀가 ‘퓨전’을 향한 곁눈질을 서서히 마무리하고 대편성의 재즈 악기 구성을 다시금 실험하면서 만들어진 숨겨진 명반입니다. 이 앨범 전에 그녀는 작곡 외에 편곡과 오케스트레이션을 외부에 주로 맡겼지만 비용과 기타 음악적 이유로 자신이 직접 빅밴드 편곡과 오케스트레이션을 다시금 맡아 작업하기 시작했고, 이 앨범은 80년대 들어 한동안 소편성에 집중하던 그녀가 본인이 작, 편곡을 모두 소화해낸 첫 대편성 리더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전에 영화음악과 찰리 헤이든의 리버레이션 오케스트라 편곡을 포함한 여러 동료들의 앨범을 종종 맡아서 해오기도 했었죠.
이 앨범에는 총 5곡의 오리지널 칼라 블레이의 곡들을 직접 14인조 중규모 빅밴드로 편곡해 짧게는 7분에서 17분을 넘나드는 러닝타임의 곡들이 실황으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라이브는 1988년 덴마크의 몽마르트 재즈 클럽(스탄 게츠의 유작 라이브 앨범 <People Time>가 연주된 장소이기도 한 덴마크의 유명 재즈 클럽) 에서 녹음된 그녀의 이 앨범의 사운드 역시 현장성과 재즈의 공간감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이후 9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새로운 빅밴드 작품 활동의 중요한 초석이 된 앨범이자 진지함과 무게감, 거기에 위트를 담은 그녀의 작품세계를 잘 담아내고 있기도 하죠. 재즈 록 그룹 출신의 트럼펫 리드를 담당한 루 솔로프(이 후 2008년도 칼라 블레이 앨범 <Appearing Nightly>에 까지 계속해 멤버로 참여)가 그녀의 전 남편이자 동업자였던 마이크 맨틀러를 대신하고 있고, 오스트리아 출신의 울프강 푸쉬닉, 영국 출신의 앤디 쉐퍼드(칼리 블레이의 커리어 중,후반기 트리오의 정식 멤버가 되는 연주자)가 색소폰 섹션으로 칼라 블레이 빅밴드의 레귤러 멤버로 참여하게 됩니다. 트럼본은 이미 러스웰 러드를 대신해 그녀의 사위이기도 한 게리 발렌테가, 하모니카와 올갠등은 딸인 캐런 멘틀러가 담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드럼엔 뉴욕 세션 드러머 버디 윌리엄스와 퍼커션 레젼드인 돈 에일리어스가 리듬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이끄는 빅밴드와 공연한 칼라 블레이의 모습 1990년도
수록 곡 소개
첫 트랙 ‘Fleur Canivore’ 는 듀크 엘링턴의 발라드를 사뭇 닮은 전형적인 재즈 넘버지만 다양한 재즈 빅밴드 편곡 기법들이 잘 배치되어 있으며 특히 라이브 연주시 솔로 주자들이 바뀔 때 변하는 편곡 흐름과 형식적 스토리감을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트럼펫의 루 솔로프가 들려주는 마치 엘링튼 밴드의 클락 테리, 캣 엔더슨 등을 연상시키는 하이 피치 카덴자 또한 재미난 편곡적 장치, 일종의 ’엘링튼 미장센‘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듀크 엘링턴과 칼라 블레이는 서로 몇가지 공통점이 몇 있습니다. 물론 30여년의 나이 차이는 있지만, 두 분 다 세계 2차대전 이전 태생이며, 두 분의 아버지들은 종종 교회에서 연주했던 피아니스트이기도 하셨죠. 거기에 둘의 첫 직업은 담배나 스넥을 파는 ‘알바 청소년’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둘 다 각각 흑인과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차별과 싸워야했던 역경의 인생사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둘은 재즈사에 뚜렷이 기록되는 성공적인 재즈밴드를 이끌었고 그들이 속한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재즈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이 둘은 한 악기에 뛰어난 연주자이거나 기교적인 마스터들은 아니었습니다. 자신들이 필요한 만큼만 잘했던 연주자들이었죠.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만든, 직접 작곡한, 음악들을 연주하는 서로 다른 '마스터'들, 즉 뛰어난 연주자들을 지휘하고 그들을 위해 편곡했습니다. 재즈가 그저 싱글라인 솔로 연주음악이 아니라 더 복잡하고 완성도가 높은 입체적인 예술음악으로 승화 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들 중 하나입니다.
‘Song of the Eternal Waiting of Canute’ 는 돈 에일리어스의 퍼커션 연주가 돋보이는 라틴 넘버로 사위인 트럼본 주자 게리 발렌테가 엄청난 다이내믹 레인지의 저음 멜로디 라인들을 에너지 충만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사실 앨범의 전반의 브라스와 리드악기의 교차와 솔로가 매우 인상적으로 펼쳐지는 편곡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널리 알려져 있듯, 라틴은 재즈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음악적 영향을 준 장르 입니다. 재즈 작곡 계보에서 중요한 위치인 칼라 블레이 역시 이 라틴의 영향이 그녀의 음악 곳곳에서 녹아들어 있습니다. 1960년대 그녀의 곡 ‘Jesus, Mara’ 는 (남미 페루의 도시 이름 ‘헤수스 마리아’로 읽음)클라리넷 연주자이자 쿨 재즈의 선구자였던 지미 주프리 트리오를 위해 만든 라틴 발라드 스타일 곡으로 그녀의 커리어 동안 종종 연주하던 레퍼토리입니다. 곡 ‘Reactionary Tango’나 찰리 헤이든의 리버레이션 오케스트라 앨범 <The Ballad of the fallen> (ECM/)음악들도 라틴의 멜로디들 통해 '제3세계' 음악과 재즈의 메인스트림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들에 참여 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베이시스트 스티브 스왈로우는 칼라 블레이의 세 번째 파트너이자 그녀의 가장 열렬한 팬이기도 했습니다. 재즈 레퍼토리 책 <RealBook> 에는 칼리 블레이의 초기 곡들이 많은데 이건 이 책의 비공식 편집자였던 스티브 스왈로우가 늘 그녀의 곡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데 앞장선 결과라고 합니다. 지미 주프리의 앨범들과 게리 버튼의 앨범들에서 ‘써드스트림 재즈’의 명곡들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구요.
한편 그녀의 앨범은 Watt(영어 ‘What’과 같은 발음)라는 본인과 두 번째 남편 마이크 맨틀러가 자신들의 음악을 발매하기 위해 만든 DIY(Do It Yourself) 식 인디 재즈 레이블로 1972년 처음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미국에 소개되지 않던 창의적인 유러피언 재즈 음악들의 배급도 했고 ECM도 그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맨프레드가 Watt의 배급사가 되면서 Watt는 점차 칼라 블레이의 리더작을 중점적으로 발매하는 ECM의 외주 제작기획이 된 것입니다.
흔히 칼라 블레이를 ‘재즈 작곡가’라고 하는데, 사실 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연주도 직접하고 자신들의 테마 멜로디 정도는 작곡도 어렵잖게 하곤 합니다. 또 재즈 자체가 솔로 즉흥연주로 작곡하는 샘이라 이미 작곡은 재즈에서는 ‘내장형, 즉 기본 패시브 스킬’인 셈이죠. 그럼 전문 재즈 작곡가의 필요성이나 음악적 당위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원래 전문 재즈 작, 편곡자로는 듀크 엘링턴의 파트너 였던 빌리 스트레이혼을 많이 떠올립니다. 이들이 활동하던 20세기 초중반에는 많은 일이 있어서 전문 작편곡자가 필요했지만 팝음악 시장이 커짐에 따라 재즈에선 그런 수요와 공급이 많이 사라지게 되었죠. 하지만 여전히 전통(음악적 전통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프로페셔널 적인 측면에서)이 남아 아직도 재즈 빅밴드나 영화 음악 등의 영역에서 재즈와 그 전통의 악기구성과 편성을 전문으로 다루는 작, 편곡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칼라 블레이도 그렇고 마리아 슈나이더나 달시 제임스 아규, 빈스 멘도자 같은 이들도 이에 해당합니다. 한편 재즈 작곡자의 역할은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즉흥 연주로 만들어질 멋진 솔로가 탄생하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역할로 작품을 만드는 비하인드 신의 가장 큰 토대이기도 하죠 또, 재즈 뮤지션들이 평생 스탠더드에 솔로 임프로비제이션 연주만 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지만, 새로운 음악적 표현이나 영역을 개척하기는 쉽지 않은데 작곡은 바로 이 점을 해소해주며, 특히 즉흥 연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울타리가 필요한데 이걸 마련해주기도 하죠.
‘Ups and Downs’는 7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편곡으로 클래식한 하드 밥 스타일의 빅밴드 편곡입니다. 루 솔로프와 울프강 푸쉬닉의 주고받는 솔로가 인상적인데, 여기서 칼라 블레이의 피아노가 반주로 자주 등장합니다. 사실 칼라 블레이가 이 앨범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통틀어 처음으로 제대로 된 밴드 피아니스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원래 어릴 때 배우던 피아노와 색소폰으로 재즈에 입문하려고도 했다는 그녀는 전작 <Duets> 에서 베이시스트 스티브 스왈로우의 도움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의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The Girl Who Cried Champagne’은 앨범 <Sextet>에서 라틴 퓨전으로 소개된 곡을 다시 재즈 빅밴드 형식과 그 속에서 다양한 악기군을 편집하면서 편곡하고 있는데 파트 1,2,3 으로 나뉘어져 총 17분이 넘는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트 2에서는 자신의 딸 캐런 맨틀러가 투츠 틸레망을 대신해서 하모니카 솔로의 임무를 차분하면서도 인상적으로 풀어가며 곡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죠. 마지막 곡 ‘Healing Power’ 역시 <Sextet>에 수록된 곡인데, 상업적 성향의 퓨전 편곡이 아쉬웠던 탓인지 다시 여기에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뉴올리언즈 넘버 ‘세인트 제임스 인퍼머리’의 감성과 소울 그루브가 합쳐져 묘한 페이소스를 남겨주고 있으며, 절제미를 담은 일렉트릭 베이스와 트럼본의 에너제틱한 솔로도 호감을 줍니다.
Epilogue
그녀의 창의적인 영감과 유머, 독창적 의미를 담은 이 앨범의 곡들을 다시 듣다보니 시간이 흘러도 다시금 회귀하게 되는 큰 감흥이 담겨져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1960년대 초 그녀의 나이 20세 후반에 만든 곡들은 아마 앞으로도 계속 후대 재즈 뮤지션들이 연주하는 컨템포러리 모던 재즈의 보석이자 스탠더드가 될 겁니다. 사실 여러 거장들의 디스코그래피에서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40여장이 넘는 칼라 블레이의 앨범들 중 대표작을 단 한장 꼽기는 불가능합니다. 재즈 음악성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분들과 팬들에겐 다수의 작품들이 충분히 고전이 될 수 있을 만큼 좋은 앨범들이죠. 각각의 앨범들은 그 의도와 작곡적 태도가 분명하고 매우 음악적이며 재즈의 다양한 장르적 정통성, 독창적인 음악적 아이디어들, 유머와 해학 그리고 인본주의적인 그녀의 내면까지 배울 수 있는, 적어도 재즈 작곡가를 꿈꾸는 젊은 뮤지션들에겐 한장 한장 중요한 레퍼런스들이기도 하니까요. 심지어 1980년대 퓨전 시기 만들어진 앨범들도 당시 대부분의 피상적인 앨범들보단 훨씬 음악적이었습니다.
그녀의 앨범 커리어(작곡가로서의 역할은 이미 50년대 말 부터 시작)를 카테고리로 나눠 생각해보면 조금 더 정리가 되긴 합니다. 우선 그녀의 첫 데뷔인 <Ecalator over The Hill>은 워낙 야심찬 대작(소위 '재즈 오페라'로 석장의 LP에 참여한 보컬과 뮤지션 세션만 50여명!)이고 독특한 형식과 그녀의 ‘아방가르드 개성’이 담긴 멜로디의 탐구들과 그 시작으로 볼 수 있기에, 그녀의 중요한 작품집 중 하나이긴 합니다. 그녀에게 아방가르드라는 꼬리표를 달아준 앨범이지만 동시에 그녀의 음악에서 ‘독창성’을 찾아준 아주 중요한 음반이기도 하죠. 이후, 첫 번째 시기는 소편성입니다. 펑크(Funk) 소울 밴드 스터프(Stuff)을 세션으로 고용해 만든 그녀만의 독특한 소울재즈 앨범 <Dinner Music>, 소편성(리듬과 6-7명의 혼섹션 정도) 재즈 앙상블 음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Social Studies>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그녀의 커리어에서 이례적으로 공전의 상업적 성과를 거둔 <Sextet> 등으로 80년대 상업 재즈의 시작인 퓨전으로 잠시 곁눈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Fleur Canivore> 을 시작으로 대형 앙상블과 빅밴드 편성으로 돌아와 약 10여년 간 중요한 앨범들, 특히 <Big Band Theory> 같은 작품으로 재즈 전통의 중요한 편성과 형식에 그녀 자신의 음악적 개성을 담아내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1988년 앨범 <Duets> 으로 시작한 스티브 스왈로우와의 피아노/베이스 듀엣 앨범들 <Go Together>, <Are We There Yet?>, 그리고 앤디 쉐퍼드가 참여한 트리오 앨범들은 작곡가 본인이 직접 자신의 곡을 관조적으로 연주하는, 작곡 마스터 클래스에 해당할 정도로 좋은 앨범들입니다.
칼라 블레이를 이야기할 때 반사적으로 떠올려지는 헤어스타일 만큼이나 그녀의 음악에는 ‘ 조용하고도 강렬한 외침’ 같은 면들이 잘 녹아 있습니다. 재즈, 아메리카나, 포크, 전위적 실험성, 프랭크 자파적인 키치함, 라틴을 비롯한 글로벌 뮤직의 잔상들, 이런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칼라 블레이의 개성과 함께 아말감처럼 단단히 결속되어 있습니다. 그런 그녀의 작품들은 앞으로도 세대를 관통하며 오랜 생명력으로 살아남아 듣는 이들에게 영감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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