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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편집장이 직접 전해주는 재즈와 여러 음악 이야기들. 아티스트 추모 칼럼에서 인터뷰, 이슈및 논란이 되는 여러가지 사안들을 포함해, 다양한 시각을 담보한 여러 종류의 글들이 함께 다뤄지게 됩니다. 음악을 듣고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을 좀 더 폭넓고 깊이있께 가져가고자 기획된 코너!

엠엠재즈

#5 영혼 부재한 지금 시대 각성시키는 위대한 음악 -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Part.1

'영혼 부재한 지금 시대를 각성시키는 위대한 음악'

 

김희준 편집장의 재즈덩크(JAZZDUNK)

 

재즈는 결코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요소가 무척이나 많은 음악입니다. 게다가 그 안에 수많은 하위 장르들은 또 무엇이며, 왜 거장들이라는 사람들은 그렇게나 많이 음반들을 많이 발표했는지...단지 몇십장 정도의 작품, 앨범만으로 얼추 이해가 되고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재즈는 이를 결코 허락하지 않죠. 그래서 대중들과의 거리가 이토록 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Easy Come, Easy Go’ 라는 서양의 격언이 말해주듯, 뭐든지 쉽게 얻어지는 것들은 그만큼 빨리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그렇게나 손에 닿을 것 같지 않던 ‘재즈’라는 음악이 조금씩 귀에 들리고 리듬을 타게 되는 순간, 즐거움과 희열은 여느 팝 음악들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자! 이제부터 2주에 한번씩 여러분들을 재즈의 신세계로 데려가 볼 참입니다. 우선 기존의 잡지에서 다루어지는 아티스트 소개와 작품이야기를 기본으로 하되, 때론 화제가 되는 이슈거리에 대한 논의와 에세이 형태의 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 칼럼의 형식도 시도해볼 참이며, 또한 공연후기기사까지 소재와 형식의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가져와 한번 풀어 나가볼 참입니다.
 
비록 이 음악이 어렵고 광범위하다지만 최대한 쉽고도 명쾌하게, 마치 NBA 농구선수들의 시원시원한 덩크슛을 보는 것처럼 한번 진행해 보겠습니다. 
 
그럼 출발해볼까요?
 
 
JAZZDUNK#5 존 콜트레인
'영혼 부재한 지금 시대를 각성시키는 위대한 음악'
 
존 콜트레인 '영혼 부재한 지금 시대를 각성시키는 위대한 음악'
© Adam Ritchie/Redferns
 
지난 6월 말경 1963년도 녹음되었던 존 콜트레인의 미공개 새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앨범 제목은 또 한명의 동료 색소포니스트였던 웨인 쇼터와의 대화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웨인 쇼터와 대화 도중, “이봐 웨인, 만약에 내가 말을 문장의 중간부터 시작해서 앞뒤 방향으로 동시에 할 수 있다면 말이지...”에서 가져 왔다고 하는군요.(여기에서 말이란 일반적인 대화이외에 연주자들의 연주시 들려주는 릭(Lick), 프레이즈(Phrase)등을 두루 지칭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55년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앨범 <The Both Directions At Once: The Lost Album>은 만 40세의 짧은 인생으로 생을 마감한 이 거대한 천재의 음악이 왜 지금까지도 계속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 우리에게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콜트레인뿐만 아니라 재즈사를 통틀어 가장 예술적 황금기라고 말할 수 있는 50년대부터 60년대까지, 여러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음악들과 인생, 그의 영적 신비감, 재즈를 넘어서 음악 전반에 걸친 영향력에 대해 오랜만에 다시 조명할 기회이기도 하리라고 봅니다. 해서 앞으로 2번에 걸쳐 존 콜트레인의 커리어 전반을 다루는 기회를 가져볼까 합니다.
(참고로 본 글은 본지 필자이기도 하신 재즈기타리스트 정수욱씨와 제가 함께 글을 완성했음을 밝힙니다)
 
 
PART.1 위대한 거인의 첫 출발점
 
위대한 거인의 첫 출발점
 
존 콜트레인은 처음에는 그리 주목받지 못하던 재즈 뮤지션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홀어머니의 헌신적인 지원와 해군 군악대 경험으로 음악을 시작했죠. 별다른 큰 계기는 없었지만 알토 색소폰의 전설 자니 하지스(듀크 엘링턴의 오른팔 같았던 솔로이스트였죠)를 따라하고, 또 그의 밴드에서 테너 색소포니스트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50년대 중반 뉴욕에서 동갑의 (이미 당시 최고의 재즈 스타였던) 마일스 데이비스의 레이더망에 걸려듭니다. 마일스는 당시 마약중독에서 벗어나 하드 밥의 다음 단계를 찾아 새로운 밴드(마일스의 첫 번째 ‘위대한’ 퀸텟)을 완성하기 위해 콜트레인을 영입시켰습니다. 흔히 말하는 ‘신의 한수’였죠.
 
© Don Hunstein, 1959
 
이 ‘첫번째 위대한 퀸텟’은 피아노에 레드 갈란드(팀의 제일 연장자), 베이스에 젊은 베이스 신성 에이스 폴 체임버스, 드럼에는 필리 조 존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 콜트레인이 들어오면서 우후죽순격으로 명반들이 쏟아져 나온 거죠. 특히, 56년도 마일스의 “~ing” 연작들(<Cookin>, <Workin>, <Relaxin>, <Steamin>)은 거의 하드 밥 사운드를 규정짓는 기준이 되는 앨범이 되어 버렸고 이 앨범들에서 콜트레인의 솔로들은 지금도 여전히 재즈 색소포니스트 지망학생들에게는 카피 0순위의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테너의 거장 소니 롤린스와의 앨범 <Tenor Madness>까지 함께 작업함으로서 불과 2년여 만에 급격한 상종가를 치게 됩니다.
 
 
주위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볼 때 콜트레인의 성격은 무척이나 착하고 순했지만 당시 재즈 뮤지션들이 대부분 그랬던 것처럼 술과 마약에 ‘쩔어 있었던’ 그가 사고를 치는 건 시간 문제였습니다. 결국 마일스는 참다못해 그를 내보내기로 마음먹고 불안한 콜트레인 대신 다른 테너 주자들을 찾아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는 놀랍게도 이후 마약을 끊고 재기에 성공하죠. 결정적으로 모든 중독을 이겨낸 계기가 있었습니다.
 
1959년 발매된 앨범 <Giant Steps> (Atlantic)에 수록된 곡 ‘Naima’는 콜트레인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부인 나이마 콜트레인을 위한 사모곡입니다. 사실은 처음 발매되었을 때 무척이나 매우 획기적이었던 <Giant Steps>는 재즈 역사에 아주 중요한 기술적, 예술적 가치를 지니는 음반입니다만 음악적으로는 아직 완성체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이후 1960년에 발매된 <My Favorite Thing> (Atlantic)이 당시 재즈로는 어마어마한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경제적으로나, 인지도면에서 마일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밴드 리더가 되었죠. 사실 이곡은 65년 발표되었던 영화 <Sound of Music>에서 사용되기도 했지만, 원곡은 1959년의 동명 뮤지컬 넘버였고, 콜트레인이 듣고 별 생각없이 자신의 솔로 컨셉을 한번 시험하려고 했던 곡이었습니다. 특히, 피아니스트였던 맥코이 타이너는 별로 반기지도 않았던 곡이었다는 후문이 있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이 앨범이 대박이 나게 되고, 이를 계기로 계약금(당시에는 ‘어드밴스’라는 선수금을 받는 형태)을 엄청 높여, 새로 생긴 레이블 ‘Impluse!’ 로 거처를 옮기게 됩니다.
 

 

콜트레인의 전기와 많은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Giant Steps>에 수록된 발라드 백미, ‘Naima’ 가 그가 가장 좋아 하는 자신의 작품으로 많이 얘기하곤 했습니다. 사실은 1957년, 자신의 첫 아이가 될 뻔 했던 임신이 실패하면서 상실감에 빠진 아내 나이마를 위해서 음악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1957년 그가 술과 마약을 한 번에 끊은 건 아내 나이마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그런 아내의 아픔과 고통을 자신의 환골탈태로 보답하려 했던 것이죠.

 

콜트레인은 1955년(마일스의 밴드에 영입된 당시)에 첫 번째 부인인 나이마와 결혼을 합니다. 당시 그녀는 콜트레인 보다 훨씬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어 콜트레인에게 음악적으로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하네요. 나이마는 무슬림 종교에 딸 하나를 가진, 결혼 한적 없는 미혼모였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 마일스와 연주를 시작할 무렵, 연주비를 받고서, 차비를 아끼려고 집에 종종 걸어서 오곤 했다고 합니다. 이상하게 여긴 나이마는 그가 자기의 딸에게 선물할 새 신발을 사기위해 걸어 다녔다는걸 알게 됩니다. 자신의 본식도 아닌 의붓딸 토니(Antonia Coltrane)에게 바치는 곡 ‘Syeeda’s Song Flute‘ 역시 앨범 <Giant Steps>에 수록된 곡입니다. (’Syeeda‘는 딸의 이슬람 애칭이랍니다) 또, 나이마 콜트레인은 종종 그의 남편이 연주하는 공연장이나 연습에 같이 가서 연주들을 녹음해서, 콜트레인과 몽크가 같이 듣고 연습 할 수 있게 전달하곤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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