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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스윙, 비밥, 이후 5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하드 밥 시대까지 잘 알려진 재즈 명반들 외에 현 시대 재즈 아티스트들에게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음악적 스타일과 연주를 담은 작품들을 찾아서 조명하고 해당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시각으로 이야기 해보려는 기획 의도를 갖고 있는 코너. 참여 필자 - 편집장 김희준, 기타리스트 정수욱, 칼럼니스트 황덕호

Johnk

⚡장르 경계 넘어, 규정할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한 사운드! - 빌 프리셀(Bill Frisell)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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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커버.jpg

 

Bill Frisell <Have a Little Faith>

 

Elektra Nonesuch ‎– 7559-79301-2

Recorded 1992 뉴욕 RPM Studio

 

Bill Frisell Guitar

Don Byron Clarinet, Bass Clarinet

Guy Klucevsek Accordion

Kermit Driscoll Bass

Joey Baron Drums

Producer – Wayne Horvitz

   

1."The Open Prairie": from Billy the Kid

2."Street Scene in a Frontier Town": from Billy the Kid

3."Mexican Dance and Finale": from Billy the Kid

4."Prairie Night (Card Game at Night)/Gun Battle": from Billy the Kid

5."Celebration After Billy's Capture": from Billy the Kid

6."Billy in Prison": from Billy the Kid

7."The Open Prairie Again": from Billy the Kid

8."The Saint-Gaudens in Boston Common": Excerpt 1

9."Just Like a Woman

10."I Can't Be Satisfied

11."Live to Tell

12."The Saint-Gaudens in Boston Common": Excerpt 2

13."No Moe"

14."Washington Post March"

15."When I Fall in Love"

16."Little Jenny Dow"

17."Have a Little Faith in Me"

18."Billy Boy"

 

재즈 기타 거장 짐 홀은 어떤 인터뷰에서 빌 프리셀을 “재즈 기타의 멍크”라고 칭송하며 그의 음악세계를 높이 평가했다. 현재 살아 활동하는 어떤 메인스트림 재즈 기타리스트들 보다 진솔하고 독창적인 음악세계로 재즈 음악의 본질과 음악의 즐거움을 가장 잘 전달하고 있는 컨템포러리 재즈 기타리스트! 믹 구드릭, 존 애버크롬비, 팻 메시니, 존 스코필드, 마이크 스턴와 같은 ‘포스트 짐 홀’세대의 대표적 재즈 기타리스트들 중 가장 유니크한 위치에 있는 빌 프리셀은 ‘포스트 모더니스틱’한 연주와 작품세계로 70년대 이후 현대 재즈의 흐름에서 아주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포스트 짐 홀’ 세대 재즈 기타리스트들의 특징 중 하나는 이들이 과거의 재즈 뮤지션들과 다르게, 재즈 이외의 다른 장르(블루스-록-소울등)의 팝음악을 어린 시절부터 접하면서 재즈 뮤지션이 된 첫 세대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런 영향은 재즈의 경계와 범위가 확대되고 진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빌 프리셀의 음악 세계 역시 이런 음악적 다양성의 충분한 수혜를 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 <Have a Little Faith>에서 빌 프리셀은 이런 재즈와 타 장르의 음악적 다양성에 관한 본질이 어떤 것인지 우리에게 묻는다. 이 작품에서는 고전, 클래식, 재즈, 팝(심지어 군악 행진곡까지)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과 미국 출신의 여러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두루 커버하고 있다. 쉽게 말해 빌 프리셀의 20세기 미국음악에 대한 일종의 헌정과도 같다고나 할까? 작곡가 이름을 한번 살펴보자. 아론 코폴랜드, 찰스 아이브스, 머디 워터스, 소니 롤린스, 스테판 포스터, 필립 수자, 밥 딜런, 그리고 마돈나까지... 그야말로 ‘미국적’인 음악의 전반적 단상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아메리카나(Americana)라 불리는 최근의 포스트 모던 음악장르의 대표적 시작점 중 하나인 앨범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프로듀서인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빌 프리셀의 96년 앨범 “Good Dog, Happy Man에 참여하기도 한)의 도메인일 법한 이 ‘미국 민속음악 찾기’는 빌 프리셀의 최근 행보와도 무척 관련이 깊다. 

 

올해로 66세, 환갑을 훌쩍 넘긴 빌 프리셀은 미국 보스턴의 버클리 음대를 나와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의 추천으로 빌 에반스의 드러머였던 레전드 재즈 드러머 폴 모션의 앨범 <Psalm> (ECM, 1982)에 참여하면서 프로뮤지션으로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한다. 폴 모션, 조 로바노, 빌 프리셀의 트리오 프로젝트들은 재즈의 피상적 경계들을 무너뜨리며 실로 훌륭한 작품 활동을 보여줬다. 또 뉴욕의 아방가르드 재즈 작곡가/알토이스트 존 존(John Zorn)의 마사다 프로젝트, 프로듀서 할 윌너, 네이키드 시티 프로젝트등 수많은 강렬하고도 실험성이 풍부한 작품들로 매우 독특하고도 의미 있는 음악들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기존의 질서에 부합하기보단, 전통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하고 재창조하는 재즈 기타리스트로서, 독특한 특유의 다이내믹과 공간감을 가진 일렉트로닉 ‘레가토’ 프레이징과 라이브 루핑 이펙터 페달의 독창적인 사운드, 여기에 짐 홀의 영향을 그대로 이어 받은, 마치 ‘대화’하는듯한 인터플레이와 여유 있는 리듬감등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들이다. 빌 프리셀의 기타 연주는 전통적인 재즈 기타의 범주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이지만, 근육질의 마초적 디스토션과 투명하고 잔향이 긴 리버브 클린 기타의 대비들은 컨템포러리 재즈 기타의 바탕이자 초석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이 앨범에는 빌 프리셀 말고도 ‘유니크’함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의 밴드 멤버들이 중요한 조력자로 참여하고 있다. ‘클라리넷의 빌 프리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돈 바이런 역시 전통에 얽매어 있지는 않으면서도 항상 전통의 가치를 새롭게 해석하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뮤지션으로 빌 프리셀과 함께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아방가르드 아코디언 주자 가이 글루체브섹도 합류했고, 존 애버크롬비, 존 존의 드러머인 조이 배런 역시 기막힌 그루브의 소유자이자 빌 프리셀의 기타를 가장 잘 이해하는 뉴욕에서 가장 ‘바쁜’ 드러머이기도 하다. 그는 베이스트 커밋 드리스콜과 함께 첫 번째 ‘빌 프리셀 트리오’(두번째 트리오는 현재 활동하는 리듬섹션으로 드러머 케니 월레슨, 베이스 토니 쉐어로 구성되어 있다)로 약 10여년간 활동하면서 여러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한다.

 

이 앨범의 절반은 미국의 현대음악 작곡가 아론 코폴랜드가 작곡한 발레를 위한 모음곡 ‘Billy The Kid’, 그리고 찰스 아이브스의 ‘The Saint-Gaudens in Boston Common’ 일부도 유니크한 편곡으로 수록 되었다. 이 곡들은 오케스트라의 편곡을 재즈 퀸텟으로 편성을 바꾸고 빌 프리셀의 일렉기타가 연주하는 두꺼운 텍스처들은 공간을 관통하는 듯한 명료함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또, 재즈 즉흥연주를 연상시키는 인터플레이들과 사운드들의 조화는 마치 원곡을 몰랐다면 매우 흥미로운 그의 오리지널 곡으로 들렸을 법하다.

앨범은 심플하게 빌 프리셀 스타일의 ‘리메이크’ 앨범 정도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리메이크가 얼마나 창조적이며 새로울 수 있는지를 그는 본작을 통해 여지없이 보여주며, 특히 마돈나의 ‘Live to Tell’, 밥 딜런의 ‘Just Like a Woman’, 존 하이아츠의 ‘Have a Little Faith in me’ 등의 팝 히트 넘버들의 편곡은 마치 모던 스탠더드를 연주하는 새로운 방법을 탐구하듯 다양한 기타의 서스테인 이펙트들을 멋지게 활용하며 곡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이 앨범 <Have a Little Faith> 이후 빌 프리셀은 이전보다 더욱 더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독창적인 발상과 새로운 음악에 대한 도전을 과감하게 시도해나갔으며, 2000년대 이후에도 여전히 무게감 있는 연주들과 음악들로 아직도 재즈와 기타 음악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여러 기라성같은 현대 재즈 기타리스트들 가운데에서도 그의 창조성과 끊임없는 새로움에 대한 시도는 실로 그 어느 누구와도 비교하기 어려우며 그 점에서 빌 프리셀이야말로 가장 광범위한 현대 재즈 기타의 표상이자 아이콘이라 말해도 무방하다.

 

글/재즈기타리스트 정수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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