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ovanni Guidi <A New Day> ECM/2024

 

Giovanni Guidi (piano),

James Brandon Lewis (tenor saxophone),

Thomas Morgan (double bass),

João Lobo (drums)

 

1. Cantos del ocells

2. To a Young Student

3. Means for a Rescue

4. Only Sometimes

5. Luigi (the boy who lost his name)

6. My Funny Valentine

7. Wonderland

 

 

과거 ECM 스타일 연상케 하는 목가적 연주와 녹음

지오바니 구이디(1985년생)는 이탈리아 폴리뇨 태생의 피아니스트이다. 언제부터인가 학습기간이 길어진 탓에 이른 나이에 두각을 나타내는 재즈뮤지션들이 점점 희소해지는 추세인데 반해 지오바니 구이디는 10대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었는데 2006년 이제 유럽의 전설이 되어버린 트럼페터 엔리코 라바의 Under 21 일원으로 2006년 라이브 레코딩에 참여하게 되었고, 일본 레이블 비너스에서 <Tomorrow Never Knows> 를 발표하면서 이른 나이에 프로뮤지션으로서 두각을 나타내었다. 그의 주요 리더앨범은 자국 레이블 CAM에서 초중기작이 있고, 2011년 ECM 레이블과 계약을 맺어 2013년 6월 그의 첫 ECM 앨범 <City of Broken Dreams>를 발표하며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엔리코 라바와 상당기간 활동한 이유도 있겠지만 라인의 여백, 여운이 길게 남는 서스테인 페달링, 깊고 부드러운 터치는 ECM의 방향과도 태생적으로 잘 어울린다.

그의 새 앨범 <A New Day>는 베이시스트 토마스 모건, 드러머 주앙 로보, 색소포니스트 제임스 브랜든 루이스의 쿼텟 편성으로 오리지널 5곡, 스탠더드 1곡, 전통 포크 1곡의 구성이다.

오프닝 Cantos del Ocells 는 카탈루냐 민요이다. 마이너와 멜랑콜리, 몽환적인 모습 등 냉소적으로 표현하자면 ECM의 공통적인 환경이다. 르 부숑 스튜디오 녹음은 믹싱, 마스터링 이전 레코딩 단계에서 거의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데 공간을 유영하는 사운드가 확실히 잘 잡혀있다. 3번 Means for a Rescue는 폴 블레이를 연상시키는 어긋나는 리듬 어택과 정적인 상태에서 멜로디가 혼돈 상태로 콜라주되는데, 전체 앨범에서는 이질적인 트랙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Wonderland는 남유럽, 미국 국적의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존 서먼이나 얀 가바렉 혹은 키스 재럿의 유러피언 쿼텟을 연상시키는 목가적이고 아름다움이 충만한 테너 연주를 펼친다. 전체적으로는 트릭베 자임이나 토드 구스타프센 등 이 앨범의 주축인 지오바니 구이디, 제임스 브랜든 루이스보다 한세대 정도 앞선 스타일을 잇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러피언 재즈 아티스트가 등장한 70~80년대 초기 존 테일러, 얀 가바렉 시대와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이 앨범은 확실히 괜찮은 작품이고 리더 뿐 아니라 프턴트 라인을 이끌어가는 브랜든 루이스의 색소폰은 예전 잃어버린 묘한 향수를 자극하기까지 한다. 개인적으로는 오넷 콜맨 Lonely Woman을 오마주한 Furious Seasons이 수록된 2011년도 CAM Jazz에서의 발매작 <We Don't Live Here Anymore> 는 21세기 재즈의 지나친 현학성에 멋진 반론을 제기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잔상이 깊이 남아 있다. 만약 뮤지션들에서 ECM-만프레드 아이허 프로듀서라는 구도가 없었다면 보다 탄력적인 작품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일관성과 공간감 있는 무드를 선호한다면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

글/재즈 칼럼니스트 김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