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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편집장이 직접 전해주는 재즈와 여러 음악 이야기들. 아티스트 추모 칼럼에서 인터뷰, 이슈및 논란이 되는 여러가지 사안들을 포함해, 다양한 시각을 담보한 여러 종류의 글들이 함께 다뤄지게 됩니다. 음악을 듣고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을 좀 더 폭넓고 깊이있께 가져가고자 기획된 코너!

엠엠재즈

⚡#2Album Review 흔한 스탠더드 새롭게 탈바꿈 시키는 마법의 트라이앵글 - 키스 재럿 트리오(Keith Jarrett Trio)

키스 자렛 트리오, 흔한 스탠더드 레퍼토리를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마법의 트라이앵글!

 

INTRO MM JAZZ 김희준 편집장의 재즈덩크(JAZZDUNK)

 

재즈는 결코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요소가 무척이나 많은 음악입니다. 게다가 그 안에 수많은 하위 장르들은 또 무엇이며, 왜 거장들이라는 사람들은 그렇게나 많이 음반들을 많이 발표했는지...단지 몇십장 정도의 작품, 앨범만으로 얼추 이해가 되고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재즈는 이를 결코 허락하지 않죠. 그래서 대중들과의 거리가 이토록 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Easy Come, Easy Go’ 라는 서양의 격언이 말해주듯, 뭐든지 쉽게 얻어지는 것들은 그만큼 빨리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렇게나 손에 닿을 것 같지 않던 ‘재즈’라는 음악이 조금씩 귀에 들리고 리듬을 타게 되는 순간, 즐거움과 희열은 여느 팝 음악들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우선 기존의 잡지에서 다루어지는 아티스트 소개와 작품이야기를 기본으로 하되, 때론 화제가 되는 이슈거리에 대한 논의와 에세이 형태의 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 칼럼의 형식도 시도해볼 참이며, 또한 공연후기기사까지 소재와 형식의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가져와 한번 풀어 나가볼 참입니다.
 
비록 이 음악이 어렵고 광범위하다지만 최대한 쉽고도 명쾌하게, 마치 NBA 농구선수들의 시원시원한 덩크슛을 보는 것처럼 한번 진행해 보겠습니다. 
 
그럼 출발해볼까요?
 
 
JAZZDUNK#2 흔한 스탠더드 레퍼토리,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마법의 트라이앵글 '키스 재럿 트리오'
 
흔한 스탠더드 레퍼토리,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마법의 트라이앵글 '키스 자렛 트리오'
 
재즈에는 여러 타 장르의 음악들과 구별되는 요소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서 스탠더드(Standard)라는 일종의 전통같은 개념이 있습니다. 이건 사실 재즈의 태동기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라기보다는 뮤지션들이 활동하면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형성하게 된, 자연발생적인 결과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거에요. 간략하게 설명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20세기 초 재즈가 미국에서 생겨나고 대중들에게 점차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1920~30년대를 스윙 빅밴드의 전성시기라고 일컫습니다. 이 당시엔 또한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대세를 이루고 있었는데, 당시 뮤지컬 곡들은 틴팬앨리(Tin Pan Alley)라고 일컫는, 작사,작곡가들 콤비가 함께 모여 있던 뉴욕 맨해튼의 몇몇 구역에서 대부분이 만들어졌어요. 이때 인기를 끌던 당시 뮤지컬 히트곡들중 특별히 재즈 뮤지션들과 보컬리스트들이 공통되게 즐겨 연주하는 곡이 있었는데, 점차 이 곡들이 하나의 관행처럼 자리 잡게 되었죠. 그게 자연스럽게 전통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당시 빌보드 차트에 오르내리던 인기곡들을 재즈뮤지션들이 레퍼토리로 연주하신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바로 이때 자주 연주되던 곡들을 뭉뚱그려 스탠더드곡들이라고 통칭한다고 이해하시면 무리 없습니다. 100여년의 역사를 거쳐오는 동안 등장한 대부분의 재즈 뮤지션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예외없이 어느 특정시기에 스탠더드곡들을 필수적으로 연주해왔는데, 여기에 오직 스탠더드 넘버들만을 대부분 주요 레퍼토리로 30년간을 일관되게 계속 연주해 왔던 피아노 트리오가 있습니다. 

 

 
바로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이 주축이 되어 이끄는 키스 재럿 트리오(Keith Jarrett/Gary Peacock/Jack Dejohnette)죠. 스탠더드라는 틀 안에서 드넓은 자유를 만끽하는 키스 재럿 트리오의 연주는 언제 들어도 한결같고 변함없는 만족감을 주는 것 같아요. 특별히 개성 있는 작곡과 편곡 실력을 사전에 준비하지 않더라도 그만의 스타일리쉬한 연주 스타일로 스탠더드 곡들을 해석해오면서 전 세계에 수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키스 재럿. (물론 그에게는 ‘My Song’이나 ‘So Tender’ 같은, 오래 기억될 만한 오리지널 명곡들도 여럿 있습니다) 사실 이들 트리오가 연주한 곡 하나 하나를 들여다 보면 생각 외로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을 알수 있어요. 그러니까 멜로디와 코드가 적혀있는 악보 한 장에 담긴 기본정보들을 충분히 활용한다는 것인데, 최근 젊은 연주자들이 스탠더드를 소화할 때 고려할 만한 어떤 흥미로운 장치나 아이디어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이하게 보이기도 하죠. 생각해 보면 이것은 비밥(Bebop)에 뿌리를 둔 많은 전통 재즈 뮤지션들이 마치 잼세션 하듯 곡을 선택해 연주하여 녹음된 라이브 실황이 앨범으로 나오는 것이랑 기본적으로 다를 바가 전혀 없기도 합니다. 피아니스트인 케니 배런(Kenny Barron)이나 이젠 세상에 없는 행크 존스(Hank Jones)같은 명연주자들을 떠올려 보면 더 이해가 쉬울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스 재럿 스탠더드 트리오가 다른 재즈 뮤지션들과 구별되어, 좀 더 대중적으로 널리 어필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 그의 강점이 발라드 연주와 미디엄 업템포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무엇보다도 발라드 연주에 있어서는 실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팬들은 그가 솔로피아노로 연주하는 발라드를 더 선호하는 편이긴 하지만, 트리오 세팅 안에서의 발라드도 여전히 아름답고 우아합니다. 미디엄 업템포에서는 치고 빠지는 16분음표 음들의 프레이즈들은 매우 강렬하고 다이내믹한데 이는 그의 전매특허 같은 것이기도 하죠. 그래서 그가 존 콜트레인의 ‘Moment’s Notice’ 같은 업템포 곡을 연주해도 존 콜트레인이 들리기 보다는 키스 재럿이 훨씬 또렷하게 잘 보이는 게 아닐까요?
 
 
무엇보다도 그의 연주에는 과거의 비밥 시대 분위기가 아닌, 동시대의 모던함이 잘 느껴집니다. 그가 클래식 기반의 피아니스트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키스 재럿의 인토네이션(Intonation) -연주자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피아노 톤, 악센트들을 일컫는 말- 은 재즈역사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여타 피아니스트들과는 분명히 또 다른 면이 있어요. 그러니까 철저히 재즈역사의 흐름을 망라했지만, 그것을 넘어서 자신만의 언어로 형성, 발전된 형태인 것이라는 얘기죠.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서는 독특하게도 재즈사에서 언급되는 피아노 주자들의 일반적인 클리셰(Cliche)를 쉬이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여러 기본적인 재즈 언어를 공부하고자 할 때, 그의 연주가 학생들에게 적절한 레퍼런스가 되긴 도리어 어려운 것이죠. 그러나 그가 이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역으로 재즈피아니스트의 역사를 언급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거의 함께하지 못할 것임에 분명해 보이는 이 세기의 트리오가 남겼던 20년 전 녹음이 또 다시(!) 얼마전에 새롭게 음반으로 발매되었습니다. 사실 여간한 재즈 팬들이라면 키스 재럿과 게리 피콕, 잭 디조넷의 트리오 음반을 몇 장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며, 지금껏 이 트리오 라인업으로 발매된 앨범 수만 20장이 넘는 상황에서 또 다시 이 앨범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를 나름 고민하게 될 거라고 봅니다 (아예 모든 작품을 이유 불문하고 수집하시는 열혈 팬들이시라면 뭐 따로 고민할 것도 없겠죠^^)
 
이 작품은 기존의 타 트리오 앨범들과 비교해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먼저 자렛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쓰러진 이후, 처음 시도된 트리오 라이브를 담은 앨범이라는 점, 그리고 여느 스탠더드 라이브 앨범에서보다 전체적으로 다이내믹함이나 즉흥연주의 확장이 다소 간소하게 연주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가 다시 일선으로 복귀한 이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자신이 앞으로 예전처럼 제대로 연주를 할 수 있느냐’였다고 합니다. (이 앨범 라이너노트에서 그가 직접 쓴 글에 따르면, 연주를 하기 위해 자렛의 집에 모인 날 그가 다시 쓰러졌답니다. 그때의 기분은 너무나 절망적이었다고 하며, 자신이 앞으로 더 연주를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이전 블루노트 클럽 라이브앨범에서처럼 ‘Autumn Leaves’나 ‘You Don't Know What Love Is’ ‘I Fall in Love Too Easily’ 같은 곡들을 무려 20~30분씩 끝간데 없이 즉흥으로 연주하는 것은, 애초 기대할 수 없었다는 거죠. 그래서 1998년부터 2000년도 시기의 녹음들이 담겨진 몇몇 트리오 라이브 앨범들은, 거의가 스트레이트하고 간결한 비밥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당시 멤버들과 자렛이 의도한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스탠더드와 비밥 곡들을 가져와서 별다른 컨셉없이 편하게 연주해보자’였다는군요.
 
바로 그 첫 결과를 담아낸 것이 이 앨범 <After the Fall>인 것이죠. 상대적으로 무척 편하고 간결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지만, 사실 이들은 재럿의 몸 상태를 계속 예의주시한 상태에서 연주에 임하고 있었으며 상당한 내적 긴장감을 마음에 담은채로 무대에서 플레이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에는 그런 불안함은 느껴지지 않고, 예전의 생동감과 즐거움이 변함없이 묻어납니다. 절망적인 몸상태를 딛고서 다시 재기하려는 그의 첫 모습이 담겨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는 앨범이며, 게다가 여기엔 그간 트리오 앨범에서 한 번도 확인할 수 없었던 곡들이 무려 6곡이나 담겨져 있어서 그 점 또한 흥미를 자아냅니다. 오래전 녹음이지만 우리의 입장에선 마치 이들의 ‘초연’을 듣는 것과 같은 셈인 것이죠.
 

 

이날 키스 자렛 트리오가 어떤 모습으로 연주에 임했는가는 베이시스트 게리 피콕이 가졌던 한 해외잡지 인터뷰에 잘 나와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컨셉이나 이론, 이미지에 방해 받지 않았어요. 아무런 걱정 없는 상태였고 오직 음악만이 남았죠. 일단 무언가를 만들어야만 한다고 느끼지 않는 지점에 이르면, 거대한 자유가 찾아와요.”

 

이 트리오를 이처럼 잘 설명하는 인터뷰답변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만성피로 증후군에서 벗어나 키스 재럿 트리오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던 시기에 연주된 라이브 실황중, 이번 새앨범보다 약 6개월 정도 뒤에 녹음되었던 <Whisper Not>과 2001년도에 녹음된 <My Foolish Heart>, 그리고 본작 <After The Fall>은 이 트리오의 여러 작품들 가운데 가장 스트레이트한 재즈 사운드가 충만하며, 스윙과 비밥의 맛이 무척이나 깔끔하게 잘 담겨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혹여 누군가는 이 스탠더드 트리오의 비슷한 외관에 다소 식상해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들은 같은 곡이라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주어 과거 자신들이 연주했던 버전들과는 그 흐름을 또 다르게 가져갑니다. 그게 의도적인지, 아니면 그 순간의 느낌을 살리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해프닝 같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기복제 같은 걸 결코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트리오의 미공개 녹음반은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엠엠재즈

안녕하세요, 엠엠재즈 웹사이트 관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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