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 Kenny Werner

 

1.The Space

2.Encore from Tokyo

3.Fifth Movement

4.You Must Believe In Spring

5.Taro

6.Kiyoko

7.If I Should Lose You

8.Fall from Grace

 

 

훌륭한 연주 위한 노장의 음악격언집

 

재즈 피아니스트 케니 워너는 매우 뛰어난 재즈 뮤지션이지만,  자신의 조금은 특별한 음악적 수행법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뮤지션들에게 음악적 이상을 위한 음악적 이상을 지워버릴 것을 항상 강조해왔다. 지금은 ‘고전’으로 여겨지는 그의 책 <Effortless Mastery> 에서는 뮤지션들이 스스로를 공감하고 자신의 ‘Space’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음악을 찾아 자연스럽게 연주하는 방법과 개념에 관한 또 다른 고찰과 수행을 제시한다. 대략 이런 책 내용은 지난 20여년간 수많은 뮤지션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게 했고, 지금은 버클리음대의 정규과정이 되기까지 이르렀다.

 

이 솔로 피아노 앨범 <The Space> 은 그의 커리어 후반을 아주 잘 느낄 수 있는 완벽하고 완숙한 재즈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독주 앨범이자, 그의 설법 ‘Effortless Mastery’ 를 ‘시연’하는 좋은 팔래트로 볼 수 있다. 첫 곡 ‘The Space’ 에서는 약 15분간 ‘의식의 흐름’을 음악적 창의성의 추진력으로 이용해 연주하고 있다. 물론 분석적인 귀로 듣고 있으면 다양한 해석을 내릴 수 있지만, 연주자와 청자가 ‘마음속으로’ 음악을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마치 끌어안아 품는 음악의 모습을 들려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또한 재즈 피아노에는 매우 폭넓고 다양한 스타일과 계보로 이어지는 전통과 음악성이 있는데, 어느 그룹이 어느 다른 그룹 보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케니 워너의 연주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음악 접근법과 그의 음악적 철학이 담겨 있고, 많은 피아니스트들과 뮤지션들에게 스스로의 ‘채널’을 찾아 음악과 자신을 소통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앨범에 담긴 키스 자렛의 곡과 그 외 몇몇 스탠더드들은 그의 방식이 전혀 동떨어진 추상이 아니라 실제하는 접근 가능한 어법으로 만들어질 수 있음도 보여주고 있다. 주로 연주에 해당하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작곡적인 부분에서도 충분히 교집합이 있을 걸로 여겨진다.  물론 그의 연주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개념과 철학을 떠나 깊은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

 

글/정수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