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ey Alexander (조이 알렉산더) - ‘신동을 훌쩍 넘어 괴물로 성장해 나가다’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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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을 훌쩍 넘어 괴물로 성장해 나가다’
다른 장르에서도 그렇지만 재즈사에서도 번뜩이는 재능을 겸비한 재즈신동 내지 천재성을 겸비한 뮤지션들이 간혹 등장하여 세간의 주목과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멀리 안 찾아봐도 이미 십대시절부터 게리 버튼으로부터 떡잎을 인정받은 팻 메시니라든지 유년시절부터 자코 파스토리우스와 활동했던 집시 기타리스트 비렐리 라그렌이 그랬고, GRP레이블에서 두 장의 음반을 발표했던 세르지오 살바토레, 뉴올리언즈 출신으로 일찍이 천재성을 인정받았던 윈튼 마살리스와 해리 코닉 주니어가 그랬다.
하지만 이런 신동, 천재의 경우가 모두 다 성공적인 결과를 내었던 것은 아니었다. 유년시절 또래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발군의 연주 기량을 선보였던 이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이상 음악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답보상태를 보이다가 결국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 또한 왕왕 보게 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세르지오 살바토레가 이에 해당되는 케이스다) 그렇다면 현재 신동으로 가장 큰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조이 알렉산더는 과연 어떨까? 그의 재능은 거품일까? 아니면 진짜배기일까?
글/강대원
사진/MEREDITH TRUAX, Verve
그의 유년시절 성장사
최근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재즈신동이라면 두말할 나위없이 조이 알렉산더를 첫 번째로 꼽을 수 있겠다. 그가 발표하는 앨범들은 세계 재즈 평론가와 팬들에게 격찬을 받고 있으며 유튜브에 있는 그의 동영상에는 재즈 연주자로서는 이례적인 수십만 건의 조회수와 더불어 온갖 찬사 댓글들로만 가득하다. 실력과 화제성 양면에서 재즈 신에 오랜만에 등장한 천재, 신동인 조이 알렉산더(본명은 Josiah Alexander Sila)는 2003년 휴양지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태어났다.
재즈 애호가이자 아마추어 연주자였던 그의 아버지가 재즈를 남달리 좋아했는데 이런 재즈사랑은 고스란히 알렉산더에게 전달됐다. 루이 암스트롱을 비롯해 델로니어스 멍크, 존 콜트레인, 빌 에번스, 클리포드 브라운, 리 모건, 마일스 데이비스, 윈튼 마살리스 등 아버지의 열혈 재즈 콜렉션은 알렉산더의 ‘재즈 조기 교육’에 더없이 좋은 길잡이이자 스승 역할이 되어 주었다고 한다. 알렉산더가 귀로만 들었던 재즈는 6살 때 미니 키보드를 선물로 받으며 비로소 그 천재적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독학으로 건반 연주와 재즈를 익혔음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더는 수준급의 연주력과 이해력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8살 때에는 유네스코 친선대사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거장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핸콕과 함께 연주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핸콕 역시 알렉산더의 천재적 재능에 찬사를 보냈으며 이러한 놀라운 경험은 알렉산더에게 또 다른 기폭제가 되어 1년 뒤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열린 17개국 모든 연령 43명의 뮤지션이 참여한 ‘2013 Master-Jam Fest’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는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재즈 트럼펫의 거장 윈튼 마살리스의 초청으로 링컨 재즈 센터 경축행사에서 공연을 했는데 당시 뉴욕타임즈는 알렉산더의 연주에 엄청난 반응과 찬사가 쏟아졌다고 보도했을 정도. 이미 이 정도면 받을 수 있는 스포트라이트는 진작에 다 받은 상태!
그리고 이듬해인 2015년 조이 알렉산더는 모테마 레이블에서 첫 리더 데뷔작 <My Favourite Things>를 발표하고 몬트리올과 뉴포트재즈페스티벌 같은 큰 무대에서 공연하면서 재차 자신의 음악적 진가를 널리 알렸다.
알렉산더의 데뷔작은 미국 빌보드 200 앨범 차트에 랭크되었는데 인도네시아 인으로는 처음으로 빌보드에 이름을 올린 사례라고 한다. 알렉산더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해 새로운 앨범을 발표했고 사이드 맨으로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의 레귤러 베이시스트 래리 그래나디어, 전천후 드러머 에릭 할랜드 그리고 이제는 이름이 바뀌어버린 델로니어스 멍크 컴페티션 색소폰 부문 수상자인 크리스 포터, 조슈아 레드맨 등 최고의 베테랑 재즈 뮤지션들이 참여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조이 알렉산더의 천재적 재능은 그래미 어워즈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의 데뷔작 <My Favourite Things>는 2016년 그래미 어워즈 ‘Best Improvised Jazz Solo('Giant Steps')’부문과 ‘Best Jazz Instrumental Album(<My Favorite Things>)’부문에 각각 노미니되었으며 이듬해 발표한 두 번째 앨범 <Countdown> 역시 2017년 그래미어워즈 ‘Best Improvised Jazz Solo(’Countdown‘)’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비록 수상으로까지는 연결되지 않았지만 알렉산더는 그래미 어워즈에 새로운 기록을 갱신했다. 바로 그래미 어워즈 역사상 가장 어린 후보자(11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긴 것이다.
2014년 알렉산더의 재능과 가능성을 파악한 그의 가족들은 미국 뉴욕으로 이주해, 그의 성장을 위한 안정된 기반아래 활동 폭을 계속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뉴욕타임즈와 롤링스톤즈지는 조이 알렉산더에 관한 기사를 1면으로 게재하였으며 2016년 제58회 그래미상 시상식 무대에 초청되어 공연하고 또 2018년에는 모국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18 아시안 게임’의 오프닝 세레모니를 장식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도약, 버브 레이블과의 협업
그리고 조이 알렉산더는 네 번째 앨범 <Eclipse>(2018년)를 끝으로 모테마 레이블과의 계약을 마무리하고 유니버설 산하 메이저 재즈 레이블인 버브와 새롭게 계약을 체결, 2020년 신년초 이적 데뷔작이자 통산 5번째 정규앨범인 <Warna>를 공개한다. 앨범 타이틀인 ‘Warna’는 인도네시아어로 ‘색(Color)’을 뜻한다고 한다. 이번 앨범의 라인업도 관심을 끄는데 데뷔작 때 호흡을 맞췄던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의 베이시스트 래리 그래나디어가 다시 한 번 참여하고 있으며 블루노트 레이블에서 인상적인 리더작을 선보이고 있는 켄드릭 스캇이 드럼을 맡고 있다.
여기에 간헐적으로 베네수엘라 출신 퍼커셔니스트 루이지토 퀸테로와 플롯 연주자 안네 드러몬드가 참여하여 사운드의 컬러를 다채롭게 꾸미고 있다. 총 12곡을 담고 있는 새 앨범에는 알렉산더의 자작곡과 커버곡 그리고 재즈 스탠더드가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거장 색소포니스트 조 헨더슨의 명곡 ‘Inner Urge’라든지 스팅의 ‘Fragile’ 등이 선곡된 것이 눈길을 끈다. 알렉산더는 피아노 트리오를 기본으로 몇몇 곡에서는 퍼커션, 플롯을 가미시키거나 아예 피아노 솔로로만 자신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기도 하다.
본 작에서 알렉산더는 섬세한 감정선을 피아노에 옮기고 때로는 과감한 즉흥연주를 리듬 파트 연주자들과 함께 실연하고도 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이제 갓 16살이 된 청소년의 그것이라고는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엄청난 실력자를 사이드 맨으로 하고 있지만 알렉산더는 이에 아랑곳없이 그들과 대등하게 인터플레이를 주고 받으며, 균형감 넘치는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피아노 터치와 간반을 다루는 능력 또한 한층 발전해 어엿한 성인 연주자의 폼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지점. 작년인가 크리스찬 맥브라이드가 한 매체의 인터뷰를 통해 알렉산더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인터뷰어의 질문과 맥브라이드의 대답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알렉산더에 대해 맥브라이드는 현재의 천재성이 뒤이어 계속 이어질지 우려하며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맥락의 이야기를 했었다. ‘천재’에 어울리는 나이답지 않은 놀라운 연주력으로 화제에 오르고 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진정한 재즈 뮤지션 조이 알렉산더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일 테다. 그런데 필자의 견해로 그런 우려는 이번 앨범을 통해 어느 정도 접어두어도 괜찮을 것같이 여겨진다.
한층 성장한 그의 연주력도 물론이지만 표현해내는 내용, 특히나 즉흥연주의 언어들에서 도식적이거나 기계적인 면이 한층 줄어들고 내부에서 유기적으로 흘러나오는 선율들이 확실히 엿보이기 때문. 이러한 성장세라면 1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의 음악성과 기량은 당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지 않을까? 지나친 스타성에 대한 집착, 유행과 트렌드에 함몰되거나 혹은 지나친 가족의 관심 및 스스로의 음악적 자가당착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그의 아버지는 조이 알렉산더에게 과도한 주문이나 스타로 포장해 돈벌이에만 집착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좀 더 훌륭한 재즈 뮤지션으로 성장하기 위해 최선의 조력을 다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직접 한 적도 있는 만큼 신동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 앨범에 참여한 베이시스트 래리 그레나디어(위) 와 드러머 켄드릭 스캇(아래)
Epilogue
조이 알렉산더는 한 인터뷰에서 “재즈는 마음으로 연주해요” 라고 이야기한 바 있는데, 십대 중반의 어린 나이지만 벌써부터 안정적인 테크닉과 풍부한 감성을 드러내고 있다. 버브에서 발표되는 이번 새 앨범은 천재적 음악성에 다양한 감성을 성숙시킨 재즈 뮤지션 조이 알렉산더의 또 다른 지표가 될 음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사고, 식견이 나이에 걸맞게 넓어질수록 음악도 더불어 진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 그가 보여줄 활동에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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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가장 왼쪽) 드러머 켄드릭 스캇과 함께 한 조이 알렉산더.jpg (File Size: 386.2KB/Download: 75)